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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 1권(24화)
제8장 노인과의 승부(1)


팽도운이 싸움에 들어가자 주변에 있는 나무 등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들 역시 팽도운의 말을 따라 가까이 있는 이들끼리 붙었다.
빙고은과 매영영, 황보근과 남궁연청, 그리고 당필중과 제갈문으로 나누어진 이들은 팽도운이 격돌한 뒤 바로 강시와 격돌하였다. 하지만 모두들 놀라고 말았다. 절대로 철과 맨몸과 부딪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 강시?”
그제야 상대가 죽은 자라는 것을 알게 된 매영영이 놀라서 소리치고 말았다. 강시 같은 것이 실존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기에 그 놀람은 더욱더 컸다.
“크앙.”
“큭.”
내공이 담긴 포효에 제대로 방비하지 못한 매영영이 조금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런 매영영과는 다르게 빙고은은 침착하게 강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시는 그런 것은 필요 없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목표는 빙고은이었다.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자를 먼저 공격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매영영보다는 빙고은을 선택한 것이었다.
후웅.
카강.
빙고은의 순백으로 되어 있는 검에 새하얀 검기가 맺혔다. 초식도 없이 마치 한 마리의 짐승처럼 달려드는 강시를 상대로 빙고은은 막기 급급했다. 그런 공격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단 하나 있었다.
‘심장!’
그렇다. 심장을 노리고 공격하고 있었다. 공격 위치가 변하며 무림인들처럼 무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점만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모두 심장을 조심해!”
이 강시만이 아닌 분명 다른 강시들도 그럴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큭.”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빙고은은 신음을 흘렸다. 빙고은이 익히고 있는 빙백신공의 힘으로 인해 검기에는 극한의 기운이 담겨 있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그에 맞닿는 것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것은 강시여도 마찬가지였다.
빙고은의 검에 닿은 팔이 얼어붙고 있었지만 강시의 몸 자체는 건재했다. 더군다나 너무 단단하기까지 하였다. 그렇기에 검을 든 빙고은은 연속으로 쇠붙이보다 강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강시의 몸과의 격돌로 손아귀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언니!”
지치지 않는 체력과 단단한 몸 자체가 무기였고 초식을 대신할 공포를 모른다는 점이 무서운 강시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매영영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으나 조금이지만 일그러진 빙고은의 얼굴을 보자 매영영은 정신을 차렸다. 이길지 질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자신이 볼 때는 합공을 하는 것이 그나마 승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그녀의 검에 연청색 검기가 맺혔다. 옥녀심공으로 쌓은 내공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합!”
그녀는 짧게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에게 맞게 환검으로 바뀐 옥녀소심검법으로 강시의 등 뒤를 노렸다. 수십 개의 거짓으로 된 검초 중 한 가지만이 진실이었다. 상당히 위협적인 검법이지만 강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히려 빙고은을 더욱더 압박했다.
카가가가강.
“으윽.”
검이 강시의 몸에 닿으면 닿을수록 더해지는 고통으로 인해 매영영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공격은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돌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이 더욱더 분한 매영영이었다.
“이런이런, 우리 아기들의 옷을 다시 구해와야 하나? 클클클.”
검기를 맞상대하는 강시의 몸보다는 그들이 걸치고 있는 옷이 걱정인 듯 노인이 웃어 대기 시작했다.
“네, 네 녀석은 누구냐!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도 이러는 것이냐.”
빙고은과 매영영보다 더욱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제갈문이 노인에게 살기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자신의 무공보다는 지략에 능한 자였기에 단단한 강시의 몸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부족한 제갈문을 대신해 당필중이 상당히 분발해 주고 있으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당필중의 맹호신권(猛虎神拳)은 강에 치우친 무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필중의 공격은 강시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또한 이미 죽은 자라서 그런지 당필중의 독 역시 소용이 없었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역시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어. 클클. 좋은 정보를 하나 알려 주마. 거기 있는 금강시의 약점은 머리이니라. 머리를 부수면 멈추게 되지.”
노인은 자신의 정체보다는 강시의 약점 알려 주었다. 일방적인 싸움보다는 치열한 싸움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크윽!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냐!”
상대방이 자신의 약점을 알려 주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머리가 약점이라고는 하지만 겉이 단단하기에 강시의 머리를 부술 방법이 없었다.
쾅.
“크윽.”
“황보 오라버니!”
