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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 1권(5화)
제1장 일상의 행복(3)
우선 어느 순간부터 움직이지 않는 뱀은 은사로 슬쩍 찔러 보고는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옮겼다. 은사도 상당히 질기다고 했는데 자신이 은사로 뱀을 노렸을 때 뱀의 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뱀의 껍질에 막혔다는 것을 알기에 좋은 곳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멀리 가야 해?”
솔직히 조금 웃기기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고양이는 백은의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흔들었다.
“마, 말도 알아듣네. 그렇다면야.”
하지만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것 같은 고양이의 행동에 백은은 자신이 잡은 멧돼지와 뱀의 시체, 그리고 자신의 사냥용 활을 주변에 있는 나무 중 가장 커다란 나무 위에 올려놓고는 고양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뛰던 백은은 후회했다. 고양이의 거리와 인간의 거리는 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 힘들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의 품에 있는 고양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같이 힘들어 보였고, 백은은 분명 집에서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애씨.”
오늘부로 말이 더욱더 많아진 백은이었으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생각이란 것을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정신없이 뛸 뿐이었다.
“아아. 형수님한테 죽었다.”
집에 들렀다 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운 백은이었다.
***
“정말 죄송스럽네요.”
“다 씻으셨어요.”
“예.”
백은은 화난령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쳇! 부끄러운 것은 나라고! 괜히 마을 사람들 힘들게 만들어서야 원.”
“그래서 제가 잡은 멧돼지로 신나게 먹었잖아요.”
금만이 툴툴거리는 이유의 시작은 백은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백은을 걱정한 금만이 화난령의 말대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백은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앗!”
“냐앙.”
난감해하는 백은의 다리로 작고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히잉. 고양이가.”
금령은 자신의 품에서 도망쳐 백은에게 향한 고양이가 아쉬운지 백은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금령을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백은은 고양이를 금령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니까 그 쬐까난 고양이 한 마리 찾으러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거지?”
“하아, 결과가 그렇다는 거죠. 결과가.”
백은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곳은 작은 땅굴 안이었다. 그곳에는 지금 또다시 금령의 손을 피해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온 이 작은 고양이가 있었다. 아마 자신이 묻어 주고 온 고양이의 새끼일 것이다.
백은의 예상으로는 자신이 깔끔하게 정리한 뱀이 동면에 들기 위해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 고양이를 먹으려 했거나 아니면 그의 어미를 먹으려 한 것부터가 싸움의 시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시작된 싸움!
오늘 자신이 잡은 멧돼지가 마을에 풀어지며 며칠 간에 걸친 싸움에 얽힌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저곳에 있는 마을의 산이 불탄 것 역시 이 고양이의 어미가 저지른 일로 최대한 보금자리와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며 싸우다 보니 여러 마을의 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생각했다.
“냐앙.”
어미보다 조금 더 작은 고양이었다. 그러나 행동을 보아하니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죽기 직전 마치 몸짓으로 이 고양이를 부탁한다는 듯한 말을 전하고는 백은이 원하던 내단을 뱉고는 죽은 어미 고양이로 인해 백은은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작고 귀여운 면으로 인해 돌봐 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더 크기는 했지만 처음 자신을 보았을 때 잘 보이지 않는 뿔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로 공격했던 모습이 상당히도 섬뜩했기에 과연 집에서 키워도 될지가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미를 묻어 주자 그때부터는 묘하게 고분고분해져 평범한 일반 고양이가 되었기에 뒷정리를 서두르며 어미 고양이가 선물로 남겨 주고 간 내단을 조심스럽게 챙기고는 서둘러 뒷정리를 한 뒤에 마을로 귀환했다.
물론 그러던 도중 만난 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듣기는 했지만 다들 자신을 걱정해 주는 말에 백은은 기분 좋게 마을로 귀환한 것이었다.
“후웅.”
백은의 손바닥 위에서 얌전히 있는 고양이를 마치 배고픈 사람이 그림의 떡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금령의 모습과 걱정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여전히 툴툴거리는 금만을 보던 백은은 자주 하던 말을 내뱉었다.
“부녀지간이라곤 솔직히 믿기지 않네요.”
“뭣이라! 령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딸이야!”
금만의 집은 금만으로 인해 시끌벅적해졌지만 실질적 주인인 화난령으로 인해 곧 조용해졌다.
“자자. 이제 그만들 하시고 어서 주무셔야죠. 내일도 일찍부터 일하실 거잖아요?”
그런 화난령의 말에 백은은 생각했다.
‘가끔 보면 형수님은 마치 순진한 모습을 연기하시는 것 같단 말이야.’
필히 걱정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돈 벌어 오라는 듯한 말같이 느껴지는 백은이었다.
“나 오늘 삼촌하고 잘래!”
