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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3화)
2. 마법만이 나의 길(2)
일본의 평균적인 교육 수준은 대한민국에 비하면 한심할 정도로 형편없다. 그러면 그들이 어리석을까? 그것 또한 절대 아니다.
개개인이 인생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중시한다. 결코 학교 교육만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많은 수의 소년, 소녀가 방황하고 흔들린다. 그것 또한 스스로 책임을 진다.
20살이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그런데 그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다. 성인이 되면 책임과 의무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성에 대해 개방적인 일본이다. 고등학생의 임산부도 상당하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임신을 하면 180도 달라지는 변화이다. 대부분이 상대에게 청혼하여 아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책임감의 발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비교하면, 인간적인 성숙도에 관해 우리나라 청소년은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청소년의 기간이 너무 길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해야 겨우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발전을 도리어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정우는 자신의 국가 설계에 들어갔다.
8서클 마법인 ‘아공간’과 ‘워프’가 가능해지면, 제일 먼저 대륙에서 국민을 사려는 생각이다. 15세 이하라면, 종족, 민족에 상관없이 사려는 생각이다.
노예시장을 싹쓸이할 생각이다.
15세 이상이면, 어느 정도 가치관이 형성되어 교육과 세뇌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어리면 어릴수록 충성스러운 국민이 되어 줄 것이다. 정우에게는 충성스러운 국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드래곤 랜드는 서대륙의 바라크 제국과 조세느 왕국 사이의 바다에 위치해 있다. 지름 100km 정도의 원형 섬이다.
남북으로 커다란 강이 가로지르고 있고, 동서로 아스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면적의 70% 정도가 평원이며, 나머지는 산과 숲이다.
산맥에는 매장량이 풍부한 철광과 미스릴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넓은 평원을 개발하면, 농사를 지을 경작지도 충분하다.
섬 주위의 바다는 결계로 보호되어 있어, 외부로부터의 위험에서 안전했다. 기반으로 삼기에 차고도 넘치는 환경이었다.
정우는 지금 땅을 정리하며 워프진을 설치하고 있다. 이곳에 메인 진을 설치하고 대륙에 나가 대응 진을 설치할 것이다. 한 번에 500명 정도의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앞으로 짧게는 3년 , 넉넉히 5년이면, 충성스러운 무적의 군대가 탄생한다. 그때가 되면, 대륙으로 진출하여 ‘아시아 제국’을 건설할 생각인 것이다.
현대에서처럼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았다. 절대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갖고 싶었다.
3. 화려한 외출(1)
바라크 제국 제1의 항구도시 하버릭.
하버릭의 외곽 상공으로 텔레포트 해 온, 정우는 내성으로 날아갔다. 내성의 한적한 곳에서 마법을 캔슬하고 번화가를 향해 걸었다.
커다란 항구도시답게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괜찮은 여관을 찾고 있습니다만.”
이런, 이런 실수를……. 정우는 지금 복장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귀족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누가 예의 바른 한국사람 아니랄까 봐.
정우는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버릭의 보석이라는 곳이 제일 고급이지요. 저기 보이는 커다란 3층 건물입니다.”
여관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훌륭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넓은 로비에 고급스러운 장식이 마치, 현대의 특급 호텔을 보는 듯하다.
카운터의 귀엽게 생긴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10일 동안 묵을 예정이오. 별채를 원하는데 있으면 부탁하오.”
“별채는 하루 10골드 입니다.”
여성은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가진 것이 많은 정우는 최대한 고급을 원했다. 구질구질한 것에는 신물이 나는 정우였다.
제국의 화폐는 골드, 실버, 쿠퍼를 사용한다. 1골드는 100실버, 1실버는 100쿠퍼이다. 1골드는 한국 돈으로 100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하루 10골드라면, 특급 호텔 스위트룸보다 비싼 가격이다. 귀족을 제외하고는 머물기 어려운 가격이다.
정우는 어색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별채로 하지. 그리고 지배인과 감정사를 불러 주시겠소?”
