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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15화)
5. 블랙 애로우 용병단(4)
세스크는 마나 탐색으로 강한 기운을 가진 몬스터를 찾았다. 주위에 있는 오크와 실버울프는 커다란 위협이 되지 못하기에 트롤이나 오크 등의 상위 몬스터의 기운을 찾았다.
주위에는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원들을 모아 롱그시 산맥 깊숙이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가서야 원하는 기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데 오우거였다. 암수 한 쌍으로 다닌다던데, 호모 오우거인지 둘 다 숫놈이었다.
일행을 발견한 오우거들은 곧 적의를 들어내고 달려들었다.
쿵. 쿵!
“크워웍!”
삼 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가 피어를 흘리며 달려들었다.
“슬로우! 슬로우! 홀드! 홀드!”
세스크는 간단히 오우거를 저지시키고 단원들에게 외쳤다.
“한 마리는 고든, 다른 한 마리는 마리와 미도리가 상대한다.”
고든과 마리, 미도리가 검을 뽑아 앞으로 나섰다.
“캔슬!”
세스크의 영창에 홀드에서 풀려난 오우거는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앞을 막고 있는 세 명의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고든은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답게, 한 마리의 오우거를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거구답지 않게 빠른 오우거는 거대한 몽둥이로 고든을 공격하고 있었다.
고든은 몽둥이를 피하며, 하나둘 상처를 입혀 나갔다. 오우거의 질긴 피부는 오러를 씌운 검에도 깊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 상처가 늘어갈수록 오우거는 흉성이 이는지,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크아아!”
세스크는 대원들에게 지시한다.
“스무 명은 두 명씩 조를 짜서 대기하고, 나머지는 숙영지를 만들고 경계하도록.”
마리와 미도리는 곧, 위기에 처했다. 처음에는 마리와 미도리의 협공에 상처를 입던 오우거였다. 하지만, 둘의 검이 자신에게 커다란 위협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우거의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에, 마리와 미도리의 협공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
잘 피하던 마리와 미도리는 결국, 오우거의 힘에 밀려 부상을 입었다. 마법으로 오우거를 제압하고, 대기하던 두 명이 다시 오우거를 상대했다. 오우거의 부상이 심해지면 치료를 해주고 다시 상대하게 했다.
결국 10개 조가 오우거를 상대하고 식사를 했다. 오우거에게도 부드러운 빵과 식사를 제공하고, 결계를 설치하여 가두어 두었다.
와이번 용병단에게 산맥으로 들어오며 정찰한 위치를 알리고, 계속 정찰하겠다고 전했다.
다음날 아침, 일부는 사냥을 하고, 나머지는 오우거와 대련을 계속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사냥한 동물을 오우거에게 주고 휴식을 취했다. 대결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모두 수련을 마치고 오우거를 치료 해 주었다.
오늘은 몬스터 토벌의 마지막 날이다. 오우거와의 대결에서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은 생겼을 것이다.
‘오돌이’와 ‘삼식이’라고 부르는 오우거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죽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단원과의 대결에 살기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공격을 멈추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냥 해 온 동물보다 빵을 달라는 것이다. 더 이상 수련에 의미가 없어 돌아가기로 했다. 말 잘 듣는 강아지 같은 ‘오돌이’와 ‘삼식이’를 죽이기도 뭐해서 그냥 풀어주었다.
시빌 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든에게 단원들과 브레 왕국에서 정보 조직을 만들게 하고, 세스크는 아시아로 이동했다.
아시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아스의 레어와 세스크 외에,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는 근 오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다. 말과 가축이 있으며, 건물이 들어섰다. 평원은 농경지로 개발될 것이다. 광산을 개발해 농기구와 무기를 만들고 있다.
가끔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고, 피식 미소 지을 때가 있다. 아시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어쨌든, 아시아는 발전하고 있었다.
세스크는 시빌 부인을 만났다. 시빌 부인은 아스 마탑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마나의 맹세를 했다. 시빌 부인과 엘레나, 세레나 자매는 아리비아 숫자 아니, 이제는 아시아 숫자를 배웠다. 그리고 드래곤의 마법을 배우고 있다. 세스크의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서클을 높일 수 있었다.
