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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20화)
Chapter 7 삼라조화신령진(4)


‘기사혈, 화개혈, 선기혈……. 이제 몇 개 남지 않았어. 정확히 다섯 개야. 다섯 개의 금침을 다섯 군데의 혈도에 꽂으면 삼라조화신령진은 완성이야.’
위천희는 정신을 집중했다.
언제나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달그락.
금갑이 흔들리며 마침내 그곳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금침이 꺼내어졌다. 마지막 금침이니 마음이 뒤숭숭해질 법도 하건만 그는 침착히 하나 남은 마지막의 금침을 배 부위인 중완혈에다가 꽂았다.
‘됐어! 이제 영력을 중단전 부위에 불어넣으면 돼.’
완성이었다. 침을 놓는 일은 이제 끝이 난 것이다.
위천희는 일이 끝나자 즉시 상단전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영력을 가슴의 중단전에 보내 진법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우웅.
몸에서 진동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진법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장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진법 대가들 사이에서 진법은 당연히 대지 위에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위천희는 그런 상식을 깨고 방금 인체에다가 진법을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으응?’
뭔가 이상했다.
위천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몸에서 갑자기 강한 거부감이 밀려왔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신체가 거칠게 흔들렸는데 위천희는 지금의 이 현상이 매우 좋지 않은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부, 분명 삼라조화신령진을 완벽히 설치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동물 실험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한데 지금은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흔들흔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그의 몸은 점점 더 심하게 흔들거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일곱 신령이 그 모습을 보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야? 대주가 왜 저러는 거야?
―크르르릉. 좋지 않아. 뭔가 대주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아.
―그럼 큰일이잖아.
녀석들은 대주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다가가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 전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주님! 대주님……!
―뭔가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대주!
―안 돼요, 안 돼! 약속하셨잖아요. 우리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했잖아요.
“으으윽.”
위천희는 괴로웠다.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옆에서 일곱 신령이 쫑알거리고 있으니 신경이 분산되었다.
―크르르릉. 대주! 힘내십시오!
‘이 녀석들아! 저리 가!’
“우욱!”
그의 입에서 무언가가 토해졌다.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 물.
그것은 생명의 원천인 핏물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이잉.
핏물을 한 움큼 쏟아 내자 몸에 이는 진동이 점점 더 커져갔다. 더 이상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다.
‘뭘까? 뭐가 잘못된 걸까?’
위천희는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도를 빠르게 모색했다.
살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알아야 했다.
신령들이 떠드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생명이 위급하니 정신은 하나로 모아졌고 영규가 타통이 된 머리는 최단 시간 내에 뭐가 잘못된 것인지 위천희에게 알려 주었다.
‘으으윽. 그래, 이건 중단전에 문제가 있는 거야. 삼라조화신령진은 마음의 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단전에 자리를 잡아 신령들의 보금자리로 삼게 하려고 만든 것이야. 소혼진을 대신하는 것이지. 헌데 지금 그곳 중단전에 문제가 발생해 삼라조화신령진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처럼 크게 흔들리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걸 바로잡지 못하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어.’
죽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는 꿈이 있지 않은가. 목표가 있지 않은가. 그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었다. 조금만 더 삼라조화신령진을 실험해 볼 걸 괜히 열흘이나 앞당겨 실행에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보운미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이 속이 상해 그렇게 빠르게 실행에 옮겼는데 이제는 후회를 해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후회를 하기보다는 살 방도를 찾는 게 현명했다.
“우욱!”
다시 한 번 그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 핏물은 바닥을 붉게 물들여 주위를 불길한 기운으로 몰아갔다.
―아아악! 대주님! 피예요, 피!
―어떻게, 어떻게 해요? 제발 힘을 내세요!
―키에엑! 큰일이다! 대주가 죽으려고 한다! 누가 대주를 살려 내 봐!
일곱 신령들이 위천희의 입에서 붉은 핏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자 다급한 듯 날뛰기 시작했다.
대주는 엄마다. 대주는 부모다.
대주가 죽으면 자신들도 죽는 것이었다.
―크아아앙! 대주!
위천희는 신령들이 날뛰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이 살 방도를 강구했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대로 반각(7, 8분) 정도만 있으면 생을 보존할 수가 없었다.
‘으윽. 방법은 한 가지야. 탁기를 제거해서 중단전을 깨끗이 해야 해. 삼라조화신령진이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야 해.’
중단전을 깨끗이 하는 법.
그것은 간단했다.
오운육기의 법문을 운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운육기의 법은 상단전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영력을 키우는 법문이지만 중단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마음의 밭인 그곳을 깨끗이 해 언제나 활기찬 기운을 가지게 하고 또한 생명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오운육기의 법은 하단전을 제외한 상단전과 중단전에 고루 영향을 끼치는 천고의 법문이라 할 수 있었다.
“크으윽!”
저도 모르게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며 실핏줄이 여기저기에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불길한 진동음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삼라조화신령진의 기운이 그의 몸을 붕괴시키려 힘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으윽. 아……. 안 되겠다. 시간이 없어. 지금부터는 다른 생각 말고 무조건 오운육기의 법문을 외워야 해.’
위천희는 더 늦기 전에 바로 오운육기의 법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급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제 반각도 채 남지 않았다.
삼라조화신령진이 마음의 밭에 안전히 정착할 수 있게 그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극도의 집중력을 보여 주었다.
그 집중력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그 최고의 집중력은 곧 기적을 낳았다.
‘지성지신지심(至誠至信之心)……. 하늘문은 오직 지극한 정성과 믿음으로서만 열리는 것이다.’
믿음에 믿음을 실었다.
그 믿음은 증폭이 되어 마침내 하늘에 닿았다.
슈아아아아악.
백회혈이 열렸다. 동시에 회음혈이 열렸다.
위천희는 지극한 정성으로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백회혈과 회음혈로부터 받아들여 중단전에 있는 티끌과도 같은 탁기를 순식간에 제거했다.
그러자 소혼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처음엔 위천희 그가 흔들렸지만 이제는 소혼진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케에엑! 뭐, 뭐야?
―큰일이다. 우리 집이 무너지고 있어!
―대주님, 대주님!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우리 신령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요!
신령들의 눈에 두려움의 빛이 담기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절망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소혼진이 자리해 있는 공간이 비틀렸다.
신령들의 모습은 공간이 비틀리자 마찬가지로 비틀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위천희도 똑같았다.
―아아아아아아……!
―대주님……!
일그러진 공간, 일그러진 일곱 신령.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일그러트린 위천희.
잠시 후, 소혼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폭발해 사라져 버렸다.
콰쾅! 콰콰콰콰쾅!



