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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동네에는 1권 (23화)
저런 계열의 능력자, 아니, 실제 거리에서 나와 같은 능력자를 마주친 것 자체가 처음이니 그 실제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은 곤란하지.’
빛과, 불과, 폭음이 난무하는 골목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 빛이 새어 나가지 않을 만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장소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그 빌라 공사장으로 가자.’
원래는 거기서 짠하고 변신 후 나이트메어들을 잡으러 가야만 했지만 지금 천천히 뒤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 덕분에 계획이 헝클어진 만큼 그곳을 이번엔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이었다.
‘결국엔 주변 시선을 차단하는 것이니 결과 면에서는 같은 용도인가?’
그렇게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집중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사람이 잘 오고 있는지, 길은 잃지 않았는지 감지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편의점을 떠난 지 한 시간여 만에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음, 잘 따라오고 있군.’
저벅저벅.
내가 어두컴컴한 빌라의 공사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에 따라오던 사람이 순간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분명 따라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에 걸음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쐐에엑!
퍼억!
날아오는 무언가를 반사적으로 막아 낸 나는 방금 부딪힌 팔뚝이 얼얼함을 느끼며 뒷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던 감각을 주변으로 넓게, 그리고 전력으로 퍼뜨렸다.
순식간에 내 몸을 기준으로 반경 수십 미터가 집중된 감각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며, 이곳에서 네 개의 형체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기운은 나이트메어?’
아니, 아니었다.
나이트메어라고 하기엔 너무 큰 형체. 조금 전 짧은 충돌에서 느낀 대로라면 위력 역시 일반적인 나이트메어를 한참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몸 주변으로 불꽃을 피워 내며 눈을 감았다.
시야가 차단된 상황이니 시야 확보를 위해 불을 켠 것이지만 어둠 속에서 곧장 밝은 빛을 마주하는 것은 빈틈을 만들어 내는 꼴 밖에는 되지 않으니 잠시 눈이 빛에 적응할 동안 감각에 의존할 생각이었다.
‘모두 같은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공격의 위력이 높고, 빨라.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도 반사적으로 막을 수 있을 정도였어. 결코 감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쐐액!
파박!
슈욱― 슈욱!
파바박! 파박!
눈을 감은 내 모습을 보고 시력이 봉쇄되었음을 안 것인지 불이 켜져 자신들의 형체가 드러났을 것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암격을 가하던 때와 달리 훨씬 적극적인 공격 태도였다.
하지만 그 위력이야 어쨌든 집중된 내 감각의 범위 내에서 그들은 결코 내 상대가 못 되었다.
아마 상대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불꽃을 피운 게 아니라면 어둠 속에서 그대로 상대를 해도 될 정도였다.
아직 눈을 감고 있는 탓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주먹으로 추정되는 것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뻗은 주먹이 정확히 날아오던 것의 정중앙을 때렸다.
빠악―!
“키에에엑!”
순간 예상한 곳보다 깊게 손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상대의 주먹이 함몰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뒤통수를 노리고 이어지는 두 개의 채찍들!
양 어깻죽지를 노리고 쏘아지는 모습이 내가 양옆 어디로 피하든 타격 범위 내에 넣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하지만 피할 공간이 그곳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
나는 채찍이 날아오는 것을 완전히 등지고 있던 자세에서 몸을 살짝 비틀어 옆으로 선 자세로 바꿨다.
그 순간 두 개의 채찍은 정확히 내 발끝과 발뒤꿈치의 앞을 때렸고 내가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두 채찍은 그 상태에서 곧장 방향을 틀어 서로 교차하며 내 발목을 노리고 들어 왔다.
쐐액―
‘정상적인 채찍의 활용 방식이 아니야! 채찍이 아닌 건가?’
아직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내가 감각으로 느낀 이 두 개의 긴 줄기는 채찍으로 감지되었지만 지금의 움직임을 보건대 결코 채찍은 아니었다.
