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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23화)
Chapter 9 초고수들의 연무를 보여 주다(2)


“에이구. 완전히 쫄았구나. 신령이라는 녀석들이 사람에게 겁을 집어먹다니……. 헤헤, 지금은 아니니까 안심들 해. 그리고 오늘 너희들은 도존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봐야 해. 삼존의 남은 두 분과 의선이신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희들은 나의 아버지를 보게 될 거야. 멸마대주이자 명왕인 우리 아버지를 보면 너희들은 내가 며칠 전에 말한, 나중에 최종적으로 싸우게 될 그자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도 자연히 알게 될 거야.”
지금 위천희는 일곱 신령들에게 세상의 강자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려 주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병상에서 일어난 그날부터 위천희는 신령들과 했던 약속을 지켰다. 한 달 내내 세상 구경을 시켜 준 것이다.
신령들은 위천희가 허락을 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중단전에 자리한 삼라조화신령진은 그의 몸 안에서만 작용 하는 게 아니라 몸 외부에도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 외부의 경우는 삼라조화신령진에서 파생된 찌꺼기 같은 기운이 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일곱 신령은 그 찌꺼기 같은 기운이 영향력을 미치는 곳까지는 자유로이 이동이 가능했다.
현재 녀석들은 위천희의 몸에서 삼백 장(900m) 밖으로까지는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 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위천희가 오운육기의 법문을 외울수록 삼라조화신령진이 좀 더 완벽해져 그 힘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아, 그럼 이제 가자. 이번에는 검존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시간이 없으니 질문은 나중에 한꺼번에 받을 테니까 그리 알아.”
위천희는 검존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가기 위해 일곱 신령들과 함께 곧바로 진의 한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기감각무위진은 하나의 진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하나의 진이 더 있었다.
외부가 후천진법인 기감각무위진으로 감싸져 있다면 내부는 선천진법의 시작인 이동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었다.
“자아, 간다!”
잠시 후, 기감각무위진 안의 이동진에서 크게 빛이 일더니 그 안에 있던 위천희와 일곱 신령을 의선곡의 북동부에 있는 한 지역으로 이동을 시켰다.
화아아아아아악.

***

의선곡의 후계자는 태어나면 둘 중 하나의 길을 가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본래 의선곡이 지향하고 있는 길인 의로(醫路)든가 그게 아니면 무로(武路)다.
삼백여 년 전에 처음 그 문을 열게 된 의선곡은 대대로 의술의 경지가 신선지경에 이른다는 의선을 배출할 수가 있었다.
그럼 의선곡이 의선을 계속해서 배출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그것은 의선곡의 후계자들이 다들 의술에 대한 재능이 초절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남들에게는 없는 한 가지 뛰어난 의공(醫功)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생순활공(保生順活功).
이것이 바로 위씨 가문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의선을 배출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는 이 보생순활공은 의선이 지니고 있는 다른 절기들의 모태가 되는 힘이었다. 생사금침대법과 조화성수를 비롯해 무공이라 할 수 있는 제룡의선수와 유운의선보는 모두 보생순활공에서부터 비롯된 절기들이었다.
그럼 의선곡의 무로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마교로 인해 탄생했다.
이백십여 년 전, 당시의 마교 교주는 수련을 쌓다 주화입마에 빠져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지경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결국 그들은 당시 의술로 천하를 진동시키고 있던 의선곡을 기습해 그곳의 곡주를 납치해 가게 되었다.
의선곡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납치를 당한 곡주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술로써 세상을 구하려 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음을 의선곡은 그날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그때부터 의공이 아닌 무공을 창안하게 되었다.
의선곡의 문을 연 위씨 가문은 천하의 인재들이었기에 무공을 창안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오십여 년이 흐르자 천하에 우뚝 세울 수 있는 그런 절대의 무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절대의 무공이 만들어진 그날부터 의선곡의 후계자는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 열 살이 되면 의로 또는 무로를 선택해 걷게 된 것이었다.

