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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20화)
8. 발전하는 아시아 왕국(2)
세스크 역시 우울한 386세대로, 사상과 이념에 갈등하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을 영웅시하고 따랐다.
하지만, 10년 후의 그 영웅들의 모습이 어떠했던가.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갈망했던 것이 이루어지자 그들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았던가.
민주주의면 어떻고 공산주의면 어떤가. 살고 있는 백성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만이지 않은가.
인간이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진정한 평등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세스크가 생각하는 아시아는 무슨 주의도 아니고, 어떤 제도도 아닌, 어버이의 내리사랑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 모두에게 공평히 나누어 줄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세스크 역시 자애로운 인간이니까 말이다.
아시아 왕국은 여전히 성비가 불균형하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상태에서 미인 대회가 열리니 그 참가자 수와 열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법 외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마법사들 중에서도 참가한 이가 상당수 있다.
심사 위원석에는 고든이, 강력한 주장으로 위원이 되어 앉아 있었다. 위원장에는 유리아가 시빌 부인과 릴리아는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다.
약간의 반발과 저항은 있었지만, 세스크와 고든이 우겨서 비키니 심사도 포함시켰다. 처음 보는 비키니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남자 관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면이 바다인 이곳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세스크에게 양보를 했다.
5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 중에서 선발된, 30명이 최후의 결전을 가리는 것은, 축구 결승이 끝난 후이다. 최종 선발 된 30명에게는, 우승팀과의 데이트가 특별 부상으로 결정되었다.
아시아에서는 군인이 최고 엘리트이다. 군인들과의 데이트는 여성 참가자들에게도 최고의 부상이 될 것이다.
우승자는 본선 10명까지를 심사 위원이 선발하고, 최후의 선택은 세스크가 하기로 했다.
이것은 분명한 독선이지만, 이들에게 다수결의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전제 정치가 무너질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다수결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어차피 일장일단은 있는 것,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가면 된다. 나중 일까지 세스크가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결승의 날이 밝아 왔다. 예상대로 고든과 에스터는 전의에 불타 있었다.
초대 우승은 탐이 나는 명예임에 분명한 것이다. 더더욱 아시아 최고의 미인 30명과의 데이트가 부상임에야 말할 것도 없다.
두 팀의 결승은 마치 럭비 경기를 보는 듯했다. 과열되어 경기가 격화되려는 순간 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나팔이 울렸다.
샤우트 마법이 걸린 나팔소리는, 세스크 종합 운동장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진다. 마법사를 심판으로 운용하니,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았다.
마법을 이용하여 공정하고 세밀한 판정이 가능했다. 우선 경기의 녹화가 가능했다. 캠코더도 없는 이곳에서 녹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판정이 가능했다. 골대에 볼에 대한 인식을 설정해 두면, 골문을 통과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판정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현대보다도 더 정확한 판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었다.
전반전 종료 시의 스코어는 2:1로, 에스터의 골든 애로우 팀이 앞서고 있었다.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는, 블랙 나이트 선수들을 맞이하는 고든의 목소리가 단상까지 들려온다.
“걷고들 있지! 지고 있는 주제에 걷고들 있지. 뛰어! 선착순 10명. 어서 뛰어!”
고든은 선수가 11명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 걸까? 고든의 살기등등한 목소리에 선수들은 황급히 뛰어 들어간다.
과연, 휴식 시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후반의 고든 팀은 달라졌다. 결국, 놀라운 투혼을 보인 고든 팀의 승리로 제1회 세스크배 축구 대회는 막을 내렸다.
한스는 오늘을 고대하고 고대하였다. 국왕이 가르쳐 준, 축구라는 것은 자신을 위한 운동이었다.
앞으로 축구만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할 때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각 장원마다 축구팀이 생기고 일 년 내내 시합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신이 나는 한스였다.
지금도 아시아에서 제일 엘리트인 블랙 나이트 단원이지만, 축구만 하며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한스였다.
특히 아직 미혼인 한스는 우승하면, 부상으로 왕국 제일 미인들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그를 들뜨게 했다. 최선을 다해 우승을 다짐하는 한스였다.
한스와는 또 다른 이유로, 오늘의 우승을 다짐하는 이가 있었다. 골든 애로우의 단장인 에스터였다.
평소 침착하던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흥분하여 선수들에게 일장 훈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 골든 애로우는 아시아 왕국 최고 정예이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블랙 나이트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늘 우리는 블랙 나이트를 누르고, 아시아 왕국 최고 정예는 골든 애로우라는 것을 모두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제군들 내 말뜻을 알겠나!”
“예!”
선수들 역시 전의에 불타올라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에스터는 이번 경기에 꼭 승리하고 싶었다. 저 잘난 체하는 고든의 기를 죽여 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스터는 고든과 같은 지위에 있지만, 은근히 고든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든은 기사 출신이고, 자신은 일반 병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왕국은 신분의 차이가 없지만 여태껏 살아온 인식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시빌 부인을 사이에 둔 연적이라는 점이었다.
시빌 부인의 기사였던 고든이 아무래도 에스터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의 축구 대회에서는 꼭 눌러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싶었다.
