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이계의 대한제국 1(16화)
4장 몬스터 토벌작전(6)


건국 2년 7월

대한제국은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면서도 인구는 고작 11만 정도였다.
남반부에 대한 점령이 완벽해지자 북반부의 몬스터에 대한 침입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첫째로 불을 질러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서 시야를 확보하였다.
과거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을 당시, 양쪽의 산악 지형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하여 하던 전술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시야 확보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을 놓았다.
상대방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맞은편까지 불길이 닿게 하여 간접적이나마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칫 불길을 잡지 못하고 민가에까지 피해가 가게 되면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에는 우선 불길과 연기로 몬스터의 접근을 막고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서 불을 질렀고, 몬스터들은 그 불길로 인하여 생긴 공터를 기준으로 남하하지 못하였다.
국경선이 길게 형성되며 1만의 상주군이 머물며 몬스터들을 방어하였고, 그동안 남은 병력들은 국토 개발을 착착 진행시켜 나갔다.
1차 가공 공장들에서는 원자재를 이용하여 생산을 하였고, 그에 따라 조선소의 도크 건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어, 건국 2년째에는 현대식 항구와 6만 톤 급의 도크가 완성되었다.
광산과 각 1차 가공 공장을 잇는 철도는 광산 개발 시점에서 완성되어 있었으며, 남반부 전체를 U자 형으로 잇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시작되었다.
마나엔진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1회용 마나 팩은 언제든지 재충전하여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기존의 피스톤 엔진을 그대로 쓰던 방식에서 여러 가지 응용 엔진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가스터빈 엔진을 응용한 마나 터빈 엔진이 대표적이었으며, 도크가 완성되어 가는 시점에서 범선에 장착되기 시작했다.
범선의 외장은 강철 장갑으로 감싸여졌으며, 내부에도 강화가 이루어졌다. 물론 상부 갑판과 마스트도 강철 장갑으로 보강되었다. 그리고 함포 대신 개인화기에 쓰이는 유탄 발사기가 1척당 2개씩 고정 배치가 이루어졌다.
기본 구조가 범선이었고, 구조상 함포를 탑재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던 점과 아직까지 함포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탄 발사기의 배치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10척의 범선이 한 개의 선단으로 움직이며, 한 선단에는 1개의 팬저 파우스트가 배치되었다.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기존의 청해 함대 소속 배들 또한 도크에 올려져 개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거의 항해를 하지 않고 닻을 내린 상태에서 상당 시간을 엔진 정지 상태로 있었지만, 연료가 점점 바닥을 보이는 시점에서 개조는 불가피했고, 결국 교대로 개조가 실시되었다.
마나석을 이용한 대형 마나 팩을 싣고 움직이는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은 기존의 가스터빈 엔진과 거의 동일한 성능을 내뿜었지만 크기는 훨씬 작은 엔진이 실리게 되었다.
가스터빈은 특성상 열효율이 낮은데 반하여, 마나 터빈 엔진은 열효율이 극도로 높았던 것이다.
같은 크기로 더 큰 출력을 내면 좋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힘을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배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출력이 상승하는 만큼 각 부분의 부담이 증가하고, 특히 프레임의 스트레스가 더 빨리 누적되면서 전체 수명을 깎아 먹기 때문에 차라리 같은 힘을 내도록 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하여 엔진이 작아지고 무게도 많이 감소했는데, 문제는 무게 중심이 달라져 기존의 함체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보된 공간에 에너지원인 마나석을 이용하여 만든 마나팩을 대량 탑재함으로써 기존의 함체 밸런스를 유지하였다. 이를 통해 부수적으로 작전 가능 범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성능 향상 효과를 얻게 되었다.
독도함에 실려 있던 F―35도 내려졌다.
독도함을 도크로 올리기 위해서는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
활주로도 없고, 정비할 사람조차 없었기에 F―35는 그저 한곳에 세워진 채 관리만 이루어졌다. 항공유를 모아 가끔씩 엔진을 움직여 주고 기능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마을들을 통합하면서 제라드 이외에도 2서클 이하의 마법사가 두 명 더 발견되었고, 이들의 도움으로 헬기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헬기 전반에 걸쳐 플라이 마법을 발동시키는 마법진이 새겨졌다.
해당 마법진 덕분에 전체 중량이 감소하였고, 상대적으로 정밀성과 회전력이 떨어지는 마나엔진과 로터였지만 UH 헬기는 엔진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혀 무리 없이 하늘 위를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마법진 활성을 통하여 중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이전에 비하여 적은 수의 로터 회전수로도 훨씬 정숙한 비행이 가능했다.