“후으읍. 하아아아…….”
십 장 크기의 공지 한가운데에 흑의를 입은 한 사내가 가부좌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스스스스슷.
흑백이 분명한 기류였다.
사내가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반복을 할 때마다 그의 코와 입에서는 검은 기류와 함께 새하얀 기류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그의 전신에서도 같은 빛깔의 기류가 사방으로 넘실거리며 흘러나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지옥의 야차를 보는 듯 매우 무서웠다.
멸마대주인 위극혼.
현재 그는 내공 수련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가문에 내려오는 멸생역살공(滅生逆殺功)을 삼십 년이 넘게 수련을 해 와서인지 그의 진경은 놀라웠다. 단전에 자리하고 있는 진기는 그의 전신을 무섭게 돌며 좀 더 강력한 힘을 그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휘류류류류류류.
자연지기가 몰려들고 있다.
대기에 퍼져 있던 기운들이 그의 몸을 가리고 있는 흑백의 기류에 빠르게 흡수가 되고 있었는데, 잠시 후, 그의 전신에서 흑백의 기운이 크게 팽창을 하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그의 몸으로 다시 흡수가 되었다.
“으음, 아쉽군.”
위극혼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도 있는지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그러더니 곧 감은 두 눈을 뜨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 아무래도 며칠 폐관수련에 들어야 할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뜨거운 태양은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그가 서 있는 대지를 후덥지근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위극혼.
그는 다시 무공 수련을 하려는지 왼쪽 허리춤에 있는 도집에서 그의 애도인 명왕도를 빼 들었다.
거무튀튀한 빛깔의 도신.
아무래도 그것은 도존의 천룡도와 비슷한 철로 만들어진 듯 보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병기들이 있지만 명왕도와 천룡도는 극상품의 병기이지 않은가 싶다.
“그럼 이제부터는 기세 수련을 쌓아 볼까.”
그는 즉시 명왕도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서는 천단세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전신에서 무서운 기운이 사방으로 폭사되어 퍼져 나갔다.
우우우우우우웅.
주위 숲이 조용해졌다. 아니, 처음부터 조용했다.
위극혼 그가 이곳으로 수련을 하러 오는 시간은 죽음의 시간이었다. 주위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그가 오는 오후 시간에 맞추어 일찌감치 멀리 피해 있었다.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내뿜는 기운은 일반의 동물들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기운인지라 그런 기운에 잠시라도 노출이 되면 약한 동물은 오래 살지 못하고 금방 죽어 버린다.
정신에 타격을 주는 그것은 천극멸마도법의 기수식이었고 위극혼 그는 언제나 그 기수식으로 기세 수련을 쌓았다.
다른 초식의 수련은 필요 없었다. 원래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른 초고수는 마음 수련이 중요한 것이지 실제로 몸을 쓰는 초식의 수련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마음속으로 더할 수 없는 살심을 품으니 고요했던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마치 바람에 날리기라도 하듯 거칠게 흔들리는 숲.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만 갔다.
‘죽인다! 천지를 일도에 갈라 버리겠다!’
하나의 의지, 그것은 살(殺)이었다.
그의 두 눈에서 흑백의 빛이 회오리를 치더니, 순간 거대한 살기가 숲을 뒤엎었다.
후화아아아아악.

