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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대한제국 1(3화)
2장 이계 상륙작전(3)


작전실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충렬 준장을 비롯하여 참모진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F―35 파일럿인 김령 중위가 마주 서 있었다.
“김령 중위. 어째서 독도함에 착함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보게.”
박 대령이 매우 심각한 어조로 상황 설명을 요구하였다.
“예. 저희 K2 소속 청수리 편대는 금일 17시 10분, 청해 함대 공중 지원 임무를 명받았습니다. 17시 20분, 부산항에 중국군의 핵미사일이 떨어졌고, 같은 시각 광주에도 핵미사일 공격을 받아 노이즈가 심해져 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고, 저희는 초기 임무대로 청해 함대가 위치한 제주도 남서쪽 해상 20킬로미터 지점을 기준으로 작전에 돌입하였습니다. 17시25분, 청해 함대가 있는 해역에서 번쩍이는 섬광 현상을 발견, 즉시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접근을 시도. 그리고 바다가 거대하게 구형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핵 어뢰 공격으로 판단, 긴급 상승을 시도하였습니다. 상승하던 도중, 상공에서도 섬광 현상이 보였고 순식간에 덮쳐 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 상승 중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대로 뚫고 지나갔지만, 같은 편대 소속 허상일 소령은 회피 기동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빛을 뚫고 2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였고, 주변을 살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반경 100킬로미터 이내에 적 함대가 존재하지 않음을 판단하고, 17시40분, K2에 귀환을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핵 공격의 영향인지 전파가 잡히지 않아 육안으로 지상을 확인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실시. 17시50분, 해상을 계속 비행하였지만 육지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단독 판단으로 제주도로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선회를 실시하였습니다. 18시 00분. 제주도 또한 발견되지 않았으며, 근처를 선회하던 중 연료가 거의 바닥이 난 상황에서 독도함에 연락을 시도하였습니다. 선회를 하며 계속 콘택트를 시도. 독도함으로부터는 무응답이었고, 무리인 줄 알면서도 착륙을 시도하였습니다.”
“잠깐. 통신 불능 상태인 독도함인데, 그런 무리한 착함을 시도한 이유는 뭐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주변에 육지가 없으며, 전투기의 연료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습니다. 어딘가 착륙하지 못한다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회를 하는 도중 랜딩 기어를 내려 착륙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뭐든지 독단이군. 중위, 자네의 행동은 군법회의감이야!”
작전참모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분명히! 제 독단이긴 합니다만,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독도함이 제가 착륙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김령 중위의 눈은 똑바로 청해 함대 제독 김충렬 준장을 향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에는 눈빛으로 대화가 오고 갔다. 김령 중위는 감사의 눈빛을, 김충렬 준장은 무사한 딸의 모습에 기뻐하는 눈빛이었다.
그때 전술참모 최인혁 대령이 나섰다.
“확실히 중위의 행동에는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만, 김 중위의 보고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전술참모 최 대령에게로 향했다.
“첫째, 우리 청해 함대는 제주도 남서쪽 20킬로미터 지점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중위의 보고에는 제주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아무리 통신이 두절되었다고는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가 방향감각을 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즉, 귀환하려던 중위의 증언에 따르면, 북동쪽으로 가는 도중에 육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제주도는 물론이고 본토조차 발견되지 않았다는 증언은 이상했다.
“그리고 현재 자각하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날씨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핵 어뢰의 공격을 받기 직전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캄캄한 바다였습니다. 한데 핵 공격을 받고 난 직후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는 점입니다. 김 중위, 자네가 귀환을 하던 중의 날씨가 어떠했나?”
“화, 확실히 17시 25분 이후에 고도 2만 피트 도달 후에는 위에서 내려다봐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습니다. 육안으로 바다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육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령 중위는 약간 당황해하면서 대답했다.
“본 함을 비롯하여 청해 함대 이외의 배는 발견되었나?”
“전투기 레이더에는 반경 100킬로미터 이내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EMP 때문에 레이더가 오작동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작전참모 박 대령이 딴죽을 걸었다.
“전투기 같은 정밀기계 덩어리가 EMP의 영향으로 오작동을 일으켰다면, 그건 추락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어떻게 레이더만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지요? 김 중위는 핵 공격을 감지하고 수직 상승하여 EMP의 범위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잠깐 한숨을 돌린 최 대령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입니까?”
모두가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손목시계를 들어 보았다. 그러나 손목시계는 17시 25분을 기준으로 멈추어 있었다.
김 중위 또한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어 보았고 대답했다.
“18시 30분을 막 넘긴 시간입니다.”
“맞습니다. EMP 때문에 우리 모두 시계조차도 멈춰 버린 상황에서, 김 중위의 손목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김 중위는 EMP의 충격파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고, 현재 시간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말입니까!”
작전참모 박 대령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지금 바깥을 보십시오. 분명 저녁 무렵임에 틀림없을 시간인데, 이제 갓 정오를 넘긴 듯이 환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랬다. 모두가 망각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환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이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환했다.
“김 중위의 증언과 지금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핵 공격 직후 우리는 어딘가로 날려져 이동했다고 판단해도 무관합니다. 태양의 기울기로 미루어 짐작컨데, 대서양까지 날려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입니다.”
“그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입니까! 대서양이라니요! 핵 공격 맞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갔단 말입니까?”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그러했고, 현재 상황을 납득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김 중위의 증언에 거짓이 없음은 그가 타고 있던 전투기가 설명해 줍니다. F―35의 작전 반경은 1,100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연료가 바닥난 상황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폭발의 영향으로 김 중위도 우리와 같이 날려져 온 것이겠지요. 대서양까지 날려져 온다는 것은 저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지금 이 날씨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시간과는 전혀 맞지 않는 하늘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북극이나 남극에서나 보는 백야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기온은 여름 날씨입니다. 완벽하게.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곳은 극지방에 가까운 곳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무얼 보고 무얼 믿어야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완전히 미아가 되어 버렸고, 대한민국의 서해안과 남해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바다에 있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최 대령도 흥분을 하였는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복잡한 상황이 되자, 김충렬 준장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러모로 의문투성이인 현 상황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통신 장비를 수리하는 일이 급선무야. 이 함장, 수리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같이 참석해 있던 이석후 중령이 김충렬 준장의 질문에 답했다.
“통신병들이 수리 중이며, 30분 내로는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과의 연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2차적으로 함 내의 모든 전자 장비들의 점검에 들어갑니다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통신 장비 수리를 서두르게. 그리고 김 중위는 내 방으로 따라오도록 하고, 이만 해산하지. 아직 상황이 명확하지 않으니, 데프콘 1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김충렬 준장은 자리를 비웠고, 김령 중위도 김충렬 준장의 뒤를 따랐다.

