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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 1권(2화)
프롤로그(2)
“고스트37을 기억하나.”
감정이 메마른 듯한 사일런스의 말투였지만 돼지는 조금 여유로워져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고스트37’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다.
‘고스트37’, 현재는 ‘고스트37’이 아닌 ‘고스트41’이 고스트라는 이름을 물려받고 암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돼지가 ‘고스트37’을 기억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특이하게도 이 바닥에서 일반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맡기는 것으로는 부족해 이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처리를 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아아, 그 애아빠 말인가? 물론 기억나지. 지금쯤 어디서 아내와 예쁜 딸의 재롱을 보며 같이 여행이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럴 일은 없다는 것 정도는 네 녀석이 더 잘 알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때 이후로는 연락이 안 돼서 나도 잘 모르겠는데?”
돼지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사일런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돼지는 너무나도 위험한 폭탄의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큭, 내 능력이 궁금하다 했는가?”
퍼엉.
“끄아아악!”
암살자가 되기 전 이런저런 고문 등을 견디는 것을 실전 못지않게 연습했던, 아니 연습당했던 돼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는데 사일런스의 말에 돼지의 왼팔이 터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알려 줄 수는 없겠군. 넌 이제 죽.을.거.니.까.”
퍼벙.
또다시 두 번이나 거대한 가죽 북이 터져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돼지의 몸이 땅으로 푹 꺼져 버렸다.
돼지의 두 다리가 터져 나간 것이었다.
“사, 사, 살려 줘! 뭐든지,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제발 나 좀 살려 줘!”
돼지는 본능적으로 이런 일을 일으킨 사람이 사일런스라는 것을 알고는 살기를 바라며 그에게 애원했다.
남들이 보면 참으로 안쓰러워, 아니 상당히 징그러워 보일 만한 상황이었다.
왼팔과 두 다리가 베인 것도 아닌 터져 나간 것도 그랬고, 붉은 피가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도 살기를 발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가상의 존재인 좀비로 착각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돼지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사일런스에게 애원하였다. 팔다리가 붙어만 있다면 아마 기어가서라도 애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애원하던 돼지는 사일런스의 눈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고통 없이 죽는다는 것이 최대의 행운이라 생각하며 죽어라.”
펑.
후두두둑.
사일런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돼지의 몸이 터져 버렸다.
마치 몸 안에 폭탄이라도 들어 있었는지 터져 버린 몸의 잔해들이 작은 방의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런 방 안에 있던 사일런스에게도 돼지의 살점을 비롯한 뼈, 피, 장기 등이 달라붙었다.
쾅.
“마스터?”
닫혀 있던 작은 문이 열리며 한 인물이 뛰어 들어왔다.
밖에서 망을 보는 인물로 사일런스 역시 의뢰로 인해 몇 번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미, 미친!”
하지만 들어온 그자는 들어오기가 무섭게 욕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
탁탁탁.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호러영화보다 더한 장면으로 인해 공포에 질린 그는 암살자 훈련을 받은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상당히 큰 발소리를 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는 곧 자신의 판단이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뒤로 사일런스가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큰 도로를 달렸다.
그것은 공포로 인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방금 전 그의 눈앞에 있던 사일런스는 전혀 인간 같아 보이지 않았다.
몸의 일부에 인간의 살점과 피가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은 인간을 사냥하는 그 무언가의 존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역시 이런 곳에서 일하며 이것저것 보아 온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본 것 중 하나가 남들을 고문하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과 이것과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달랐다.
이유 역시 몰랐다.
그러나 무언가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만을 느끼고 이렇게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상부에 연락을 해야 해!’
하지만 한동안 도망을 가던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는 자신이 도망치기 위해 대충 밀치거나 치고 지나온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은 신경 쓰지도 않고, 혹시 사일런스가 쫓아온 것은 아닐지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며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뚜르르르뚜르르르.
“누구냐.”
언제 들어도 위압적인 목소리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은 목소리에 그는 자신이 보았던 일을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았다.”
딸칵.
전화 통화가 끝나자 그는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들어온 곳이 상당히 지저분한 곳이긴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하던 자신이었지만 왠지 이번 일을 보자 자신 역시 있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신들에게 벌을 받는 것은 아닐지란 걱정하며 정신을 놓아 버렸다.
***
사일런스의 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뭐라뭐라 떠드는 소음이 들려왔다. 남들보다 소리에는 민감한 사일런스였으나 지금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사일런스가 검은 복장이긴 하지만 왼쪽 어깨와 오른쪽 허리 부분이 다른 곳보다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이 사일런스의 정신을 흩어 놓는 요인이었다.
총에 맞을 일은 없다.
