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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14화)
Chapter 5 신령스러운 존재들(3)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왠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뭘까? 분명 완벽한 것 같은데 왜 비어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비켜! 대주님은 내 꺼야.
―호호, 싫다면? 네가 그냥 비키시지.
십삼 세가량으로 보이는 소녀 신령 두 명이 고민에 찬 위천희를 사이에 두고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뭐야? 네가 지금 나와 한번 해보겠는 거야?
청색 빛의 도도한 아름다움을 지닌 신령이 화가 나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에 반해 녹색 빛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신령은 한번 해볼 테면 해 보란 듯이 나왔다.
―호호호. 한판 붙겠다면 나로서는 마다하지 않겠어.
스윽.
녹색 빛의 신령이 위천희의 한쪽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청색 빛의 신령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위천희의 남은 팔을 붙잡았다.
불꽃이 튀기기 시작했다.
두 소녀 신령은 눈을 부라리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네가 감히!
―덤빌 테면 덤벼 봐!
결국 참기 힘든지 녀석들은 각자가 지닌 힘을 최대한 이끌어 내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아쉬운 일이었다. 전투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그때, 예기치 못한 한 가지 일로 인해 그 둘의 싸움은 결국 허무하게 끝을 맺고 말았다.
“가만히 있지 못해? 너희 둘은 왜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거야? 싸우려면 다른 곳에 가서 싸워!”
위천희는 두 소녀 신령에게 나무라는 말을 했다.
남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부하라고 하는 것들은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화가 났다.
―목령은 아무 잘못 없어요. 수령이 먼저 저한테 시비를 걸었다고요.
―아니에요. 목령이 잘못한 거예요.
“조용, 조용! 둘 다 아무 소리도 마.”
위천희는 두 소녀 신령의 말이 길어질 듯 보이자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 저기 가서 네 친구들과 같이 놀아. 이 이상 대주를 귀찮게 하면 너희 둘은 나중에 세상 구경을 시켜 주지 않을 거니까 그리 알아.”
―아, 안 돼요.
―싫어요.
두 소녀 신령은 세상 구경을 시켜 주지 않겠다는 대주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재빨리 다른 신령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휘이익. 휘이익.
신령은 기운이다. 그리고 기운이라고 하는 것은 형체를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기 때문에 녀석들은 팔을 새와 비슷하게 만들어 날아갔다.
그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크아아앙! 나는 화령이다! 모두 길을 비켜라! 나의 길을 막지마라!
화르르르르르.
커다란 불길이 일었다.
소혼진의 한쪽에서 붉은빛에 매우 거칠게 생긴 그런 신령 한 명이 몸에 불꽃을 일으키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자 근처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며 몸을 단련하고 있던, 황금색에 호한처럼 생긴 신령이 녀석에게 한마디를 했다.
―저리 가서 놀지 그래! 나 지금 운동하고 있잖아.
―뭐야? 감히 나의 길을 막겠다는 거야? 비켜! 다른 곳에 가서 운동해!
―시비 거는 거냐?
황금빛의 신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은빛의 신령은 그런 녀석을 보며 몸에 이는 불꽃을 더욱 크게 일으켰다. 서로가 매섭게 노려보며 기운을 일으켜서는 주먹을 쥐었다.
툭! 툭!
한 대씩 주고받았다.
―아얏! 너 왜 그렇게 세게 때려!
붉은빛의 신령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는? 너도 나를 세게 때렸잖아? 나는 네가 나를 때린 강도만큼 때린 거야.
―아니야. 네가 나를 더 세게 때렸어.
태어난 지 이제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어린 신령들이었다. 녀석들은 툭 하면 치고받고 싸웠다.
좁은 소혼진 안에서만 생활을 해야 하니 답답하고 거기에 따분하기까지 한지라 녀석들은 서로 그렇게 툭 하면 장난처럼 치고받았다.
위천희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저 다섯 신령들 빨리 세상 구경을 시켜 주어야 하는데 말이야. 이제 연구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이삼 년은 더 기다려야 해. 아무래도 그전에 임시로라도 소혼진을 개조해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줘야 할 것 같아.”
