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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크 1권(21화)
9. 남부 침공(1)
이제 2차 선발대가 출발할 시간이다. 세스크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번에는 많은 병사들이 죽을 것이다.
조세느 왕국은 현재 20만에 달하는 병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 직접 부딪치게 될, 두 공작이 동원할 수 있는 병사가 10만에 이른다.
전쟁이 계속되면 동원할 수 있는 병사가 늘어 날 것이다. 물론 한 번에 한 곳에서 부딪히지는 않겠지만, 10배에 가까운 병력의 열세는 부담이 된다.
세스크는 기동성을 최대한 살린 기습과 지휘관의 저격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프라산에는 3천 명의 해군과 5천 명의 다이즈 공작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성 내에 주둔하고 있는 5천 명의 영지군을 먼저 상대하기로 했다.
무력이 가장 뛰어난 세스크와 소령이, 20명의 팽가즈 나이트와 성주와 지휘관을 제압하고 성문을 열기로 했다.
1,000명의 블랙 나이트와 마법 병단이 병영을 습격하는 간단한 작전이다.
팽가즈 나이트는 소령의 제자로 이루어진 세스크의 호위대이다.
세스크와 소령은 예의 수면 작전으로, 무사히 성주와 관료, 지휘관 등 20여 명을 제압하고 성문으로 달려갔다.
“파이어 버스트.”
쾅! 콰지직!
세스크는 마법 한 방으로 성문을 박살내었다. 소령과 팽가즈는 뒤를 이어, 성문을 지키는 50여 명의 병사들에게 뛰어들었다. 소령과 팽가즈는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순식간에 병사를 제압했다.
열린 성문을 통해 들어온 블랙 나이트는 미리 정해둔 병영을 향해, 소리 없이 사라져 갔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블랙 나이트를 보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세스크였다.
팽가즈와 함께 병영으로 가 보니, 한창 공세를 펼치는 중이었다. 80명에 이르는 마법병단이 한 번에 쏘아내는 마법은 장관이었다.
“파이어볼.”
쾅! 화르륵.
쾅! 쾅!
폭발과 화염에 의해 병영이 불타오른다.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병사들은 블랙 애로우의 조준사격에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으악―”
‘으악.”
비명과 고함이 어우러진 소리는 병사들을 더욱 당황하게 하였다. 지휘관이 없어 혼란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 주겠다.”
“항복하라, 엎드려라!”
고든과 하인즈의 항복을 권유하는 함성에 무기를 내려놓는 병사가 늘어났다.
다이즈 공작군이 항복하자, 재빠르게 전장 정리에 들어갔다. 소화 작업을 하고 포로를 제압하여 성문에 경계를 배치했다.
세스크는 고든과 하인즈에게 전장 정리를 맡기고, 성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마혈과 아혈을 제압당한, 성주 이하 기사와 관료들을 앞뜰로 끌고나와 무릎을 꿇렸다.
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 온 고든과 하인즈에게, 해군 병영으로 출동할 것을 지시했다.
마법병단 80명과 천 명의 블랙 나이트라면, 해군을 제압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세스크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라산의 주민들은 아시아로 이주한 주민들과는 다르다. 이곳의 주민들은 조세느 왕국에서, 가장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변화와 변혁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아시아는 침략군일 뿐이다. 자신들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방해꾼일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세스크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결론은 침략군은 침략군으로서의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침략군들이 사용하여 효과가 검증 된, ‘당근과 채찍’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공포와 함께 희망을 주면 되는 것이다.
프라산의 유지들을 전부 연행하였다. 상인, 대지주, 관료들 중 각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였다.
포로로 잡은 성주와 기사들과 함께 그들을 공개 처형했다. 이들에게 싫든 좋든,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시킨 것이다.
그 후, 이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되었다.
아시아는 수가 적기 때문에 싸우면서, 수를 불려가는 방법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지구의 역사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몽고제국이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따르면 살고, 반하면 죽는다.’
프라산은 상단과 지주들의 협조 아래, 빠른 시간에 안정을 취해 갔다.
조세느 왕국의 해군력은 해적 수준이다. 해로를 통한 역습은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이즈 공작령을 비롯한 12개의 크고 작은 영지가 공작의 지지 세력이다. 12개의 영지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이 3만 가량이고, 공작령에서 2만 가량이 출병이 가능하다. 에이산 공작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프라산이 속한 호난 영지는 왕국의 소드 마스터 중의 한 명인, 헤이트너 백작이 영주로 있다.
백작령에는 오천 명의 병사와 50명의 기사단이 있다. 지금 쯤 주변 영지의 병력을 지원받아, 토벌군을 꾸리고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병력이 워프게이트로 이동하는 데, 삼 일이면 충분했다.