아니 맞을 일은 있지만 평소의 사일런스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총에 맞은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자기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일런스였다. 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일런스의 머릿속에는 질문만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얼마나 도망쳤을까?
자신을 따라오는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사일런스였다. 아마 자신에게서 도망친 문지기가 조직의 뒤를 봐 주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배신했다고 보고했겠으나 이제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도 그를 놓아 준 것이었으니 말이다.
‘고스트37.’
여전히 자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남자의 코드명이었다.
사일런스가 처음 이 조직에 끌려와 길러지기 시작할 때부터 홀로 서기까지 옆에서 자신을 가르친 남자였다.
그가 떠오르자 마지막 만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말했다.
“이제 이런 일은 그만두려고 한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두 번 다시는 사일런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게 된 것이지만 ‘고스트37’은 나타나지 못한 것이었다. 단지 처음에는 그가 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 일을 그만둘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 딱 한 번뿐이지만 그가 사일런스에게 부인과 딸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고스트37’은 자신보다 소중한 두 사람을 속이는 것을 그만두기로 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고스트37’은 사일런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을 때였다.
사일런스 역시 사람이었기에 살기 위한 생필품을 사러 가던 중 지나가는 ‘고스트37’의 아내를 만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닮은 사람도 많았고, 자신은 사회에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일런스였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옆을 지나치는 순간 무언가가 사일런스를 강하게 잡아끌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처음에는 잘 몰랐다. 단순히 ‘고스트37’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고 생각하며 따라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따라가 알게 되었다.
‘고스트37’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타앙.
츙.
자신이 어디로 뛰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던 상황 중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만들어 준 것은 뒤에서 들린 총성이었다. 그 총성으로 인해 사일런스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혼미해지던 정신도 잠시 돌아왔다.
“휘익.”
사일런스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사일런스 역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잠시 멈추어 서서 흐트러져 있던 정신을 다잡은 사일런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런 사일런스의 귀로 세상의 모든 소리가 모여들고 있었다.
‘저쪽.’
이미 이곳저곳에 거미줄을 치듯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방금 사일런스가 한 행동은 그런 포위망 중 가장 약한 부분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다.
자신을 여기까지 있게 만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무공인 ‘음향록(音香綠)’ 속 능력 중 한 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천리안과 비슷한 능력인 사물의 소리로 위치를 판단하는 것으로 지금은 심장 소리로 상대방의 위치를 찾아낸 사일런스였다.
물론 주위에서 들리는 자동차를 비롯한 잡다한 소리로 인해 어려울 것 같기도 한 기술이지만 고동 소리와 다른 잡다한 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이었기에 쉽게 위치를 찾아낸 사일런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며 상대방의 위치를 계속 살폈다. 자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명 자신을 포위하는 포위망이 그때그때 바뀌기에 상황에 맞게 도망칠 길을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도망쳐?’
사일런스의 몸이 돌연 멈추었다.
‘왜 도망칠까?’
이미 죽을 생각을 한 사일런스였다. 그런데 도망친다?
‘저쪽이었지?’
사일런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생겼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뒷정리는 다 해 놓은 상태였다.
자동차의 소음 소리가 사일런스의 귀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소음이나 매연과는 다르게 지금 사일런스가 서 있는 곳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곳이었다.
최근에 완공된 ‘백옥교’라는 다리 위의 난간이었다. 그런 사일런스로 인해 지나가던 차들이 한, 두 대씩 멈추어 서기 시작했다. 멈추어 선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거나 창을 내려 사일런스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진으로 사일런스를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딱히 말리는 인물은 없었다.
그런 인파들 사이로 누가 보더라도 의심스러워 보이는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인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일런스는 그런 그들을 슬쩍 돌아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꺄아!”
“뛰어내렸어!”
사일런스의 다리가 난간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로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모를 분위기에 사일런스가 자살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상당히 컸지만 사일런스의 귀에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사일런스의 귀로 잘 기억나지 않으나 고아원의 작은 소녀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 들려왔다.
“오빠는 꿈이 뭐예요?”
그때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으로 인해서일까?
사일런스는 누군가가 보았다면 혼자 본 것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의 상당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무뚝뚝하기만 하던 사일런스가 웃은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때는 너무나도 어렵다고 느낀 작은 소녀의 질문에 답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일런스의 입이 작게 달싹거렸다.
푸웅.
상당히 높은 높이여서 그런지 물이 높게 튀어 올랐다.
사람들은 어느덧 사일런스가 뛰어내린 곳으로 다가와 물속에 빠져든 사일런스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혹시나 하여 다리의 반대쪽으로 건너가려는 사람들이 생겼다.