―호호호, 나 잡아 봐라!
―너 거기 서지 못해! 잡히면 가만두지 않는다.
―조용히 좀 해! 낮잠 좀 자자!
다섯 신령들은 참으로 소란스러웠다. 아니, 두 명의 신령은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갈색의 신령인 토령과 황금색의 신령인 금령은 성격적으로 진중한 편인데 녀석들은 다른 신령들이 자꾸 장난질을 걸어 할 수 없이 맞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위천희는 생각했다.
‘정말 몰랐어. 신령들이 하나같이 오행에 속하는 그런 녀석들일 줄 말이야. 다른 지박령이나 부유령, 아니면 토지신 같은 신령들은 전혀 소환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오행의 아기 신령들만이 소환되었으니,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한 일이야.’
이곳 섬이 어디에 붙어 있는 건지는 진즉에 포기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소환되는 신령마다 전부 바보가 나온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아기 신령들이 말이다.
네 명의 아기 신령들은 처음에 소환되어진 토령과 같은 행동을 했다. 모두 위천희를 보고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다.
엄마라는 소리가 듣기에 매우 거슬렸던 위천희는 결국 녀석들에게도 이름을 지어 주게 되었다. 그 이름을 지어 주자 녀석들은 처음의 토령처럼 몸에서 빛을 일으키며 소년 소녀 신령들로 탈바꿈했다.
토, 목, 수, 화, 금의 순서로 소환되어진 오행의 신령들.
토령(土靈)은 갈색 빛의 신령으로서 현재는 노인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령(木靈)은 녹색 빛으로 상큼한 느낌이 드는 그런 소녀 신령으로, 셋째인 수령(水靈)은 청색 빛의 도도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 신령이다.
다음으로 네 번째로 소환되어진 화령(火靈).
녀석은 붉은빛이다. 불같은 성격으로 매우 다혈질인 아저씨 신령인데 싸움을 좋아해서 툭 하면 다른 네 신령들에게 시비를 거는 그런 놈이었다.
마지막으로 소환되어진 금령(金靈)은 황금빛에 매우 진중한 성격을 지닌 사내다운 신령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몸을 단련하는 무인 같은 녀석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녀석들이 현재의 모습을 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위천희가 그들에게 의선곡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김새를 영력의 힘으로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태어날 때마다 위천희 그의 모습을 하는지라 할 수 없이 그렇게 영력을 소모해 알려 준 것이었다.
“정말, 아무리 봐도 이상해.”
위천희는 팔짱을 낀 채 한쪽에서 치고받고 노는 다섯 신령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은 비록 바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벽한 녀석들이야. 세상을 이루는 근본인 오행. 그 오행에 속하는 신령들이니 그건 당연한 거야. 헌데 왜? 왜 나는 완벽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거지? 왜? 왜냐고?”
무언가가 비어 있었다.
오행은 완벽이다. 음양에서 태어난 오행은 세상을 이루는 근본으로서 모든 게 그 안에 다 들어 있는 것이었다. 한데도 자신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간질간질한 느낌.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가 없는 그 느낌.
정말 너무도 싫었다. 이러한 느낌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었다.
반드시 알고 싶은 그 마음.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에라도 알고 싶은 그 마음.
“으아악! 정말 미치겠다! 뭐냐고? 도대체 뭐가 비어 있는 거냐고?”
위천희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위에서 놀고 있는 다섯 신령이 그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건 마치 대주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분명, 내가 모르는 다른 어떤 근원이 더 있는 거야. 저 오행에 속하는 신령 말고도 다른 신령들이. 그걸 찾아야 해.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질 거야. 그래야 진짜 즐거워져.”
위천희는 그의 나이 열 살 때, 한 가지 큰 결심을 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즐겁게 살자는 것이었다.
