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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법사 유레드 1권(24화)
Chapter 9 초고수들의 연무를 보여 주다(3)


―크르르릉.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군.
―언젠가는 나도 저만치 강해질 수 있겠지.
다혈질의 화령과 무인과도 같은 금령이 두려운 마음을 참고는 기세 수련을 쌓고 있는 위극혼을 바라봤다.
더할 수 없이 강해 보이는 철혈의 사나이.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거무튀튀한 도를 그냥 하늘 높이 들어 올렸을 뿐인데도 세상은 그에게 겁을 집어먹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하나 괜찮다. 자신들도 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대주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수련을 쌓으면 언젠가는 지금의 이런 두려운 감정을 떨치고 염라대왕처럼 강한 명왕과도 싸울 수 있으리라.
그때 조용히 있던 풍령이 질문을 던졌다.
―대주님! 헌데 저희 신령들이 최후에 싸울 자가 누구입니까? 누구기에 오늘 본 강자들보다 더 강하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날카로운 질문. 역시 풍령은 다른 신령들과 달랐다.
“헤헤, 그건 너희들이 충분히 강해졌다고 판단이 들면 그때 알려 주지. 뭐, 너희들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 나의 진법 실력이 궁극의 경지에 들어서면 모든 것은 다 끝나는 거니까. 모든 별들은 하늘 속에 다 있잖아.”
며칠 전부터 위천희는 신령들에게 자신은 몇 년 안으로 누군가와 싸우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 적은 너무도 강해 현재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다고 하면서 대신 너희 신령들이 자신을 대신해 싸워야 한다고 했었다.
“자아. 그럼 이제 돌아가자. 가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가기로 하는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다.
위천희는 일곱 신령에게 세상의 강자들을, 아니, 의선도의 강자들을 모두 보여 주었다. 도존을 시작으로 검존, 권존, 의선, 마지막으로 명왕까지.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신령들은 자기들이 매우 강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다섯 강자의 수련하는 모습을 본 녀석들은 단번에 기가 죽고 말았다. 그러니 앞으로 위천희 그가 가르치는 것을 열심히 배울 것이다.
기대가 됐다. 과연 일곱의 신령들이 어느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녀석들이 앞으로 배울 상승의 무공들.
자신 있었다. 가르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위천희였다.



Chapter 10 폭풍우가 치던 날(1)


끝없이 물결이 치고 있는 해양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카이마 자작은 날씨가 좋아 바로 배를 출항시켰다.
열세 척의 거대 선박들을 이끌고 그는 섬나라인 리나 왕국의 항구를 출발해 그의 나라인 플로렌스 왕국을 향해 힘차게 닻을 올렸다.
날씨는 정말 좋았다.
이대로만 가면 보름 안으로 도착할 듯싶었다.
하지만 배를 탄 지 6일째 되던 날,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돌변해 카이마 자작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멀리서부터 먹구름들이 몰려들더니 잠시 후에는 폭포수와도 같은 비를 드넓은 해양으로 쏟아 붓기 시작한 것이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우르르르릉.
하늘이 노했나 보다. 검은 하늘은 세찬 비와 함께 무서운 낙뢰를 바다로 거침없이 내려 보냈다.
열세 척의 거대 선박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거센 풍랑에 갈 곳을 잃고는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었다.
“조심해라! 돛대가 쓰러진다!”
우지지지직.
한 선원이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커다란 돛대가 갑판 위로 쓰러졌다.
“으아악!”
“누가, 누가 나 좀 살려 줘!”
비명성이 크게 울렸다. 하지만 그 비명성은 하늘의 천둥소리에 먹혀 그대로 가라앉고 말았다.
우르르르르릉.
“으아악! 발프 신께서 노하셨다!”
“오오, 신이시여!”
콰쾅! 콰콰쾅!
가라앉았다. 벽력은 폭풍이 되어 열세 척의 선박을 강타했고 결국 하나의 선박이 거친 풍랑 속으로 침몰하게 되었다. 이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자연이 하는 일이지 않은가.
인간은 그저 신에게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가장 큰 배에 승선해 있던 카이마 자작.
“이런 제기랄!”
그는 자신의 배 한 척이 침몰을 하자 즉시 선실로 뛰어 들어가 안에 있는 루이 선장에게 다그치듯이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선장! 당장 가까운 곳으로 배를 몰고 가! 이러다가 다 죽게 생겼잖아!”
“그게 조금 곤란합니다, 자작님.”
“뭐야?”
루이 선장이 곤란하다고 말을 하자 카이마 자작의 작은 실눈이 더욱 작게 변했다. 화가 난 표정. 무섭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면 반드시 사람 하나가 죽어 나갔다.
“뭐가 곤란해! 너, 죽고 싶어? 이러다가 배가 전부 다 침몰하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게, 그게 그러니까…….”
루이 선장은 카이마 자작의 두 눈이 붉게 변하자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 지금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은 거, 거기 보타크 섬입니다. 대, 대형 몬스터들이 즐비한 그곳이란 말입니다.”
“뭐야? 이런, 제길……!”
카이마 자작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방금 루이 선장이 말한 보타크 섬.
그곳은 금역이다. 대형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은 한 번 잘못 발을 디디면 뼈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몬스터들의 밥이 될 수가 있었다.
달랐다. 같은 종이라도 그곳의 몬스터는 일반의 몬스터보다 이상하게도 더 크고 또한 사나웠다.
예전에 인간의 군대가 여러 번 그곳을 평정하러 갔다가 모두 그 대형 몬스터들의 밥이 된 적이 있었기에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그곳에 가지 않았다.
“이거, 이거 어쩌지?”
카이마 자작이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지 고민을 했다.
그사이 열두 척으로 줄었던 선박은 다시 두 척이 더 침몰해 이제는 열 척이 되었다.
“으아악!”
“발프 신이여! 제발 저희를 굽어 살피소서!”
끝없는 비명 소리.
우지지지직.
콰쾅!
마침내 카이마 자작이 승선해 있는 선박도 돛대 하나가 부서져 날아갔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우르르르르릉.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폭풍우.
결국 길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카이마 자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선장! 당장 그곳으로 가! 보타크 섬으로 키를 돌려! 이대로 가다가는 내 재산이 전부 다 날아가!”
“아, 예에, 아…… 알겠습니다.”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에 불을 켜고 말을 하는 카이마 자작이었다. 그 모습에 찔끔한 선장은 아무 소리 않고 바로 키를 돌렸다.
잠시 후, 카이마 자작이 타고 있는 선박에 커다란 깃발이 하나 올려졌다. 피 칠을 한 듯 붉어 보이는 그것은 신호용 깃발로서 지금 당장 제일 가까운 육지로 키를 돌리라는 의미였다.

