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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 1권(7화)
제2장 쌍칼 해적단과 여인(3)


“휘익∼.”
“커헉.”
작은 휘파람이지만 거대한 도끼를 들고 뛰어오던 무식은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쓰러져 몸을 비틀거리더니 개거품을 무는 것으로 부족해 눈도 뒤집어진 상태로 실신해 버렸다.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
하지만 해적단 그 누구도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는 없었다는 듯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런 조금 심했던 것 같군요. 처음 사용해 보는 거라서 말이죠.”
현음을 남을 현혹할 때 사용하는 음으로 일반적으로 노래와 함께 접목시켜 사용하지만 백은은 여태까지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위력을 알아볼 겸 한번 사용해 본 것이었다.
하지만 위력 조절이 잘못된 것인지 바로 개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백은만의 생각이었다. 해적들은 백은의 미소를 사신의 미소라 생각하고 있었다.
“너, 너너너너! 뭐 하는 놈이야!”
갈매등은 갑작스럽게 무식이가 쓰러지는 것에 당황해 말을 더듬으며 백은에게 물어왔다.
“저 말씀이십니까?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털러 가려 하는 마을의 주민입니다.”
이제는 자신과 해적 간에 인연이 생겼기에 백은은 그에 맞게 해적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때, 단 한 명만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백은의 기분을 맞추며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나름 잔머리를 잘 굴리며 쌍칼해적단의 머리 역을 맡고 있는 날치 배두호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무림인이 아니랍니다.”
“아, 이거 제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그럼 공자님, 무슨 일로 저희 배에 오르셨는지?”
“당신과는 조금 말이 통할 것 같군요.”
백은의 눈이 살짝 휘어지며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러운 백운의 미소는 절로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저기에 있는 배는 제 형님의 배랍니다. 오늘 마을에서 축제도 있고 해서 해산물을 조금, 아니 마을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 구해 놨는데 여러분들의 배가 아마도 모.르.고 지나가시던 도중 뒤집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보상 좀 받으러 올라왔더니 칼까지 뽑아 들더니 제가 사는 마을을 털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입니까?”
“저런 쓰블 것이 여기가 어디!”
“닥쳐. 돌대가리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공자님 애들이 조금 무식해서…… 그리고 저희는 절대로 마을을 침공하지 않겠습니다!”
백은의 말에 해적들은 발끈했다. 하지만 서열이 높은 날치가 뭐라고 하였기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며 날치는 조금씩 백은에게 다가갔다.
“대충 얼마 정도나 손해를 보셨는지?”
그런 날치의 행동에 백은은 미소를 지었다. 말이 잘 통해서가 아니었다.
“금전 다섯 개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 마을에서 나오는 해산물은 아주 질이 좋은 것들뿐이라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
“저 미친놈! 두목 내 당장 저 녀석의 주둥이를 뭉개고 오겠소! 허락해, 컥.”
“야이, 개자식아! 내가 선장이라 부르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러니까 니들이 평생 날치 밑이라는 거야.”
갈매등은 쓰러진 자신의 부하를 거침없이 밟아 댔지만 아무도 말리지는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에게 역시 불똥이 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렇지만 그, 금화 다, 다섯 개는 조금.”
“그런가요? 그럼 여러분들이 바다에 들어가셔서 직접 구해 오셔야겠군요. 그렇게 되면 제가 조금이나마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은 여러분들의 몸이 쉽게 떠오르지 않게 물에 수장시켜 드리는 것 정도일까요?”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수장시킨다는 말을 하는 백은에 살짝 긴장을 하던 날치는 허겁지겁 말을 하며 자신의 몸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닙니다. 공자님, 물론 드려야죠. 잠시 어디 보자, 금전은 없지만 제가 갖고 있는 보석 중에, 죽어랏!”
날치는 옷 안쪽을 뒤적거리며 보석을 꺼내는 척하더니 백은에게 작은 바늘을 던졌다.
“응?”
따끔한 느낌을 받기가 무섭게 날치가 웃어 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선장님, 끝냈습니다. 이제 이 녀석 아무것도 아닙니다!”
