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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17화)
Chapter 6 의선도의 금역(3)


“크르르릉. 살기군. 나로서도 치유시킬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살기. 누굴까? 누구이기에 이런 엄청난 살기를 아이언 골렘의 몸체에다가 심어 놓을 수가 있는 것일까?”
사자머리괴물은 안개가 끼어 있는 분지 안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부하들이라 할 수 있는 대형 몬스터들과 아이언 골렘을 내보내 그 인간들을 처치하라고 시킨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인간들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당했다.
그리고 그 인간들 중에서 한 존재는 자신으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는 아이언 골렘을 쓰러트린 것이었다.
“크르르릉, 불안하군. 이곳 보타크 섬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다니. 수천 년간 이곳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왔었지만 그들 모두는 죽음을 맞이했어. 크르릉,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자들은 달라. 보통의 인간들이 아니야.”
사자머리괴물은 고개를 들어 인간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번 미행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르릉, 안 되겠지? 잘못하면 들킬 수가 있어. 그럼 이곳으로 저 인간들이 더 자주 들락거릴 거야. 크르릉, 그건 절대 안 돼. 이곳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해.”
그는 파수꾼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자다.
그러니 인간의 발길을 절대적으로 막아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들을 죽이면 되겠지만 그건 왠지 힘들어 보이니, 남은 방법은 인간들이 이곳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자신이 괜히 직접 나서가지고 그들의 관심을 살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크르르르릉.”
낮은 으르렁거림.
약간은 화가 나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추격을 하고 싶지만, 나가서 싸워 보고 싶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어 쉽게 나설 수가 없는 그 심정.
사자머리괴물은 잠시 동안 더 그렇게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바람처럼 사라진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돌아갈 생각을 했는지 곧장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잉그로 하임 매직 홀!”
지이이이이잉.
진동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언 골렘의 위로 시커먼 공간이 하나 생겨났다. 그 공간은 생성되어지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은 자신의 밑에 있는 커다란 아이언 골렘을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그 일은 눈 한 번 깜짝할 그런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됐군. 이제는 돌아가서 고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휘스스스스스.
사자머리괴물은 자신의 이공간 속으로 아이언 골렘이 들어가자 곧장 신형을 돌려세워 안개가 끼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의사청 안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회의실.
그곳엔 의선곡의 최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멸마대주인 위극혼은 삼존과 의선에게 자신이 마물의 대지에서 본 것을 간결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었는데 얘기를 듣는 그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말은 끝을 맺었고 가장 먼저 검존인 남궁인이 말을 꺼냈다.
“허허, 진정 놀랍군. 무쇠로 만들어진 그런 거인이 이곳 섬에 다 있다니……. 더구나 그 무쇠거인이 거대 검을 두 개나 들고 있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하지만 자네가 하는 말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게 말이야. 이거 정말 궁금한데? 이보게, 대주.”
“예, 말씀하시지요, 황보 어르신.”
권존인 황보장청.
그는 위극혼에게 부탁의 말을 했다.
“그곳이 어디인가? 나를 그리로 좀 안내해 주게. 너무 궁금하군. 가서 그 무쇠거인과 안개가 끼어 있는 그곳의 정체를 알아보고 싶어.”
그의 말에 도존인 심현노가 한 소리를 했다.
“흥. 저렇게 생각이 없어서야.”
“뭐냐? 심가야.”
미간의 주름을 살짝 좁히는 황보장청. 기분 나쁘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심현노는 그런 황보장청에게 계속해서 한소리를 했다.
“운미는 어쩌고? 자네, 손녀에게 무공은 안 가르칠 거야?”
“아차! 그렇지.”
황보장청은 심현노의 말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손녀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같은 일은 그뿐만이 아니고 다른 두 명의 친우들도 마찬가지였는데 현재 그들 손녀들의 무공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다. 매일 지켜보며 무공을 봐 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물의 대지가 있는 곳은 신법을 펼쳐서 가면 왕복으로 열흘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어 함부로 그 멀리까지 갈 수는 없었다.
“제길! 당장 가 보고 싶지만 할 수 없군. 지금은 손녀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일이 더 중요하니.”
다음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손녀의 무공이 안정적인 경지에 이를 때까지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의선은 대주가 말한 무쇠거인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곧 모두에게 말했다.
“좋지 않아. 검을 들고 있는 쇳덩이 괴물이라니. 이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이곳에 지성을 갖춘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말이 돼. 그렇다는 건 그 존재와 우리는 언젠가는 부딪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지.”
“나도 그 생각을 했네.”
검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우리 중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땅이야.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이상한 곳으로 떨어졌어.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에다가 살아 움직이는 무쇠거인이라니, 이게 어디 말이 될 법한 일인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일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이곳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네. 그곳 마물의 대지에 우리 다 같이 찾아가 보는 거야.”
“그곳에 가는 것은 저희들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위극혼이 안 된다고 하자 모두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삼존이 함께 가는 것이다.
무림의 초고수들인 그들이 함께 움직이면 웬만한 사파의 대문파들은 긴장을 했다. 한데 여기서 안 된다고 하니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위극혼은 눈을 빛내며 마저 설명해 주었다.
“위험합니다. 마물의 대지가 있는 중심부, 그곳은 안개가 심하게 끼어 있었는데 기감으로 살펴보니 그곳은 기운들이 매우 어지럽게 엉켜 있었습니다. 마치 천희가 진법을 펼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요.”
“어허! 그러면 매우 위험스러울 수 있겠군.”
“진법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니……. 에이! 그렇다면 거긴 내가 가 봤자 소용이 없는 거잖아. 제길, 나중에라도 한번 가 보려고 했더니만.”
“으음, 어렵군.”
삼존은 하나같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의선곡의 소곡주인 위천희가 펼치는 진법을 그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제갈세가나 그 밖에 술법으로 유명한 모산파에서 진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기는 봤다. 하지만 너무도 달랐다.
위천희가 펼치는 진법은 수준에서 차이가 났다.
그 경지가 다른 것이다.
신선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듯한 이동진에 수십, 수백만 평을 진법으로 가두고 거기에 생각지도 못한 신기한 진법을 위천희는 의선곡의 곳곳에다가 설치를 했다. 그것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도 했지만 무서운 힘이기도 한 것이었다.
“기감으로 느끼기에 그곳에 펼쳐져 있는 건 정확히 진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와 비슷한 거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그곳에 갈 때는 천희를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운을 감지하고 또 파헤치는 데에는…….”
위극혼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모두에게 설명했다.
그 뒤, 그들 다섯 사람은 잠시 동안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호오, 놀라운데……!”
회의실의 벽장이 놓여 있는 구석이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아까 전부터 누군가가 의선곡의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들이 지닌 기감을 속이기 위해 무려 6개월간을 고심해서 만든 기감각무위진(欺感覺無爲陣). 그 진 안에는 지금 위천희가 있었고 녀석은 아버지가 할아버지들에게 보고한 내용을 빠짐없이 듣게 되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길이가 4장에 이르는 무쇠거인이라니, 정말 어떻게 그런 게 있을 수가 있는 것일까?”
팔짱을 낀 채 두 눈을 감는 위천희.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소년을 아이도 어른도 아닌 열여섯의 청소년으로 만들었는데 더구나 그 얼굴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다. 화운영의 미모와 위극혼의 사내다움이 그 얼굴에 모두 다 담겨 있는 것이었다. 하긴 그 두 사람이 부모이니 닮을 수밖에 없으리라.
“궁금한데? 정말 궁금해. 한번 그곳 마물의 대지란 곳으로 가서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무쇠거인을 만들었는지 알아봐야겠어.”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마물. 막을 수 없다.
열여섯의 나이란 호기심이 왕성할 그런 나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듣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런 나이.
“틀림없이 보통 사람이 아닐 거야. 뭔가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을 팍 깨트릴 그런 존재가 거기에 있는 게 틀림이 없어. 정체를 알아야 해.”
위천희의 두 눈이 작게 빛을 발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돼. 7대 신령 모두가 소혼진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그때까지는 보류야. 이제 두 달 정도만 있으면 연구가 끝나니 그곳에 가는 것은 그 이후로나 미루어 두자.”
그가 소혼진에서 소환한 신령은 모두 일곱.
하지만 그들 일곱 신령은 아직까지도 진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다. 나가면 죽는다. 빛을 잃고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위천희의 연구는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어 머지않아 7대 신령은 마음껏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