“와아! 대단하다!”
위극혼이 기세 수련을 쌓고 있는 공지의 외곽 숲.
그곳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 말은 위극혼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감각무위진의 안에 있는 위천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버지의 수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의 안으로는 아버지가 내뿜는 기운이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그가 지닌 영기감 능력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대단해. 역시 아버지야. 이곳 의선도에 머문 지 사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삼존 할아버지들과 동급의 경지에 들어선 듯해.”
위천희는 무공을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보는 눈은 가지고 있었다.
의선곡의 장서고에는 적지 않은 무공비급이 있었고, 그는 그곳에 있는 서적을 재작년에 모두 읽은 상태였다. 이제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읽을 만한 책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볼 생각도 없는 그였다.
모든 것은 기초에서 만들어진다.
영규가 타통이 된 그는 기초 무공에서 상승 무공의 길을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장서고에는 상승 무공도 적지 않게 있어 그는 무공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해박하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인지라 위천희는 아버지의 경지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이곳 의선도는 중원보다 기의 농도가 다섯 배 이상 짙은 곳이야. 아마 그래서일 거야. 삼존 할아버지들도 오늘 보니 몇 년 사이에 그 경지가 더 높아지셨으니 틀림없어.”
위천희가 생각하기에 이곳은 진정 무공을 수련하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모두가 중원에 있을 때보다 빠른 속도로 무공의 경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명왕과 삼존 말고도 멸마대원을 비롯해 의원들의 호신공도 빠르게 그 경지가 오르고 있으니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대…… 대주님! 이제 그만 돌아갔으면 합니다.
―맞아요, 그냥 돌아가요.
뒤에 있는 일곱 신령 중 토령과 목령이 그만 돌아가자고 말을 했다.
“뭘 벌써 돌아가! 그것보다 다들 어때?”
위천희는 아버지의 수련하는 모습에서 시선을 떼고는 신형을 돌려 세워 일곱 신령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녀석들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르르르.
또한 그들 중에 화령과 뇌령, 그리고 금령은 어울리지 않게 신형을 잘게 떨고 있음도 보게 되었다.
‘후후, 녀석들.’
위천희는 녀석들이 왜 그런지 눈치를 챘다.
그것은 다른 삼존 할아버지들과 같은 것이었고 지금 녀석들의 반응은 그분들을 몰래 훔쳐봤을 때보다 좀 더 심한 것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익히고 계신 멸생역살공. 이것은 할아버지가 익히신 보생순활공과 정반대의 것이야. 그것은 보생순활공을 역으로 짚어 만든 죽음의 살공이니 녀석들이 겁에 질리는 것도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것 가지고 놀라면 안 되지. 아암.’
지금까지 그는 신령들과 함께 의선곡의 삼존과 의선의 무공을 지켜보았고 그때마다 조금씩 녀석들에게 앞으로의 할 일을 알려 주었다. 물론 그 일이란 것은 위천희 자신의 일이었다.
그는 이제 녀석들에게 마지막 말을 해 주기로 했다.
“잘들 봤을 거야. 너희들이 이곳 의선도에서 가장 마지막에 싸울 사람이 바로 저 앞에서 기세 수련을 쌓고 계시는 나의 아버지다. 삼존 할아버지와의 대련이 끝나면 그 이후로 싸우게 될, 앞으로의 천하제일을 예약하고 계신 명왕이시지.”
―우우, 말도 안 돼!
―크르르르릉.
―키에엑! 이거 정말 대주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우리가 저 아저씨하고 어떻게 싸워! 키에엑. 케에엑! 그 삼존 노인네들보다도 더 강해 보이잖아.
뇌령의 반발이 가장 컸다. 하지만 위천희는 녀석의 반발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벌써부터 겁을 집어먹으면 어떻게 해! 너희들이 최종적으로 싸울 자는 나의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자란 말이야. 중원으로 돌아가면 오래지 않아 그자와 싸울 건데 벌써부터 이리 자신 없어 하면 어떻게 하냐?”
무림에서 명왕인 위극혼보다 강한 자.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아마 한 손으로밖에 셀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극혼은 늦어도 십 년 안으로는 자신의 위에 있는 강자들을 모두 밑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가 가진 무공의 재능은 천하제일인이 되어도 부족할 정도로 대단했으니 틀림이 없다.
“그렇게들 걱정하지 마!”
위천희는 녀석들이 동요를 하자 바로 안심이 되는 그런 말을 해 주었다.
“이 대주가 아무렴 안 되는 일을 시키겠냐? 너희들의 실력을, 현재 지니고 무력을 충분히 키운 다음에나 대련을 하게 할 테니까 안심들 해. 오늘은 너희들의 최후의 상대가 어떤 자인지,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 느끼게 해 주려고 이렇게 네 분 할아버지들과 나의 아버지가 수련을 쌓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 거니까 말이야.”
대주의 말이 끝나자 일곱 신령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들을 내쉬었다.
―아아, 다행이다.
―휴우우. 맞아, 맞아. 나는 지금 당장 붙어 보는 줄 알고 가슴이 다 조마조마했다니까.
―에구구, 그럼 당분간 허리 부러질 일은 없겠군.
―키캬캬캬캬.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럼, 그럼. 대주가 어떤 사람인데 말이야. 키케케. 지금 당장 저런 염라대왕 같은 아저씨와 싸우면 그건 정말 큰일이지.
뇌령은 염라대왕이라고 하는 신을 세상에서 제일 강한 자로 알고 있었다. 그건 다른 신령들도 마찬가지였다.
위천희는 신령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줄 때 그 염라대왕이 지옥을 다스리는 왕으로서 그 힘이 당할 자가 없다고 자주 말해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