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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영웅 폴 1(20화)
6장. 탈출하고 보니 이게 웬?(3)


내가 호흡법에 그럭저럭 익숙해지기까지는 무려 열흘이란 시간이 지나서였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크리스가 말하기를 자신은 한 달도 더 넘어서야 겨우겨우 익숙해졌다고 했으니.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는 크리스가 곱게 보이지 않는 나였다.
‘에라이, 징글징글한 놈.’
독종도 이런 독종이 없었다. 내가 열흘 만에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건 다 저 녀석 때문이다.
잠시라도 호흡이 흐트러질라치면 귀신같이 알아내곤 주먹을 날리는데 감히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이 끝나 숙소에서도 맘 편히 있지 못했다. 말을 하면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녀석은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다.
그야말로 말 못할 괴로움. 결국 그런 일상이 지속되다 보니 내 몰골이 어찌 되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오죽했으면 감시하는 병사들이 다가와 괜찮냐고 말을 건넬 정도였을까?
하지만 크리스는 눈빛 하나 바뀌지 않고 내 호흡이 익숙해지자마자 본격적으로 기본적인 자세를 가르쳤다.
다리는 어떻게 벌리고 어깨는 어떻게 위치하고 어쩌고저쩌고.
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나지만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열흘 후.
부웅!
깡!
크게 휘둘러지는 곡괭이가 눈앞의 단단한 바위를 내리치자, 마침내 눈에 띌 정도로 금이 쫙 벌어졌다.
‘자자, 집중해서!’
“합!”
기합과 함께 벌어진 바위틈을 노려서 곡괭이를 내려치자, 바위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서, 성공이다! 크흑!”
난 감격스런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나도 비로소 제대로 된 곡괭이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이지 나처럼 곡괭이질 하나 배우려고 이 생쇼를 한 사람은 전 대륙을 뒤져도 없을 것이다. 한동안 이게 뭣 하는 짓인가 후회도 되었지만 막상 이렇게 결과물을 놓고 보니 배워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이 정도면 쓸 만은 하겠군.”
잠시 그렇게 홀로 감상에 젖어 있는데 어느새 나타났는지 크리스가 턱을 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순간 기분이 팍 상한 나였다.
“쓸 만은……이라니? 이게 어딜 봐서?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고!”
“뭐, 그렇다고 해 두지.”
“해 두지가 아니라 그런 거다!”
아, 정말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보다 어때? 소득은 있냐?”
난 손수레에 잔뜩 실려 있는 돌덩어리를 보며 물었다.
“…….”
대답은 없고 그저 쓴웃음만 짓는 크리스. 여전히 오리무중이로군.
그동안 곡괭이질을 익히느라 땅굴은 거의 크리스 혼자 팠다. 난 가끔 손수레로 돌을 나르는 정도? 녀석이 아무리 작업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혼자서는 그렇게까지 깊이 땅굴을 팔 수는 없었을 것이다.
“걱정 마라. 이 엉아도 이제 곡괭이 마스터가 되었으니 좀 나아질 거다.”
서로 교대해 가면서 하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간간이 병사들을 통해 듣는 소식에 의하면 다른 곳 역시 여기와 상황이 비슷하단다. 아무리 파고 또 파도 아론의 던전은 깜깜무소식.
요즘 들어 병사들의 채근이 심해지는 것을 보니 얀 제국의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 보다. 하긴 아론의 던전 때문에 일부러 전쟁을 일으켰는데 던전이 발견됐단 소식은 없지, 그러다 보니 전쟁은 쓸데없이 길어지고 또 그것도 나름대로 소득도 없지.
얀 제국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쉬이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땅굴 파기에 본격적으로 나까지 개입하자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이유였다.
‘여기를 더 파? 말아?’
아무리 깊숙이 파내도 던전의 던 자도 나오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다가 다른 곳에서 먼저 던전을 발견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나와는 다르게 크리스는 그저 입 꾹 다물고 열심히 땅굴을 파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말이다.
나는 그런 크리스의 모습에 생각을 고쳐야 했다.
‘이럴 시간이 있으면 그냥 땅굴이나 더 파자.’
사냥을 할 때가 문득 떠올랐다. 사냥꾼에게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인내. 그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하나의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는 나 역시 모든 것을 걸고 그것 하나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것이 곰이든 토끼든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라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일단 마음을 먹었다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는 끝장을 내야 했다.