***

쏴아아아아아아―
우르르르릉.
줄기차게 내리는 비.
밖에서 일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의선곡의 사람들은 비가 너무 많이 내리자 하던 일들을 모두 접고는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 쉬었다. 그 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하거나 축사에서 일을 하는 하인들이었다.
의원들이나 무인들의 경우는 비가 오든 말든 자신들의 일을 찾아서 했다. 의원은 의술을 공부했고 무인은 내공 수련을 하며 자신들의 거처에서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의선곡의 소곡주인 위천희.
그는 의원들이나 무인들처럼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은 바로 진법이 설치된 곳에서 일곱 신령들과 함께 수련을 쌓는 것이었다.

펑! 퍼펑! 퍼퍼퍼펑!
귓가를 먹먹하게 하는 폭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위천희는 수령과 풍령이 하는 대련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깃들었다.
현재 두 신령은 위천희 그가 만든 무공인 수왕권(水王拳)과 풍왕권(風王拳)을 펼쳐서는 상대의 몸을 가격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물 흐르는 듯한 보법에 바람처럼 자유로운 보법이 권법의 힘을 더해서는 두 신령이 하는 대련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하지만 보기에만 그런 것이었다.
권에 격타를 당하면 일반의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이고 절정의 고수라도 아무런 방비 없이 격타당하면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이다.
“신령들에게 전수해 준 일곱 개의 권법과 일곱 개의 보법. 헤헤,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어. 녀석들의 특성에 맞게 기존에 있던 무공들을 약간씩 변형시키니 그 위력이 더해. 내가 만들어 주고도 놀랐다니까. 이건 아마도 녀석들이 신령이라서 그런 걸 거야.”
스윽.
위천희는 시선을 돌려 다른 신령들을 바라보았다.
화르르르르. 지이이이잉.
붉은빛의 기운과 금빛의 기운이 크게 일었다.
화령과 금령은 수령과 풍령이 하는 것처럼 서로 대련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들도 대주에게 전수받은 무공인 화왕권(火王拳)과 금왕권(金王拳)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불길에 휩싸인 주먹과 강철 같은 주먹이 부딪혔다.
그러자 커다란 폭음이 장내를 휩쓸었다.
콰앙!! 콰콰콰콰콰쾅!
근처에서 대련하고 있는 수령이나 풍령보다 더했다.
“확실히 저 녀석들이 사용하는 권은 수령이나 풍령에 비해 그 파괴력이 더 강해. 내가 녀석들에게 전수해 준 일곱 개의 권법은 그 위력이 다 비슷한 것인데도 말이야.”
위천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령이면 모두 같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능력에 차이가 있어. 아니,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이건 다른 거라고 해야 옳겠어. 능력이 달라. 이건 세상 이치와 같은 거야. 세상일이라고 하는 게 힘이 세다고 해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세상에는 강한 힘을 지닌 무사들이 있다. 그럼 그들만 있으면 이 세상이 잘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세상이 잘 돌아가려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 고기를 잡는 사람, 대장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 장사를 하는 사람 등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을 바꿔야만 해. 신령은 신령이야. 그들은 싸우는 무사들이 아니야. 그러니 신령들에게서 무력만을 찾을 게 아니라 다른 능력들도 찾아야 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그런 것들을 말이야.”
아직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었다.
지금 그는 신령들이 강해질 수 있게 무공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었고 녀석들은 빠르게 그 무공이라고 하는 이름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에이, 됐다. 뭐, 그건 차차 알게 되겠지. 일단 지금은 녀석들이 강해지는 것만을 생각하자.”
위천희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토령과 목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두 다리를 어깨 넓이까지 벌리고는 가만히 서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녀석들의 신체에서 어떤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스스스슷.
기세 수련(氣勢修鍊)이었다.
몇 달 전, 위천희의 아버지인 위극혼이 개인 연무장에서 하던 기세 수련을 지금 토령과 목령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곱 신령은 기운 덩어리라 할 수 있었다.
녀석들을 무림인이라고 치면 하단전에 있는 진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진기는 내공이고 내공은 무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럼 이렇게 내공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 신령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무공 초식이다.
내공은 있으니 이제는 초식을 익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데 이 초식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령이 필요했다.
지금 토령과 목령이 하는 기세 수련은 이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좋아, 쟤들도 다 잘하고 있군. 그럼 이제는 사고뭉치라 할 수 있는 녀석을 볼까.”
홀로 떨어져 수련을 하고 있는 뇌령.
녀석은 지금 하늘 위에 떠서는 대주가 전해 준 뇌왕권(雷王拳)을 사용해 지상으로 내쏘고 있었다.
쾅! 콰쾅! 콰쾅!
직경이 일 척(30cm) 정도 되는 작은 구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