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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9화)
4. 아시아 왕국의 개발(1)
레어에 돌아오니 할 일이 태산 같았다. 식량문제, 주거 문제, 교육 문제, 지휘 통솔의 문제 등등…….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평원에 전부 모아 놓고, 16세 이상의 성인 남자, 기술자, 글을 아는 자와 나머지의 넷으로 구분했다.
성인 남자 중에 6명, 기술자 1명, 글을 아는 자 중, 남녀 각 1명씩을 대표자로 뽑으라고 했다.
드워프는 대패1이, 나머지 어린아이와 여자 노예는 유리아를 대표로 했다.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들 잘 들어. 너희들은 더 이상 노예가 아니야. 5년 후에 개국할 아시아라는 나라의 국민이 된 거지. 하지만 당장 자유를 줄 수는 없어. 지금부터 할 일이 태산 같은데 한 줌밖에 없는 사람들이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곤란해지거든. 규율과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통제를 잘 따라 준다면, 5년 후에는 모두 아시아 왕국의 국민으로서 자유를 얻게 해 주지. 세스크 칸 아시아의 이름을 걸고!”
모두들 당황스러운 얼굴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뜬금없이 왕국이라니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세스크는 상관하지 않고 40 정도의 강인한 인상의 사내에게 명령했다.
“우선 에스터! 우리는 지금 힘을 쓸 만한 성인 남성이 약 600명이 전부야. 16살에서 20살까지를 따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10인대, 50인대, 100인대의 순서로 총 대표를 선출해서 100인대장과 함께 보고하도록. 아! 그리고 궁수가 있으면, 그들도 따로 관리하는 게 좋겠군. 2시간 안에 보고해 주게.”
“예! 주인님.”
에스터와 5명의 병사 출신 노예가 나가자 루시오라는 기술자에게 지시했다.
“루시오도 마찬가지. 기술의 종류를 파악해서 보고 해.”
파웰과 크리스티나에게도 지시했다.
“우선 30명만 선발해. 아시아 왕국의 숫자와 도량형을 가르쳐 줄 테니, 그걸 배워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자네들의 임무야. 나머지 사람들은 물품의 관리와 보급을 해줘.”
유리아에게 말한다.
“그리고 유리아! 아이들을 좋아하는 여성을 우선으로 선발해 줘. 여섯 살 밑으로는 한 사람이 한 명, 13살까지는 한 사람이 두 명을 맡아 돌볼 수 있게 해 줘. 나머지는 마찬가지로 10명, 50명, 100명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음식을 만들거나 세탁, 청소 등 잡일을 맡게 될 거야. 마찬가지로 14살에서 17살까지는 따로 선발해서 보고해. 자! 어서들 서둘러서 끝나는 대로 보고하도록.”
드워프인 대패 1에게는
“대패1은 최우선으로 어린 아이들이 지낼 공간을 지어 주게. 필요한 자재가 있으면, 내게 말하면 준비해 주지.”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한바탕 지시를 하고 레어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 왔다.
제일 먼저 파웰과 크리스티나가 30명을 데리고 왔다.
“파웰, 저들을 대형 천막에서 기다리게 하게. 나머지 인원들을 데리고 현재 있는 물품과 식량의 재고를 조사 해, 부족하거나 필요한 물품의 목록을 작성해서 보고해 줘. 그리고 인원을 나누어 각 집단별로 이름, 나이, 출신 국, 가족관계, 특기를 조사하여 기록해 주게.”
뒤이어 에스터가 5명의 백인대장과 들어왔다.
“16세에서 20세까지의 인원이 175명이고, 궁병 318명, 132명이 일반 병입니다. 여기 있는 호너두, 라울, 카인, 바티, 투니 외에 7명이 명궁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세스크는 뜻밖이라는 듯.
“호오, 그래. 그거 아주 고무적인 일이군! 어린 병사가 생각보다 많아. 우선 궁병을 제외한 병사들은, 드워프를 도와 집을 짓는 곳에 투입 해. 궁병 1개 대는 사냥, 2개 대는 벌목에 투입하여, 목재를 확보하게 해. 에스터! 이곳에는 조세느 왕국 출신이 대부분이야. 타국 출신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해. 이제는 모두가 아시아 왕국민이니까. 이점 명심하여 병사들에게 주지시키게. 또한 여성을 겁탈하거나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른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벨 것이니 잘 일러두기 바란다.”
건축 기술자인 루시오의 보고에 의하면, 건축 기술자가 8명으로 가장 많고 가죽, 대장장이, 활을 만드는 기술자가 각 3명, 그 외에는 약초꾼, 요리사, 공예사 등 여러 기술자들이 있었다.
