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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16화)
6. 팽 소령에게 당하다(2)
세스크는 남아 있던 1기생들과 하버릭으로 이동했다. 1기생들과 조세느 왕국의 프라산 항구에서 만나기로 한 후, 세스크는 로스차일드로 이동했다.
맨체스터 공작성으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좌표를 모르니 로스차일드에서 공작성으로 가야 한다.
로스차일드에 도착해 보니, 영주성을 짓느라 한창이었다. 공작성까지는 7일 정도 걸린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여 말을 구입했다. 치안 상태도 좋은지 산적이나 몬스터도 없다.
마을을 지나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날이 저물어 노숙을 하게 되었다. 관도 옆의 숲 속 공터에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하였다.
식사를 하려는데 강력한 마나파동이 느껴졌다. 아스트라 대륙에 와서 처음으로 긴장되었다.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기운이었다. 텐트 위로 공간이 열리고, 누군가 워프 해 오는 것 같았다.
팟―!
하얀 빛 무리에 휩싸여 사람이 텐트 위로 워프 해 오더니, 그대로 텐트를 부수며 떨어졌다. 어이없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다가가 보았다. 텐트를 걷어내고 살펴보는 순간, 환호를 터뜨렸다.
“오! 예스! 예스! 예스!”
기쁨의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텐트 위에 떨어진 사람은 여자였다. 자신의 기억이 맞는다면, 입고 있는 옷은 경장이라는 것이다.
검은색 경장에 오른쪽 가슴에 수놓은 동물은 호랑이다. 그것도 백호, 흰 호랑이다.
한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아스트라 대륙에서 사용하는 소드가 아니고, 한쪽에만 날이 있는 ‘도’라는 것이다. 결정적인 사실은 우윳빛 피부에 검은 머리의 황인종이라는 점이다.
아스트라 대륙에 황인종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 이 여자는 이계인인 것이다. 세스크는 본능적으로 지금 ‘신급 아이템’을 주웠다는 것을 느꼈다.
부서진 텐트를 다시 치고, 주위에 결계를 설치했다.
세스크는 여자를 텐트 안으로 옮겼다. 자세히 살펴보니 상당한 미인이다. 나이는 20대 중, 후반쯤으로 육감적인 몸매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더욱 섹시해 보인다.
상의가 찢어져 있었다. 상의를 벗겨 상세를 살피니 별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뇌리를 굴렸다. 결론은 자신의 여자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잡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신급 아이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무협 소설에서는 몸을 취하면 대부분은 책임을 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나이도 어리지 않으니 처녀가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 색녀나 성에 대해 관대하다면 이미지만 버린다. 일단 깨어나면 자신이 이계에 먼저 온 선배로서 어드바이스를 하며,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세스크는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으―음!”
낮은 신음과 함께 깨어나는 것 같다.
“흐―음! 헉!”
신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하―악! 흐―응!”
감이 좋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선정적이다.
“아공간 오픈!”
세스크는 재빨리 아공간을 열어 침낭을 바닥에 깔았다.
“헉!”
침낭을 바닥에 깔던 중, 갑자기 눈을 뜬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와―락.”
암고양이가 달려들 듯 안겨 온다. 달콤한 숨결과 함께 입술을 빼앗겼다. 좋은 밤이 될 것 같다.
서로가 만족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내 팔을 베고 누워 눈을 감고 있다. 눈썹이 가끔 떨리는 것이 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지금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어린애도 아닌데 대충 어떤 상황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겠지.
세스크는 팔을 가슴으로 끌어당겨 말없이 품에 안았다. 힘없이 딸려 온다. 이럴 때는 남자가 말을 걸어야 한다. 난처하지 않도록.
“랭귀지 트랜스포메이션!”
“응? 무슨 말이죠?”
고개를 들어 세스크를 바라보며 말한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법이라고 말하면 이해를 못할 테고, 도술이라고 해야 하나?’
궁리를 하느라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세스크를 보며 웃는다.
“풋! 나는 팽 소령이에요. 당신은 누구죠?”
웃음소리가 밝아 일단, 안심이 되는 세스크였다.
“서 정우, 여기서는 세스크라고도 하지.”
세스크의 대답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지, 눈으로 대답을 재촉한다. 세스크는 말없이 일어나 바닥에 뒹구는 로브를 그녀에게 건네고 옷을 입었다.
그녀도 말없이 로브를 걸쳤다. 그녀의 손을 잡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말없이 하늘을 가리켰다. 세스크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아앗! 여, 여기가 어디죠?”
여유롭던 그녀가 처음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 그녀가 바라보는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어…… 이곳에서는 당신과 나 이외에는 그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아니 그곳에서 왔다는 것을 믿을 사람도 없다고 봐야지.”
“아!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하지만 달을 보면 안 믿을 수도 없고, 혼란스럽군요!”
그녀에게는 거의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말하지 않은 것은 같은 지구라도 같은 시간대가 아니고, 실제 나이는 오십이 넘은 것은 말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요?”
