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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15화)
Chapter 5 신령스러운 존재들(4)


벽력은 쉴 새 없이 먹구름 사이에서 피어나와 세상을 밝혔다. 또한 거친 바람은 멍하니 서 있는 위천희를 계속해서 흔들어 댔다.
“바람과 벽력이라…….”
멍하니 있던 녀석이 갑자기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림사라는 책을 보면 무림에는 아주 오래전에 바람과 벽력 그 두 가지의 힘을 사용하는 문파가 있다고 했어. 그게 풍뢰문이라고 했던가.”
풍뢰문(風雷門).
오래전 마교에 멸문당한 문파다.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검법에 뇌성벽력처럼 파괴력이 강한 그런 도법을 함께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속가제일의 문파가 그 풍뢰문이었다.
“에에…….”
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림에는 자연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본떠 만든 무공들이 즐비해 있다. 그것은 초식뿐만이 아니고 무공을 익히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내공도 마찬가지다.
그 자연의 대표적인 무공을 얘기해 보라면 바로 오행과 관련이 된 무공들이 있다.
오행신공을 필두로 해서 대지신공, 금강철두신공, 고목마공, 염화강신권, 수룡천검법, 목마도법, 금철각법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무공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자연현상을 본떠 만든 무공을 얘기해 보라면 그건 바로 풍뢰다. 바람과 벽력에 관한 무공들이 무림에는 오행과 함께 가장 많았다.
천풍신공, 벽력신공, 표풍검법, 표풍섬, 벽력도법, 뇌전비, 풍류권법, 천뢰오장 등등 여러 가지 무공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위천희는 이 바람과 벽력이라고 하는 자연현상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행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바람과 벽력의 무공.
‘어쩌면 이게…….’
우르르르릉. 콰쾅! 콰콰쾅!
쏴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바람과 벽력은 비를 몰고 지상에 서 있는 위천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위천희는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입가에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을 할 뿐이었다.
“그래, 맞아! 바람과 벽력이야. 오행의 신령 말고도 풍뢰의 신령이 이 세상에는 있는 것이야. 틀림없어. 지금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느낌이 왔다. 그것도 강하게 전해져 왔다.
세상의 근원은 분명 오행이지만 이 풍뢰도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왜 지금에서야 생각난 것일까?
위천희는 즉시 뒤돌아섰다.
다시 소혼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생각인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맞는지 확인을 해 볼 생각이었다. 과연 자신의 생각대로 이 세상에 바람과 벽력을 기운으로 삼고 있는 신령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다.
“헤헤, 틀림없어. 빨리 가서 불러내 보자.”
탁탁탁.
마음이 들뜬 위천희는 뜀박질을 해서 단숨에 소혼진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Chapter 6 의선도의 금역(1)


