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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1권(7화)
Part 3.프리스트 란슬링(3)


꽥!
꺼억!
나를 호구로 봤던지 마구잡이로 대거를 찔러 오던 두 녀석이 면상에 메이스 한 방을 맞자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큰 대 자로 널브러졌다.
그 틈에 다른 녀석들도 주춤했다. 뭔가 내가 메이스 휘두르는 모습에 포스를 느낀 게 틀림없었다.
나는 내 모습에 기죽은 녀석들에게도 다시 가볍게 한 방씩 먹여 주었다. 그들 역시 높은 톤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가만 지켜보고 있던 주인장이 다시 방방 뜨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거냐. 어디서 굴러먹던 강아지 뼈다귀 같은 놈 하나 처리 못하고! 야, 너. 뒷방에 있는 놈들 모조리 다 나오라고 해!”
그러자 엉거주춤 한 놈이 나가더니 금세 40명쯤 되는 인원이 더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난 심히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젠장, 이 정도 쪽수면 나로서도 힘들어지는데.’
아무리 별 볼일 없는 NPC들이라지만 (설마 유저들이 선술집 종업원을 하고 있는 건 아닐 테니까) 50명이나 되면 저렙인 나로서는 난감하지 않느냐고.
별다른 필살기라도 있지 않은 다음에는…….
필살기? 필살기라고?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설명 창을 열고 내가 가진 메이스의 해설을 읽었다. 가만 보니 총 2페이지인데 내가 1페이지만 읽었지 않은가?
어쩌면 2페이지에 뭔가 무기의 특징이나 장점, 나아가서 필살기가 있지 않으려나…….
오, 있었다!
과연 필살기가 있었어!
2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

메이스 필살기 : 오우거 거시기 할퀴기
효과 : 무작위
결과 : 알 수 없음
데미지 : ????
충고 : 필살기라고 침 흘리며 마구 남발할 생각하지 마라. 웬만하면 다굴당해 꼴까닥하고 숨넘어가기 전이 아니면 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허걱!
아니, 무슨 놈의 필살기가 이래?
뭐 필살기 있는 병기라면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필살기 이름이 오우거 거시기 할퀴기가 뭐란 말인가?
게다가 효과가 무작위로 발생하고 결과도 장담 못해? 데미지가 어떤 걸지도 모르고?
오우거 거시기를 할퀴면 뭔 일이 생긴다는 거지?
이다지도 찝찝할 수가 있나!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필살기 설명에 나온 권고 사항대로 지금은 바로 다굴당해 담가지기 직전이 아닌가 말이다.
벌써 종업원 놈들은, 지들이 무슨 연봉을 몇 억씩 받아먹는 입장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주인장의 명령대로 나를 향해 양 옆과 밑, 그리고 허공에 몸을 날리며 공격해 오고 있었다. 자기 몸은 전혀 돌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젠장, 엑스트라 급이면 적당히 싸우는 시늉만 낼 것이지 주제 파악을 못하고.
나는 더 볼 거 없이 필살기 이름을 크게 외치며 모든 마나를 메이스에 주입해서 사정없이 휘둘렀다.
“오우거 거시기 할퀴기이이이이!”
콰콰쾅!
“쿠엑!”
“깨액!”
“으아악!”
맹렬한 일진광풍이 불었다.
나에게 덤벼들던 종업원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아련히 들렸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엄청난 화염과 열기, 그리고 폭음과 함께 나의 의식은 급격히 흐려졌기 때문이다.