Chapter 7 삼라조화신령진(1)


새벽 공기가 유난히도 좋았던 그날, 의선곡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한 섬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하룻밤 좋은 꿈을 꾼 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자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 중에는 삼존의 손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교의 흉계에 빠져 극독에 중독이 된 소녀들.
마교에서는 삼존을 협박했고 그들은 마교에서 요구하는 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후, 바로 손녀들을 데리고 의선곡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 의선은 늦지 않게 삼존의 손녀들의 목숨을 구했다. 죽지만 않으면 일단 무조건적으로 살려 놓을 수 있는 조화성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마교가 자랑하는 극독은 조화성수의 힘으로 해독이 되었고 그 뒤, 세 아이들은 몸조리를 하게 되었다.
한 달의 시간이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는 데는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고, 직후, 치료관 건물에서 나온 세 아이들은 이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면 그건 큰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의선곡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림 일이나 아니면 근처 다른 사람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 반해 아이들은 어린지라 아직 무림과 깊은 인연이 없었다.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다. 수련을 쌓으면 되는 것이다.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 그날까지 아이들은 그저 무공만을 열심히 수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
시원한 폭포수가 내리는 계곡 가에서 꾀꼬리 같은 음성을 지닌 여자 아이 셋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호호호, 언니! 빨리 들어와, 너무 시원해.”
“응, 잠깐 기다려 봐. 이곳에 누가 있지 않은지 살피고 나서 들어갈게.”
“그냥 들어와요. 이곳에 누가 있다고 그래요.”
하나같이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녀들이었다.
열넷에서 열여섯 살가량 되어 보이는 세 명의 소녀들.
그들 중 머리칼이 약간 붉은빛이 나고 있는, 올해 열여섯 살인 황보운미가 계곡 근처를 한 바퀴 돌더니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동생들이 있는 계곡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물론 겉옷과 속옷들은 모두 벗어 둔 채로.
아름다웠다. 빛이 나는 듯했다.
황보운미는 삼존 중 권존의 손녀로 다른 두 소녀보다 나이가 많고 또한 원래 체질적으로 상당히 커다란 체구를 지닌지라 이제 16세인데도 불구하고 다 큰 성인 여성보다 훨씬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와아, 역시 언니는 장난이 아니야. 나도 빨리 언니처럼 커서 예쁜 몸을 가지고 싶어.”
도존의 손녀인 심연화.
옆에 있는 남궁소연과 열네 살로 같은 나이인 그녀는 황보운미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자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커다란 유방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