Chapter 8 신령들의 보금자리(1)


콰쾅! 콰콰콰콰쾅!
평화롭던 의선곡에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모두들 크게 놀랐고 멸마대주인 위극혼은 즉시 대원들을 이끌고 폭발음이 들려온 의선곡의 북부에 있는 안심림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본 장면은 진정 놀라웠다.
숲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안식림과 연결되어 있는, 이곳 의선도로 이동해 오며 일부만 남아 있던 절벽도 같이 없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크게 놀라게 한 것은 모든 게 사라지고 없는 그곳에 위극혼 그의 하나뿐인 자식인 위천희가 쓰러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들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고 위극혼은 급히 아들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일찌감치 무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의선의 아들답게 의술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어렸을 때 배워 두어 충분히 아들의 상태를 살필 수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진맥을 해 보니 아들은 크게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진찰이 필요했다.
의선이자 곡주인 아버지에게 데려가 전체적인 검사를 통해서 아들의 건강 상태를 확실히 살펴야 했다.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그리고 의선곡의 차대 곡주가 될 아이였다.
그는 서둘러 아이를 의선곡의 진료관으로 데려갔고 의선은 그곳에서 바로 진찰을 시작했다.

끼이익.
이각(30분)의 시간이 지난 후,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누군가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의선곡의 곡주인 의선이었는데 그가 나오자 진료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됐나요, 아버님?”
“이보게, 의선! 어떻던가. 천희는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고 말고. 천희 그놈이 어떤 놈인데 다치겠어.”
질문은 많았지만 내용은 하나였다.
의선은 그들의 근심이 묻어나는 질문에 안도할 수 있는 그런 대답을 해 주었다.
“괜찮네. 어떤 대단한 충격을 받아 잠시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인데 이삼 일 정도 푹 쉬고 나면 안정이 돼서 깨어날 수 있을 거네.”
“오오, 그거 잘됐군.”
“하하하, 그럼, 그렇지. 천희 그놈이 어떤 놈인데.”
검존과 권존이 다 같이 잘됐다며 한마디씩을 했고 도존은 그저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화운영은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으며 그 밖의 위극혼이나 네 명의 당주들은 당연하다는 그런 표정들을 지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화운영이 다행이라며 방금 의선이 나온 진료관 제1진료실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의선이 말렸다.
“어멈아. 지금은 안 된다. 현재 천희는 안정이 최우선이야. 안정을 취해야 하는 이때에 사람의 기운이 닿으면 회복이 더디게 된단다.”
“아아……. 예에, 그렇겠군요.”
화운영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의선곡의 사람이다. 의선곡으로 시집을 와 그동안 적지 않게 의술 공부를 해 오고 있어 의선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그럼 모레부터 출입하는 게 좋겠군요.”
“그래, 그렇게 하거라. 늦어도 삼 일 이내로는 깨어날 터이니 모레부터 만나 보는 게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게다.”
의선은 며느리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고는 곧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자아, 그럼 모두들 나가지. 이곳에서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있는 것은 천희에게 그다지 좋지 않으니 말이야.”
의선이 이만 나가자 하니 삼존이 신형을 돌려세웠다.
“알겠네. 그럼 모두 나가도록 하지.”
“그래. 그렇게 하자고.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 대주가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 좀 해 줘. 천희가 어찌해서 저리 됐는지 말이야.”
모두들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과연 천희가 어찌해서 저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됐는지 다들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위극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아는 것은 없었다. 해 줄 말이 없는 것이다.
‘안식림이 사라지고 거기에 뒤에 조금 남아 있던 절벽도 같이 사라졌어. 그것은 오태산의 빼어난 절경 중의 하나였던 일출봉을 연상케 해. 어느 날 그 일출봉은 사라지고 말았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위극혼의 머릿속에는 지금 하나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정신을 잃은 것과 숲을 비롯한 절벽이 함께 사라진 이유.
‘으음, 틀림없어. 녀석이 진법 실험을 하다가 그리된 것일 거야. 그거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천희가 깨어나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