세월은 유수와도 같이 흘러갔다.
삼 년이라는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지나간 것이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름 없던 섬엔 의선도(醫仙島)란 이름이 붙여졌고 또한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땅이 대규모로 개간을 하게 되었고 또한 그사이에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을 했다.
의선곡의 총인원은 무림맹의 멸마대원들을 포함해 443명이었는데 그들 중에는 혼인을 해 새로 가족이 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이다. 비록 중원이 아닌 타지에서 혼인을 하고 거기에 새 생명을 출산했지만 그건 축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모두들 열심히 일했다.
처음엔 듣도 보도 못한 그런 녹색의 피를 가진 괴물들로 인해 두려움에 떨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싹 사라지고 없었다.
의선곡을 감싸고 있던 환영미로진.
그것은 대환영미로진이 되어 상당히 큰 규모의 땅덩어리를 의선곡에 안겨 주었다. 의선곡의 뒤쪽으로는 바다와 연결이 되었고 앞쪽으로는 강과 연결이 될 정도가 된 것이다. 당연히 무공을 모르는 하인이나 하녀들은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제는 모두들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의선곡이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그날까지 지금처럼 열심히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쏴아아아아아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그 쏟아지는 비를 뚫고 일단의 사람들이 무척 빠른 속도로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휘이익, 휘이익.
커다란 방갓에 흑의를 걸치고 있는 사내들.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무림맹 최강의 전투 부대라는 멸마대원들이었다. 뚫고 지나다니기가 매우 힘든 밀림을 그들은 절정신법의 하나인 추풍신법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놈들이 정면 이백 장 밖에서부터 또다시 몰려온다. 모두들 전투태세를 갖춘다, 실시!”
가장 앞서 신법을 펼치고 있던 멸마대주 위극혼이 큰 소리로 말을 하자 뒤에 따라오는 천자1조의 대원들이 각자의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었다.
스르릉, 스르릉.
날카롭게 벼린 검날이 요사스럽게 빛을 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전투가 벌어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쿠오오오오오.”
적어도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이 장은 충분히 넘어가는 거대 괴물들이었다.
축사에서나 볼 수 있는, 황소 머리를 하고 있는 근육질의 괴물에서부터 두 개의 머리에 입이 귀에까지 걸린 그런 끔찍하게 생긴 녀석까지 다양했다.
“죽어랏! 죽어 버렷!”
쉬이익, 서걱!
단칼이었다. 좌에서 우로 지나간 단 한 번의 칼질에 그 거대 괴물들은 목을 잃고 힘없이 쓰러져야 했다.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었다.
거대 괴물들을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죽일 수 있을지 그들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알게 되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조심해! 뒤다!”
멸마대원 하나가 십여 장 정도 떨어져 있는 동료에게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걱정 마라! 알고 있으니까!”
보법을 밟았다. 멸마대원이 되면 필수적으로 익히게 되는 칠성산형보(七星散形步)가 그 위력을 발휘했다.
스스스스슷.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그 사이로 사람 몸뚱이보다 커다란 거대 몽둥이가 내려쳐졌다.
콰앙!
땅바닥이 크게 파이며 수풀이 비산을 했다.
“크르르릉.”
두 개의 머리를 하고 있는 괴물은 자신의 공격에 상대방이 빠져 나가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그 순간 칠성산형보로 몸을 피했던 멸마대원은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죽어랏! 이 괴물 새끼야!”
쉬이익, 쉬이익.
날카로운 소음이 두 번 연속 들렸다.
유성검법(流星劍法)의 두 번째 초식인 이검필살(二劍必殺)이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은 그 이검필살에 몸뚱이만 남고 곧바로 죽음의 강을 건너게 되었다.
털썩!
너무도 허무한 결과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거대 괴물이 그토록 쉽게 무너져 내리다니.
“키리릭! 키리리릭!”
“쿠오오오오오!”
“으하하하하! 죽어랏! 죽엇!”
“한 놈도 남겨 두지 않겠다! 다 죽인다! 다 죽여!”
서서히 악귀로 변해 가는 멸마대원들.
그들은 괴물들의 피를 보자 흥분이 되는지 두 눈에 광기의 빛을 띠며 빠르게 놈들을 쓰러트렸다.
“크아아아아아앙!”
쉬이익. 서걱!
그것은 자비가 없는 손이었다. 백여 마리의 괴물은 열여섯의 악귀들에게 힘없이 쓰러져야 했다.
흔들흔들.
가장 앞서 가고 있던 위극혼.
그는 커다란 나무 위의 꼭대기에 올라서서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대원들의 싸움을 일일이 지켜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좋군. 다행이야. 살기가 무뎌지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말이야. 나중에 다시 중원으로 돌아가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겠어.”
삼 년을 의선도에서 허비를 했다.
한창 마교인들과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어야 할 멸마대 천자조는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괴물들과 싸우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다.
무림인들처럼 초식의 정묘함은 없었지만 그 지닌 괴력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러한 괴물들을 상대로 멸마대는 끊임없이 싸워 마음속의 살기를 계속해서 갈고 닦을 수가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
계속해서 쏟아지는 빗줄기.
그리고 그 빗줄기 사이에서 들려오는 악귀들의 소리와 괴물들의 비명 소리.
“으하하하하하하! 죽어랏, 일검파혼(一劍破魂)!”
“크에에엑!”
위극혼은 시선을 돌렸다.
‘흐음, 오늘 밤은 저기서 보내야겠군. 내일이면 그곳에 도착할 테니 오늘은 저 동굴에 들어가 쉴 때, 몸에다가 괴물들의 체액을 발라서 편히 자야겠어.’
멀리 하나의 동굴이 보였다. 그 동굴은 예전부터 이곳에 올 때면 항상 들르는 곳이었다.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의선도에서 금역이라 할 수 있는 이곳 마물의 대지에 그는 오늘로써 세 번째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엔 좀 더 금역의 안쪽으로 들어가 볼 생각을 했다.
휘이익.
위극혼은 신법을 펼쳐 다시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가 내려서자 이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깔끔히 정리가 되었다. 절대적인 힘. 그는 마인들이 두려워하는 멸마대의 대주이자 명왕인 것이었다.

짹짹짹. 꾸구구구구.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무인들의 귓가를 어지럽힌다. 밤새 내렸던 폭포수와 같은 비는 새벽녘이 돼서야 간신이 끝을 맺었고 이제는 간간이 보이는 뭉게구름만이 푸르른 하늘을 지나가고 있었다.
위극혼은 쇠고기로 만든 건량과 주위에 있는 유실수로 아침을 대충 때운 후, 부하 대원들과 같이 목표로 한 지점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부스럭부스럭.
수풀이 갈라지자 거대한 분지가 나타났다.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는, 의선도에서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금역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예전에 근처까지 왔다가 도중에 물러난 곳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분지가 보이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정지!”
위극혼은 왼손을 들어서는 대원들을 멈춰 세웠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정신을 집중했다.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는 무언가를 탐색할 수 있는 기감이 일반 고수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지라 그는 지금 멸마대원들이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온다! 땅속이야! 땅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스윽.
오른손을 왼쪽 허리춤에 있는 도집으로 가져갔다.
뭔지는 모르지만 단번에 죽이고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을 가진 위극혼이었다.
“모두 뒤로 스무 걸음 물러선다!”
대주의 명에 멸마대원들은 뒤로 정확히 스무 걸음을 물러섰고, 그 순간 축축한 대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지진이라도 나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지진이 아니었다. 다만 뱀처럼 생긴 거대 괴물이 땅속에 숨어 있다가 인간의 기척을 느끼고는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푸화아아아악.
땅거죽이 들리며 마침내 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크에에에에에엑!”
귀청을 떨어 울리는 괴성이었다.
검은 비늘에 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은 머리 위에 뿔을 세 개나 달고 있었고 크기는 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무려 15장(45m)이나 되는 그런 끔찍한 괴물이었다.
검은 괴물은 장내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바로 입을 크게 벌리고는 먹이를 물었다. 아니, 물려고 했지만 그 먹이가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애꿎은 땅바닥만을 주둥이로 뭉개야 했다.
쿠웅! 후드드드득.
“미련한 놈이군.”
위극혼은 누구나 끔찍스럽고 또한 공포감에 젖게 할 만한 검은 괴물을 단지 호기심 어린 그런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더니 곧 끝장을 내려는지 자신의 애도인 명왕도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잘 가라!”
명왕도가 한 줄기 빛이 되어 수직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무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이라는 이름의 초식이었다.
쉬이익. 서걱!
깔끔하게 지나간 선.
하지만…….
“크에에엑!”
“으응?”
뜻밖의 표정을 짓는 위극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