채찍의 공격 방향은 공격을 시작하면 중간에 바꾸는 게 불가능했다. 만약 억지로 바꾼다 치더라도 그것은 허공을 가르고 있는 중간에나 가능한 것이지 완벽하게 타격점을 때리고 회수되어야 마땅한, 순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내 발의 앞뒤를 내려친 정체불명의 줄기가 채찍이라면 마찬가지여야만 했다.
나는 발목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줄기를 피하기 위해 자리에서 살짝 뛰어올랐지만 그 순간 마치 그것을 노렸다는 듯이 반대편 구석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괴물체가 나를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쒸이이익―!
퍼억!
그야말로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체를 양팔을 교차하는 것으로 막아 낸 나는 충격으로 바닥을 세 번이나 굴러야만 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손에 부상을 입고 한 치 물러나 있던 녀석과 마찬가지로 사태를 지켜보던 구석의 다른 녀석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각각 발과 손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날 공격해 오고 있었다.
“쉴 틈을 안 주는구만!”
푸화확!
덥석!
양손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나를 향하던 주먹과 발은 각각 내 손에 손목과 발목이 잡히며 그 진행을 멈췄다.
“키에에에엑!”
“끼에엑!”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손에 잡힌 탓인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발버둥치는 두 형태를 위해 나는 불의 화력을 올려 주었다.
“뜨거운 맛을 보여 주마!”
푸화화확!
며칠 전 정체불명의 알을 상대할 때 썼던 푸른 불꽃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투욱― 투욱!
그와 함께 각각 내 손에 잡혀 있던 발목과 손목이 본래 붙어 있던 곳에서 떨어져 나가며 저항을 멈췄고 비명 소리와 함께 각각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녀석들을 느끼면서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꿈틀―
‘나이트메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내 눈썹이 지금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그 의미는 의문, 그리고 쪽팔림이라.
‘외형은 분명 나이트메어 같은데…….’
실제 나이트메어라 함은 히어로들에게 있어 기본적인 사냥감으로 형태는 그냥 팔다리, 머리만 구분되는 녀석들로 그 형태만큼이나 힘도 별볼일없는 녀석들이었다.
잠시 녀석들의 특성에 대해 나열하자면 굳이 힘만으로 따지면 성인 남성들보다는 좀 더 센 정도?
나름 발톱도 있어서 공격당하면 위험하긴 하지만 지능이 낮고, 히어로 기준에서 성인 남성의 힘이란 것은 별 게 아닌지라 큰 위협이 되지 못하는 존재들.
그건 히어로들의 기준이고 민간인에게는 조금 다른 녀석이었다.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인간의 꿈을 먹어 치우면 인간은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고 감정적인 행동을 일삼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성이 마법에 걸린 날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표현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뿐이라면 히어로들이 나이트메어가 꿈을 먹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꿈이란 것은 정신 에너지의 일종으로, 인간은 이를 자가 생성하는 능력이 있어 꿈을 먹힌 정도는 이삼 일 푹 쉬고 나면 알아서 회복되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들이 꿈을 먹은 다음 그 자리에 악의(惡意)를 심는다는 것인데, 사람의 정신 세계란 건 방대하면서도 사용은 한정된 면이 있어 꿈을 먹힌 자리에 악의라는 것으로 채워 넣는다면, 그 자리에는 더 이상 꿈이 들어오지 못하고 이는 그 사람의 인성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인성 변화는 곧 사회 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탓에 나이트메어라는 놈들은 조기 퇴치가 좋은 방법인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중심으로 각각의 구석에 서 있는 녀석들의 외형은 개체별로 각각 손, 발, 양다리, 양팔이 기존 나이트메어들에 비해 뚜렷하고 덩치가 큰 것을 제외하고는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렇게 특징을 들어 주지 않는다면 크기 말고는 큰 차이를 느끼기도 힘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젠장, 내가 나이트메어 따위한테 공격을 받다니.”
나름 충격이랄까?
평소에는 손가락만 퉁겨도 잡을 수 있던 나이트메어들에게 고전을 한다는 게.
뭐랄까 자존심이 좀 상했다.
물론 지금 전투력을 보건대 완전한 나이트메어라고 할 순 없었지만…….
능력이야 어쨌건 외형은 나이트메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 나이트메어에게 맞았다는 뜻인데…….