종업원의 안내로 별채를 둘러보았다. 정우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정우가 인기척을 내자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배인 알버트입니다.”
“들어오시오.”
문이 열리며 인상 좋은 사십 대의 사내와 깐깐해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세스크 님. 알버트입니다”
“브라운입니다”
세스크, 새로운 정우의 이름이다.
“세스크 칸 아시아”
서정우라는 45년간 사용하던 이름은 지구에서의 인연, 미련들과 함께 전부 털어 버렸다.
아스트라 대륙에 새로 태어난 20대 청년의 이름인 것이다. 앞으로 아스트라 대륙을 떨쳐 울릴 이름이 될 것이다.
“반갑소, 앉으시오.”
둘에게 맞은편의 자리를 권하며 소파에 앉았다.
“나는 서대륙 출신의 마법사로 하버릭에 저택을 구입하고 싶소. 그래서 당분간 여기서 머물 생각이오. 몇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 불렀소.”
알버트라는 지배인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다.
“현금을 가진 것이 없어 환전을 부탁하려 하오. 마침 이곳에서 환전도 한다고 하니 잘되었구려. 우선 이것의 감정을 해 주시오.”
레어에서 가지고 나온 보석 중에 대여섯 개를 꺼내어, 브라운이라는 감정사에게 주었다.
보석을 받아 살피던 브라운은 떨리는 목소리로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한다.
“오오! 이럴 수가!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 모두 상품입니다. 크기며 커팅 솜씨며, 명장의 손길이 닿은 최상품입니다. 6점이면 10만 골드는 충분할 것입니다. 만일, 경매로 처분한다면, 12만 골드 이상도 가능할 것입니다.”
깐깐해 보이던 브라운이 흥분하자, 그때까지도 잔잔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던 알버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더 이상 냉정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보석 6개가 이 여관보다도 비싸다는 것을, 비전문가인 알버트가 믿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세스크는 긴장한 알버트에게 물어보았다.
“알버트, 환전이 가능하겠소?”
“세스크 님, 지금 전부는 불가능합니다. 며칠 시간을 주신다면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좋소, 알버트. 쓸 만한 저택을 구입하고 싶소. 상인 길드의 길드장을 만나게 해 주시겠소? 그리고, 집사와 일할 사람도 구하고 싶은데, 믿을 만한 사람도 알아봐 주시오. 환전은 우선 가능한 금액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5일 후에 받는 것으로 하겠소. 그렇게 해 준다면 10만 골드에 만족하겠소.”
알버트는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세스크 님.”
“아! 노예를 구입하고 싶은데 노예시장을 안내해 주겠소?”
세스크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내자 상세히 설명한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형 노예 경매가 한 달 후에 열립니다. 보통은 10일에 한 번씩 열리지만, 이번 경매는 이종족을 포함한 최상품의 경매가 열릴 예정입니다. 한 달 후의 경매를 권합니다. 원하신다면 참가 신청을 해 놓겠습니다.”
“부탁하겠소.”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편히 쉬시지요.”
알버트와 브라운이 돌아 간 후, 천천히 별채를 둘러보았다. 침실이 5개나 되고 응접실과 회의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화장실과 욕실은 최고급 석재를 사용하였고 마법을 이용하여 청결을 유지했다. 실내는 마법등의 불빛으로 밝았다.
화려하고 커다란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마침 한 달에 한 번 하는 대형 경매라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최상급 노예라는 것은 아마 성노를 말할 것이다. 이종족이라면 엘프도 나올 것이라는 상상에 흥분되었다.
실제 나이는 45세의 중년이지만, 지금은 20대의 팔팔한 청춘이다. 아스트라 대륙에서는 단지 5년 굶은 늑대일 뿐이었다.
소설을 보면 엘프는 아름다운 종족으로 묘사된다. 또 공주나 귀족 영애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미인이다. 아직 이곳에서 귀족 영애나 엘프를 보지 못했으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망상을 하다 어느덧 잠이 들었다.