건축과 대장장이를 드워프와 같이 작업하게 지시하고, 활을 만드는 기술자를 따로 불렀다.
마지막으로 유리아가 보고한다.
“주인님, 여섯 살 밑으로 12명, 13살 밑으로 41명이에요. 18살까지가 495명이고, 나머지가 1,432명이에요.”
“그럼 50명으로 아이들을 돌보게 해. 18살까지는 따로 관리하고 500명이 요리와 배식을, 나머지 인원은 집짓는 것을 돕도록 조치 해.”
다시 지시를 내렸다. 여성이 월등히 많아, 초기 개발 작업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우선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만들어 가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이 젊다는 것이다.
30명이 모여 있는 천막으로 갔다. 이들 대부분이 멸문당한 귀족의 자식이거나, 지방의 영주 밑에서 행정을 보던 이들이다.
귀족의 자식인 경우 남자들은 처형당해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들에게 산수책과 필기구를 나누어 주고, 1미터의 자, 저울, 1리터의 용기 등을 보여 주며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먼저 배워서 나머지 모두를 가르쳐야 하니, 열심히 배우도록 해.”
두 시간 정도의 교육으로 아라비아 숫자와 사칙연산을 모두 암기하고 이해했다. 도량형도 생소한 어휘가 낯설지만 모두 이해한다.
“자, 돌아가서 동료들을 가르치고 내일부터는 인원을 나누어, 사람들에게 글과 수를 가르쳐야 한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니 성의를 가지고 해 주길 바란다.”
활을 만드는 장인을 만났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조세느 왕국은 산이 많아, 다른 나라보다 활의 크기가 작았다. 위력을 높이기 위해 복합궁을 사용한다고 한다.
활에 대해 잘 모르는 세스크는 통아와 애기살에 대한 원리를 말해 주었다.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 궁기병을 양성할 생각을 말해 주고, 수발에 편리한 각궁에 대해 말해 주었다. 재료를 준비해 주고, 시험 제작을 지시했다.
드워프에게 마법 고로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모루1, 2, 3에게 철광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마법 고로는 5,000도 이상의 고열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하자, 드워프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드워프 왕국에도 3,000도 정도가 최고 수준의 고로라고 한다. 당연했다. 8서클 마법이 아니면 꿈도 못 꾼다.
어수선하고 바쁜 일주일이 지났다. 대충 자리가 잡혀 가는 것 같았다.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완성되고, 식당과 공중목욕탕이 완성되었다.
지금은 막사를 짓고 있다. 725명의 젊은 남녀는 오전에는 글을 배우고, 오후에는 체력단련으로 여념이 없다.
체력단련을 빙자한 목재 운반을 할 때면, 가끔 위력적인 마법을 그들 앞에서 펼쳐 보인다. 사실은 지금 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신격화, 우상화를 실시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뻔뻔한 세스크라도 스스로의 얼굴에 금칠은 못하겠어, 우회적인 방법으로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간이 완성되고 마법 고로의 설치가 끝났다. 철광을 발견했지만, 인원 부족으로 개발을 미루어 두고 있었다.
드워프들이 고로를 사용하고 싶어 극성을 떨더니 작은 규모이지만, 노천광을 찾아내었다.
지금은 여성 유휴 인원을 동원하여 채광하고 있다. 삽과 곡괭이, 톱 등을 우선 만들게 하였다.
파웰 등에 의해 주민등록이 끝났다. 역시 생각대로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고무적인 일은 95%가 40세 이하라는 점이다.
하긴 나이가 많으면, 노예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젊은 사람이 많으면 좋은 일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성비를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세스크였다.
드래곤 랜드 아니, 이제 아시아 왕국은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다. 전체의 70%가 평원이기에 농경지로 개간하면,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2, 3년 후의 일이다. 지금은 식량과 생필품의 재고가 심각하다. 식량은 길어야 10일, 각종 생필품은 재고가 바닥이었다. 다시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훈련장과 아르테미스의 수면실에 대형 워프 게이트를 설치했다. 중무장한 기사를 기준으로, 한 번에 500명, 물건은 200톤을 서대륙의 어느 곳으로도, 이동시킬 수 있는 초대형 게이트이다.
컨테이너 하나 분량의 마법 배낭도 틈틈이 만들고 있다. 아시아 왕국의 보급은 마법 배낭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레어에는 유리아 이외에는 출입하지 못한다. 왕은 국민에게 신비로워야 한다. 신비로움에서 권위와 카리스마가 생긴다.
왕은 절대자이어야 하고 전지전능해야 한다. 최소한 그렇게 보여야 한다. 국민들과 신하들에게 두려운 존재이며, 또한, 적당히 인자한 존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스크였다.