한쪽에서 조용히 싸우고 있던 황보근이 강시에게 일격을 맞고 날아간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 홀로 싸우고 있던 팽도운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작은 흔들림은 힘겹게나마 호각을 이루고 있던 팽도운에게 빈틈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연이어 공격하던 강시는 그런 빈틈을 짐승적 감각으로 느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목표는 반드시 잡겠다는 것인지 팽도운을 향해 강철보다 단단한 손으로 찔렀다.
“제길!”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팽도운은 도로 강시의 공격 궤도를 살짝 빗나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했기에 그의 왼팔이 강시의 손에 스치고 말았다.
“큭.”
“독은 없으니 걱정 말게.”
노인의 말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방금 그 공격이 끝이 아니었다. 찔러 나가던 궤도를 멈추고는 그대로 팽도운에게 팔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런 그의 공격으로 인해 팽도운 역시 멀리 날아갔다.
― 지금!
멀리 날아가던 팽도운의 귀로 황보근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러자 날아가던 팽도운의 입가에는 당했다는 것보다는 미소가 걸렸다.
날아가던 몸을 가볍게 돌려 자세를 잡더니 팽가의 보법인 미허신보(彌虛神步)를 밟으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팽도운이 향한 방향은 세 마리의 강시의 호위를 받고 있는 노인이 앉아 있는 곳이었다.

***

황보근은 강시와 맞서 싸우면서 생각했다.
‘오래 끌면 불리하다.’
황보근의 생각대로였다. 강시는 체력이 지치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자신들은 체력도 지칠뿐더러 공격도 소용이 없었다.
― 도운. 노인을 노린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홀로 싸우고 있었기에 더욱더 힘들 것이란 것은 알지만 실력도 뛰어났고, 그나마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 중 팽도운만의 실력은 확실히 알고 있는 황보근이었다. 다른 이들의 실력은 정확하게 모르기에 믿을 수 있는 팽도운에게 전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황보근의 전음에 팽도운은 대답 없이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하지만 막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만 해도 뚫기 힘든데 이들을 뚫어도 저 뒤에 있는 이들이 문제였다.
‘힘을 최대한 아낀다.’
그러며 강시의 공격에 몸을 익숙하게 맞추어 갔다. 그런 그에게 도움이 된 것은 빙고은의 한마디인 심장을 노린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보니 확실히 강시는 심장을 노렸다.
권각술 중심이기에 최대한 근접해서 싸웠기에 가급적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막아 내는 방법으로 싸워 와서 그다지 느끼지는 못했지만 빙고은의 한마디로 인해 조금씩 강시의 공격을 회피하다 보니 확실히 강시가 심장을 노린다는 것을 알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팽도운 역시 자신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지금!
아마 자신보다는 늦겠으나 그래도 움직이는 순간을 알려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황보근은 팽도운에게 전음을 날리며 고의적으로 강시에게 한 대 맞았다. 그리고 맞고 날아간 방향은 당연히 노인이 있는 방향이었다.
“황보 오라버니!”
혼자 남은 남궁연청이 조금 걱정이긴 하였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여성이랄까? 적을 속이기 전에 아군부터 속이란 말이 떠올라 남궁연청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밑바탕에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음이 있었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황보근이 날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팽도운도 날아왔다.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어차피 팽도운이 도착하는 순간이 노인에게 달려드는 순간이었기에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런 황보근의 눈과 팽도운이 눈이 마주쳤다. 팽도운이 몸을 돌려 자세를 다잡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팽도운의 뒤로 황보근 역시 따라 달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두 사람의 동작은 맞아떨어졌다. 서로 다른 세가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후아아압.”
기압과 함께 팽도운의 두 팔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퍼졌다.
“클클클. 좋구나. 좋아! 좋은 판단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가 될 거면 머리는 필요 없다는 것은 알려 주고 싶구나.”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사람은 무서운 법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오히려 그런 생각을 짜낸 머리는 필요 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런 노인의 행동이 불안하긴 하였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둘의 행동을 본 나머지 일행도 결정을 내렸다. 빙고은과 당필중의 시선이 빠르게 교차되었다.
― 남궁 소저, 매 소저, 이쪽으로 모이십시오.
당필중의 전음과 앞으로 뛰어나가는 빙고은의 모습을 본 그 나머지 이들은 그의 전음의 내용을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빠른 것은 남궁연청이었다. 황보근이 뛰어나감과 동시에 자신이 상당히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황보근을 따라가려는 강시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었고, 이제는 황보근이 아닌 자신을 노리고 있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네 명은 당필중의 도움으로 서로 모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노인이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안 그래도 실력이 불리한데 노인까지 싸움에 끼어들게 된다면 저쪽 역시 4대 3의 대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제는 5대 3이 될 수가 있었다. 팽도운이 상대하던 강시 역시 그쪽으로 뛰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노인의 태도가 더욱더 신경 쓰였다.