만절산맥으로 크나큰 고통에 빠져 있던 그에게 의학 서적에 나온 한 가지 구절은 그를 바꾸게 만들었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노하면 한 번 늙는다는 그 구절. 다른 의학 서적을 봐도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이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씩은 나와 있었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했다. 즐거운 마음은 몸을 즐겁게 해 그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와 반대로 화를 내고 증오하는 그런 부정적인 마음은 몸을 상하게 한다.
실제로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효과를 본 위천희였다.
경맥이 꼬이는 고통 속에서 한 번 크게 웃고 나니 몸에 이는 고통이 조금 줄어든 것이었다.
그 이후로 녀석은 잘 웃었다. 화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화를 내도 금세 다시 웃었다.
한데 그렇게 즐겁게 살자고 결심했던 녀석이 지금은 마음속으로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스윽.
위천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답하니 밖에 나가자. 나가서 생각하는 거야. 긍정적으로 즐겁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세상 속에 존재하는 강대한 기운들은 그렇게 많은 게 아니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거야.”
―어어? 대주님이 나가시네?
수령이 목령과 놀다 친구들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어디? 아아, 정말이다.
다섯 신령들이 위천희가 있는 곳으로 몰려와서는 서로 한마디씩을 했다.
―크르릉, 대주님!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내일 또 오시는 거죠?
―그냥 여기서 저희랑 계속 살면 안 되나요?
녀석들은 아기 신령으로 처음 이곳에 소환되어져 왔을 때 위천희를 엄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엄마라고 하면 혼을 내기에 대주라는 말로 대신할 뿐이었다.
“그래, 나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올 테니까, 너희들끼리 여기서 놀아. 그리고 며칠 내로 너희들이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임시로 새로운 진법을 설치할 거야. 그러니 싸우지 말고 잘들 놀아야 해. 알았지?”
―구경이요?
―정말인가요? 정말 며칠 있으면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건가요?
다섯 신령이 모두 놀란 눈을 했다.
“그래. 열흘 정도 있다가 설치를 할 거야.”
―와아아아!
―최고에요, 최고! 대주님, 만세! 만세……!
―크아아앙! 구경이다, 구경이야! 나 화령이 바깥세상을 이제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나 신나고 좋은 것일까? 녀석들은 소혼진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기쁜 감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헤헤, 녀석들. 되게 좋아하네.”
위천희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어졌다.
녀석들이 즐거워하니 자신도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방금 전 까지도 답답해 있던 가슴이 녀석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트였다.
휘류류류류류.
위천희는 다섯 신령들을 뒤로하고 곧 검은 기류에 감싸져 있는 소혼진을 벗어났다.
“으응?”
어둡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녁 시간이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했지만 날은 한밤중이라도 된 듯 어두웠는데 그 이유는 지금 하늘엔 먹구름이 한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우르르르릉.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이곳은 열대우림 지역이다. 더우면서도 습한 이곳은 자주 비가 내렸고 환영미로진에 감싸진 의선곡은 그 비를 모두 받아들였다. 환영미로진은 생명체의 출입만을 막을 뿐 자연 현상은 모두 받아들이는 그런 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비가 이제 곧 쏟아지겠구나. 얼른 집으로 가자.”
소혼진은 의선곡의 북부에 있는 안식림 근처에다가 만든 진이었다. 그리고 소혼진이 있는 곳에서 이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진인 이동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위천희는 이동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후둑, 후두두둑.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하늘에서는 천둥소리와 함께 벽력을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우르르르릉. 콰콰쾅!
빛이 번쩍였다.
어두웠던 하늘은 찰나의 시간 동안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벽력의 사이로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강한 바람이었다.
그 강한 바람은 점점 심해져 곧 태풍으로 돌변했다.
흔들흔들.
태풍처럼 거칠게 돌변한 바람은 위천희의 몸을 크게 흔들며 그의 걸음을 방해했다. 또한 조금씩 내리던 비는 강력한 빗줄기가 되어서는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아아―
“…….”
무슨 일일까?
이동진이 있는 곳에 거의 다 도착한 위천희.
한데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먹구름이 낀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에 몸이 젖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았다.
우르르르릉.
콰쾅! 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