톤당 마력비도 좋아져 반응속도는 기존의 아파치 공격 헬기에 준할 만큼 향상되었기에 다목적 헬기로서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분야에서 개발과 개선이 이루어지고, 탄약까지 기존의 화기에 적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으로 제조되기 시작했다.
불과 2년 만에 이루어 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발전이었지만, 세상만사 그렇듯 순조롭기만 한 일은 없었다.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곳은 공교롭게도 바다였다.



5장 격돌(1)


1년 전, 울린 제국의 틸트항을 떠나 자취를 감춘 40척의 대선단이 그야말로 증발하듯이 사라진 후, 해적들은 한동안 그들을 찾기 위해서 여러 곳을 헤매고 다녔으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해적들뿐만 아니라 울린 제국과 다른 여러 나라들도 그들의 종적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울린 제국으로서는 자국 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었고, 군소 왕국들의 입장에서도 서로 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노예와 교역품을 사재기하고 사라진 이들이 뭐 대단한가 싶겠지만, 그만한 노예와 교역품을 구입한 건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의 영지 하나를 통째로 구매한 것과 마찬가지의 큰 거래였다.
무엇보다 바람처럼 나타나 틸트항을 쓸어버리듯이 사들이면서 내놓은 물건이 다름 아닌 마나석이니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마나석 자체가 워낙에 희귀했고,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전략물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이들이 대금으로 치른 마나석은 상급으로, 작은 마나석이지만 파이어 볼 백여 발은 발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마나석이기에 판매자의 정체를 밝혀내는 작업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각 왕국들도 서로 간에 눈치를 보면서 이들이 어디 출신인가, 어느 나라로 숨어들었는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어떤 나라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각국이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에는 해적들의 활동이 자연스레 위축되어 버렸다.
특히 울린 제국의 군함이 하루가 멀다 하며 바다 위를 누비고 다니면서 상선들을 수색하였고, 실종된 배들이 혹여라도 나타날까 싶어 이리저리 바다 위를 탐색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약탈다운 약탈 한 번 하기 힘든 상황을 버텨 온 해적들이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잊혀진 땅이었다.
아직까지도 크라켄의 공포로 인해 그 누구도 접근하기 싫어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몇몇 왕국에서는 잊혀진 땅을 의심하여 조사단을 편성하여 작은 배를 조심스레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잊혀진 땅의 지평선조차 발견하지 못했고, 자신들을 공격한 것의 정체조차 모른 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야 했다.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의 레이더에 잡힌 이들을 김유신함이 바다 밑에서 접근하여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던 것이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잠잠하던 바다에서 갑자기 암초에 걸린 듯한 충격과 함께 함저에 거대한 구멍이 나니, 조사단으로서는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며 그대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거나, 운이 좋으면 구사일생으로 대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크라켄이 사라진 바다에서 간혹 접근하는 배들은 김유신함과 세종대왕함, 그리고 율곡 이이함이 철저히 막아 내면서 유지하고 있었다.
워낙에 넓은 바다였기에 방어하기에 힘든 점이 많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레이더 범위가 워낙에 광범위한 두 척이었기에 막아 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더 범위만 따져 보아도 어마어마한 거리였으며, 물속에 있는 김유신함도 소나 탐지를 통하여 범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이 가능했다.
대함대를 이끌고 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 척 내지는 두 척으로 이루어진 선단이었고, 동시에 줄줄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철통 방어를 해 오면서 버티는 사이, 해군 함대도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기존의 범선에 장갑을 덧대어 개조한 배들은 4개로 나누어, 각각 본부함대, 1함대, 2함대, 3함대로 나뉘어졌다.
각 2개 함대의 지휘함은 각각 율곡 이이함과 세종대왕함이었으며, 그 정점에 선 지휘함은 독도함이었다.
1개 함대 단위의 작전에는 각 함대 소속 10척만이 운용되었지만, 2개 함대 이상의 대규모 작전에는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이 반드시 따라붙는 식이었다.
그렇게 네 개의 함대가 편성되어 2개 함대가 번갈아 가면서 대륙에 인접한 바다를 지키는 가운데, 의문을 품은 해적들이 대규모로 침공해 오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공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자들의 말에 의하면, 암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에 구멍이 나고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해적들은 의문을 품은 것이었다.
해적들은 크라켄에 대해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크라켄의 특성상 먼 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특유의 다리를 이용하여 배 전체를 감싸고 침몰시켜 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의문을 품었다고 해도 당장은 어떻게 해 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바다 밑에서 갑자기 공격당하여 침몰한다는 것은 크라켄과 별다를 바 없이 두려운 일이었다.
