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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19화)
7. 학센 영지(3)


슈―욱
턱!
턱!
마리와 미도리가 쏜 화살이 전령의 말 앞에 꽂혔다. 백기를 들고 오던 병사가 화들짝 놀라며 말머리를 돌린다. 헤인세 백작의 진영이 혼란스러워 지더니, 기사 한 명이 말을 달려 나온다.
아마도 일기토인가 하는 것이리라. 다시 미도리와 마리에게 눈짓을 했다. 이백 미터쯤 남았을까 마리와 미도리가 화살을 쏘았다.
피―슉!
슈―슉!
퍽!
“으아악!”
두 발이 화살이 얼굴과 말에 박혀 들어갔다. 말에서 떨어지기만 해도 최소 중상이라던데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다시 백작의 진영에서 소란이 일었지만, 더 이상 달려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간단하게 처리하려면 세스크가 ‘헬 파이어’ 한 방이면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천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이기 싫었다. 백작만 잡으면 되는데 과도한 무력 사용은 피하고 싶은 세스크였다.
세스크는 아공간에서 케이원 소총을 꺼냈다. ‘엎드려 쏴’ 자세로 백작의 오른쪽 어깨를 조준했다.
천천히 숨을 멈추고 조준경을 보며 방아쇠를 당긴다. 방아쇠는 필요 없었지만, 손맛을 느끼기 위해 만들었다.
쉬―익!
격발 음은 나지 않았지만 약간의 반발로 발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명중이다. 말 위에서 백작이 기우뚱 쓰러지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발을 발사했다.
피―슝!
기사들이 몰려 주위를 둘러싼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작은 아직 죽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잃은 백작이 수도로 올라가서 난리를 치던지, 아니면 발도 영지를 점령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야 조세느 왕국의 왕과 두 공작이 반목하게 될 것이다.
백작이 쓰러졌으니 당분간은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고든과 단원들은 신기한 마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소령만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스크를 바라본다. 헤인세 백작군은 진영을 뒤로 물렸다. 별다른 도발 없이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마스터! 기습을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오늘은 대비가 있을 겁니다.”
고든의 의견에 다비드 자작이 대답한다.
“그래, 우선은 지켜보도록 하지. 공격하는 건 내가 텔레포트 해서 마법 한 방 갈겨 주면 간단하지만, 저 병력을 다 잃으면 백작이 힘을 잃게 되어 버려. 그래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우리는 영주민의 이동을 서둘러 마치도록 하지.”
백작의 군대와 그렇게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영주민의 이동을 끝낼 수 있었다. 백작은 그동안 두 번 전령을 보내 왔으나 모두 저격하였다.
고든에게 단원들과 하루를 더 대치한 후, 따라오라 전하고 포르토의 아직 이주하지 못한 마을을 향해 떠났다. 말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데 소령이 옆에 앉는다.
“오라버니! 단원들이 걱정이 되어 전투를 치르지 않게 하는 거죠?”
“……꼭 그런 건 아닌데 저들을 보면 괜히 안타까워서 되도록이면 다치게 하고 싶지가 않아.”
“오라버니 심정은 알겠어요. 저도 젊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저들은 군인이에요. 저들이 더 강해지려면 전쟁을 치러 봐야 해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오라버니가 다 처리하면 저들은 강해지지 못해요. 그러면 나중에는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거예요.”
“나도 그건 아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네.”
소령은 팔짱을 끼며 위로한다.
“나는 이러는 오라버니가 더 좋지만, 나중에 더 마음 상해할 오라버니를 보고 싶지 않아요.”
세스크도 소령의 말을 이해한다. 하지만 저 젊은 청춘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백작의 군대는 추격을 포기했는지 영주성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백작의 상세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2개 마을씩 소개해 가며 진군했다. 지금까지 아시아로 소개한 포르토 영지민만 해도 팔만에 가깝다. 해안에 접해 있는 마지막 마을의 주민들을 소개하고 아시아로 이동했다.


8. 발전하는 아시아 왕국(1)


아시아는 난장판과도 같다. 한꺼번에 10만이 넘는 사람이 이주 해 왔다. 마치, 시장 같은 분위기다.
군, 관의 책임자를 불러 대책 회의를 했다. 고든과 에스터를 비롯한 군의 장교들. 파웰, 크리스티나를 비롯한 행정, 교육의 책임자.
유리아와 시빌 부인, 대패와 망치들 등, 모두 오랜 만에 보는 얼굴이다. 제일 먼저 파웰이 일어나서 보고한다.
“새로 이주한 이주민이 총 13만 2천 8백 2십 1명입니다. 그중 여성이 87,521명, 남성이 45,300명으로 16세 이상의 성인이……입니다.”
기나긴 파웰의 숫자 보고가 끝이 나고, 이어서 대패1이 일어선다.
