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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대한제국 1(15화)
4장 몬스터 토벌작전(5)
청해 함대 소속 장병들은 대부분 직업군인이 되었으나, 일부 기술 개발이 가능한 사람들은 전역을 하여 군인으로서의 임무에서 벗어났다.
비록 전역을 하였다고 하지만 이들은 국가 기반을 다지는 각처에 있어서 중요한 틀을 잡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기계공학에 능한 사람과 각종 물리학, 화학 등의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국방 마도과학기술 연구소를 설립하였고, 국영기업으로 운영되어졌다.
인구가 적었지만 화폐의 필요성은 인정되었다. 구리 광산의 개발로 화폐로 쓸 구리 동전이 주조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시장경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나라에서 일하며 받는 돈으로 나라에서 판매하는 식량과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개인 간의 거래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무엇 하나 가진 것이 없는 것은 누구나 같았으며, 정부가 대부분의 물자를 통제하고 제공하는 계획경제에서 딱히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었던 탓이 컸다.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시장이었지만 법대 출신의 장병들을 통하여 상거래법은 일찌감치 만들어졌다.
마나석을 이용한 마나엔진의 개발로 각종 차량의 운행이 가능하였기에 도로교통법도 생겼다.
그 외에도 각종 형법, 민법 등이 꾸준히 개선되어 만들어졌으나, 아직까지는 법이라는 것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영토가 너무나 작아 일개 영지 수준에 불과하였지만, 확실히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그 기반을 체계적으로 다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인구문제가 거론되면서 노예들이 이 땅을 밟게 되었다.
노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원에게 군 복무의 의무가 주어졌다.
늙어서 군 복무가 불가능한 노예에게는 가족이 대신 군 복무를 지는 것으로 대처되었으며, 군 복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다.
바로 ‘시민’으로 말이다.
그렇게 전체 인구 1만 2천을 넘어가게 되는 시점이 되자, 새로 시민이 된 기존 노예들을 투입하여 조선용 도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금 대규모 토목공사가 실시되면서, 영토 확장도 재개되었다.
내륙 깊숙한 부분에 이르기까지의 탐색도 이루어져 잊혀진 땅의 남쪽 절반은 대략적인 몬스터의 분포와 마을들의 위치까지도 파악이 완료되어 있었다.
2차 영토 확장은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졌다.
과거 부산 지역의 확보와 1차 영토 확장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닌 해병대를 대거 투입하였었다.
하나 이번에는 원주민들을 훈련시켜 몬스터들과 맞서게 되는 첫 번째 대규모 영토 확장이었기에 지휘부로서는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크와 같은 집단 서식 몬스터는 서식 위치가 거의 정확하게 파악되어 있었기에 해병대원들을 투입하여 부비 트랩을 설치하거나 불을 질러 섬멸하는 식으로 영토를 넓혀 나갔다.
반면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 같은 대형이지만 개별적으로 서식하는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훈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초기 원주민들로 구성이 된 병사 분대들로 하여금 개인화기를 사용하여 제압하게 하였다.
자원의 부족으로, 평상시에는 나무로 만든 총으로 훈련을 받던 이들에게 제대로 된 총기가 지급되었고, 처음으로 총이라는 것을 실제로 사용해 본 이들은 깜짝 놀랐다. 조준만 잘하면 오우거라도 총알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작전 개시 이 주일 만에 남부 지역의 상당 부분이 정리되었다.
산맥이 연결되어 있어서 작전이 어려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영토 확장이 이루어졌다.
전반적으로 U자 형태로 영토가 확장되어 전선이 길어진 듯도 하였지만, 집단 서식형 몬스터들에 대한 철저한 섬멸로 인하여 몬스터 간의 영역에 구멍이 발생했기에 확보된 영토 내에서는 몬스터와의 접촉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몬스터들의 생태 환경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몬스터의 종류, 숫자, 주 행동반경 등 모든 것을 체크하고 분석하지 않는 이상에는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단순히 찾아내고 밀어붙이기만 했다면 영토 확장도 거의 못 이루고 몬스터들에게 철저하게 부서졌을 것이다.
과거 잊혀진 땅에 살던 고대 제국이 그러했고, 잊혀진 땅을 공격해 온 수많은 나라들의 군대가 그러했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분포해 있는 몬스터들에게 단순하게 군대를 보내어 접촉하면 공격하는 식의 토벌이었고, 체계적이지 못한 공격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밀려나던 몬스터들이 결국 그들 전체의 행동반경이 무너짐으로써 대규모의 반격을 일으키게 만들어 버린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숫자가 많다고 하나, 일반적인 인간들에 비해 강력하다고는 하나, 결국 지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체계적이질 못한 것이 몬스터였다. 그러니 첨단 무기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그 사실은 해병대들이 입증해 주었고, 2차 영토 확장에 따른 남반부 몬스터 토벌 작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몬스터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고, 무장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지만 해병대원들은 지난 2주일 동안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으면서 착실히 전적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반면, 개인화기를 지급받은 원주민병들에게서는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오랜 세월 동안의 몬스터에 대한 뼛골까지 깊이 새겨진 공포심과 총기 사용의 미숙이 원인이었다.
그래도 경이적인 속도로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각 마을들을 통합해 나갔다.
