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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 1권(15화)
제4장 수련(4)


세 명의 검사의 합격을 피해 낸 백은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게 말을 하였다.
“이 정도쯤이야.”
며칠째 반복되는 훈련에 이제는 익숙해진 백은이었다.
처음에는 합격진에 두들겨 맞기만 하던 백은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일은 없어졌다. 물론 ‘상쇄’를 생각해 내 연습할 때도 한동안 많이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그것도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상쇄’를 하긴 하였지만 무기를 이용하는 빛의 인형을 상대로는 상당히 힘들었다. 음공이란 음파를 이용한 공격이었는데 백은의 공격은 넓게 퍼져 나가고, 그런 것에 비해 빛의 인형들의 공격은 한 점을 노리는 찌르기 같은 것도 있었기에 백은이 노렸던 ‘무기상쇄’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기했었다. 대신 빛의 인형을 직접 노리는 것으로 보법의 부족한 시간을 벌었으나 그것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었다. 빛의 인형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도 그랬지만 그들의 실력이 전혀 낮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한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한사람이 조종하는 것과 같이 너무 완벽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온다.”
슬슬 그물망이 조여 오는 것을 깨달은 백은은 준비했다. 무식하게 도를 휘두르는 한 무인의 도를 피한 백은은 자신이 이동할 장소에 이미 대기해 있던 세 명의 검을 든 무인들의 공격에 대응했다.
“멈춰랏!”
강령한 내공을 담은 음공이 퍼져 나갔다. 전보다는 세심한 조정으로 인해 빛의 인형들은 조금 움찔거리는 정도가 아닌 백은이 몸을 피할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벌고도 남을 정도로 빛의 인형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빛의 인형들이 멈춘 틈을 노려 백은은 다시 몸을 피하였다. 물론 그러며 미약하지만 음공을 계속 펼쳐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빛의 인형들의 움직임을 조금 둔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빛의 인형들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다섯 명의 합공이었다. 삼각형 모양을 취한 대형으로 다섯 개의 빛의 인형이 검이 발검하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검술이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빛 덩이이긴 하지만 쏘아 내는 단계까지 발전한 빛의 인형들이었다. 이번에는 피할 장소도 없었다. 인형이 아닌 검기 같은 것이 쏘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아압!”
하지만 백은은 몇십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이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것으로는 막지 못하고 내공을 많이 사용해도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꿰뚫는 식의 빛 덩이였기에 금방 뚫릴 것을 안 백은은 내공을 이용해 음파를 최대한 압축시킴과 동시에 검의 찌르기와 같이 그것은 한 점에 집중시켜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탄을 향해 쏘아 보냈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그 공격으로도 막지는 못한다. 상대는 다섯이었다. 혼자 막는다는 것이 어찌 보면 웃긴 일이었다. 그러나 꼭 막을 필요가 있는가? 자신이 피할 정도로만 검탄의 길이 바뀌면 되는 것이었다.
슈욱.
빛 덩이가 아슬아슬하게 백은의 볼을 스치듯 지나갔다. 하지만 백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여태까지 해 본 것들 중에 가장 성공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크.”
잠깐 성공했다는 방심에 집중력이 흩어져 위험에 처했던 백은이었으나 이제는 기습도 익숙해졌기에 조금 위험하긴 했으나 무난히 피해 내는 백은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위험한 경우는 있었지만 음파를 압축, 아니 정확하게는 더욱더 빠르게 쏘아 댐으로 인해 진폭을 좁게 만들어 조금 더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하게 되어 적은 양의 내공으로도 그들의 합공을 적어도 흘려보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
한참 불붙은 백은은 이곳저곳 정신 사납게 뛰어다니던 도중 갑자기 사라져 버린 빛의 인형들로 인해 조금 무안했는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다행인 것은 이곳에는 자신을 볼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 다음 단계는 감각을 깨우치는 것이다. 소리. 귀로 듣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람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듯 어떤 인물은 귀가 아닌 눈으로 그런 소리를 봤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리마다 조금씩 향(香)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자도 있다.
