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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14화)
5. 블랙 애로우 용병단(3)
노크 소리와 함께 고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스터. 고든입니다. 일어나셨습니까?”
지금 시간이 오후 4시다.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다. 그런데 일어나셨냐고 한다.
“음, 들어와.”
“예, 마스터. 동생! 동생도 어서 들어와야지.”
고든을 따라 동생이 들어왔다.
‘고든의 동생이라니!’
세스크는 동생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따라 들어온 고든의 동생을 보고, 그저 입만 벌린 채, 고든을 바라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예, 알고 보니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리더군요. 생긴 대로 호탕하고, 아주 딱 부러져서 동생 삼았습니다. 와이번 용병대의 대장도, 사람이 아주 진국입니다.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이번 토벌 때 같은 구역으로 배정받기로 약속했습니다.”
‘생긴 대로라니! 저 얼굴은 전형적인 악당의 얼굴이라고!’
세스크의 속내를 모르는 찰톤이 인사를 한다.
“찰톤입니다. 형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같이 작전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희 대장님도 한 번 뵙고 싶어 하십니다.”
갑자기 시빌 부인이 생각난다. 가끔씩 보이던 어두운 얼굴은 맨체스터 공작이 아니라, 고든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버릭의 정보 길드에 고든의 뒷조사를 의뢰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와이번 용병대와 같은 구역을 맡아,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와이번 용병대는 약 1,000명의 대규모 용병대였다. 브레 왕국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용병대라고 한다.
대장인 헤스티가 S급 용병이고, A급만 해도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10명의 단장이 각각 100명의 대원을 이끌고, 이번에 전부 참여했다고 한다.
롱그시 산맥에 도착하여 병영을 꾸렸다.
블랙 애로우는 병영의 중심 부분에 비교적 좋은 위치를 배정받았다. 생각 외로 와이번 용병대는 세스크 일행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블랙 애로우가 맡은 구역에는 고블린, 오크, 실버울프가 주종이었다. 트롤이나 오우거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구역을 10개로 나누어 토벌하기로 했다. 와이번 용병대의 1개 대가 오지 않아, 블랙 애로우도 한 구역을 맡게 되었다.
헤스티 대장과 찰톤이 사정을 설명할 때, 세스크는 속으로 뜨끔하여 고든을 바라보았다. 고든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맞장구를 친다.
이제 의심이 아니라 확신에 가깝다. 고든은 절대 기사가 아니다. 혹시 포로로 잡혔을 때, 가짜를 변장시켜 침투시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곳의 오크는 갈색오크로, 오크 대평원의 회색오크보다 지능도 떨어지고 힘도 약하다. 우리 단원의 실력이면, 혼자서도 두 마리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실버울프가 조금 까다로운데, 머리도 좋고 무리로 사냥하는데 능하다고 한다.
세스크는 단원들을 모아 놓고 작전을 설명했다.
“우선 가장 실력이 출중한 고든과 안톤, 해롤드 등, 열 명이 정찰을 하여 적을 발견한다. 활로 도발을 하여 덤비면 도망친다. 쫓아오면 계속 도망을 치고, 안 쫓아오면 쫓아올 때까지 활을 쏜다. 우리가 숨어 있는 데까지 잘 도망친다. 그러면 숨어 있던 우리가 활을 쏘아 숫자를 줄여 놓는다. 다음은 고든과 함께 쉽게 죽인다. 어때 이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하나 있기는 있는데, 조금 어려우니 쉬운 방법으로 간다. 이상! 질문 있나?”
듣고 있던 고든이 곤혹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저어…… 마스터, 조금 어려운 방법은 뭡니까?”
“고든, 병법서에서 차륜전에 대해 설명한 것이 있지. 기억하나?”
“예, 강한 상대에게 다수의 이점을 살려, 차례로 상대하여 적의 기운을 조금씩 줄여 결국은 승리할 수 있는 전술입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고든을 보며 세스크가 말한다.
“흠, 잘 기억하고 있군.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차례로 상대하다.’와 ‘결국은 승리한다!’라는 말이야. 이점을 이용해서, ‘몬스터가 나타난다. 고든이 상대한다. 지치면, 안톤이 상대한다. 또, 지치면 이번에는 해롤드가 상대한다. 이런 순서로 열 명이 차례대로 상대하여 지치면 휴식하고, 다시 상대해서 결국은 승리한다.’라는 전술이라네. 하지만 우리는 단체인데 자네들이 다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는 할 일이 없다는 것이라네. 우리는 싸우러 왔지 놀러 온 것이 아니니 말이야.”