또 하나의 경이로운 기록은 원주민병들의 부상자는 제법 나왔지만, 사망자가 고작 다섯 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라는 점이었다.
이토록 엄청난 속도와 적은 숫자의 사상자를 내면서 광범위하게 영토 확장이 이루어졌고, 2차 영토 확장의 1단계는 2주일 만에 마무리 지어졌다.
통합된 마을은 800개가 넘었으며, 인구는 1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너무나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마을들이었기 때문에 주요 거점별로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국지적으로 방어지역 자체를 다시금 축소하였다.
당분간은 몬스터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다른 몬스터들이 구멍을 메우면서 다시금 접촉하게 될 것이고, 마을 단위로 분산되어 있는 데다가 전선이 너무나 길어져 있는 탓에 잘 훈련된 병사가 부족하였던 것이다.
남서부 지역에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기에 일정 구역의 평야 지역을 감싸는 듯한 형식으로 도시가 세워졌다.
중서부 지방은 추후에 행정적으로 중요한 거점이 될 수는 있었지만, 당장은 인구가 집중될 필요가 없었고, 동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산맥에서 여러 가지 광맥이 발견되었기에 광산 개발을 위하여 주민들의 이주가 실시되었다.
건국 1년 9월.
단기간에 방대한 영역의 몬스터들을 섬멸하면서, 전체 인구가 10만을 단숨에 넘길 정도로 강력한 국력을 과시한 대한제국은 2차 영토 확장의 몬스터 토벌 작전 2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1단계의 목적은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을 끌어모아 주요 거점을 만드는 것이었고, 손실도 거의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함께 급격히 늘어난 인구에 대하여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했고, 당연히 병역의 의무가 주어졌으며, 그 결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군인이 되었다.
남녀평등의 병역의무가 주어졌으며 신체검사 등급은 매우 엄격했다.
어린아이와 늙은 노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군인이 되었으며, 육, 해군으로 우선 나누어졌다.
해군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져 극히 일부만이 해병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군인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질적으로는 양호하지 않았기에 기본적인 훈련에만 약 두 달 가까이의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예들을 들이면서 막대한 양의 식량과 물자 들을 싹쓸이하다시피 들여왔기에 보급에 지장은 없었다.
2차 확장으로 합쳐진 주민들에 대한 기초 훈련이 끝나자, 국가로서의 본격적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광산의 개발과 더불어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했다.
우선은 광물을 정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금속을 뽑아내는 것이 우선시되었기에, 1차적인 시설이 만들어졌다.
동부 해안 쪽은 그렇게 발달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서부 평야 지대는 대형 농장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과 같은 그런 논밭이 아니었다. 미국과 같이 대규모의 농장과 같은 시설이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군인이 되어 버렸다. 군인으로 있으면서 농사를 하거나 토목공사에 투입되는 등 여러 가지 임무를 부여받고 일을 하게 되었고, 마치 공산국가와 같이 급료를 받아 국가에서 판매하는 식량과 생필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힘든 선택을 한 것이었다. 자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불평불만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선 기존의 청해 함대 출신 장병들은 이 낯선 땅에서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원주민들의 경우에는 몬스터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으며, 노예들에게는 그들의 신분의 제한을 없애 주었다.
그렇게 청해 함대 출신을 제외하면 각자가 가장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비록 자유가 없다고 할지라도 버텨 낼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자유가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고, 생존의 위협을 받던 사람들은 안전보장을, 신분의 벽으로 인하여 가축 취급받던 사람들은 사람답게 대접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최소 욕구가 충족되었기에 불평불만이 발생할 여지가 적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초 욕구가 충족되자,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참아 내는 사람들이었기에 더더욱 차질이 없이 발전이 가능했다.
주민들이 대규모로 기초 훈련을 마치자, 기존의 해병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2단계 몬스터 토벌을 시작했다.
2단계 몬스터 토벌의 주전장은 산악전이었으며, 목적은 가장 깊숙한 곳에 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의 토벌이었다.
몬스터들의 생태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몬스터들을 격퇴하는 데 있어서, 구역을 나누어 집중적으로 포위, 각개격파를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해병대 700여 명이 두 개 작전부대로 나뉘어져, 남동쪽과 남서쪽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산악전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중심으로 오크들의 시체를 조각내어 급조 폭발물인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를 장치했다.
상위에 속하는 몬스터들이 하위에 해당하는 오크들의 시체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접근하면, IED의 강력한 폭발력은 어김없이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대형 몬스터들을 착실히 잡아내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폭발음이 산 전체를 뒤흔들면서 대형 몬스터들을 잡아내었고, 지능이 떨어지는 몬스터들은 너무나 쉽게 걸려들었다.
몬스터들도 살기 위해선 먹어야 했고, 그들의 식량에는 어김없이 폭발물이 장치되어 있었다.
행동반경과 이동 경로를 철저히 분석하여 만들어진 함정이었으며, 몬스터들은 그렇게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남반부에서 몬스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까지는 2차 영토 확장 개시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남반부를 완전히 정리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토록 위험하다고 알려진 잊혀진 땅에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경이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21세기의 무기와 몬스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 전술의 구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인한 체력과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텨 내는 해병대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