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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16화)
Chapter 6 의선도의 금역(2)
녀석을 죽이지 못했다. 비록 도기나 도강 같은 강력한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방금 펼친 그것은 섬(閃)의 비결에 중(重)의 비결을 함께 사용한지라 충분히 놈의 목을 갈라 버릴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질기군. 매우 질겨. 가죽이 일반 괴물들에 비해 열 배 이상 두껍고 거기다 질기기까지 해서 완전히 베이지가 않았던 거야.”
“크에에에엑. 크에에에에엑!”
목이 4분지 1가량이 잘려 나간 검은 괴물은 녹색의 피를 흘리며 몸부림을 쳤다.
콰쾅! 콰콰쾅!
녀석의 거대 몸뚱이가 난리를 치니 주위에 있던 수목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그때, 저 멀리 안개가 끼어 있는 곳에서부터 수백의 괴물들과 함께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장내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저거?”
“그러게? 희한하군.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는 거지?”
멸마대원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앙!”
“키리릭. 키리리릭.”
쿵! 쿵! 쿵!
커다란 울림 소리.
축축한 대지 위에 커다란 발자국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일반의 괴물들을 앞세우고 뒤에서부터 오고 있는 그것은 놀랍게도 쇳덩이였다.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4장 크기에 이르는 녀석은 양손에 거대 검을 쥐고 있는, 마치 무쇠로 만든 거인처럼 느껴졌다.
“정말…… 정말 이곳은 재미난 곳이군.”
위극혼은 무쇠거인을 보고는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무쇠거인이 거대 검을 들고 있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곳에 상당 수준의 지식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괴물들처럼 본능만이 존재하는 게 아닌, 무쇠거인을 만들고 거기에 거대 검까지 쥐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크에에에에에엑.”
콰직! 콰직!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해 들렸다. 위극혼에게 상처를 입은 검은 괴물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계속해서 밀림을 황폐화시켰다. 아무래도 놈은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는 녀석들의 선봉장 격으로 먼저 나선 것 같았다.
“안 되겠군.”
근처에 있던 천자조 1조장인 모가위.
그는 검은 괴물이 계속해서 난동을 피우자 대원들의 진형이 빠르게 흐트러지는 걸 보고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자신의 애검에 강기를 씌웠다. 그리곤 곧바로 신법을 펼쳐 괴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놈의 목을 일도양단의 초식으로 내려 그었다.
쉬이익, 서걱!
수레 크기의 커다란 머리는 곧 몸통과 분리가 되었다.
“역시 강기무공에는 그냥 베어져 버리는구나. 아마 검기를 사용했다면 여러 번 베어야 했을 거야. 그럼 놈의 덩치로 보아 꽤나 고전을 했을 거고.”
모가위는 평소에 강기무공을 잘 쓰지 않지만 대주가 검은 괴물의 가죽이 매우 질기다 해서 검강(劍|)을 특별히 사용해 놈의 머리를 자른 것이었다.
쿵! 쿵! 쿵!
한편, 멀리에 있던 수백의 괴물들과 무쇠거인은 빠른 속도로 치달려 오고 있었는데 위극혼은 놈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다.
‘괴물들의 숫자가 조금 많은데……. 으음, 이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대로 돌아가기는 그렇고 저 무쇠괴물의 정체는 뭔지 그래도 알아보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대주님? 어떻게 하시렵니까?”
검은 괴물을 단칼에 베어 죽인 모가위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물었다. 위극혼은 잠시 어찌할까 생각을 하다 곧 결심을 했는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싸운다. 오래는 아니고 내가 저 무쇠거인을 잠깐 살피고 있을 동안 만이다. 그 뒤, 바로 몸을 내빼겠다.”
“아니, 그렇다면 저 안개가 끼어 있는 곳으로는 들어가지 않고요?”
“그래, 우리로서는 여기까지다. 저 안개가 끼어 있는 곳은 마치 진법이 설치된 것처럼 기운들이 매우 어지럽게 흐르고 있다. 너무 위험해. 나중에 천희를 데려온다면 모를까 저곳에 우리들만으로 들어갔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수가 있어.”
위험 신호가 그의 뇌리를 두드렸다.