사령관 개인실. 개인실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방들에 비해 약간 클 뿐 별다른 특색은 없는 장소에서, 김충렬 준장은 김령 중위를 마주 보고는 눈물을 쏟았다.
“령아! 살아 있어 줘서 이 아비는 기쁘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던 그였고, 그것은 그의 딸도 마찬가지였다.
군인이라는 신분과 계급이라는 제도 속에서 그는 자신의 딸을 앞에 두고도 개인적인 감정을 보여 줄 수 없었고, 그것은 그의 딸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야말로 핵 공격 속에서 무사하셨군요!”
부녀는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지에서, 가족들은 조국을 위해 각자의 임무에 충실했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걱정이 안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서 만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데 이 녀석, 전투기를 독도함에 착륙시킬 생각을 하다니. 누굴 닮은 게냐?”
“아버지 닮아서 그렇죠. 그리고 아버지라면 반드시 착륙할 수 있도록 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녀석도 참. 그놈의 무대포 정신은 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따라갈 게다.”
“예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착륙 가능하다고.”
“이 녀석이! 그래 이놈아, 내 그걸 기억하고 있었고, 왜인지 모르게 저 전투기에 타고 있을 게 너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마는, 진짜로 네가 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도 안 다치고 무사히 착륙했잖아요. 이제 그만하세요.”
“하여튼 사고 치는 것 하고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쯧쯧.”
“헤헷.”
“그런데 정말로 제주도가 안 보이더냐?”
“예. 정말이에요. 그리고 방향감각이 어쩌니 하지만, 전투기에는 나침반도 있어서 방향을 틀릴 일은 절대로 없어요. 육지가 보일 만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섬 하나 안 보였다니까요.”
“그렇단 말이지. 그럼 적 함대는?”
“확실히 핵 공격 직전에는 상해 함대를 레이더로 포착했는데, 핵 공격 직후에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F―35의 수색 범위를 생각하면 이 주변은 완전히 망망대해이고, 배 한 척 없는 상황이에요.”
“도저히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나. 네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저도 믿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진 것이고, 어디인지 모르지만 망망대해의 한가운데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요.”

김충렬 준장이 자신의 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통신 장비가 어느 정도 수리가 되었다. 더불어 세종대왕함에서는 대공 레이더를 중점적으로, 율곡 이이함은 수중 탐지 소나를 중점적으로 수리했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작전실에 모인 김충렬 준장과 각 참모들, 그리고 배석한 김령 중위는 작전참모 박태성 대령으로부터 보고를 들었다.
“현재 무선통신 장비가 일부 복구되어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과의 교신이 가능해졌습니다. 세종대왕함은 대공, 대함 레이더를 중점적으로 수리하였으며, 반경 200해리 이내에는 항공기와 함정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율곡 이이함은 소나를 중점적으로 복구하였고, 3해리 이내에서 잠수함 한 척을 발견하였습니다. 정확하게는 본 함대를 기준으로 5시 방향, 수심 20미터 지점에 있으며,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신호라니? 무슨 소리인가?”
“잠수함 측에서도 핵 공격의 영향인지 모든 전자 장비들이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인 듯합니다. 함 내에서 벽을 두들겨 모스부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내용으로는 ‘기능 정지. 구조 요망’입니다.”
“적아 식별은 불가능한가?”
“아직까지 식별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액티브소나를 수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접근했다가 적 잠수함일 경우라면 낭패입니다.”
“자네 바본가? 아니면 바보인 척하는 건가?”
“네?”
“헬기 띄워! 수심 20미터면 상공에서 잠수함 크기 정도는 식별할 것 아닌가?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해병대 잠수부원 몇 명도 데리고 가!”
“아, 네. 알겠습니다.”
통신 장비가 회복된 이상 최소한이나마 작전 수행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반경 200해리 이내에 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당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태세를 데프콘 2로 한 단계 낮추고, 사병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전투식량 배분하게. 참모들도 전투식량으로 식사하면서 작전실에서 대기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