세스크의 말을 들은 고든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한다.
“휴, 마스터. 첫 번째 작전으로 하겠습니다. 저희들만 공을 세울 수는 없지요.”
블랙 애로우 용병단은 미끼 작전으로 결정했다. 매복 지점을 선정하여 미끼를 풀고 매복에 들어갔다. 미끼 작전을 위해 정찰대를 보낸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매복해 있는 단원들의 긴장이 느슨해지고 있을 때, 기척을 느꼈다.
옆에 있는 2팀장인 마리에게 전했다.
“500미터 밖에서 100여 마리의 오크가 쫓고 있다. 모두 준비시키도록.”
세스크의 명령에 마리는 대원들에게 지시한다.
“예! 마스터. 500미터밖에, 100마리의 오크다. 우선 200미터 지점에서 후위를 목표로 삼 회 연속 발사 후, 1조부터 직사로 발사한다.”
마리는 올해 18살이다. 조세느 왕국 출신이었다. 언뜻 봐서는 남자로 착각할 만큼, 건강한 체격의 아가씨이다. 리더십도 있고 남자 단원도 꼼짝 못하게 하는 강열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 한마디로 장군감이다.
흐뭇한 표정으로 마리를 쳐다본다. 정말 장군감이었다. 마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언덕 아래로 100여 마리의 오크에게 쫓기는, 정찰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태로운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정찰대의 뒤로, 조악한 무장의 오크전사 100여 마리가, 1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쫓고 있었다.
잠시 후, 마리의 씩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후위를 목표로 삼 회 연속 발사!”
슈―육.
피―슛.
오십 명의 단원들의 손을 떠난 화살들은 힘차게 창공을 가르며, 포물선의 정점을 향해 비상한다.
정점을 지난 화살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오크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가속을 얻어 떨어지는 화살은 오크들의 머리와 가슴을 파고들었다.
“꽤―액.”
“꽤―애.”
잠시 후, 정찰대를 쫓고 있는 오크는 20여 마리뿐이었다. 다시 한 번 마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1조부터 순차적으로 직사로 발사!”
쐐―액.
빛살처럼 날아간 화살은 선두 오크의 머리를 관통하고도 힘이 남아, 뒤에 따라오던 오크의 몸에 박히고서야 멈추었다. 5조까지의 발사가 끝났을 때, 땅 위에 서 있는 오크는 한 마리도 없었다.
너무도 간단히 오크를 전멸시켰다. 얼떨떨해 있는 단원들을 재촉하여, 오크의 귀를 베고 묻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고든이 보고한다.
“마스터! 헉헉헉, 3키로 정도 전방에 500마리 정도의 오크 부락을 발견했습니다.”
정찰대가 발견한 오크 부락은 목책이 세워져 있었다. 20여 명의 경비병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내가 목책을 부수면 오크들이 몰려나올 거야. 천천히 원거리에서부터 숫자를 줄이고, 마지막은 돌격으로 섬멸시킨다. 블랙 나이트는 돌격진을 유지하며 돌격해 들어가고, 골든 나이트는 엄호하며 저격하도록. 좋은 경험이 될 테니, 서로 보조해서 피해자가 없도록!”
세스크는 목책을 향해 커다란 파이어볼을 쏘아 보냈다.
“쾅!”
“파이어볼!”
“펑!”
연이어 쏘아져 나간 불덩어리에, 목책은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폭발에 놀란 오크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뛰어나오는 오크를 향해, 단원들은 화살을 쏘아 가며 천천히 전진하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여 우르르 몰려나오는 오크들을 향하여, 단원들은 침착하게 화살을 쏘았다.
슈―슈―슉.
“치익― 케엑!”
“꾸―엑!”
오크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는 어김없이 화살이 날아갔고 오크들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골든 애로우는 달아나는 오크들을 사살한다. 블랙 나이트, 돌격!”
고든은 검을 빼어 들고, 오크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블랙 나이트 단원들이 뒤를 따라, 흩어진 오크들을 베어 가며 전진한다.
고든의 검에서 검광이 번쩍이면, 어김없이 한 마리의 오크의 머리가 떠올랐다. 마리의 레이피어가 춤을 추고, 미도리의 레이피어가 춤을 춘다.
블랙 나이트 단원들은 녹색의 피를 뒤집어쓴 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다. 골든 애로우는 넓게 포위하여 달아나는 오크들을 사살한다.
