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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10화)
4. 아시아 왕국의 개발(2)
제국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엘란과 시센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성공하여, 휴전을 체결한다. 휴전 후, 각국은 국내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5년 전 제위에 오른, 젊은 크라이프 황제는 실추된 황실의 명예와 지방 영주와 중앙 관료의 알력을 적절히 중재하며, 제국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브레 왕국도 내전의 잔재를 정리하고, 대륙을 도모하기 위해 국력을 모으고 있다.
이종족 국가인 엘란과 시센 역시, 바라크 제국에 노예로 잡혀 있는, 자국민의 송환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어, 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오크들의 대지에서, 오고타이라는 오크를 중심으로 부족이 통합되고 있어, 더욱더 대륙은 혼미한 정세로 흘러가고 있었다.
동쪽의 조세느 왕국은, 친 바라크 제국 왕실과 귀족에 의해, 반 제국파인 북부의 귀족을 숙청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바야흐로 난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만일 대륙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브레 왕국의 조세느 왕국에 대한 침략으로 시작 될 것이다.
브레 왕국은 조세느 공국을 침략하여, 후방의 안전과 고질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바라크 제국은 지금의 무력으로는, 후방의 시센과 엘렌을 의식 해, 조세느 왕국으로 원군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 조세느 왕국은 결국 브레 왕국의 침략을 막지 못할 것이다.
처음 세스크는 바라크 제국의 영토를 점령해 세력을 키울 생각이었는데,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엘란과 시센이 바라크 제국과 전쟁을 벌일 때, 세력을 키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후에는 거대해진 브레 왕국, 시센, 엘란 등과 경합을 벌여야 한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세스크는 피하고 싶은 결과다.
최선은 브레 왕국의 침략 전에, 조세느 왕국을 취하는 것이었다. 차선은 브레 왕국과 동맹을 하여, 조세느 왕국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바라크 제국이 버텨 주어야 한다. 앞으로 3년 정도가 필요했다.
삼 년만 지금 이 상태로 흘러간다면, 바라크 제국이 약간 강해지고, 브레 왕국이 조용히 있다면, 조세느 왕국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자신의 행보가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세스크였다.
세스크는 바라크 제국에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전쟁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삼대 상단을 통해 황실과 거래를 하기로 했다.
돈으로 인력을 수급하거나, 조세느 왕국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조세느 왕국의 왕실이나 고위층과 연결되면, 영지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영지를 갖게 되면, 기반과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브레 왕국의 정보를 파악하여, 핵심 인물을 몇 명 제거해서 시간을 벌 생각이다.
다음날, 크로스 상단의 소개장을 들고, 집사 후보 두 명이 찾아왔다. 40대의 알렌과 50대의 포레스트라는 사람이다. 지금은 브레 왕국의 땅이 된, 영지의 집사 출신이다.
두 명 모두 경력에 이상이 없어 채용하기로 했다. 각각 크로스 상단과 제국 상단을 담당하기로 하고, 필요 인원을 고용하게 했다.
둘과 함께 노리스 성으로 갔다. 반갑게 맞아 주는 시빌 부인에게 두 사람을 인사시키고, 공터의 결계와 워프진을 제거했다. 알렌과 포레스트에게 상단으로부터 들어 올 물품을, 적재할 공간을 만들게 했다.
시빌 부인에게 슬쩍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 전혀 모르는 것이 침입은 없었던 것 같았다. 왕국 측과 어쌔신은 기회를 엿보다, 세스크가 사라져 버리니 돌아간 것 같다.
기사단장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시빌 부인의 말에 만나기로 했다. 처음으로 기사라는 존재를 가까이에서 대한다. 원래부터 머리 나쁜 깡패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세스크다.
고든이라는 40대의 날카롭고 강인해 보이는, 이 사내에게 좋은 느낌을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붉은색의 곱슬머리가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왠지 외골수에 똥고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타입이었다.
“레드서클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고든입니다.”
고든은 한 손을 가슴에 대며 인사한다.
‘흥! 역시! 멸문한 지 오래인 공작가는 무슨……. 거기다 포로로 잡혀 있다 풀려 난 20명이 전부라고 하던데…….’
역시 맘에 안 드는 놈이라고 생각한다. 익스퍼트 상급 정도의 실력이었다.
“세스크 아시아요.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오?”
냉랭한 세스크의 말투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고든 경! 나는 한가하지 않소. 할 말이 없으면 돌아가 보시오!”
고든은 벌게진 얼굴로 세스크를 노려본다.
‘하! 정말! 오늘 기사 하나 잡겠군.’
세스크가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털썩!
“아시아님! 부탁드립니다. 공작부인을 도와주십시오. 도와만 주신다면,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허어! 이런 황당한 경우가! 결투라도 신청할 것 같은 놈이 무릎을 꿇다니……. 기사는 자존심과 명예를 목숨보다 중요시 하는 놈들 아닌가. 자존심과 명예를 버릴 정도의 절박한 무언가가 있는 건가?’
급작스러운 고든의 변화에 세스크는 당황했다.
“일어나시오. 이게 무슨 추태요!”
일순간의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 황급히 고든을 일으켰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는 고든이었다.
“도와주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습니다.”
역시 세스크는 자신이 잘 보았다는 생각을 한다. 외골수에 똥고집인 것이다.
“우선 일어나시오. 무슨 사정인지 들어 봐야 도울 것 아니요.”
부드러운 말투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아시아님만 믿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 이놈 정말 웃기는 놈이다. 내가 언제 약속했다고 얼렁뚱땅 결정하고 넘어가네.’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고든이었다.