아직 이름을 지어 주지 않은 고양이로 인해 자신과 자겠다는 금령의 행동이 귀여워서인지 백은은 금령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저 먼저 금령이와 잘 테니 두 분 모두 좋은 꿈꾸세요.”
“딸! 아빠를 버리는 거야!”
“아빠하고는 어제 잤으니까 오늘은 삼촌.”
“헉.”
금만은 백은의 득의만만한 표정에 좌절했다.
“려, 령이가 날.”
물론 그런 어이없는 행동에 화난령은 언제나와 같이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제2장 쌍칼 해적단과 여인(1)
“푸하.”
백은이 바다 속에서 얼굴을 내밀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읏샤.”
츄아.
백은이 힘을 주며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이 수확한 물건을 건져 올렸다. 그것에는 이런저런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덤으로 이것도!”
자신의 왼팔에 엉켜 있는 거대한 문어를 힘겹게 떼 내서 금만의 배에 실은 백은은 자신 역시 혼자서도 능숙하게 배에 올라탔다.
“후아∼ 오늘은 상당히 많이 잡은 거 같은데?”
큰 배는 아니지만 금만의 배는 그동안 얻은 수익으로 혼자 타기에 상당히 큰 배로 변해 있었다. 아마 백은이 없었다면 이런 배는 구하지도 않았을 금만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이 배에는, 아니 정확하게는 바다에는 백은 혼자만이 있었다.
지금 마천 마을은 조촐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하는 날이었다.
이번 축제는 겨울 동안 제대로 잡지 못한 고기를 봄부터는 잘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촐하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다.
물론 이런 축제에 백은도 끼어야 하지만 어제 자신이 잡은 조개나 전복 등 축제의 분위기에 동해 풀어놓은 것들이 다 떨어져 마을 사람들이 축제 준비를 하는 동안 자신은 이렇게 나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금만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따라온다고 하였지만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백은 혼자였기에 그냥 마을 일이나 도와주라고 말을 해 놓고는 혼자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아마 오늘 내로 끝이 날 거 같은데, 조금 더 잡아야겠네.”
방금 전에 잡아 올린 거대한 문어를 배 위에 도망가지 못하는 곳에 놓고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백은이었다.
과거 백은의 내공이라면 확실히 조금 무리일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반쯤 호기심이 동해 자신이 얻은 쌍두독사라 이름 지은 머리 둘 달린 뱀이 뱉은 새끼손톱만 한 두 개의 내단 중 하나를 섭취하며 몰라보게 늘은 내공으로 인해 이렇게 활발히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백은은 상당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백은은 모르고 있었으나 쌍두독사와 이제는 월화라는 이름을 지어 준 영물의 어미는 보름이 넘는 싸움으로 인해 내단의 힘까지 사용해 내단의 크기가 상당히 줄어 있던 것이 운이라면 운이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쌍두독사의 내단은 머리 부분에 존재하여 내단이 반으로 나뉘어져 있던 것이다.
백은의 혈도는 상당수가 막혀 있었다.
백은이 ‘음향록’을 수련하며 익히긴 하였지만 쌓아 놓은 내공의 양이 상당히 적었다.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 백은이 한 일은 수련뿐이었다. 그렇게 남들과는 다르게 많은 수련 끝에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약 10년 치의 내공이 있었고, 이곳에 넘어온 뒤로 완전하지 않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시간 운공에 집중하다 보니 약 12년 정도 되는 내공을 쌓았다. 그러한 상태로 쌍두독사의 내단을 먹은 것이었다.
아직 처음에 먹은 그 하나의 내단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거의 1갑자가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이 생긴 것이 이렇게 백은을 튼튼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혈도가 막혀 있는 게 도움이 됐지…….’
무공을 조금 늦은 나이에 배운 것도 배운 것이지만 한국의 오염도가 심했기에 상당히 혈도가 막혀 있었다. 그렇기에 쌍두독사의 내공이 백은의 혈도를 뚫다가 제풀에 지쳐 백은의 말을 곱게 들었던 것도 운이라면 운이었다.
하지만 혈도를 뚫는 것이 상당한 고통은 고통이었는지 지금이라면 하나 남은 쌍두독사의 내공도 흡수할 수 있겠지만 그 고통의 두려움으로 인해 조금씩 날을 뒤로 미루고 있는 백은이었다. 더군다나 아마 지금 자신의 내공이라면 임독양맥을 건드릴 수가 있었기에 더욱더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무공을 배울 때부터 약간의 취미 생활로서 배운 것이기에 무공에 미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던 백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해 보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조금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백은이었다.
‘하지만 먼저 저것부터 잡아야지.’
커다란 키조개를 잡던 백은은 돌 밑에 숨어 있는 문어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
물론 곧 마을 사람들의 입으로 사라질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에게 조금 큰 대가족 같은 사람들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오늘 수확이 좋은데.’
내심 기쁜 마음에 백은이 흥얼거렸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는 백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