“지금은 우리 쪽 일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죠. 저 세 명 모두 절대로 무시 못할 실력자들이니.”
당필중의 말에 세 명은 작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오면서 볼 때마다 실력이 오르는 그들이었기에 지금은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팽도운과 황보근이 달려오는 것을 본 노인을 호위하고 있던 세 마리 강시 중 두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오자 팽도운은 자신의 거대한 도를 내리그었다.
쾅.
팽도운의 부풀었던 팔에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앙.”
“크윽, 가! 내가 둘을 맡겠다.”
한 모금의 피를 토해 낸 팽도운은 자신의 말보다 먼저 앞으로 지나간 황보근의 행동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거 유지하기 힘들거든.”
깨달음을 얻지 못해 도강의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미약하지만 도기보다는 위력적으로 내공을 응축시킬 수 있는 단계의 팽도운이었다. 이 기술은 아직 도강으로 들어서는 단계이기에 불안전한 기술이었지만 그만큼 파괴력만큼은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반발력으로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상당히 위험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판국이 아니었다.
팽도운은 잠시간의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 앞에 있는 팽도운의 공격을 받지 않은 강시 한 마리를 다시 날렵하게 피해 앞으로 나아가는 황보근을 따라가려 몸을 돌리는 강시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자신에게 공격당한 강시가 부러진 것인지 살짝 휘어진 팔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말이지…… 쯧쯧.”
딸랑.
그냥 싸우기만 하면 될 인형들 따위가 생각을 하려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혀를 찬 노인은 방울을 다시 흔들었다.
“크아아아.”
그러자 강시들의 붉은 눈이 더욱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잠시 멈추었기에 팽도운은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황보근이 이곳에서 발목을 붙잡히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이런!”
그렇지만 자신이 문제였다.
쾅쾅쾅쾅.
황보근을 따라갈 것이라 여겼던 강시가 황보근은 신경 쓰지도 않고 팽도운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여 준 강시에게 조금은 고맙기는 하지만 두 마리의 강시를 번갈아 가면서 치는 것도 솔직히 힘들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기로는 완전히 부수지도 못할뿐더러 조금 타격을 강하게 주기 위해 머리를 노리면 피했다. 쓸데없이 내공 소모가 심해지는 것을 느낀 팽도운은 자신의 한계에 맞게 기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도기로 바꾸었다.
자신이 할 일은 이 두 마리의 강시를 잡고 시간을 끄는 일이었다. 가급적 세 마리의 강시를 다 끌어서 더욱더 편하게 해 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아직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 부탁합니다.
자신이 방금 전에 상대하던 강시가 따라온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강시의 뒤로 따라오던 빙고은은 도와주지 않고 팽도운을 지나쳐 갔기 때문이었다.
‘이기면 전부 내 공이다!’
두 마리도 버거운데 세 마리는 솔직히 시간을 오래 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둘러싸였기에 더욱더 그랬다. 팽도운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회피 중심이 아닌 방어 시에는 거대한 도를 이용한 방어로 싸워 온 팽도운이었다. 그렇기에 방금 전의 방울 소리로 인해 막을 때마다 느껴지는 강시들의 힘이 조금 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인 점은 신체는 그대로라는 것 정도인가?’
몸의 단단함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렇기에 팽도운이 막을 때마다 조금씩 강시들에게도 피해가 있었다. 힘이 강해질수록 반발력도 강해졌기에 팽도운이 막을수록 강시들 역시 조금씩 몸이 망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팽도운과는 다르게 강시들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것이 팽도운에게 있어 가장 불리한 점이었다.
“큭.”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으로 인해 앞의 두 마리의 공격은 막았지만 뒤에서 오던 강시의 손에 옆구리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행히 다리가 아니라는 점이 괜찮았지만 그래도 상처가 늘어 가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래 못 버텨! 큭.”
가면 갈수록 늘어가는 상처와 얼마 싸우지는 않았지만 한 초 한 초가 강하게 맞붙었기에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그런 팽도운이 자신의 입장을 외친 때였다.
쿵.
“커헉.”
팽도운의 눈앞으로 검은 인형이 날아갔다.
“화, 황보근!?”
그 인형은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아는 인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