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18화)
Chapter 7 삼라조화신령진(2)
“우와! 진짜 크다.”
“뭐 하는 거니, 연화야! 장난치지 마!”
자신의 뒤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심연화에게 나무라는 말을 하는 황보운미. 하지만 심연화는 계속해서 언니의 유방을 매만지며 부러운 듯 말했다.
“부러워! 정말 부러워! 나는 언제쯤에나 언니처럼 커다란 가슴을 가질 수가 있을까?”
정말 부러운 모양이었다.
심연화는 언니의 유방과 자신의 빈약한 가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리 빈약한 것은 아니었다.
심연화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좀 더 큰 가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폭포수가에 가 있는 남궁소연과 비교해도 약간 더 컸으니 실망하기에는 이른 것이었다.
“부러워하지 마. 가슴이 큰 것은 무공을 수련함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니까.”
황보운미는 무공을 익히기를 좋아했다.
정확히는 여협(女俠)이 되는 걸 꿈꾸는 소녀인데 권을 내지르는데 조금 방해가 되는 큰 가슴을 내심으로는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첨벙첨벙.
그때 어디선가 물장구 소리가 들려왔다. 폭포가에 가 있던 남궁소연이 헤엄을 치며 돌아오는 소리였다.
그녀는 황보운미에게 말했다.
“언니! 제가 등을 밀어 드릴게요.”
“으응, 그래. 그럼 나는 연화의 등을 밀어야겠구나. 자아, 연화야, 돌아서 봐.”
“호호. 좋아, 언니.”
심연화는 언니의 말에 냉큼 뒤돌아섰다.
그러자 예쁘면서도 발랄한 모습의 세 소녀가 일렬로 죽 늘어서서는 서로의 등을 밀어 주는 그런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지게 되었다.
“호호호, 언니! 너무 간지러워.”
“뭐가 간지럽다고 그래. 나는 소연이가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은걸.”
“언니. 그럼 저도 간지럽게 해 드릴까요?”
끊임없는 소녀들의 수다.
그들은 한낮의 무더위를 그렇게 계곡물에 몸을 담그며 시원스럽게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이곳엔 그들 세 소녀 말고도 남자 한 명이 몰래 숨어 있었고, 그는 여자 아이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자세히 훔쳐보고 있는 중이었다.
계곡가의 근처.
“와우! 정말 나는 행운아구나. 어제 이곳에다가 진법을 설치하기를 정말 잘했어. 저런 흥분되는 모습을 다 구경할 수도 있고 말이야.”
목소리를 들어 보니 위천희였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계곡물에서 목욕하고 있는 삼존의 손녀들을 지켜보았다.
위천희는 그들 세 소녀와 친했다.
하지만 그들이 벗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니, 정확히는 여인의 알몸을 보는 게 처음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처음으로 보는 여자의 알몸은 이제 열여섯 살로 한창 성에 대해 호기심을 보일 그에게 흥분된 경험을 안겨 주었다.
무사들이 가지고 있는 근육질의 몸은 멋지다.
그러나 그들의 멋진 몸도 지금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세 소녀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마음을 흥분되게 만들지 못했다.
“아아! 진즉에 여기에다가 진을 설치해 놓고 보는 건데 말이야.”
스스로를 질책했다.
진즉에 진법을 설치할 것을 왜 이제야 했을까 하는 그런 책망 아닌 책망.
그때 그가 있는 곳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말소리가 아닌, 정신 속으로 들려오는 것이다.
―뭐 하는 거예요, 대주.
―대주님! 여기서 뭘 보고 있는 거죠?
7대 신령 중 목령과 수령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는 은빛의 풍령도 함께하고 있었다. 모두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하나같이 예쁜 모습의 신령들.
그 모습을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하면 조금씩 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의 얼굴과 위천희의 엄마인 화운영, 그리고 의선곡에 사는 제법 예쁘게 생긴 여인들의 모습을 조금씩이지만 세 신령의 얼굴에는 녹아 들어가 있었다.
―뭐 하고 있는 거냐고요?
목령이 다시 한 번 물어오자 위천희는 세 신령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으응, 저기 계곡물에 들어가 있는 여자 아이들 보이지? 나 지금 걔네들이 목욕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중이야.”