물의 흐름이 반대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물속에 잠겼다가 떠오르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차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들은 사일런스를 찾기 위해 차들을 하나둘 세우며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일런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뒤로 119 소방대원들이 일주일에 걸쳐 사일런스가 뛰어내린 곳부터 강 하류까지 찾아보았지만 사일런스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뉴스에서도 여러 번 말이 나왔다. 전혀 인맥이 없는 인물인 사일런스였기에 단지 실종자를 찾는다는 말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다른 작은 사건들에 파묻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장난삼아 하는 말인 ‘백옥교의 저주’ 등으로 가끔 젊은이들의 술안주 거리가 되긴 하였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줄어 갔다. 결국 그렇게 사일런스는 세상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
“어히쿠! 이거 그물이 묵직한데?”
작은 배 위에서 언제나와 같이 그물을 끌어 올리던 금만은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묵직한 손맛에 입가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무겁긴 하지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힘 있게 그물을 끌어 올렸다.
“으으? 흐엑!”
그러나 금만은 그물에 걸려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물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여태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다.
“주, 죽은 건가?”
금만의 작은 배 위에는 시체와 함께 따라 올라온 물고기가 펄떡거리고 있었다. 이미 물고기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가 걱정이었다. 금만 자신도 그렇긴 하지만 아마 자신의 아내가 이 시체를 잘 처리해 주지 않으면 분명히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걸로 끝이구만. 으아아!”
다른 어부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금만이었기에 아내와 딸을 잘 먹여 살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집안의 가장인 만큼 더욱더 좋은 것을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싶은 것이 금만의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와 같이 남들보다 일찍 나와 일을 시작해 오늘만 해도 많은 양의 고기를 잡은 금만이었지만 충분히 더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물고기를 더 잡지 못한다는 것이 상당히 아쉬운 금만이었다.
“아직 한 시진은 더 잡을 수 있는데. 에휴∼ 내 복이라 생각해야지.”
금만은 어쩔 수 없이 배를 끌고 마을로 돌아왔다.
쿵.
“어이쿠.”
시체를 어깨에다 올렸던 금만은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오늘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챙기려 하다가 잘못해 시체를 살짝 놓치고 말아 바닥에 툭 떨어졌다.
더군다나 모래가 아닌 조금 숲 쪽에 내려놓는 바람에 시체의 등과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금만이 볼 때 곱게 죽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시체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는지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을 찾기 시작했다.
“하이구, 이게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제가 좋은 곳에 묻어 드릴 테니 우리 가족에게만 해를 끼치지 말아 주십쇼.”
투박한 손을 연신 비비며 금만은 시체에 용서를 빌었다.
“커헉. 커컥.”
“허억!”
금만이 진심을 담아 열심히 기도를 하던 중 갑자기 시체가 물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금만은 자지러지게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시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급히 다가가 다 죽어 가는 수상한 인물의 등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보슈! 정신 좀 차려 보시오.”
거대한 솥뚜껑 같은 손이 수상한 인물의 등을 몇 번 두들기자 수상한 인물은 곧 고운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에 빠져 있던 수상한 인물은 물을 토해 내자마자 기절했다.
“이, 이거 피 아녀? 에이 씨, 오늘 진짜 일진 사납네!”
처음 곱게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금만이었지만 이제야 피를 제대로 발견한 금만은 수상한 인물을 들고는 자신의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마 자신과는 다르게 똑똑한 자신의 아내라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금만이. 어딜 그리 바삐 가?”
“아이구. 춘복 아저씨? 저 지금 바빠서 그런데 제가 오늘 잡은 물고기 좀 정리해 주십쇼.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
금만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춘복이라 불린 사람에게 자신의 등에 있는 사람을 슬쩍 보여 주고는 다시 집으로 허겁지겁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 춘복 아저씨, 너무 많이 가져가면 절대 용서 안 할 겁니다∼.”
“쳇.”
무엇이 아쉬운지 춘복은 쓴웃음을 짓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금만이의 배로 향하였다. 그리고 금만의 배 안을 본 춘복의 얼굴이 활짝 퍼졌다.
“금만이 이 녀석은 물고기들이 정말 잘 따른다니까.”
금만의 배에는 보기 힘든 물고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양이 있었기에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수입이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그 너덜너덜하던 사람은 과연 살 수 있을라나?”
자신에게 떨어진 콩고물이 크다는 것을 자각한 춘복은 뒤늦게 금만이 업고 있던 인물을 살짝 걱정해 주었다. 하지만 춘복은 바로 잊고는 자신이 챙길 것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히히, 오늘 술값은 건졌구나.”
춘복에게 있어 절로 웃음이 나오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