“으하하하. 잘했어. 잘했어, 날치!”
쌍칼해적단 중에는 무공을 익힌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은 사람들도 많았기에 아직까지 해적 일을 하며 탈이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위험한 적도 많이 있기는 있었다.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은 무림인이라는 자들이었다. 약한 삼류 무인들이라면 몰라도 일당백을 하는 무림인들은 그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도중 그들은 무림인과 싸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이 방심한 상황에 독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역할은 날치가 맡았다. 다른 해적들은 모두 다혈질이기에 무조건 달려들어 안 되면 쥐 죽은 듯이 있었기에 그런 것에는 힘은 약하지만 눈치가 빠른 날치가 제격이었다.
무림인이 등장해도 방금과 같은 방법으로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독을 묻힌 암기를 사용해 방심한 틈을 노려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 후 깔끔한 뒷처리를 하는 것이 그들 방식이었다.
“훗.”
“뭐야 저 녀석 무림인이었어? 요상한 사술 쓰는 놈 아니었군?”
자신의 동료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는지 무식한 해적 한 명이 말을 하였다. 그런 그를 날치와 그나마 눈치가 조금 있는 갈매등이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으나 갈매등을 짧지만 자신의 등골을 섬뜩하게 만든 백은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만 눈감고 넘어가 주기로 하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애검은 놓고 왔기에 옆에 있던 부하의 검 두 자루를 빼앗았다.
“너 이 새끼 검 좀 묵직한 것으로 써라, 이거 갓 태어난 애들용이냐?”
긴장이 확 풀렸기에 농담식으로 자신의 부하를 살짝 갈구는 갈매등이었다.
방금 날치가 백은에게 사용한 독은 산공독의 일종으로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독에 당하면 약 2시간 정도는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아직 두 시간이라는 여유가 있기는 있었지만 빨리 처리하고 콩알만 해진 심장을 자신의 부인이 될 색목인을 바라보는 것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갈매등이었다.
“크하하하! 내공 없는 무림인은 아무것도 아니지! 크하하하. 아! 요 앞에 있는 마을이 네 녀석이 사는 마을이라고? 팔다리를 다 잘라 네 눈앞에서 마을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가지고 노는 것부터 남자들을 손가락 하나하나 자르는 것을 보여 주지.”
이제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갈매등이었다.
“역시 상조 못할 인간들이군요.”
“이 자식이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됐, 커헉.”
백은은 자신의 옆에서 입을 놀리던 날치의 목을 쥐어 올렸다.
“커컥.”
백은보다는 작은 체구였기에 백은이 들어 올리자 다리를 바둥거리던 중 살기 위해 발로 백은의 배를 차려 하였다. 물론 두 손은 이미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백은의 팔을 떼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말이다.
“귀찮네요? 벌레가 따위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니깐 말이죠.”
콰직콰직.
“꺼억.”
백은의 배를 차려던 발의 정강이를 백은은 왼손 팔꿈치로 찍어 버리자 섬뜩할 정도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릎으로 허공에 대롱거리며 떠있던 날치의 남은 다리의 허벅지를 찍어 버리자 그쪽 다리 역시 부서진 것이었다.
“얼라? 눈치 좋은 줄 알았는데 이 팔은 아직도 제 팔을 붙잡고 있군요?”
백은이 살짝 눈치를 줬으나 날치는 숨을 쉬기 위해서 백은의 팔을 놓지 않았다. 그런 날치의 모습에 백은은 살짝 혀를 찼다.
“받으십시오. 저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깐.”
쿵.
“커헉.”
백은은 날치를 너무나도 쉽게 해적들이 서 있는 곳으로 던져 버렸다. 그런 날치를 받던 중 빠르고 강하게 날아온 날치를 잘못 받아 해적의 일부가 뒤로 넘어갔다.
“거, 겁먹지 마! 그냥 조금 한가락하는 것일 뿐이야! 저 녀석 이제 내공 사용하지 못하니까!”
“과연 그럴까요?”