별거 없는 대답이다. 하지만 세 신령은 곧바로 시선을 들어 계곡물에서 목욕도 하고 물장구도 치면서 놀고 있는 세 소녀들을 바라보았다.
원래 소혼진은 검은 기류가 사방을 감싸는지라 밖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세 신령은 어렵지 않게 바깥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지금 주위에 둘러진 진이 진짜 소혼진이 아닌 가짜 소혼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소혼진(假召魂陣)의 안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새로운 영이나 혼을 불러낼 수는 없었고 그저 진짜 소혼진에 있는 영들을 이곳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게 뭐, 볼 게 있는 건가요?
―맞아요, 재미없어요. 그냥 저희랑 같이 저기 가서 놀아요.
목령과 수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풍령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이게 왜 볼 게 없고 또한 재미없는 것이겠는가. 남자의 가슴을 울리는 그런 멋진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인데.
위천희는 다시 세 신령에게 설명해 주었다.
“너희가 뭘 잘 몰라서 그런 거야. 원래 세상에는 재미난 구경이 세 가지가 있는 거거든.”
―세 가지요?
―그게 뭔데요, 대주님?
“헤헤. 그건 첫 번째로 싸움 구경이야. 남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재미가 있지. 그리고 두 번째는 불구경이야. 크게 이는 불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되게 좋아해. 나는 별로인데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여자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거지. 헤헤, 나는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이 가장 재미있어. 아니, 재미있다기보다는 흥분이 되는 일이지. 아마 대다수의 남자들은 다 나와 같은 마음일 거야.”
싸움 구경, 불구경, 여자 알몸 구경.
이 세 가지는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싸움 구경을 최고로 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불구경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여자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는 것은 일부의 취향이 아닌, 대다수 남자들의 취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 신령으로서는 이해 못할 취향이었다.
―으응, 정말 이상하네?
―맞아, 이상해. 나는 대주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왜 여자가 목욕하는 게 재미난 구경인 거지?
“헤헤, 너희들이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다. 알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때 아무 소리도 않고 얌전히 있던 풍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헌데 대주님.
“응. 말해, 풍령아.”
평소에 거의 말이 없는 풍령. 7대 신령 중 아마 이 풍령과 금령이 가장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훔쳐보는 것은 나쁜 행동이 아닙니까? 왠지 저는 나쁘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좋은 질문이었다.
목령과 수령이 미처 생각지 못한 그런 것을 풍령이 잘 지적해 주었다. 위천희는 풍령의 괜찮은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그런 표정을 짓더니 곧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에, 그래. 네 말대로 이렇게 훔쳐보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야. 필요에 의해 적진의 내부로 침입을 해 첩자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지. 하지만 나는 괜찮아. 마음껏 훔쳐봐도 돼.”
―왜요? 왜 괜찮은 거예요?
목령이 위천희와 풍령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건 간단해. 너희들, 내가 저번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이야기를 해 줬잖아.”
―예, 해 줬어요. 매우 재미있어요.
위천희는 녀석들에게 친절히 예시까지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그래, 그들은 신이야. 하늘나라와 지옥에다가 각자 거처를 정해 놓고는 하계의 사람들이 나중에 죽으면 그들이 지은 죄를 심판해서는 각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지. 그들 중 염라대왕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부가 있는데 거기엔 깨알 같은 글씨로 죽은 사람이 하계에서 한 행동이 모두 다 적혀 있다고 해. 염라대왕은 마음만 먹으면 그 장부의 법력으로 죄를 지은 사람의 행동 모두를 볼 수가 있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모두 보는 거야.”
―그게 무슨……?
―에에.
세 신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주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천희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설명해 주었다.
“헤헤, 이해가 안 돼? 결국 나는 그들과 같은 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거야.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하계의 사람들을 모두 엿보고 있단 말이지.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욕하지 않아. 그 두 신이 여자들이 옷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을 훔쳐봐도 아무 말도 안 해. 왜겠어? 왜 욕을 하지 않겠어? 그건 바로 그들이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훔쳐봐서 그런 거야. 물론 그들이 신이라서 욕을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들키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인 거지. 들키지만 않으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되는 거거든.”