“내 기억으론 나이트메어들은 꿈을 먹고 자라서 성장한다고 했는데. 이게 성장체인가 보지?”
좋지 못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워들은 지식으로 녀석들의 정체에 대해 추론해 봤지만 어차피 확인해 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올 대답이라고는 키에엑 하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그렇게 공허한 메아리가 된 혼잣말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있어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게 과연 필요한 것인가 고민했다.
나이트메어에게 고전한다는 것, 이걸 본 사람은 저 뒤에 날 따라오던 한 명뿐이지만.
오늘의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퍼질 것이다.
원래 소문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니던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비밀을 말할 때 ‘절대 비밀이야!’라고 하면 다음날 그 절대 비밀을 주변 모든 사람이 알고선 자신을 볼 때마다 아빠 미소, 혹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그 기괴한 현상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식욕, 색욕, 등의 수많은 인간의 욕구 중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는 비밀 발설의 욕구!
뭐, 이것에 대해 부정할 사람도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아니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란 없으니까.
그렇게…… 결론이 섰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죽여 주마!”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녀석들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내 양손엔 여전히 푸른 불꽃이 둘러져 있었다.
바로 앞에 있던 한 손을 잃은 녀석 앞에 도달해 있을 때 불꽃은 주먹에 모여 푸른색의 권투 글러브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매뉴얼대로라면 전투복을 입고 녀석들을 처치해야 맞겠지만 이미 이런 녀석들에게 공격을 습격을 허용했다는 것에 대해 이성을 잃은 나에게 변신에 필요한 몇 초조차 아까웠다.
아니, 그런 것보다도 지금 문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 내가 전투복을 입고 파워 업 따위를 한 게 아니란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죽어!”
퍼억!
퍼펑!
단 일격. 그것이면 충분했다.
단박에 머리를 잃고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녀석의 손이 잠시 나를 향해 뻗어지는 듯했지만 이내 내 손에 잡혀 형체도 남기지 않고 타올랐다.
그와 동시에 위험을 감지한 듯 구석의 다른 녀석으로 부터 아까의 채찍과 같은 공격이 날아들었다.
“뭐야, 이거? 팔이었어? 니가 예비 해적왕이냐?!”
일본 만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팔 공격을 여유롭게 피한 나는 수도를 세워 손날에 날카로운 불의 칼을 만들어 냈다.
“그럼 칼질에 약한 거 맞지?”
서걱! 서걱!
팔이 미처 회수되기도 전에 품으로 녀석의 품으로 파고든 나는 일으킨 불꽃의 칼날로 양팔을 잘라 내고 붉은 눈을 디룩디룩 굴리는 녀석을 보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잘 가라.”
퍼걱!
미간을 파고든 수도에 머리가 순식간에 재로 화해 사라지자 이번에는 뒤에서 또 다른 형체가 달려들었다.
“호오, 용캐도 그런 짝다리로 공격을 하는구만.”
아까 나에게 발목이 잡혀 발 하나를 잃은 녀석인 듯, 남은 발로 몸을 지지하고 발목 밖에 없는 다리로 공격을 해 오는 녀석의 공격 따위,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나는 발도 없이 날아오는 발차기를 잡아채며 정강이를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쪽 발을 들어 나에게 다리가 잡혀 무방비 상태가 된 녀석의 하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퍼억!
찌지직!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 들리고, 내 손에 다리 한 짝을 두고 가는 바람에 사지(四肢)가 아닌 삼지(三肢)를 지니게 된 녀석이 벽에 틀어박혔다.
쿠웅!
내가 벽에 몸을 눕히고 있는 녀석을 감상하는 사이 발을 차 올리느라 균형이 약해진 틈을 노려 또 다른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무릎?’
조금 전 나를 향해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오던 것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나와의 거리를 좁힌 두 무릎은 금방 내 코앞에 당도했지만 그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었다.
퍼억―!
치지지직!
아까 공격을 막을 때와 마찬가지로 교차된 양팔로 막되, 이번엔 앞을 향해 손을 펴고 두 손으로 각각 날아온 양쪽의 무릎을 잡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