난간에 두 팔과 등을 기댄 백은은 부하들을 격려하는 갈매등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두목, 콜록콜록, 분명히 저 녀석 잔머리를 굴리는 것일 겁니다. 내공 따위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끄윽.”
두 다리의 고통보다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준 백은이 더욱더 싫은지 갈매등을 동조시켰다.
“분명히 바늘에 맞았어요! 그냥 생긴 것보다 조금 더 힘이 쌘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당장 죽여 버려요!”
“닥쳐! 명령하지 마!”
갈매등은 날치의 말에 괜히 겁먹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명령하듯이 말하는 날치를 한번 쏘아 줬다.
‘선장의 위치는 확실히 지켜야지.’
그러나 왠지 모르게 두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럴 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였다.
“다 같이 달려들어서 저 녀석 죽여!”
“와아아아!”
“죽여라!”
“찢어. 상어 밥으로 던져!”
단순한 해적들은 그런 갈매등의 생각은 전혀 생각도 않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불나방 같은 분들이군요.”
자신에게 달려오는 해적들을 보며 백은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작게 입을 열었다.
“하아아아.”
작지만 강하게 이색적인 백은의 작은 음성이 해적선을 퍼져 나갔다.
“꺼어억!”
“끄아악.”
“두, 두모오옥.”
“꺼억.”
백은의 작은 목소리가 만들어 낸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해적들 모두가 쓰러진 것이었다. 물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날치는 이미 눈까지 뒤집힌 상태였고 말이다. 쓰러진 해적들의 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군다나 모두 마찬가지로 귀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갈매등만큼은 멀쩡히 서 있었다.
“얼라? 두목님, 아니 선장님만은 멀쩡하시네요? 혹시 내성이라도 있는 건가?”
“뭐?”
멍하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정신을 빼앗겨 버린 갈매등은 백은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부하들 사이에 서 있던 자신만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크하하하! 그 요상한 사술은 이 갈매등 대협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내 니 녀석에게 친히 벌을 내리겠다. 으아아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백은의 말에 단순하게 속은 갈매등은 백은에게 달려들었다.
“참으로 한심하시군요.”
후웅.
무식하게 휘두르는 그의 검에서 예기 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나 어마어마한 힘이 실려 있어 만약 검날이 무디다면 단번에 몸의 뼈가 부러져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백은은 너무나도 쉽게 그런 갈매등의 공격을 피하였다.
“쨉.”
퍽.
“컥.”
순서대로 터지는 삼단 음성이었다. 백은의 주먹이 갈매등의 코를 빠르게 때리고 돌아왔다. 하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은 주먹이었다. 백은보다 족히 30㎝는 더 큰 갈매등의 몸이 뒤로 휘청거릴 정도였다.
“크아아! 이런 것은 벌레 물린 것보다도 아프지 않다!”
주륵.
“뭐 아픈 거랑 피 나는 거랑은 상관없겠지요? 쿡.”
백은에 갈매등은 입가가 가려워져 손으로 입가를 훔쳤다.
“코, 코피!?”
“방심은 금물이랍니다. 그럼 다시. 쨉쨉.”
백은의 쨉이라는 말이 뭔 뜻인지도 모르는 갈매등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쨉이라는 말과 동시에 눈앞이 연이어 번쩍였기 때문이었다.
왼 주먹으로만 빠르게 때린 것이었지만 그 공격은 상당히 빨랐기에 갈매등이 느끼기에는 동시에 양쪽 눈을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원 펀치 쓰리강냉이도 한번 해볼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오른손으로 해 줘야겠죠?”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말만을 계속 내뱉는 백은의 말을 갈매등의 귀에 들려오지도 않았다.
원래 맞아도 바로 부어오르는 체질은 아닌 갈매등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상했다. 눈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 눈이 부어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통보다는 눈앞에서 아주 작지만 자신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백은이 더욱더 무서운 갈매등이었다. 여러 번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이보다 더욱더 강한 살기도 받았지만 이번만큼 무서운 적은 처음이었다.
“자∼ 갑니다. 원 펀치 쓰리강냉이!”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는 백은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갈매등은 안 그래도 보이지 않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했다.
