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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대한제국 1(13화)
4장 몬스터 토벌작전(3)


제라드로부터 이곳 세계의 달과 날짜를 확보하여 달력을 만들었으며, 상륙해인 올해를 대한제국 건국 원년으로 잡았다.
놀랍게도 이곳의 시간은 지구의 그것과 거의 일치했으며, 천문학과 지구과학을 전공한 사병로부터 정확한 날짜 기준까지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와 동지, 춘분과 추분까지 알아내는 데에는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으며, 다른 나라에서 이용하는 시간까지 확인하여 대한제국 표준시까지 지정을 해 두었기에 시간과 날짜 관념은 확실히 잡혔다.

건국 원년 10월. 지구 서기 2017년 1월 추정.

상당수의 마나석을 확보하자 마나석을 이용한 엔진 기관 개발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류의 산업화와 현대화가 급격히 이루어진 계기는 바로 산업혁명에 있었고, 그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람의 힘을 대신할 기계의 개발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대한제국에는 다행히 석유나 석탄 같은 연료를 대신할 마나석이 있었다. 또 화석연료의 사용에 있어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석유제품의 생산보다는 화석연료 자체를 대체할 마나석을 이용한 동력 기관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제라드는 그 중심에 있으면서 마나석을 이용한 기관을 개발하는 작업에 투입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원으로 발탁되었다.
물을 끓여 이용하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많은 용도로 개선 발전되어 이용되어 왔듯이, 마나석의 마나를 이용한 마나엔진이 만들어졌다.
실린더 속에 일정량의 마나를 집어넣고, 피스톤이 최고 정점에 도달하였을 때 주입된 마나가 폭발하고, 그 힘으로 다시 피스톤은 밀려 내려가고, 연결된 크랭크가 회전하며 다시 상승하는 2행정 기관이 시범적으로 만들어졌다.
순수한 마나를 이용하여 폭발을 시킬 경우에는 산소를 소모하지를 않아 별달리 흡배기가 필요하지 않았으나, 회전력이 약했다.
반면, 화속성을 활성화시켜 이용할 경우, 공기를 태워 힘을 얻기 때문에 흡배기가 필요했으나 회전력은 강했다. 대신 마나석의 소모가 컸다.
이런 여러 가지 장단점이 발견되는 가운데,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자동차 엔진으로서의 마나엔진의 개발에 성공했다.
반파된 군용 트럭에서 엔진을 들어내었고, 연료인 디젤을 대신하여 마나석이 활용된 것이다.
밀봉된 마나석은 기존의 디젤 연료 통에 비해서 6TN 배터리 하나 크기만큼 작은 용기에 담겨졌다.
기존의 연료관을 그대로 이용하여 마나가 이동하였고, 1, 2, 3차 연료 필터는 깔끔하게 제거되었다.
인젝션이 개조되어 마나를 끌어당겨 공급하는 역할로 바뀌었으며, 각 피스톤에 화속성 마나를 공급하게 되었다.
디젤엔진의 특성상 압축열로 폭발하는 형식이었고, 압축 폭발에는 화속성으로 변환하여 적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자동차용 엔진 개발에는 3개월이 걸렸으나, 문제는 마나석이었다.
마나석이 무한히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나석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일부만 사용하여도 출력이 떨어지고 엔진은 멈추어 버렸다.
실제로 엔진의 마력 자체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배터리만 한 마나 팩 1개로 고작 1시간을 버틸 뿐이었다.
부피를 키워 기존의 연료 통과 같은 크기로 키운다고 가정하였을 경우에도 형편없이 낮은 성능을 내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실험에는 더 많은 마나석이 필요했고, 개발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3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화했다.
도저히 사람 손만으로 이 정도까지 이루었을까 싶을 정도로 변화가 있었다.
각 지역으로 지질 확인을 위해 떠난 팀들이 되돌아왔고,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듯 몇 가지 광맥을 찾아내기도 했다.
철광석과 무연탄, 그리고 석회석의 발견이었고, 그중 석회석이 있는 지역은 그리 멀지 않았다.
2개월 동안 주민들 중 젊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군인으로서의 훈련이 이루어졌고, 어느 정도 쓸 만한 정도로 발전을 이루었기에 지역 확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최우선 목표로 마나석이 채취되는 곳과 석회석의 확보였다.
마나석과 함께 일반 자갈들도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이었기에 석재의 확보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졌으며, 해안선을 따라 알 모래의 확보도 쉽게 이루어졌다.
마나석 채취와 더불어 석회석 채광이 이루어졌고, 그 자리에 어설프게나마 시멘트 공장이 만들어졌다.
나무로 지은 허름한 건물에 사람 손을 이용하여 석회석을 잘게 부수고 가루를 만드는 과정이었고, 생산 효율은 지극히 나빴다. 당연히 분진으로 인해 고역을 치르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어쩔 수 없이 작업자들에게는 군용 방독면이 지급되었다.
방독면의 지급으로 어느 정도 수월한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생산량이 급격히 오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마나엔진의 개발이 시급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나는 동안 채취된 석회석을 이용하여 석재의 사이사이를 메우는 식의 석조 건물이 하나둘씩 지어지기 시작했다.
목조건물의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높았으며, 건축에는 편리하였지만 꾸준한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튼튼한 단층 건물을 만드는 데에는 석재와 시멘트를 활용한 집이 더 좋았고, 생산 대비 효율을 비교해 보아도 목재에 비하여 장점이 많았다.
그리고 다시 2개월의 시간이 지나 마나석의 정제가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나엔진의 활용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전체적인 개발 기간이 굉장히 짧았던 이유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엔진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빠른 개발이 가능하였다. 지식 면에서는 마법적 지식이 뛰어난 인재인 제라드가 있었다. 응용 면에서는 기계에 대한 넘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정비병들이 그 몫을 차지하였고, 검증에서는 오랜 경험의 부사관들이 역할을 하였다.
개발 기간 동안 테마가 된 것은 어떻게 마나를 흘려보내 힘을 얻어 내느냐였었고, 그 문제는 제라드의 마법적 지식으로 간단히 해결되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급과 차단에서도 기존의 연료밸브를 응용하면 그만이었기에 문제가 없었으며, 그 외 상당 부분의 엔진 특성이 기존의 연료를 연소할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다만, 마나석이 포함하고 있는 마나량이 일정하지 않았고, 마나를 균일하게 뽑아내는 것에서도 한계가 있어 마나석을 이용하여 만든 마나 팩이라는 것이 필요하였다. 그중에서도 마나석의 정제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 마나엔진은 결국 제법 만족스러운 성능에 도달했다.
시제품 마나엔진은 곧장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졌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비효율적으로 투입되어 있는 곳이었고,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곳이었다.
마나엔진으로 분쇄기가 만들어졌다.
석회암 자체가 그다지 강한 암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분쇄기 제작과 작동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엔진에 붙어 있던 발전기는 그대로 활용하여 시동을 걸 때 필요한 배터리에 연결되었다.
발전기를 배터리에만 연결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었지만, 전기에너지를 얻어도 달리 활용할 부분이 아직까진 마땅히 없었다. 전기모터라도 만들려면 양질의 구리 선과 영구자석 같은 필수 재료가 필요한 탓도 있었던 것이다.