왕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이어야 한다. 왕이 행하는 모든 행사는 정당하여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조작을 통해서라도 정당화하여야 한다.
왕의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이어야 한다. 이미지 관리를 위한 단편적인 정보 외에는,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리아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 하버릭으로 이동했다.
하버릭으로 이동한 세스크는 상인 길드로 이동했다. 길드장인 프레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시아 님, 무사하시군요. 연락도 없이 사라지셔서 걱정했습니다.”
“반갑군.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게 되었군.”
프레드는 양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아닙니다. 무사하시면 됐죠. 그러지 않아도 상단주님께서 만나고 싶다고 하시고, 지난번 말씀하신 것도 있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스크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아! 집사 말인가? ‘하버릭의 보석’에 머물 생각이네. 그리로 보내 주겠나?”
“예, 내일 오전 중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상단주님께는…….”
이미 하버릭과 3대 상단에는 세스크의 소문이 무성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100만 골드에 노예를 사고 쓸모없는 노라 성을 구입했다.
거기에 어쌔신의 습격을 피해 없이 막아 내는, 마법 실력까지 지녔다.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세스크가 말했다.
“아직 일이 남아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조만간 황도에 가야 하니 그때 찾아뵙도록 하지.”
“상단주께서 반가워하실 겁니다.”
기뻐하는 프레드에게 묻는다.
“내가 듣기로는 크로스 상단의 주력이, 곡물과 향신료라고 들었는데, 맞나?”
“맞습니다. 아무래도 근거가 남부의 곡창지대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매달 가능한 양을 사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그건, 본단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레드가 당장 대답하기는 곤란 해 보였다.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네. 이번 달의 분량은 노라 성으로 납품 해 주게.”
‘하버릭의 보석’에서 알버트를 만났다. 알버트 역시 연락을 기다렸는지, 보자마자 다가온다.
“무사하시군요.”
“미안하게 되었네. 지부장에게 연락해 주겠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침 이곳에 계십니다.”
알버트는 30대의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을 데려왔다.
“호호호, 장안의 화제인 분을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파비안느라고 해요.”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세스크 아시아입니다.”
“호호호, 지금 아시아님과 유리아 공녀의 이야기는 장안의 화제랍니다. 비운의 공녀와 백마의 기사이야기죠.”
“하하하, 이런! 나는 마법사랍니다.”
여인의 몸으로 3대 상단의 지부장이라더니, 역시, 노련한 화술을 구사한다.
“호호, 지난번 본 상단에 보여 주신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상단주께서 감사를 전하셨습니다.”
“저야말로 편의를 봐준 제국 상단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기대 하겠습니다.”
의례적인 인사가 오가고 파비안느는 본건을 묻는다.
“호호, 물론이지요. 그런데 저를 불러 주신 걸 보니, 필요한 것이 있으신 것 같네요.”
“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얘기하기 편하군요. 곡물과 생필품, 옷감 등 거의 모든 것이, 필요합니다. 가능한 한도 내의 모든 물량을 확보하고 싶군요.”
세스크의 말에 서운한 얼굴로 말한다.
“역시 그러시군요. 그런데 조금 서운하군요. 음… 좋아요. 상단주님의 말씀도 있고, 저희가 신세진 것도 있으니 그렇게 하죠. 대략 밀 10,000포, 잡곡 20,000포, 5,000명분의 생필품을 이번에 준비해 드리겠어요.”
“하하하, 매달 같은 수량의 공급이 가능할까요?”
세스크의 부탁에 바로 대답한다.
“절반 정도라면 가능하겠군요.”
“하하, 감사합니다. 파비안느양. 큰 신세를 지는군요. 이번 달의 납품부터 노라 성으로 해 주십시오.”
점심 식사로 이어진, 파비안느와 알버트와의 대화는 유익했다. 제국은 10년 전쟁 당시 브레, 시센, 엘란의 공세에,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 나태했던 중앙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하여 괴멸 직전에 이르렀고, 4대 공작가와 3개의 후작가가 힘을 모아,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강력했던 브레 왕국의 알프레드 왕이 노환으로 죽지 않았다면, 황도마저 위험할 상황이었다.
알프레드 왕이 죽자 전쟁을 지휘하던, 크리스 왕세자는 서둘러 휴전을 맺고 왕도를 향했다. 하지만, 왕도에 있던 샤난 이왕자가, 왕세자를 제국과 내통한 반역자라 선포하고 왕위에 오른다.
결국 회군한 크리스 왕세자가 왕도 메세나를 점령하나, 내전으로 약화된 국력으로 다시 제국과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부족하였다. 왕위에 오른 크리스는 내정을 안정시키는데 전력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