“자! 우선 사정을 들어 봅시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은……. 해서……. 이러한 상황입니다.”
“하, 부인도 알고 있소?”
“어렴풋이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요는 이랬다. 호색한인 늙은 공작 맨체스터가, 2년 전 자신의 58세 생일 파티에 참석한 쌍둥이 자매에게 반해, 일을 꾸미고 있다는 믿기 힘든 일이다.
시빌 부인도 처음에는, 공작가를 어떻게든 이어보려 했었다. 하지만, 황실과 다른 귀족들의 냉정한 반응에, 부활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미련을 버렸다.
시빌 부인은 두 딸과 마탑에 의지하려 했으나, 지난해 돌연, 마탑에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퇴출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 후, 맨체스터 공작으로부터 승계를 위해, 영지를 사라는 권유와 돕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맨체스터 공작령의 영지 중에 하나를 팔 테니, 그것을 기반으로 하라는 것이다. 노라 성을 팔면, 부족한 금액은 공작이 차용해 준다고 한다. 노라 성을 팔게 하여, 돌아갈 자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사단은 중앙군에 투신하여 복수하려 했지만, 사정이 변하자 시빌 부인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노라 성의 매매가 이루어진 후에는, 압박이 더욱 심해져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
세스크도 남자지만, 대단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들었다. 이 시대의 귀족들의 성문화가 문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늙은이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손녀 뻘의 아이들 때문에 이러한 일을 꾸미는, 그 놀라운 정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성적으로보면 맨체스터 공작과 부딪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은 용서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든이라는 인간도 조금은 달리 보인다.
시빌 부인, 고든과 마주 앉았다.
“시빌 부인! 알고 계셨습니까?”
“휴, 고든 경이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눈에 뻔히 보이는 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요. 알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공작도 알기에, 굳이 숨기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대로 당할 생각입니까?”
세스크가 묻자 시빌 부인은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호호, 설마요! 정 힘들 경우 세스크 님이 준, 아티팩트로 도망 갈 생각이었죠. 저희 때문에 고든 경도 떠나지 못하고,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을 지켜 준, 기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호호, 세스크 님이 도와주실 거 아닌가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 저를 믿습니까?”
“그럼요, 믿어요! 만일 잘못되어 맨체스터 공작의 첩실이 될 바에는, 세스크 님 쪽이 아이들에게도 낫겠죠. 안 그래요 고든 경?”
고든이 냉큼 시빌 부인의 말을 받아 맞장구를 친다.
“예! 공작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세스크 님이 훨씬 낫지요.”
세스크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으며 말한다.
“하!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대책이 없군요. 좋습니다. 저도 맨체스터 공작을 매제라고 부르기는 싫으니까요.”
완전히 고든과 시빌 부인의 페이스에 말려 버렸다.
‘고든 저놈! 멍청한 깡패인 줄 알았더니 너구리가 따로 없네…….’
고든을 다시 보는 세스크였다.
“그냥 물러나는 건 성미에 안 맞으니, 지금까지 마음 고생한 대가는 받아야겠지요. 부인께서는 공작의 제안에 응하십시오. 영지청에 고든 경을 영주 대리로 하여, 독립 영지로 승인이 나면 인수하겠다고 하십시오. 식량과 농노 등, 최대한 많은 지원을 얻어내십시오. 모두 영지를 담보로 하세요.”
“흐음, 그러고요?”
시빌 부인은 흥미로운 눈으로 대답을 재촉한다.
“고든 경! 경과 기사단이 이 일을 하고나면, 더 이상 기사로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오. 그래도 후회하지 않겠소?”
고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저희들은 포로가 되는 순간, 기사로서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좋소! 고든 경과 기사들은 시빌 부인이 영지에 도착하는 날짜에 맞추어, 전 영주민과 농노, 노예 등, 어린아이 한 명 빠지지 않고, 부인의 환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주시오. 또 지원받은 물건들을 한곳에 적재 해 놓으시오.”
시빌 부인이 소리 높여 웃는다.
“호호호, 전부 가지고 사라지는 건가요?”
“아! 고든 경은 미리 공작 측에서 보낸 자들을 제압하는 것도 잊지 마시오.”
고든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하하하, 맡겨 주십시오.”
“시빌 부인. 우선은 이 정도의 보상으로 만족하고, 다음 기회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녜요. 일그러진 공작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걸요.”
“시빌 부인, 연락 주시면 날짜에 맞추어 가겠습니다. 고든 경도 부인과 두 레이디의 안전에 만반을 기해 주시오.”
“걱정 마십시오. 세스크 님.”
여관으로 돌아와 알버트에게, 조세느 왕국으로 가는 배편을 부탁했다. 제국 상단의 배를 수배하여, 프라산 항까지 얻어 타게 되었다.
하버릭에서 조세느 왕국의 제1항인 프라산까지는 삼 일이 걸렸다. 제국 상단의 극진한 대우로 불편 없이, 프라산에 입항할 수 있었다.
제국 상단 측의 주선으로, 3개의 창고를 임대하고 여관에 들었다. 여관의 시설은 훌륭했다. 밤거리를 나서 볼까 하다, 괜한 시비에 휘말릴까 참았다.
레어의 유리아와 통신하니, 식량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 같았다. 삼사 일 후에 식량을 가지고 간다고 안심시켰다.
프라산의 노예 시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삼 일 후라고 한다. 제국 상단 측에 협조를 구해, 참가 신청을 하고 20만 골드를 환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