시빌 부인은 세스크를 탑주라고 부른다.
“탑주님! 노라 성이 공격받아 부서지고, 포레스토 집사를 비롯한 식솔들이 모두 죽었어요! 글렌 총관만이 화를 피해 숨었다고 해요!”
시빌 부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 맨체스터 공작이 오래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사고를 치고 말았군요. 물론 증거나 증인이 있을 리 없을 테지요. 우리가 했던 것처럼.”
혀를 차며, 시빌 부인에게 확인한다.
“예,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글렌 총관에 의하면 조사도 없었다고 해요.”
시빌 부인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한다.
맨체스터 공작은 로스차일드 영지의 일로 단단히 화가 났을 것이다. 시빌 부인과 딸들이 사라지고 세스크마저 찾지 못하자, 성을 부수면 나타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시빌 부인, 나에게 맡겨 두세요. 내 사람이 죽고 내성이 부서졌어요. 그냥 넘어 갈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탑주님. 아직은 공작과 직접 상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해요.”
시빌 부인이 염려를 담아 말한다.
“예, 직접 상대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경고는 해야 하겠지요.”
세스크의 어투에서 확고한 결심을 느꼈는지 더 이상 만류하지 않는다.
맨체스터 공작은 제국의 실세 중의 한 명이다. 그러한 그에게 타국의 마법사인 세스크는, 그저 돈 많은 상인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더구나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심증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스크는 확실한 경고를 하리라 생각했다.
레어에 들렀다. 유리아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세스크를 맞는다.
‘유리아야! 원래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단다.’
유리아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쌍둥이 자매가 온 후로, 유리아의 애정 표현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했다.
유리아의 처지도 이해가는 세스크다. 아직 호칭도 ‘주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세스크에게서 아무런 약속이나 언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마 아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유리아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가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상이 아니던가. 유리아는 그런 여자이다.
세스크는 유리아를 조세느 왕국의 여왕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조세느 왕국을 공략하여, 유리아 왕국을 세울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개국하는 과정에 참여 해, 국정 운영을 익히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엘프 삼인방을 보면 세스크는 한숨이 나온다. 엘프가 수명이 긴 이유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이 한 달을 배우면 할 수 있는 것을, 엘프가 같은 수준으로 하려면, 10년을 걸릴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인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살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보통의 마법사도 700년을 마법을 익히면, 전부 대마도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마나 친화력이 인간보다 좋은 엘프들도 대마도사가 거의 없지 않은가! 엘프 삼인방이 딱 그렇다.
그래도 아까게는 사람의 피가 섞였다고, 유리아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해 보고, 예쁜 짓도 한다.
엘프 삼인방은 학습 능력이 없는 것들이 게으르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노예로 사서 성노로 쓰는 이유가, 예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데 쓸 데가 없었다. 그러니 그저 성노로 쓸 수밖에. 실패한 쇼핑이다. 볼 때마다 입맛이 썼다.
6. 팽 소령에게 당하다(1)
천산.
무수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끝없이 펼쳐져, 인간의 발걸음을 거부하는 곳이다. 달리 십만대산이라고 불리는 천산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주봉이다.
그 천주봉의 정상에 한 여인이 만장절벽을 뒤로 하고, 부러진 도에 의지해 힘겹게 서 있었다. 그녀의 앞으로는 형형색색의 무기를 든 50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삼장의 거리를 두고, 여인을 반원형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그중 검은 경장의 음침한 표정을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흐흐흐, 도후. 이제 끝을 봐야겠구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 보이니 말이오.”
검은 경장 사내의 말이 신호라도 되는 듯, 무인들은 서서히 도후를 향해 다가선다.
아! 도후라니!
그렇다! 부러진 도를 의지하여, 힘겹게 서 있는 여인이 도후였다. 당금의 여중제일인이며, 천하제일도인 도후였다.
현 무림의 절대강자인 환우육천존.