크라켄은 그 어마어마한 덩치와 파괴력으로 사람들에게 시각적인 공포감을 주었다면, 이 정체불명의 무언 가는 크라켄과는 행동이 전혀 다르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공포를 극도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년의 시간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해적들은 점점 위축되어 갔으며, 그 정도가 한계에 다다르자 결국 폭발하였다.
“울린 제국에 끌려가서 교수형을 당하나, 크라켄인지 뭐시긴지 바다 괴물한테 당해서 수장당하나! 그게 그것 아닌가? 어차피 우리는 바다 없이는 못사는 존재 아니던가! 이렇게 된 바에는 울린 제국이라도 상관없다! 일단 털고 보자!”
“제국 군함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그러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동포를 더 만들어서 저들의 군함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자칫 마동포가 있는 배라도 만나는 날에는 접근조차 못 하고 박살이 난다고.”
이렇게 대놓고 무모한 돌격을 주장하는 해적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신중한 해적도 있었다.
각 해적선의 선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모을 때, 한 해적이 나섰다.
“너희들은 우리가 현재 이런 입장이 된 원인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바로 1년 전 울린 제국의 틸트항을 빠져나가서 그대로 사라져 버린 40척의 대선단이 그 원인이 아닌가? 그들 때문에 각 왕국과 울린 제국이 온 바다를 들쑤시고 다녔고, 우리들도 지금의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 비록 정체불명의 바다 괴물이 등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생존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모든 해적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첫째, 각 왕국에서 조사단으로 보낸 배들은 한 척 내지는 두 척이 전부인 소수였다는 점. 둘째, 바다 괴물의 공격은 밤에 이루어지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셋째, 두 척 이상의 조사단이 파견되었을 때 반드시 한 척 한 척 순서대로 당했다는 점. 이러한 것들을 조합해 보면 바다 괴물은 적어도 낮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두 마리 이상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철저한 분석과 논리적인 결론이었기에 아무리 머리가 나쁜 해적들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그가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쳤다.
바로 잊혀진 땅의 해안선이 그려진 지도였고, 잊혀진 땅의 해안선도 분명히 표시되어 있는 해도였다.
그리고는 그가 단검을 꺼내 들어 하나씩 하나씩 지도에 꽂았다.
“알겠나? 이게 뭔지? 이 지점들이 각 조사단의 배가 침몰한 위치다. 그 누구도 바다 괴물의 진정한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 생존자들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가 작년 우리가 놓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한 원흉인 40척의 대선단이 사라진 지점이다. 뭔가 느껴지는 게 없나?”
해적들은 지도를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이 몸은 말이지, 이러한 것들을 추측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단 말이다. 그건 바로…….”
그가 잠시 뜸을 들이는 동안 몇몇 해적은 침을 삼켰다.
― 꿀꺽.
“잊혀진 땅에 누군가 살고 있다고 말이야.”
“…….”
“…….”
잠시간의 정적이 해적들 전체를 감쌌다.
“푸…… 푸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잠깐의 정적을 깨고 해적들은 하나같이 파안대소하며 비웃기 시작했다.
“어이, 크리브. 네놈이 잔머리 잘 굴러간다는 건 여기 모인 우리들이 모르지 않아. 그런데 잊혀진 땅에 누군가 살고 있다고? 지나가던 크라켄이 시 서펜트한테 다리 잘라 줬다고 하는 게 훨씬 믿음이 간다.”
얼굴에 난 긴 흉터를 꿈틀거리며 한 해적이 비웃었다.
“항상 그럴듯한 말로 꾸며 대는 게 네놈 주특기였지, 사기꾼 크리브. 네놈은 해적선장이 아니라 그냥 사기꾼을 했었어야 했어. 크크크크.”
한쪽 눈을 덮개로 가린 해적이 그를 비웃으며 앞에 놓인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기꾼 취급을 당하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크리브였다.
“어이 어이, 왜들 그러시나 다들. 여기 모인 너희들 모두 한 번쯤은 나한테서 목숨을 건지지 않았던가?”
― 움찔.
“딕. 어디 말해 보자고. 그 멍청한 머리로 상선인지 군함인지 구분도 못 하고 덤벼들었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했던 것을 어디 사는 어떤 몸이 구해 주셨더라?”
처음 비웃었던 얼굴 흉터 중년인이 꿈틀거렸지만 반박을 못 했다.
“이봐 울리히. 내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가로채서 혼자 먹으려다가 호위 함대랑 같이 물고기 밥 신세가 될 뻔했던 것을 누가 구해 줬지? 설마하니 네가 가로채려 한 사실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사기꾼으로 몰아넣던 애꾸눈 해적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