일련의 말로 한 우물만 파라는 이야기가 있듯 지금 여기서 같잖게 다른 곳으로 옮겨 땅굴을 판다고 해서 그곳이 아론의 던전으로 통하는 곳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가장 옳은 방법은 일단 이곳에서 되는 곳까지 파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만일 그동안 누군가가 던전을 발견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때는 죽는 게 덜 억울할 것이다. 일단 살기 위해서 최대한 발버둥을 쳐 보지 않았는가. 그래도 안 된다면 그건 내 운명이려니 생각해야지.
하지만 아직 하늘은 날 거둬 가지 않으려나 보다. 일이 벌어진 건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뒤였다.
“허이차!”
깡!
“흐랴압!”
깡!
간간이 걸어 둔 횃불만이 사위를 밝히는 가운데 나 홀로 열심히 땅굴을 파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깊이가 깊어졌기 때문에 돌 나르는 것만 해도 꽤 시간을 요했다. 따라서 검술을 익힐 겸 내가 곡괭이질을 하고 크리스는 체력을 단련한다는 목적으로 열심히 돌덩이를 날랐다.
실전 투입된 내 곡괭이질은 그 짧은 시간에도 한층 진일보하여 단순히 곡괭이질에 있어서만큼은 크리스를 앞지를 정도였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녀석은 검을 들다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곡괭이를 든 것이지만 난 처음부터 검과는 거리가 먼 인생. 단지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곡괭이질을 잘할 수 있는가 이것 하나에만 열중했기에 지금의 실력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전처럼 둘이 하던 것에 비하면 작업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둘이서 열심히 파고 나온 돌덩이를 같이 운반하는 식으로 해 봤지만 그것은 그다지 작업 속도가 빠르지 않아 포기했다.
단지 돌을 나르는 것뿐이라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땅굴이 깊어짐에 따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 버렸다는 것이다. 바로 지지대를 세우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이 좁은 굴 안에서 생매장을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는 밖으로 나가 나무를 잘라다 땅굴 속에 지지대를 세우는 일까지 도맡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 없는 이 곡괭이질이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불평 그만 하고 일이나 하자.
“퉤! 퉤!”
행여나 미끄러질세라 손에 침을 탁 하고 뱉은 나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곡괭이를 내리쳤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퍼석!
특유의 ‘깡!’ 하는 소리가 아닌 마치 마른 흙이 파이는 듯한 소리가 나며 곡괭이가 깊숙이 박히는 게 아닌가.
“서, 설마 이것은! 드디어 내가 곡괭이 마스터가 된 것인가!”
곡괭이질을 열심히 한 결과 곡괭이에 드디어 마나를 씌울 수 있게 된 것이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지.”
스스로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난 박혀 있던 곡괭이를 빼냈다. 그러고는 횃불을 들고 움푹 들어간 그 구멍에 가져다 대곤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르르륵!
마치 누군가가 입으로 바람을 불고 있는 것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횃불. 난 그 순간 마치 누군가가 뒤통수를 세게 친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너무 곡괭이질에만 정신을 판 나머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찾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말이다.
“꿀꺽!”
난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금 곡괭이를 쥐고 그 주위를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바위에 구멍이 뚫리더니 이윽고 사람 한 명 기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생겨났다.
난 그 구멍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일단 들어가 볼까?’
하지만 던전이다. 함정 같은 게 발동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크리스가 판단을 더 정확히 할 듯하여 난 크리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삼십여 분쯤 지나 크리스가 통나무를 수레에 싣고 돌아왔다.
“크리스, 빨리 좀 와 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난 그를 채근하여 내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데려갔다. 처음엔 갑작스런 내 행동에 어리둥절하던 크리스도 이어 휑하니 뚫린 구멍을 보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여, 여기는?”
“아무래도 그곳 같지?”
“…….”
말은 하지 않았지만 크리스도 본능적으로 이곳이 아론의 던전으로 연결된 곳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어떻게 할 거야?”
난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녀석에게 물었다. 크리스는 그런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이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좋겠지.”
그렇게 말한 크리스는 횃불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 구멍을 향해 던졌다.
크리스가 이런 행동을 한 까닭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함정이 작동하는지의 여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안이 어두워 바닥이 어딘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 횃불이 날아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삼켜진 횃불은 크리스에 의해 던져진 힘만큼 앞으로 날아가는 듯하더니 이어 포물선을 그리며 밑으로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큰일 날 뻔했군.”