일제, 일왕, 일후. 삼존으로 칭해지는 환우육천존 중의 일후인, 도후 팽 소령이 그녀였다. 환우육천존 중 가장 어린 32세의 팽 소령은 차기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하북 팽가의 가주이자, 삼존의 일인인 도존 팽 철형의 딸로, 이미 도존의 성취를 넘어 차세대 천하제일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팽 소령은 5년에 걸친 천년 마교와의 정사대전 때, 20세의 나이로 강호출도를 했다. 첫 참전에서 마교 장로 두 명의 목을 베어, 마교 무인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팽 소령은 정사대전에서 가공할 무공을 바탕으로, 마교 멸망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5년 전에는 삼백 년간 여중제일인 좌를 지켜 오던, 보타암의 검후를 꺾었다. 그때부터 여중제일인의 칭호와 도후라는 명호를 얻게 되었다.
그러한 그녀가 왜 처참한 모습으로 무인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도후는 천산에 천마의 유물인 천마환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직 마교 잔당이 발호하고 있는 상황에 지존신물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도후는 천마환을 회수하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많은 군웅들이 기보에 눈이 멀어 참상이 속출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회수하고자 홀로 길을 나섰다.
도후는 무사히 천마환을 수습할 수 있었다. 기보를 노리던 군웅들도 도후의 이름 앞에서는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천마환을 무사히 수습한 도후는 무림맹으로 귀환하려 했다. 하지만, 귀환 길에 우연히 천변색마의 겁탈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무림 공적인 그를 그대로 보낼 도후가 아니었다.
천변색마는 반항하였으나 도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도후는 간단히 천변색마를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변색마가 최후의 발악으로 살포 한, 환희극락산이라는 극악한 음약에 당하고 말았다.
이미 환골탈태를 겪어 만독불침에 가까운 신체를 지닌 그녀였지만, 독이 아닌 음약에는 도리가 없었다. 심후한 내공으로 춘약을 제거하려 하였다. 하나, 기보를 노리는 군웅들이 아직 그녀의 뒤를 쫓고 있어, 운기를 할 수 없었다.
도후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낀 군웅들은, 도후가 춘약에 당한 것을 알아차렸다. 설상가상으로 마교의 잔당마저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마교의 잔당은 지속적인 기습과 암습으로, 도후가 운기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마교의 잔당과 기보를 노리는 군웅들의 습격을 받으며, 결국은 이곳까지 쫓겨 오게 된 것이었다. 팽 소령은 입술을 깨물며 부러진 도를 힘껏 움켜잡았다.
‘아!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구나! 수치를 당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구나!’
팽 소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다. 죽음을 각오하자 길지 않은 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13살에 기연을 얻어, 아무도 수습하지 못했던, ‘혼원벽력도’를 대성한 일이며, 무공 삼매에 빠진 젊은 시절. 나이에 맞지 않은 명성 때문에, 여자로서의 길을 포기한 일 등등…….
주마등같이 스쳐 가는 지난 세월은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 생에서는 평범하게 친구도 사귀고, 사랑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팽 소령은 그동안 춘약을 억제하느라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던 내공을 끌어 올렸다.
“벽력파천!”
팽 소령은 혼원벽력도의 최후 초식인 벽력파천을 눈앞의 적들에 펼쳤다.
번쩍!
콰과과광!
“으헉! 피, 피해라!”
“으아악!”
하늘도 부순다는 혼원벽력도의 마지막 초식인, 벽력파천이 펼쳐지자, 소령의 부러진 도에서 강기 다발이 사방으로 비산하여 군웅을 덮쳤다.
가로 막는 것을 모두 부숴 버리는 위력에, 군웅들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모든 적을 없애지는 못했다.
소령은 한 줌의 진기밖에는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망설이지 않았다. 그대로 만장절벽으로 몸을 날렸다.
소령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도, 천마환을 저들의 손에 넘겨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진기를 끌어 천마환에 불어 넣었다. 진기로 천마환을 파괴하려는 생각이었다.
소령이 진기를 주입하자 천마환은 붉게 달아올랐다.
위이이잉!
팟!
천마환이 진동하며 소리를 내더니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소령의 전신을 감싸더니 이내 사라졌다. 빛과 함께 절벽으로 떨어지던 소령의 몸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