백은은 어둠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사람마다 청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각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조금 신기한 것은 냄새나 소리를 눈으로 봤다는 사람들 이었다.
― 연자는 자신의 어느 부분이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청각.”
백은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시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청각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느낄 때는 뇌로 직접 와 닿는 것 같지만 반응이 빠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렇다면…….
처음으로 어둠이 말을 끌었다.
― 청각을 봉인하겠다.
“……!”
백은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장점을 봉인해 둔 후 다시 그런 봉인을 풀어 세상을 본다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일 수가 있다. 그러니!
사라져서 아쉽다고 생각한 백은의 눈앞에 빛의 인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시작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어둠의 목소리와 함께 빛의 인형들이 달려들었다.
‘응?’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몸이 반응을 하였다. 언제 자신의 뒤로 왔는지 모르게 권을 사용하는 빛의 인형이 백은의 뒤를 노렸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살기가 없는 빛의 인형의 공격에 이상함을 느낀 몸이 반응해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빛의 인형이 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들리지 않아?’
그리고 들리지 않았다. 시각도 있기는 하지만 청각에 먼저 의존하여 왔던 백은이었기에 충격은 상당히 컸다. 충격 정도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좋아하는 음색은 나오지는 않았고, 너무나도 익숙했기에 있는 듯 없는 듯하던 청각이 없어지자 그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몸이 무거운 것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퍽.
반응이 느려지자 빈틈 역시 많아진 백은은 서둘러 시각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각에 의존해 봤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너무나도 취약했다. 말 그대로 구타의 시작이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한 대 맞는다고 쉽게 쓰러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맞는 양은 더욱더 늘어났다.
‘좋을 게 하나 없잖아!’
속으로 외쳐 봤자 소용없었다. 이제 살아남을 방법은 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죽도록 싫은 실전을 통해서 말이다.

***

이번 훈련 역시 며칠인지 모를 정도로 계속되었다. 아니, 일이 아닌 개월로 따져야 할 정도였다. 잘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사용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백은은 모르고 있었으나 그의 청각 역시 ‘음향록’의 덕택으로 발전된 것이지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런 청각마저 그랬는데 다른 감각이라고 별다를 것은 없었다.
물론 청각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수일간, 아니 수십 일간 두들겨 맞으며 자신만의 특별한 감각을 찾고 찾았지만 특별히 뛰어난 감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생각한 것이 시각을 넓히는 것이었고, 뒤를 잡히지 않게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 덕인지 보법만은 눈에 띌 정도로 실력이 늘어났다. 또한 감각적인 본능이 많이 늘어났다. 흔히 말하는 감이 많이 늘었다. 거기에 더해 체술 역시 조금이긴 하지만 발전했다.
청각에 의존할 수 없게 됐기에 빛의 인형들이 거의 접근했을 때 알아차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붙는 경우가 많았고, 공격적이지는 못하나 방어적인 형태의 체술을 실전적으로 깨우친 것이었다.
― 재능이 없군. 다음 단계다. 아니, 이제부터는 여태까지 선조들이 만들고, 발전시켜 온 것을 수련할 시간이다.
전혀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기에 한 치의 장난도,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알아들은 백은은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집중해라.
얼굴에 드러나긴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정확하게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어둠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한소리 듣기 전에 백은은 정신을 다잡았다.
― 제일식 참(斬).
어둠 속에서 한 인형이 나타나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그 인형보다 뒤늦게 나타난 빛의 인형들이 마치 두부가 잘리듯 잘려 나갔다.
― 제이식 회(回) 천(穿).
실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모이는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두려울 정도의 위력을 가질 정도로 회전을 하며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빛의 인형은 다섯! 더군다나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백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합격진!’