세스크는 늦잠을 잤다. 창밖을 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려 있었다. 샤워를 하고 메이드에게 방으로 식사를 부탁했다.
5년간 자신의 손으로 한 음식만을 먹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배도 고팠지만 잘 익은 송아지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기분 좋은 포만감에 젖어 차를 마시니 담배가 생각난다. 본의 아니게 5년간 금연을 했지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륙 어디엔가는 담배 잎이 있을 텐데…….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노크와 함께 알버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스크 님, 알버트입니다.”
“들어오시오.”
세스크가 문을 열자 서 있는 알버트의 미소가 왠지 어색해 보인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여관은 제국 3대 상단 중의 하나인 제국 상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석 대금 문제로 보고하던 중, 저택을 구입하려 한다는 말씀에 상단주님께서 상단이 보유하고 있는 저택을 제의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물건이요?”
“사실 저택 이라기보다는 작은 성입니다. 하버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원래 북부의 대영주이신 프라겔 공작가의 여름 별장이었습니다. 10년 전쟁 당시 저희 상단이 담보로 저당 잡았습니다. 프라겔 공작가는 전쟁으로 브레 왕국에 영지가 점령당했습니다. 공작님 이하 식솔은 죽거나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공작가의 대가 끊어진 상태입니다.”
설명을 들은 세스크는 알버트를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 비어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공작의 셋째 아드님이 병약한 관계로 수도의 저택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분에게 부인과 쌍둥이 따님이 계십니다. 포로 협상 문제로 무리하여 셋째 아드님마저 돌아가시자, 황궁에서도 공작가에 대한 지원을 끊었습니다. 부인은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기사 20명의 몸값으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황실과 귀족들의 홀대에 저택마저 처분하여 하버릭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지금 노라 성에는 기사 20명과 시빌 님, 두 분의 따님이 있습니다.”
알버트는 숨이 차는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러면 곤란한 것이 아니요?”
살고 있는 사람을 쫓아 보내는 일은 하기 싫었다. 그 성이 꼭 필요하다면 모를까 괜히 야박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닙니다, 세스크 님. 시빌 님께서는 영지를 잃었기에 공작가를 승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지가 있다면 양자를 맞이하거나 두 따님을 결혼시켜 승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금이 필요한 것이지요.”
알버트의 설명을 들은 세스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흠……. 우선, 성을 한 번 봅시다. 이야기는 그 후에 계속합시다.”
“알겠습니다. 노라 성에 연락을 취해 오후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알버트가 나간 후, 공작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연 영지를 얻을 수 있을까? 영지를 얻었다고 해도 공작가를 승계할 수 있을까?
시빌이라는 여자의 배경이 튼튼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도를 떠나오는 과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황실과 귀족들도 공작가가 부활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상단주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국 상단의 상단주인 맨체스터 공작은 남부의 대영주이다. 바라크 제국에서도 세 손가락에 안에 꼽히는 자이다. 그런 그가 망해 버린 프라겔 공작가를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프라겔 공작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순수한 마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건 더욱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세스크였다.
만일 그런 이유라면, 수도에 있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일이 수월하다. 망하기 전과 망한 후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확실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뇌가 활성화 되었다고 해도 알 수 없다. 세스크는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정보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보면 길드 하나 박살내고 겁주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한다. 한 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어쌔신, 도둑, 정보 길드가 등장한다. 이들은 전부 인간이기를 포기한 말종이다. 돈 때문에 살인을 하는 인성이 결여된 인간 말종이 어쌔신이다. 도덕적 불감증으로 무장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살맛 안 나게 만드는 인간이 도둑놈이다.
신의를 헌신짝으로 아는 놈들이 정보 길드, 다른 말로 사기꾼이다. 이러한 놈들을 개과천선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잡생각으로 어질러진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거리 구경이나 하려 했다. 외출을 준비하는데 알버트가 왔다. 노라 성에서 점심 초대를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