초절정의 고수가 가진, 초감각이라 할 수 있는 기감.
그 기감으로 살펴보니 이곳은 진정 위험한 곳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마치 벼랑 끝에 선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존재와 무공으로서 싸운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위극혼이었지만 그게 진법이나 술법 같은 그가 알지 못하는 쪽의 힘이라면 자신이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앙!”
“키리리릭.”
“으음, 놈들이 왔군. 그럼 바로 알아볼까.”
위극혼의 눈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그는 시간을 아끼려는지 평소에 주로 쓰는 신법인 추풍신법을 대신해 그의 독문신법이자 초절정의 절기라 할 수 있는 무영간섬비(無影즣閃飛)를 펼쳤다.
스팟―!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한번 들렸다. 신법을 펼치겠다고 마음을 먹자 그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고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곳은 놀랍게도 이십 장 이상 거리에 떨어져 있던 무쇠거인의 머리 위였다.
쿵! 쿵! 쿵!
무쇠거인은 자신의 머리 위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녀석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자신이 죽여야 할 인간을 찾았다.
그리고 그때 쇠붙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깡! 깡! 깡!
위극혼의 명왕도가 녀석의 머리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었다.
무쇠거인의 머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머리를 누군가가 두드렸는데 아무도 없는 것이다.
“확실히 쇳덩이야.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놀랍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일까?”
믿을 수가 없었다.
위극혼은 무쇠거인의 머리에서 오른쪽 어깨로 재빨리 내려와서는 놀란 얼굴을 하게 되었다. 안에 사람이 있다거나 아니면 무쇠거인 자체가 피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으니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때 무쇠거인이 왼쪽 손에 들려 있는 거대 검으로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쳤다.
캉!
불꽃이 튀기며 오른쪽 어깨에 작게 금이 갔다.
하지만 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으음, 이거 보면 볼수록 놀랍군. 금이 간 어깨가 저리 빨리 아물어 갈 수가 있다니…….”
위극혼은 무쇠거인의 정면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비친 무쇠거인의 오른쪽 어깨는 지금 이 순간 작게 빛을 발하더니 순식간에 아물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무쇠거인은 놀랍게도 순간 복구 능력이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궁금증이 치미는 위극혼이었다.
“어디 그렇다면…….”
그의 오른손에 잡고 있던 명왕도가 들리더니 무쇠거인의 왼쪽 어깨 부근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명왕도의 검첨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폭음이 뒤를 이었다.
콰앙!
쿵! 쿵! 쿵!
뒤로 조금 물러서는 무쇠거인.
어느새 녀석의 왼쪽 팔은 사라지고 없었다. 방금 위극혼이 사용한 것은 강기무공이었고 그 힘에 의해 녀석의 어깨는 그대로 날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으음,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무쇠거인은 확실히 순간 복구 능력이 엄청난 녀석이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강한 빛이 일고 있었다.
녀석의 떨어져 나간 왼쪽 팔은 다시 날아와 망가진 어깨와 하나가 되었고 잠시 후에 멀쩡한 모습을 하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능력이다. 사기적인 능력이다.
눈앞에 있는 이 무쇠거인은 싸워 이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그런 존재라 할 수 있었다.
한편, 그가 무쇠거인에게 놀라워하고 있는 그 시간에 장내의 싸움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앙!”
“쿠오오오오.”
수백의 괴물들이 포효를 터트렸다. 그 포효 속에는 악귀들의 웃음소리 또한 섞여져 나오고 있었다.
“이 괴물 새끼들아! 죽어랏! 죽엇!”
“으하하하하하……!”
유성검법이 쉬지 않고 섬전이 되어 나아갔다.
쉬이익. 서걱! 서걱!
하나 둘씩 빠르게 쓰러져 가고 있는 괴물들.
하지만 놈들의 숫자는 매우 많았다. 그리고 위극혼이 주변을 잠시 살펴보니 안개가 끼어 있는 곳에서 수백의 괴물들이 더 나타남을 알 수가 있었다.
“안 되겠군. 이제는 돌아가 봐야겠어.”
멸마대는 무림맹 최강의 부대다.