“글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아마 어려울 거야. 당신은 돌아가고 싶나 보군.”
소령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 세스크를 바라본다.
“생각해 보니 나도 꼭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네요. 아니, 별로 가고 싶지 않군요.”
쓸쓸한 표정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에 젖은 옷과 춘약에 중독된 상태라면, 보통일은 아닐 텐데…….
“당신의 얘기가 듣고 싶군. 곤란하다면 애기하지 않아도 좋소.”
팽 소령은 싱긋 웃으며 세스크를 보며 말한다.
“그것보다 당신은 얘기하지 않는군요. 좋은 남자는 여자를 난처하게 하지 않아요. 책임지세요!”
헉! 드디어 나왔다. ‘불감청이되 고소원’이올시다. 하지만 냉큼 대답할 수는 없었다.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는 건 아니요. 하지만, 나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들이 있소. 그래서 감히 먼저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오.”
“할 수 없죠. 그게 내 운명이라면, 설마 모른 척하겠다는 건 아니겠죠? 비록 불가항력이었지만 당신에게 순결을 잃었으니, 당신과 함께 있겠어요.”
“고맙소. 당신과 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어찌 외면할 수 있겠소. 부족한 나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하오.”
세스크는 소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예! 상공!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아! 세스크는 결국 신급 아이템을 영구 귀속시켰다.
일본에 있을 때, 세스크는 한족의 중국인들을 사귄 적이 있었다. 중국인의 가족에 대한 개념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보다는 범위가 넓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가족에 관한 은원은 철저하다.
사실 요즈음 세스크는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했었다. 특히 블랙 나이트의 무력에 조금은 실망하던 차에, 팽소령의 획득은 하늘이 자신에게 ‘올인’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은 전생이 석가나 공자였었나 보다. 이렇게 행운을 한꺼번에 몰아주는 걸 보면, 이러다가 전부 회수해 가는 것은 아니겠지. 조금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간단히 빵과 스프를 준비했다. 소령은 모든 것이 신기한지, 이것저것 만져 보며 즐거워한다.
허기를 때운 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명나라의 사람인 그녀는 하북 팽가의 외동딸로, 위로 오빠가 둘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평범한 무가의 딸로 아버지와 결혼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다.
아버지가 가주 위를 포기하겠다는 협박까지 해서야 결혼할 수 있었다. 소령은 그런 부모를 보며,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남자와 사랑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연히 얻은 기연으로 인해,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기연으로 가문의 무공을 대성할 수는 있었지만, 여자로의 행복은 포기해야 했다.
스무 살의 강호출도에서 놀라운 무공을 선보여 ‘도후’라는 별호를 얻었다. 얼마 후에는, 여중제일인으로 칭해지는, 보타암의 ‘검후’와의 비무에서 승리 해 여중제일인이 되었다.
그때부터 소령은 사람들의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의 주위에서 동년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녀의 일보 일보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몰렸다. 항상 자신보다는 가문의 입장을 생각해야만 했다.
소령은 이곳, 아스트라 대륙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해 보고 싶은 것을 전부 해 볼 생각이라고 한다. 친구도 사귀고 사랑도 하고 싶다고 한다.
세스크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세스크는 점혈법을 배우고 싶었다. 판타지 소설의 꽃이 ‘아공간’과 ‘투명화’라면, 무협 소설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점혈법’과 ‘경신술’이다.
소령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다. 소령 역시 세스크가 허공에서 빵을 꺼내고, 옷을 꺼내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꼭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아공간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소령의 나이를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물다섯이라고 한다. 사실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스물다섯은 절대 아니다.
세스크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자신이 스물다섯에 ‘검후’를 꺾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녀는 소령이 아닌, ‘도후’로 살았기 때문에, 소령은 아직 스물다섯이라는 것이다.
소령은 참 매력적인 여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흑백이 선명한 커다란 눈, 붉은 입술에 오뚝한 코, 희고 가는 손가락,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을 지녔다.
조용한 미소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은은히 풍기는 달콤한 체향은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런 여자이다.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호기심에 가득한 눈을 빛내며, 마법을 보여 달라고 조를 때에는 어린 소녀 같은 여자이다.
이런 소령을 세스크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령과 맨체스터 공작이 있는 영주성으로 가고 있다. 말이 한 마리뿐이어서 소령을 앞에 태웠다.
달콤한 체향이 바람을 타고 세스크의 코를 간질인다. 저절로 잘록한 허리를 않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여관에 들어서니 모든 사람들이 소령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긴다. 세스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더 이상 시선을 끄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식사는 방에서 하기로 했다. 목욕을 하고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소령을 보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세스크다.
소령과 공작성에 침입할 계획을 세웠다. 처음 생각에는 경고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사정을 들은 소령은 단호했다.
“그런 인간이라면 경고는 통하지 않아요. 하지 않을 거라면 모르지만, 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아요. 이것저것 따지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다. 그렇게 맨체스터 공작의 목숨이 결정 났다.