난 그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밑으로 떨어져 내린 횃불을 보건대 높이는 대략 10여 미터가 넘는 듯했다. 조금 전 행여나 들어가 볼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아찔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렇게 하지.”
크리스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녀석의 계획은 이러했다.
일단 이곳은 바위로 가린 다음 병사들에게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거짓으로 보고를 한 뒤 침대보를 찢어 그것을 조금씩 이곳으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묶어 밧줄을 만들고 그 밧줄로 던전 안에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던전 안에 들어가고부터는 시간이 없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기 전까지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상하게 여긴 병사들이 들어올 테고, 그럼 위치가 발각되고 만다.
일과가 끝날 때 다시 올라올 수 있다면 혹시 모르지만 그게 가능할 거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이 밑은 던전이다. 몬스터나 함정, 혹은 미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쫓기는 것은 확정적인 셈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들과의 하루 차이를 지키는 일이다. 출구를 열고 하인스 왕국으로 도주할 수만 있다면 하루 거리만으로도 녀석들을 따돌리기는 충분하다.
하지만 역시나 던전이라는 특성상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우리 둘은 그저 무거운 마음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우리는 병사들 몰래 가져온 침대보를 이어 비로소 밧줄을 완성시켰다. 지지대로 만들어 놓은 통나무에 밧줄을 묶고 나머지는 구멍 아래로 던져 넣었다.
그러곤 무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전투를 위해 각자 쓰던 곡괭이와 망치를 구멍 아래로 던져 넣고는 한 사람씩 천천히 내려갔다.
아무래도 전투력에 있어서만큼은 나보다는 크리스 쪽이었기에 녀석이 먼저 내려가 자리를 확보한 뒤 이어 내가 내려갔다.
“휘!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난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횃불로는 모든 곳이 다 비춰지지는 않았지만 대충 봐도 대단한 넓이임을 짐작하게 했다.
일단 천장 높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조용히 입을 열어도 계속해서 메아리치는 목소리를 들어 보건대 딱히 미로 같은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일단 현재로써는 큰 위험은 없는 듯하니 각자 나누어 주위를 둘러보도록 하지. 횃불 하나는 여기에 놓아 둘 테니 혹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이쪽으로 뛰어올 수 있도록.”
겉으로 봐선 위험 요소가 보이지 않았기에 일단 크리스는 갈라져 주변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어쩐지 명령을 듣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래도 이런 쪽에 있어선 나보다 녀석이 더 나았기에 난 잠자코 녀석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한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저벅저벅.
어둠 속에 메아리치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작은 횃불 하나뿐이었다. 저 앞의 어둠 속에서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긴장감. 괜스레 머리카락이 곤두섰고, 입 안은 바짝 말라 갔다.
“그나저나 이곳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이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사실상 이쯤 되면 이곳을 던전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랬다. 단순히 지하에 만들어 놓은 공동 같은 느낌.
무슨 목적으로 이런 곳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혹시 던전을 건너뛴 건가?’
하나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던전을 건너뛰고 가장 중심부에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과거 대마법사의 던전에 들어온 것은 응당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도망치려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느 정도 걸었을까? 비로소 나는 이 거대한 공동의 한쪽 벽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곡괭이 같은 것으로 쪼갠 것이 아닌 뭔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것인 듯 벽면의 촉감은 제법 반들반들했다. 아무래도 이곳을 만들 때 마법이 사용된 모양이었다.
아무튼 난 그때부터 벽면에 손을 짚고 벽을 따라 돌아가며 그 주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대로 문이 나와 주면 다행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한참을 살펴봐도 문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출구에 슬슬 지쳐 갈 즈음 반대편에서 다급히 날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폴! 폴!”
크리스가 뭔가를 발견한 것일까?
난 서둘러 크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뭘 찾은 거야?”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다급히 묻는 나에게 크리스는 들고 있던 횃불을 한쪽 벽면 가까이 가져갔다.
일렁이는 불빛 사이로 드러나는 것은 처음 보는 은빛 금속으로 된 거대한 문이었다. 물론 먼지로 인해 그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먼지를 조금 털어 내자 금방 그 속살을 드러냈다.
그 문의 중앙에는 크리스의 손길이 닿은 듯 먼지가 치워진 채로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뭐라고 할까?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그림? 큰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동심원, 그 사이사이로 도대체 글자로는 보이지 않는 희한한 지렁이들이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