프리산에 3천의 보병과 30개의 ‘크레모어’를 설치하고, 백작령의 성도인 코아즈로 향했다.
골든 애로우 9개 연대를 3개로 나누었다. 고든과 하인즈로 하여 블랙 나이트 1개 여단과 합동으로 좌, 우군을 맡게 했다.
코아즈로 향하는 주변 영주의 지원병을 요격하고, 코아즈로 향하도록 하였다. 에스터에게 나머지 3개 연대의 골든 애로우로, 곧장 코아즈로 진격하도록 했다.
세스크는 소령에게 비무를 제안했다.
“소령, 소령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가 알고 싶어. 헤이트너 백작이 소드 마스터야. 소령의 살던 곳의 초절정 경지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세스크가 난처한 표정으로 소령에게 말한다.
“호호. 오라버니 내 실력이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초절정의 경지를 알고 싶다고요? 그럼 내가 초절정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네?”
“하하, 그래도 명색이 도훈데, 그 정도는 돼야 되는 거 아냐?”
소령은 세스크의 말에 유쾌한 듯 교소를 터뜨리며 말한다.
“호호호, 좋아요. 하지만 각오해야 할 거예요. 도에는 눈이 없답니다.”
“하하……. 살살하자고. 나는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니까.”
세스크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리벌버를 꺼내 들었다.
“소령, 여기서 나가는 암기를 막을 수 있나 알고 싶어.”
권총은 십 미터만 떨어지면, 맞추기 어렵다. 정말 명사수가 아닌 이상, 움직이는 것을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왼쪽 팔 부근을 노릴 거야.”
세스크는 소령과 십여 미터 떨어져 소령의 왼손을 겨누어 발사했다.
피―슝!
세스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총알은 소령의 왼손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믿어지지 않는 것을 보았다. 소령의 오른손이 허리춤으로 향하는 것 같더니,
번쩍―
섬광이 터지고 총알은 반으로 갈라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소령은 처음과 같은 자세로, 아무 일 없다는 표정으로 세스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그 암기가 위력적이기는 하지만, 변화가 없고 단순해서 초절정 고수라면, 피하거나 막기에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암기에 변화를 주고 수량이 많다면, 초절정 고수라도 쉽지 않은 암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암기라고 한다. 하기야 암기는 암기지만, 간단히 막아 내는 소령을 보며 소드 마스터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느끼는 세스크였다.
“그럼 만약에 지금보다 더 빠르고, 십여 개가 한꺼번에 날아온다면, 막을 수 있겠어?”
세스크의 질문에 소령은 대답했다.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초절정 고수는 막아 내지 못할 것 같네요. 나야 가능하겠지만…….”
세스크는 깜짝 놀라며, 소령에게 확인한다.
“가능하다고? 그럼 소령은 화경이라는 말이야!”
“오라버니! 이래봬도 십 년 후의 천하제일인 소리를 듣던 나예요. 천하제일인!”
자신의 여자를 향해 총을 쏘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자! 이번에는 훨씬 빠르고, 파괴력이 강한 암기니까 조심하도록 해.”
오십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소령을 겨누었다. M16소총으로 팔에서 30센티미터 떨어진 곳을 조준하여 발사했다.
“탕!”
깡!
이번에는 불꽃이 튀었다. 총알을 자르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는 어땠어?”
“이거 굉장한데요? 암기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다니……. 당가에서 알면 뒤집어지겠네.”
소령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감탄한다.
“통한다는 얘기야?”
“피하지 않고 맞선다면 어렵겠어요. 하지만 피할 수는 있을 거예요. 암기가 보이니까. 공격로가 직선으로 단순해서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눈에 보인단다. 총알이……. 이거야 원! 매트릭스도 아니고. 세스크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한 방향이 아니고, 여러 곳에서 날아온다면 힘들다는 얘기네?”
“호신강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힘들 거예요.”
세스크는 호신강기도 테스트하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아무리 테스트라고 하지만, 자기 여자에게 총질하기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소령의 뉘앙스로 봐서는 호신강기는 ‘파워실드’ 정도일 것 같다. 이번에는 세스크의 차례였다.
“소령, 이번에는 내가 ‘실드’를 펼칠 테니 공격 해 봐!”
“호!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소령이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아냐! 이게 만일 깨진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해. 지금 테스트해 보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훨씬 나아.”
사실 세스크는 소령을 우습게보고 있었다. 사람이 익숙하고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잊기 쉽다. 사람은 새로운 것이 더 좋아 보이고,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때늦은 후회를 하기 전에 주변에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삼 미터의 거리를 두고 소령과 마주섰다. 묘한 흥분에 세스크의 호흡이 헝클어진다.