밤이 되기를 기다린, 우리는 공작성으로 날아갔다.
공작성은 크고 화려해 보인다. 공작의 얼굴을 모르는 세스크로서는 무작정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갔다.
도처에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우리를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다. 두 명의 기사가 경계를 서고 있는 방이 있었다.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기척을 지우니, 코앞까지 다가가도 발견하지 못한다.
마법으로 잠을 재우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두 명의 앳되어 보이는 여인들이 알몸의 한 늙은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선심을 쓰려 했는데, 소령이 재촉 해서 여자들을 재웠다. 공작에게 구차하게 죽는 이유를 알려 줄 필요가 없어, 리벌버를 꺼내어 머리를 겨누었다.
피―슝!
“윽!”
지금껏 씨름하던 침대가 피로 물들어 간다. 다시 한 번 심장에 확인 사살을 했다.
피―슝!
성을 벗어나 여관에 돌아올 때까지, 공작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소령과 아시아로 이동했다.
언제 소령에게 한꺼번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전부 보여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어머! 그건 어떻게 한 거죠? 한 번 또 해 봐요?”
소령이 조를 때마다 떠돌이 약장사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놀라기는 놀라웠을 것이다. 신선들이 사용하는 축지법보다도 뛰어나지 않은가.
마탑의 제자인 시빌 부인이 세스크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두 딸의 문제일까! 아니면 혹시 내게 관심이…….’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는 세스크였다.
“탑주님! 마탑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법사가 너무 부족해요. 이래서는 재질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어요.”
‘아! 아니구나……. 다행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아시아에는 마법사가 부족하다. 인구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하고,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런데 자신이 어디서 찍어 내는 것도 아닌데, 부족하다면 바로바로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법사는 대부분 마탑에 소속되어 있어서, 스카우트하기도 어렵고, 그렇지 않은 자유마법사는 찾아보기도 어려우니, 당장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세스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
“탑주님! 지난 10년 전쟁 후에, 여성 마법사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탑주님도 아실 거예요. 수적으로는 팽창했지만, 5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는 거의 없죠.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남자 마법사들이 여성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고위 마법사들이 여성도 제자로 받아들이지만, 그 대가로 육체를 원하거나 내연의 관계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그만두면 되지 않소.”
세스크가 물었다.
“그것도 쉽지 않아요. 3서클이 되어 정식 마법사로 인증 받으면, 마나의 맹세로 마탑에 구속되죠. 귀족의 자제이거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충성을 맹세하게 하거든요. 그렇지 않더라도, 아스트라 대륙에서 여자의 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지요.”
“시빌 부인도 그렇소?”
세스크의 물음에 시빌 부인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휴우! 저도 마법사가 아니었으면, 공작의 자제와 결혼할 수 없었겠지요. 또 결혼했기에 마나의 맹세도 피할 수 있었지요. 탑주님! 마탑과 뜻을 달리하는 모임이 있어요. 고서클의 마법사는 없지만, 그녀들을 끌어들이면,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현대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존여비’의 사상이 문제다. 물론 전쟁과 함께 발달한 문명에서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이 남성과 차별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여성이 전리품의 하나로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스트라 대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세스크의 생각도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마법은 육체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섬세하고 이성적인 여성의 특징이 더욱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견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좋은 생각이요. 연결 고리가 필요할 텐데, 부인이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대책이 있겠군요?”
“예, 탑주님. 그녀들의 수장인 릴리아와 저는 같은 마탑의 동기였지요.”
세스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한다.
“좋습니다. 시빌 부인. 모든 것은 부인께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시빌 부인. 저 역시도 그녀들에게 아시아와 마탑에 대한, 마나의 맹세를 받겠습니다.”
시빌 부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건…….”
“시빌 부인의 걱정이 무언지는 알지만, 맹세는 해야 합니다. 여성은 인생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식에 대한, 연인에 대한 사랑이 국가보다 우선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차별이 없을 것은, 내 이름으로 약속하지요.”
단호한 세스크의 말에, 시빌 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유리아와 소령은 예상외로 잘 지내는 것 같다. 소령이 살았던 곳도 중혼의 관습이 있는 곳이다 보니, 별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소령에게 블랙 나이트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세스크에게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그대신 군의 무예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아마 가전무공의 유출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인 것 같다. 세스크는 아직은 무공에 대해서는, ‘점혈’과 ‘경신술’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니,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하북의 팽가는 오래전부터 군문에 투신하였기에, 실용적인 군 무예에 상당한 연구가 있었다. 단기간에 무력을 높이는 것은 군무예가 더 적합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직은 네 것 내 거를 따지는 것이다.
소령이 하프 엘프인 아까게를 보더니 무공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체질이 팽가의 무공을 익히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아까게 역시 유리아와 비슷한 분위기의 소령이 싫지 않은 것 같아, 소령의 제자가 되었다.
소령은 유리아에게도 무언가를 가르쳐 주었는데, 비밀이라고 세스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올해 성인이 된 아까게는 무공이 무언지도 모르며, 소령에게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