“지금까지 지어져 공급 된 주택이……이고, ……입니다.”
줄을 이어 차례차례 숫자로 된 보고가 이어진다. 숫자를 괜히 가르쳤나 싶을 정도다.
이로서 보고는 끝이 났다. 결론은 총 인구가 18만 명으로 늘었고 집이 부족했다. 식량은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 후는 아직 농경지를 개발하지 못하여, 새로 구입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얘기다.
사람이 갑자기 많이 늘었기 때문에, 행정조직의 정비가 시급하다. 생필품의 부족하며, 치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세스크는 몇 가지 기본 방침을 생각했다.
모든 땅과 자원은 왕의 소유로 세스크에게 임대하는 형식으로 배분한다. 개국 후, 10년까지는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를 골자로 하는 집단 경제를 취한다.
이 제도는 아시아 왕국에만 적용한다. 대륙의 국가는 그 사정을 보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생각인 것이다.
이것을 토대로 유리아와 파웰, 다비드 자작에게 기본 틀을 설명하고, 서로 연구하여 조직하게 했다.
10가구, 100가구 단위로 책임자를 임명하여 관리하게 했다. 생산 분야별로 장원을 통한 집단 생산을 유도했다.
세율은 기본 30%에서 단위별 생산량에 따라 가감을 하게 하였다. 일률적인 생산과 분배에서 오는 나태함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량에 기준한 차등 분배를 지시했다.
치안을 우선순위로 두어 한 달 간의 공지 후, 실시하도록 했다. 일 년간 일벌백계를 겸한 가혹한 형벌을 가하도록 했다. 아시아 왕국에는 노예가 존재한다. 법을 어긴 자는 노예로 만들어, 일생 동안 노역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아시아 왕국의 노예는 전쟁 포로에 한정한다. 이외의 경우에는 왕의 심사를 받도록 하였다.
한 번 노예가 되면, 어떤 이유에서도 해방할 수 없다. 이는 왕명에도 우선한다고 정해, 부정을 방지했다.
귀족 제도는 없앴지만 노예제도는 존속시켰다. 이유는 세스크에게 칼을 들어 댄 상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악용되어 사사로이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을 걸어 두었다.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아 처벌하는 데 애매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전제 왕정이 좋은 점이 무언가. 우선은 자신의 상식선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도둑, 사기, 횡령, 모함, 뇌물수수, 청탁, 강도, 강간 등을 엄격히 처벌할 것을 공지했다.
이 외에도 사사로운 조직을 결성하고 집회를 갖는 것은, 반역에 준하는 죄로 다스리기로 하였다. 이는 대부분이 조세느의 구 학센 영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유리아가 있음으로, 그녀를 이용한 정치 조직이 발생할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리아에게도 개별적으로 경거망동하는 무리가 없도록 경고하였다.
에스터와 고든은 아시아 훈련 외에도, 새로 이주한 병사들 중 3,000을 선발하였다. 궁기병에 편입하고 훈련 중이다.
소령에게 블랙 나이트의 훈련을 맡겼다. 또, 소령은 아까게 외에도 자질이 좋은 20명을 선발하여, 세스크의 호위 부대를 만든다고 열심이었다.
시빌 부인은 릴리아라는 마법사를 통해, 70여 명의 여자 마법사를 끌어들였다. 약속한 날짜에, 70여 명의 여자 마법사를 데려 오기로 하였다.
아직도 많은 수의 여자 마법사가 참여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노라 성에 집결하면, 세스크가 이동시키기로 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이 1년이 흘렀다. 조세느 왕국은 현 국왕인 스프리그가 노령으로 자리에 누웠다. 왕세자인 유시킨과 두 공작의 힘겨룸이 한창이었다.
유시킨 왕세자는 동부의 맹주인 이세키 후작의 지지와, 국경을 책임지는 로번 백작의 지지를 얻어 내, 세를 불리고 있다.
하지만, 국왕파인 헤인세 백작이, 세스크에게 영지를 털리는 치욕을 겪는 등의 악재로, 두공작의 공격을 받고 있다.
헤인세 백작이 발도 영지를 침범하여, 북부 전체가 국왕파로 바뀌었다. 두 공작이 이를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브레 왕국과 바라크 제국은 오크 대평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는 듯하였다. 이종족 국가인 엘렌과 시센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세스크는 소령에게 배운 점혈법을 실험하려 하였다. 마나와 내공은 성질이 달라 불가능했다. 그래서 소령에게 ‘혼원일기공’이라는 심법을 배우고 있지만, 별로 진전이 없었다.
아마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결국 포기할 듯싶다. 그래도 소령의 눈이 있어 매일 흉내는 내고 있었다.
아까게는 벌써 날아다닐 정도다.