예시까지 들며 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세 신령은 그제야 대주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그 말이 가슴에 크게 와 닿는 신령들이었다.
“헤헤, 짜식들.”
위천희는 세 신령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한 그런 반응을 보이자 다시 계곡가로 시선을 주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폭음 소리가 들려왔다.
펑! 퍼펑!
가소혼진의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에이, 저것들은 시끄럽게 왜 싸움질이야. 지금같이 흥분되는 중요한 때에 말이야.”
두 신령이 방원 30장 넓이의 가소혼진 안에서 막 싸움을 시작했다. 폭급한 성격으로 다른 신령들과 자주 싸우는 화령과 7대 신령 중 가장 막내로 소환되어진 지랄 같은 성격의 뇌령이었다.
―크아아앙! 감히 네 녀석이 이 형님에게 덤비는 것이냐? 막내면 막내답게 굴어라!
화르르르르르.
산적처럼 큰 덩치에 거친 모습을 하고 있는 화령.
녀석은 몸에 크게 불길을 일으키며 눈앞에 있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호리호리한 체구에 얍삽하게 생긴 청년 모습의 뇌령이 몸에 전류를 강렬하게 일으키며 싸가지 없이 대답했다.
―크케케케케. 형님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거다!
지지지지지지직.
순간, 뇌령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며 가소혼진 안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화령은 그런 녀석을 향해 손에 작은 불덩이를 만들어 날렸다.
슈아아아아악.
빠른 공격. 하지만 뇌령은 몸체가 워낙에 빠른데다가 또한 그 지닌 힘이 상당히 파괴적이어서 녀석이 마음먹고 몸에서 작은 번개를 만드니 그 불덩이와 부딪히게 되었다.
퍼엉!! 퍼퍼펑!
―크아아앙! 이놈, 날려 버리겠다!
―크케케케케케! 누가 나를 잡을쏘냐!
화르르르르. 파지지지직.
붉은 불길과 주황색의 번개.
정말 시끄러운 소리였다. 결국 위천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뒤를 보며 한 소리를 했다.
“너희들 자꾸 그렇게 시끄럽게 할래? 자꾸 그러면 나중에 바깥세상에 나갈 때 너희 둘은 안 데리고 나간다!”
협박성 짙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협박에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두 신령은 급히 싸움을 멈추고 얌전히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몸으로 부딪히는 싸움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멈췄다지만 눈싸움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조용한 게 어디인가.
“헤헤, 좋아.”
시끄럽던 두 녀석이 조용해지자 위천희는 다시 기분 좋게 계곡의 풍경을 감상했다.
첨벙첨벙. 촤아아악.
뜨거운 햇살 아래 계곡의 기다란 물줄기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호호호, 언니! 거기는 만지지 마! 너무 간지러워.”
“뭐가 간지럽다고 그래? 가만히 있어. 내가 잘 씻겨 줄게.”
“아이잉! 거기는 부끄럽단 말이야.”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들.
이 얼마나 듣기 좋고 또한 보기 좋은 모습들인가.
사내라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그런 장면들이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하, 연화 쟤는 저기에 점이 있었구나. 그리고 운미 쟤는 가슴이 살짝 짝짝이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영안은 속일 수가 없지.”
정말 즐거운 광경이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이곳에 와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오오, 이제 보니 소연이도 끝내 주는구나.”
그의 입에서는 그저 감탄사만이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눈이 호강하고 있는 그때, 뜻하지 않게 문제가 발생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 뒤에는 꼭 나쁜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는 듯, 얌전히 눈싸움만을 하고 있던 화령과 뇌령이 조용히 서로의 몸을 치더니 빠르게 이동을 하며 위천희가 있는 곳으로까지 오게 되었다.
툭! 툭! 툭!
서로 한 대씩 계속해서 치고받았다.
―크르릉. 너 자꾸 까불래?
―크케케케케. 웃긴다, 웃겨. 지가 진짜 형님인 줄 착각하고 있네.
―크르릉. 이게 정말……!
이제 녀석들은 위천희가 있는 곳의 바로 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녀석들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