조악한 오크들의 방호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골든 애로우의 화살은 방패를 뚫고, 갑옷을 뚫고서야 멈추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더 이상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다. 블랙 나이트 단원들이 숨어 있는 암컷과 새끼들을 찾아내서 처리했다.
“부상자는 치료하고 오크들의 귀를 베어라!”
고든이 소리치자 단원들은 그제야 흥분과 긴장에서 깨어났다. 오크의 귀를 모으기 시작하고 부상자를 치료했다.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토벌한 단원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다음 상대를 찾아 이동했다. 와이번 용병대와 합류할 때까지, 원거리 공격으로 확실히 수를 줄인 후, 돌격하는 전투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맡은 구역의 몬스터를 토벌할 수 있었다.
100여 명의 피해를 입은, 와이번 용병대와 우리는 합동 작전을 벌이기로 했다. 지금부터는 실버울프와 가끔 트롤이나 오우거 등의 상위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블랙 애로우가 정찰을 맡아, 근거지를 파악하면, 와이번 용병대가 포위, 섬멸하기로 했다. 블랙 애로우단과 정찰을 나섰다.
고든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색하고 정찰하는 단원들을 보았다. 마음이 짠하다. 이제 18, 19세의 젊은 청춘들이 아닌가!
현대에서라면 거울을 들고 화장을 하며, 백마 탄 왕자님을 찾을 때이다. 그런데, 검을 들고 활을 쏘며 몬스터를 찾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노예의 신분을 풀어주고,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도, 저들은 행복해하고 충성을 맹세한다.
저들 중에 많은, 아니 어쩌면 거의 모두가 전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과연 자신은 ‘저 꽃다운 목숨들을 희생시켜가며 제국을 건설해야 하는 걸까! 지금 아스트라 대륙의 사람들은 불행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시아 왕국에서 유리아랑 쌍둥이 자매를 데리고, 알콩달콩 살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이야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고 하지만, 죽을 때면 자신을 원망하고 저주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모두가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세스크였다.
그러던 중 불현 듯 뇌리를 스치는 무협 소설의 한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이 욕망을 털어 버리고, ‘공수래공수거’를 깨달아 우화등선한다는 것이다.
아! 아, 큰일 날 뻔했다. 지금 자신은 우화등선할 뻔한 것이다. 신선이 되느니 자살하고 만다는 생각이다. 힘 있고 돈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는데 신선이 되나!
세스크가 아니었으면, 저 아이들은 노예로 평생 살아야 한다. 물론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던데, 노예라도 살아 있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자기들이 좋다고 하는데, 구태여 말릴 이유는 없다.
죽을 때 원망해 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고 욕먹는 놈이 오래 산다. 여자들도 노예로 살다가 원치 않는 놈에게 몸을 주느니, 몬스터 쫓다가 눈 맞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세스크였다.
세스크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흉내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대륙은 넓고 여자는 많다. 아시아 왕국에서 혼자 잘 살려고 해도 다른 놈들이 집적거릴 것이다.
힘 있고 능력 있는 자신이 얌전히 있는 다고, 다른 나라에서 ‘저놈 힘세니까, 조심해야지!’ 하는 게 아니다. 도리어 깔보고 업신여긴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힘 있고 능력 있으면 사용해야 한다. 말 안 듣는 놈이 있으면 때려 주어야 한다. 깔보는 놈은 때려 주고, 업신여기는 놈도 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좋아하고 충성을 할 수 있다.
밥 한 끼 덜 줘도 미운 놈 때려 주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봐라! 시빌 부인도 밥 많이 주는 맨체스터 공작보다, 세스크를 더 좋아하지 않는가!
그래도 젊은 청춘이 많이 죽는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세스크였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 주어야 했다. 이왕 싸움을 시키려면 잘 싸우게 만들어야 했다. 살 수 있는 확률을 높여 주는 것이다.
마법 총을 보급하면 좋겠지만, 그건 결국 자신의 생명에도 위협을 끼칠 수 있어 절대 불가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검술 실력을 높이고, 좋은 방호구를 입히는 것이다.
방호구야 자신이 아는 지식을 다 짜내면, 어찌어찌 될 것 같은 데 검술이 문제이다. 아스검술이 훌륭한 검술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단시간에 고수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무협 소설은 많이 읽었다. 그러나 그 속에 내공심법을 기술해 놓은 것은 없었다.
많은 소설을 보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아니 꼭 깨닫지 못해도 실력이 월등히 좋아진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블랙 애로우 용병단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