호위로 키운다는 20명의 블랙 나이트도 무재가 있었다. 일 년 만에 몸놀림이 제법이다.
1개월에 두 기수씩 아시아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천 명의 블랙 나이트와 사천 명의 골든 애로우가 탄생하였다.
블랙 나이트를 두 개의 여단으로 편성하였다. 고든과 하인즈를 남작으로 임명하여 여단장을 삼았다.
골든 애로우는 완편하지 못했지만, 9개의 대대를 편성하였다. 에스터를 남작으로 임명하여 연대장에 임명하였다.
그 외에도 이천 명의 치안대를 편성하고, 각기 대대장을 임명하였다.
모든 이들이 생활할 주택이 공급되었고, 아직도 지어지고 있다. 농경지의 개간도 시작되었다. 수리 시설과 도로 등의 토목공사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마탑 역시,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이제는 120명으로 불어난 여성 마법사의 참견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2, 3서클인 이들은 1년 사이에, 1클래스를 높이는 기염을 토해 내기도 하였다.
국민을 정치로부터 떨어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단결과 협동심을 고양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세스크는 잘 알고 있다.
바로 스포츠였다. 우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축구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는 지금 장원제를 도입한 공산 체제로 가고 있다. 지구별 또는 직업별로 나누어 작게는 500명에서 크게는 2,000명 정도의 장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보급할 생각이다.
블랙 나이트와 골든 애로우 등의 군인을 통해서, 시범을 보이기로 하였다. 체력단련을 겸비한 훈련으로도 좋은 방법이었다.
축구의 규칙을 간단히 설명하고 실시하였다. 곧, 기수별로 부대별로 경쟁이 붙었다. 상품도 혜택도 아무것도 없는데도, 서로 질 수 없다는 경쟁심이 생기나 보다.
한 달 후, 국민들에게 보급시키기 위한 대회를 열었다. 급히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무엇이든 첫 시작이 중요한 법이다. 세스크는 마법과 정령을 사용해서 땅을 파고, 고르고 석재와 목재를 운반했다. 세스크의 마법과 드워프의 기술이 합쳐져, 한 달 만에 종합 운동장을 만들어 내었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 운동장으로, 화려함과 실용적인 면을 갖출 수 있었다. 세스크 종합 경기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제1회 세스크배 축구 대회를 열기로 했다.
아시아배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무시했다. 이들은 모르지만 아시아라고 하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월드컵으로 할 생각도 있었으나, 왠지 표절이라는 생각에 꺼려졌다.
마침내 개막식이 열렸다. 블랙 나이트에서 4개 팀과 골든 애로우 8개 팀, 보병 부대와 치안대에서 각각 3개 팀이 참가했다. 총 18개 팀이 토너먼트로 경기를 하게 하였다.
우승팀에게는 1달간의 포상 휴가와 금일봉이 주어진다.
소속 부대에게는 우승배와 깃발, 그리고 상금 100골드가 걸려 있었다.
가장 광분하여 소속 선수들을 닦달한 것은 역시 고든이었다. 예상외로 침착한 에스터마저 광분하는 것을 보면, 승부욕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이다.
관리들을 통해 동원한 5만 명이 지켜보는데 열린 첫 축구 대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익숙지 않은 규칙과 심판들의 오심이 있어도,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노동력의 착취를 위한 동원이 아니라는 점 자체에 만족했다. 특별히 준비한 음식과 분위기에, 하나의 축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사람이 모이는 것은 전쟁 말고는 없었다.
축구 경기 자체도 규칙을 최대한 간단히 하였다. 현대인이 볼 때에는 반칙투성이의 축구도 뭣도 아닌 경기였다. 하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알기 쉬운 규칙은 곧, 관중의 몰입을 이끌어 냈고, 흥미를 유발시켰다. 이제는 공을 잡은 선수들과 한 마음이 되어 응원하였다.
선수들 역시 많은 관중과 함성에 고무되었다. 평소와는 다른 실수와 묘기들을 선보였다. 과열된 열기로 인해 부상자도 발생하고 소란도 있었으나, 결론은 성공적인 데뷔였다.
총 4일간에 걸쳐 펼쳐 질, 제1회 세스크배 축구 대회가 열리는 한편에서는, 또 다른 준비가 한창이다.
문화정책 제2탄인, 아시아 미인 선발 대회였다. 문화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관심을 정치 이외의 것에 돌리는 것이다.
지금은 무지하고 신분제 사회에 길들여져 있기에, 필요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세스크 이외에는 신분의 차가 없다.
즉, 신분제가 폐지되었다는 말이다. 아직은 국민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행사를 통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향상심은 놀라운 것이다. 아무리 정보의 전달을 방해해도 저항 세력이 생겨난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로 국민을 충동질한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지도자나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그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