백은의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은의 능력으로는 겨우 길을 바꾸는 것이 다였던 빛 덩이가 쏘아져 나왔다. 빛 덩이를 향해 한 곳으로 모여 회전하고 있던 실이 쏘아져 나갔다. 한없이 약해 보이는 공격이었다. 금방이라도 실은 빛 덩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바늘과 창의 격돌 같아 보였지만 이긴 것은 바늘이라 생각한 실이었다. 회전력을 이용하여 한 점에 힘을 극대화시킨 공격으로 창인 빛 덩이를 꿰뚫어 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만큼의 내공이 들었겠지만 백은에게 지금 그런 생각까지 할 겨를은 없었다.
― 제삼식 회(回) 방(防).
이식과는 다르게 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풍차가 회전하듯 회전을 하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 덩이를 막아 내기 시작했다. 그 세 가지 초식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어떻게 보면 웬만한 무공에 있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이용한 무공이었다. 보기 드물게 실을 이용한 무공이긴 하지만 말이다.
‘형수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자신에게 은사를 준 화난령이 떠오른 백은이었지만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는 어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둠은 숲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숲이 생겨나며 사라졌던 빛의 인형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마자 백은에게 무공을 알려 주는 인형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형은 그들의 공격을 만천변화보로 피하며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간 움직이던 인형은 멈추어 섰다. 그런 인형에게 사방에서 빛의 인형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형은 가만히 있었다. 아니, 손가락만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오의 멸마곡(滅魔曲).
주위에 정신을 놓고 있었기에 청각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백은은 갑자기 시작된 연주에 정신을 놓았다.
아름다운 곡이었다. 하지만 몸은 그런 아름다움을 거부하고 있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위험한 곡이다.’
빛의 인형들이 달려드는 것을 멈추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며 하나둘 마치 초에 붙은 불이 강한 바람에 꺼지듯 빛의 인형들이 사라졌다.
‘소멸!’
빛의 인형들이 불이 꺼지듯 사라졌으나 느낌상으로는 그들이 소멸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음공을 받아 내도 고작해야 움찔거리는 정도인 인형들이 그렇게 될 정도라면 과연 사람에게 저 무공을 펼친다면?
그 결과를 생각하던 해 오던 백은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러나 그런 백은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어둠은 방금 전 백은의 눈앞에서 펼쳐진 무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앞의 세 초식은 기본적으로 은사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지막 오의만이 음공을 익힌 자들을 위한 무공이다.
나무에 은사를 역어 숲 전체를 악기로 만든 것이었다. 모두 다 이어져 있었기에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숲 전체가 울릴 만한 악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멸마곡’과는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은사를 이용하여 숲을 전체를 악기로 만들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백은은 그것을 쉽게만 보았다. 대충 나무에 역어서 튕기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 그럼 시작하겠다.
그렇기에 백은은 마지막 오의보다는 기본적으로 은사를 다루는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것 역시 조금은 자신이 있었다. 화난령에게 배워서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백은은 어느새인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길고 긴 은사들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응?”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몸에 있던 내공이 반응해 백은의 손으로 옮겨 갔다. 백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을 믿고 은사라 생각했던 것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도 곧 멈추고 말았다. 손끝에 모여 있던 기가 ‘베여지고’ 있었기에 이 상태로 잡아 들면 손가락이 잘려 나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지, 이건? 은사가 아니네?”
은사도 평범한 실과는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이렇게 만진다는 것 하나로 베여 나갈 것 같은 느낌의 예기까지는 없었다. 흔히 함정으로 은사를 설치해 놓으면 무림인들이 지나가다 자신도 모르게 베여 죽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조금 잘못된 말이었다. 확실히 일반 실에 비해 조금의 예기는 있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일 뿐이었다. 일반 실과 다른 점이라면 일반 실과는 다르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다는 점과 상당히 질기기에 잘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를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은사가 아닌 이것은 은사와는 달랐다. 마치 건들면 베어 버리겠다는 듯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 가끔 탄생하는 뛰어난 무구 중에는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 정하는 무구들이 있다. 한번 ‘그것’에게 인정을 받아 봐라!
새로운 과제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