건국 1년 1월.

마나엔진의 난제가 해결되자 군용 트럭들에 대한 엔진 개조 작업이 전반적으로 실시되었다.
한 대, 한 대 엔진 개조가 이루어지고, 그동안 인력만으로 곤란했던 일에 트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료의 공급을 장담할 수 없어서 최대한 운용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엔진 개발에 성공한 정비병과 정비관 들은 속속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라드는 마나 팩의 재활용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었다.
사용을 마쳐 마나가 고갈된 마나석을 다시 이용할 방법이 없는가에 대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라드와 이 하사가 마나 팩 재활용에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는 동안, 마나엔진의 응용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기 개발된 2행정 1피스톤의 시험작을 기준으로 탄생되어진 마나 바이크가 나타났고, 마나 팩의 소형화로 다양한 크기의 마나 팩 제조가 가능해짐에 따라 6볼트 건전지만큼 크기가 작아지자 마나 톱도 만들어졌다.
원리 또한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고, 연료로 마나 팩을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발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1세기의 지식과 장비 들이 개발 기간을 극도로 단축시켜 주었으며, 대량 제작을 통해 수많은 제품들이 마나 팩을 달고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하루하루가 다르게 보일 만큼 엄청난 속도로 국토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영토도 확장되면서, 최초 상륙 지점으로부터 깊은 곳은 내륙으로 30킬로미터 지점까지 점령했다.
그만한 영토를 개발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몬스터와 이렇다 할 큰 충돌이 없었다.
발견된 몬스터는 대부분 오크들이었고, 해병대의 투입으로 오크들은 마을 단위로 불태워 없애는 식으로 전진하였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섬멸하면서 영역을 자연스럽게 확장해 왔기 때문에 반동이 적었다.
간혹 경계 구역에서 타 지역의 몬스터가 출몰하기도 하였지만, 콘크리트 방벽이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피해 우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토가 서서히 확장되어 갈 무렵, 초창기의 무분별한 개발에서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일부 구역의 삼림을 그대로 남겨 두는 식의 구역 지정 개발이 실시되어졌다.
숲의 일부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가 차후에 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합당하다고 판단되어 환경 친화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는 동안, 높은 회전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모든 엔진들은 마나엔진으로 교체되었다.
극히 일부의 장비만이 그대로 남겨졌으며, 그 장비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연료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디젤과 휘발유는 마나엔진으로 대처가 되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항공유였다.
군용 헬기에 사용되는 항공유를 대신할 엔진의 개발은 무척이나 힘들고 더딘 작업이었고, 무엇보다 지식 면에서 부족했다.
헬기 엔진은 군용 트럭의 엔진과는 달리 고정밀기계였으며, 높은 신뢰성과 항공 시스템 공학적인 부분이 관여되기에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이다.
군용 트럭의 특징은 정비가 용이한 것이었기에 엔진 룸을 열어 보면 허전하다.
승용차의 경우에는 엔진 룸을 열어 보면 뭐가 그리 빡빡하게 가득 차 있는지 정체 모를 것들로 가득하여 보통 사람은 하나도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군용 트럭은 구조가 매우 단순하며 꼭 필요한 것들만 달려 있다. 그렇게 남아도는 공간과 단순한 구조로 인하여 쉽사리 개조가 가능한 군용 트럭과 소형 장비들에 비해 항공기는 아직까지 무리가 많은 분야였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약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짐에 따라 큰 시행착오 없이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시행착오가 없다는 것은 시간의 단축을 의미했고, 기술적인 발달이 단시간에 고도화되는 것을 뜻했다.

건국 1년 7월

도로가 정비되고, 소도시가 형성되었다.
한글의 도입과 언어교육을 통하여 문맹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사회적 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으며, 1년 만에 그것이 대두되어 문제 제기가 되었다.
바로, 남녀 성비 불균형이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