“파워실드!”
세스크의 영창에 푸른색의 막이 내 주위를 감싼다.
“맹호출격!”
소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세스크의 몸보다도 더 굵은 도신만이 세스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아! 신도합일. 초절정의 경지라는 도신일체가 저것이었다.
쾅! 쾅! 쾅!
쩌저―적.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실드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분명히 한 번의 공격이었을 텐데, 실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세 번이었다.
“으윽!”
세스크는 크게 한 걸음 물러났다. 빙그레 웃고 있는 소령을 보니 자존심이 상한다.
“어느 정도의 힘이었지?”
“가전도법인 ‘오호단문도’의 일초식이에요. 8성 공력의…….”
말끝을 흐리는 소령이었다.
“그럼 소령이 얻었다는 ‘뇌정벽력도’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지?”
“글쎄요. 많이 세겠죠? 호호호호.”
아주 즐거워 보인다.
“한 번 더 해 보지. 이번에는 마지막 초식으로 전력을 다해 봐. 내 호신강기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 주지.”
이건 남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다. 말도 안 되는 자신감과 쓸데없는 호기. 그래도 관심 있는 여자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니 다행이다.
세스크는 이유 있는 자신감이기에 소령에게 당당했다. 소령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전력을 다할 테니 조심해요.”
“소령도 조심해야 할 거야. 반발력이 있을 테니까.”
공격이 성공하면 반발력은 생기지 않는다.
“자! 부탁해! 앱솔루트 실드!”
“맹호단천!”
호랑이가 하늘을 자른다는 ‘맹호단천’과 절대방어 마법인 ‘앱솔루트실드’가 부딪혔다.
콰과강! 콰쾅!
도와 실드가 부딪혔는데 폭음이 울렸다. 공중에 뜬 채, 덮쳐 오던 소령이 튕겨져 나갔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신형을 안정시켰지만, 일장이상 튕겨져 나갔다. 무사히 착지한 소령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했다.
은근히 뿌듯한 마음이 드는 세스크였다. 도대체 자신이 몇 살인지 모르겠다. 호승심에 자기 여자와 싸워 이겼다고 좋아하다니.
소령은 아마 전력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자들이란 그렇다. 여자는 이해심이 많다. 되도록이면 자신의 남자의 기를 살려 주려고 애쓴다.
젊은 시절의 세스크는 정말 자신이 잘난 줄 알았다. 부모님에게는 언제나 최고의 아들이었고(거의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최고다.), 지금 와 생각하지만, 현명한 여자 친구는 언제나 자신이 최고라고 해 주었다.
어쨌든 결론은 나왔다. 세스크는 실드를 치고, 블링크로 다가가 총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소령에게 말하면 된다.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다. 한마디로 귀찮다고 팔밀이 하지 말란 말이다. 검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총알이 보일 정도의 동체 시력이라니, 그저 놀라운 세스크였다.
편전의 애기살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활로는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놈들이 대륙에 2, 30명이 우글대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최소한 지진 않는다는 말이다. 참 훌륭한 말이고 모두가 인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잘 모른다.
적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사실 나를 알기는 무척 어렵다. 특히, 세스크와 같이 타인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은 더 힘들다.
지금 이 생각을 하면서도, 소령이 앱솔루트 실드를 깨지 못하는 한, 적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협 소설을 보면, ‘강호에서 살아나려면 자신의 실력의 30%는 숨겨라.’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소령이 70%의 전력으로 그것도 최고 절기는 펼치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의 남자에게 한 공격이 과연 실력의 어느 정도나 될까?
세스크가 대륙을 정복한다면, 참 재미없는 정복자가 될 것 같다. 역사가들이 무어라 기록할 것인가. ‘기습과 암습으로 대륙을 정복하다.’ 과연 이렇게 기록할 것인가.
아니다. 천재적인 전략과 전술로 둔갑할 것이다.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세스크는 이겨 놓지 않으면, 잘 싸우지 않고 암살과 기습이 전문이다. 주제에 피 흘리는걸 두려워한다. 이런 정복자가 과연 있을까?
어쨌든, 그건 후세 사람들의 문제이고, 세스크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세스크는 부리는 부하들이 늘면서 군주가 너무 뛰어나면, 부하가 힘들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부하들은 절대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리더는, 따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들어진다.
세스크는 관계없었다. 아무리 많아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대신 밑의 부하들이 힘이 들겠지만, 그것도 리더에게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참을 만하다.
호난 영지로 진군하며 정찰에 신경을 쓰도록 했다. 거의 모든 지형이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매복이나 기습이 어려운 지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