‘날치 이 개XX!’
자신의 무식함은 절대로 탓하지 않는 갈매등이었다.

***

백은은 자신의 앞에 있는 자들을 보며 짧게 신음성을 흘렸다.
“끄응.”
제법 아니 상당히 일이 커진 것 같다고 느끼는 백은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해적들과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백은은 잘 몰랐으나 쌍칼해적단은 나름 유명했다. 강하지는 않으나 도망치는 것이 빨랐기에 쉽게 잡히지 않는 그들은 관에 있어서는 상당한 골치 거리였다. 그러나 그건 관과의 일이었고 백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냥 다 죽여 버릴까?”
움찔.
백은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해적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살려 뒀다가 복수한다고 나서면 귀찮을 것이고, 그냥 고통 없이 황천구경 시켜 드리는 것이 저나 여러분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돈은 여기 뒤에 계신 분들에게 나눠서 집에 돌아가는 좋은 일에 쓰도록 할 테니, 걱정은 마시고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길 빌겠습니다.”
“사, 살려 주십쇼, 공자님. 집에는 토끼 같은 딸내미와.”
“저는 병든 어머니가.”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제 동생은 굶어 죽습니다요.”
해적들이 마치 합창하듯이 대성통곡하며 말하는 꼴은 미관상 좋지 않았다.
“시끄럽습니다.”
백은의 이마가 살짝 구겨졌다. 필히 과거의 자신이라면 이들을 죽였을 것이었다. 아니, 지금이라도 죽일 수는 있지만 뒤에 있는 이들로 인해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동이족이라는 자신의 선조일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몇 명이나 있었기에 더욱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빨리 돌아가 봐야 하는데…… 좋습니다. 살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물론 관에다가 넘길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
“헉, 가면 저는 죽습니다.”
갈매등이 백은의 다리를 부여잡고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울어 댔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당신의 사정입니다.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그쪽 분. 어서 가서 배를 옆에 있는 마을로 항해시켜 주세요.”
백은이 해적에게 턱짓으로 배를 움직이게 하였다. 해적들이라면 누구나 배를 몰 줄 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힘 좀 쓰신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해적들 팔 좀 묶어 주시겠습니까?”
자신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였기에 백은은 뒤에 있는 이들에게 부탁하였다. 노예로 팔려 갈 뻔한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남성 노예들 중에서는 힘을 쓰는 노예도 있었기에 그들이 나서 해적들의 손을 묶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자 쉽게 잡힐 해적들이 아니었다.
“컥.”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이 녀석 목에 바로 칼 꽂아 버리겠어!”
잡히기 싫었는지 한 해적이 팔을 묶던 노예를 인질로 잡은 것이었다. 비열하게 사는 것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기에 몸의 이곳저곳에 한, 두 개쯤의 암기는 들고 있는 해적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기세에 힘입어 옆에 있던 몇몇의 해적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몸을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백은에게 당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기에 힘이 그럭저럭 돌아온 해적들이었다.
“저런 그만두시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커헉.”
인질을 잡고 있던 해적은 눈을 뒤집더니 몸을 벌벌 떨며 쓰러졌다. 귀에서는 처음 백은에게 당했을 때보다 심할 정도로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또 인질 잡으실 분?”
백은의 말에 조용히 무릎을 꿇는 해적들이었다.
“응?”
해적들을 진정시킨 백은의 눈으로 한 여성이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선실에서 선박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문을 닫아 버리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도 있네?’
왠지 모르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같아 보였기에 백은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곧 고개를 내밀더니 선박으로 조용히 나오는 그녀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눈이 저렇게 커질 수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커지고 말았다. 그것으로 부족해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까지 고였다. 그러더니 백은에게 뛰어와 뭐라뭐라 말을 하는 외국인 여성의 행동에 백은은 뒤늦게 생각했다.
‘자, 잘못 만나 거 같은데.’
이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백은이었다.
“아! 맞다. 잠시! 배 돌려 주세요! 제가 타고 온 배 끌고 가야 해요!”
백은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가식이 없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