하지만 의선도엔 멸마대 세 개조 중 천자조만이 있었고 또한 이곳 마물의 대지엔 천자조 중 1조만 와 있었기 때문에 수백의 괴물들을 상대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잘못하다가는 대원들의 귀중한 생명을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잃어버릴 수가 있었다.
“그만! 이제 돌아간다!”
우르르르릉.
위극혼이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소리치자 대기가 크게 흔들렸다.
“돌아간다! 돌아가!”
“추풍신법을 펼쳐 괴물들의 추격을 뿌리친다!”
대주의 명은 절대적인 것.
대원들은 즉시 학살을 멈추고 빠르게 자신들이 왔던 곳으로 신법을 펼쳐 돌아갔다. 이미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라 대원들은 추풍신법을 펼쳐 괴물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제 장내에 남아 있는 사람은 위극혼 혼자뿐이었다.
그는 돌아가기 전에 무쇠거인을 처치할 결심을 했기에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앙!”
“키리리리릭.”
대원들을 쫓고 있는 수백의 괴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십의 괴물들이 위극혼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정면에 있는 무쇠거인은 자신의 양손에 쥐어져 있는 거대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서는 당장이라도 내려칠 그런 자세를 취했다.
“형편없는 기수식이로군.”
위극혼은 무쇠거인이 취한 자세를 아이들 장난 정도의 동작으로 보고는 더 이상 볼 거 없다 생각했는지 전신에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주변 대기가 불안에 떨며 크게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가까이 다가오고 있던 괴물들이 자리에 멈춰 서서는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크릉. 크르르릉.”
“키이익.”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들.
살기(殺氣)였다. 하늘을 죽여 버릴 정도의 거대 살기가 위극혼의 몸에서 피어나와 장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죽인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짙고도 짙은 살의(殺意).
무섭다. 갑자기 위극혼의 검은 눈동자에 검은빛과 함께 새하얀 빛의 기운이 동시에 들어서며 회오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계속해서 떨리는 대기.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공포로 몰아가는 끔찍스러운 기운이었다.
“가거라!”
순간, 위극혼의 손에 들려 있는 명왕도가 한 줄기 빛이 되어 무쇠거인을 두 쪽으로 갈랐다.
쉬이익. 서걱!
그리고 끝이었다. 지금 위극혼이 사용한 것은 그의 양대 절기 중에 하나인 천극멸마도법(天極滅魔刀法)으로 절기 속에 살(殺)의 의지가 스며 있는지라 그보다 강한 사람이 그 살의 기운을 풀어 주지 않는 이상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
위극혼은 아무 말 없이 무쇠거인을 지켜보았다.
꿈틀거리며 몸을 움직이는 녀석.
하지만 그뿐이었다.
녀석은 전처럼 다시 빛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또한 두 쪽으로 갈라진 몸을 회복시키지도 못했다.
“됐군. 나보다 강할 수는 없으니 이대로 끝이야. 그리고 이곳은 나중에 천희랑 다시 한 번 와 봐야겠어.”
위극혼은 시선을 돌려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다.
“끄르릉. 끄르르릉.”
“끼잉. 끼이잉.”
괴물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위극혼은 계속해서 살기를 끌어올려서는 자신의 주위로 누구도 다가서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철이 된 무쇠거인과 괴물들을 잠시 더 바라보더니 곧 천고의 신법이라 할 수 있는 무영간섬비를 펼쳐서는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휘스스스스스스.
위극혼이 사라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안개가 끼어 있는 분지 안에서부터 누군가가 큰 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쿵! 쿵! 쿵!
머리는 초원의 사자 같은 형상이었고 회색빛 몸통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으며 그 크기는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오 장에 이르는 이족보행의 괴물이었다.
그 사자머리괴물이 나타나자 주위에 머물러 있던 모든 괴물들이 물러섰다.
머리에서부터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무쇠거인.
사자머리괴물은 그 무쇠거인의 앞에 서더니 놀랍게도 사람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크르르릉. 놀랍군.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이언 골렘을 이토록 손쉽게 부숴 놓다니…….”
스윽, 턱.
사자머리괴물은 손을 내밀어 아이언 골렘의 잘려진 단면을 들춰 보았다. 그러자 단면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는 그 시커먼 게 하나의 기운임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부리부리한 두 눈에 빛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