마를린은 어려서부터 빼어난 미모로 곤욕을 치렀다. 노예로 팔려 와서는 더더욱 심해, 자신의 미모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들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시아 왕국에 팔려 와서 많은 것이 변했다. 제일 큰 변화는 더 이상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노예의 신분에서도 벗어난, 마를린은 여태껏 저주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미모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아시아 왕국에는 남자가 귀하다. 이 말은 웬만해서는 남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를린은 자신의 미모 덕에, 많은 남자들의 친절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미인 대회에 참가하여 본선에 선발되었다. 왕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블랙 나이트와의 데이트가 결정되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하기 따라서, 최고의 신랑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결선이 시작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리라 다짐하는 마를린이었다.
축구 대회가 끝나고 곧이어 미인 대회의 결선이 열렸다. 결선에 올라온 30명의 아가씨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무대를 빛내었다.
비키니 심사에 참가한 세스크는 본연의 나이를 잊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침을 흘리고 정신을 놓고 있었다.
압권은 세레나, 엘레나 두 쌍둥의 자매의 참가였다. 시빌 부인도 알지 못했는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스크는 두 자매의 비키니 차림에 결국은 코피를 쏟고 말았다. 소령의 눈총을 받으며 세스크는 끌려 나갔다. 결국 두 자매의 공동 우승으로 미인 대회도 막을 내렸다.
세스크는 성공적으로 치러진 행사를 보고는 만족했다. 왕명으로 각 지구별, 장원별 축구팀을 조직하게 했다.
내년부터는 예선을 거쳐 선발된 팀으로 제2회 세스크배를 치르도록 했다.
미인 대회 역시 매년 열도록 지시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자신을 신성화시키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세스크다.
세스크는 회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부하들은 자신들이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부하들이 원하고 자주하고 싶어 하기에 회의를 했다.
어떤 단체나 집단의 가장 큰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돈이다. 회의라는 것은 이 돈을 누가 어떻게 쓸까를 의논하는 자리이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 왕국은 부담이 없다. 모든 자금이 세스크의 주머니에서 화수분처럼 나오고 있다.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 다툴 일이 없었다.
따라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갈 일이 없으니 조용하다. 오늘의 안건은 조세느 왕국에의 침공이다.
현재 아시아의 전력은 블랙 나이트가 2개 여단으로 삼천 명. 골든 애로우가 1개 연대로 구천 명이. 3서클 이상의 마법사로 이루어진 마법 병단이 80명, 보병이 삼천 명이었다.
전부 만 오천으로 일당백은 못되어도, 일당 삼, 사 정도는 되는 정예병이다. 조세느 왕국 전체가 아니라면, 붙어 볼 만한 전력이다.
아시아 왕국에는 ‘마법 배낭’, ‘워프게이트’, ‘편전과 각궁’ 등의 비밀 병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스크 또한, 수성 전을 대비하여 ‘크레모어’를 100개 준비했다. 10명의 명궁으로 이루어진 저격수는 가장 큰 활약을 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의견은 두 갈래였다. 북부 지역의 침공과 남부 지역의 침공이다.
북부는 한 번 털어 왔기 때문에 공략이 간단할 것이다. 대부분이 구 학센 영지의 영지민 이었기에, 심정적으로 학센 영지의 수복을 원하기 때문이다.
남부 침공은 조세느 왕국의 식량 창고인 남부를 점령하여, 적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아군의 기반으로도 유리하다는 이유였다.
세스크는 남부를 치기로 결정했다. 현재 오크 대평원의 형세가 나아지면, 브레 왕국은 조세느 왕국을 침략할 것이다.
그럴 경우 아시아는 양쪽의 적을 맞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남부를 침공할 경우는 조세느 왕국이 아시아에게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는 이점이 있다.
아직 배를 만들지 못해, 배를 이용한 상륙은 무리였다.
결국 ‘워프게이트’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점을 만들어야 했다. 세스크는 항구도시인 프라산을 먼저 점령하기로 결정했다.
1차 선발대로는 블랙 나이트의 500명과 마법 병단 80명 전원이 참가한다.
고든을 대장으로 노라 성으로 이동한 후, 상선을 이용해 프라산에 침투하기로 하였다.
세스크는 2차 선발대로 블랙 나이트 500명과 프라산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본진은 에스터 남작을 대장으로 하였다. 다비드를 준남작으로 임명하고, 참모로 삼아 이끌도록 했다.
시기는 밀의 수확이 끝난 후로 하였다. 소령은 아까게와 함께 호위대를 지위하여 참전하기로 했다.
1차 목표는 프라산의 점령과 방어이다. 프라산은 조세느 왕국의 제일의 항구도시다.
이곳을 폐쇄하고, 남부 평원에서 수확한 곡물을 탈취한다면, 조세느 왕국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리라 기대한다.
드디어 1차 선발대가 출발한다. 두 번으로 나누어 노라 성으로 워프할 것이다. 고든은 무사히 선발대를 이끌고 프라산에 침투할 것이다.
이로써 조세느 왕국의 남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