Part 4.미라쥬 길드(1)


쏴아! 쏴아아……!
따사로운 햇볕이 마구 내리쬐고, 수정처럼 푸르른 바다가 꿈처럼 펼쳐진 백사장 해변.
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오고 있었고 야자수 나무들도 부드럽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파도는 부드럽게 해변으로 밀려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그 해변에 누워서 기분 좋게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기분 좋게 밀려와서 내 얼굴을 적시는 바닷물의 촉감도 꽤 즐길 만했다.
엉?
얼굴을 적시는 바닷물의 촉감?
바닷물이 밀려오는데 해변 쪽으로 향해 있는 발은 안 건드리고 왜 얼굴을 적셔 대는 거지?
이거 뭔지 이상한데.
그러고 보니 어째 바닷물 밀려오는 소리도 뭔가 위화감이 드네? 그러니까 바닷물 소리가 아니고 어떤 생물이 내는 소리 같은데?
이것은…….
설마, 이것은…….
헉!
나는 그 어떤 가능성을 자각하는 순간, 기겁을 하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내 얼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내 안면 가득히 느껴지는 경악할 이물감!
내 눈에 가득 들어온 그 충격의 광경!
“으아아아아아악!”
퍼억!
“케애애액!”
우당탕!
“뭐, 뭐야. 무슨 짓이야. 란슬링, 너 이 자식! 설마 이런 취향이었냐? 좋아, 뭐 암컷을……. 아니지,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는 것까지야 네 잘못은 아니지. 근데 하필 꼭 이런 플레이를 해야 되겠냔 말이다! 그것도 내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성추행을 하다니! 아무리 호모래도 남자가 그따구로 비겁해서야 되겠느냔 말이다아아아아!”
나는 남자한테 몹쓸 일을 당한 가녀린 처녀처럼 두 팔로 내 몸을 감싸 쥐고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눈을 떠 보니 란슬링이 그 시퍼렇고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도마뱀 혀를 내 얼굴에 칭칭 감다시피 하며 마구 핥아 대고 있는 게 아니냐고.
그러나 내 발길질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진 란슬링은 사뭇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쉬익! 억울하다. 쉬익! 힐링을 해서 상처를 다 아물게 해 주고 있는데 이런 대접이라니!”
“힐링이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술집에서의 메이스가 일으킨 강력한 폭발 때문인지 걸치고 있던 레더 아머는 군데군데 검게 타서 그을려 있었고 작은 구멍까지 군데군데 뚫려 있었다.
이 정도면 통증이 심하고 화상도 제법 있어야 하는데 아픈 곳이 전혀 없었다. 란슬링이 날 치료해 준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럼 넌 그 혓바닥으로 성추행하는 게…….”
“쉬익! 성추행이라니! 신성한 힐링이다! 쉬익! 내 혓바닥으로 상대의 치료 부위를 감싸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나의 타액을 정성 들여 내 혀로 문질러 스며들게 하면 어떤 지독한 상처도 낫는단 말이다. 쉬익!”
얼굴을 강하게 차여서 삐졌는지, 퉁명스레 하는 말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이 자식의 힐링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지.
저 축축하고 시퍼렇고 징그러운 혓바닥에 자신의 보드라운 맨살을 내줘야 하는데 거부감을 표하지 않는 놈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리고 만약 힐링받는 대상이 여자라면 그 거부감은 열 배, 백 배로 증폭될 게 뻔했다.
알 만하구만. 어째서 좋은 힐링 능력을 가진 란슬링이 파티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돌아다녔는지. 그리고 어째서 홀로 여행하는 나에게 선뜻 다가와서 같은 편을 먹자고 했던 건지. 이런 성추행성 힐링을 하는 녀석이라면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안 끼칠 수가 없을 테니.
쩝…….
하지만 어쩌겠나. 무척 추접스런 힐링 방법이긴 해도 치료 효과가 탁월하니 지금의 나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동료임에는 틀림없다.
잔뜩 삐져 있는 란슬링을 달래려던 순간, 왠지 뒤통수가 따가운 걸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허억!”
“훗! 이제야 우리의 존재를 알아챘나? 아무리 까무러쳤다가 하루가 지나서야 깨어났다고 해도 그렇지. 정말 생긴 거하고 정반대로 둔해 빠진 남자로군.”
나와 란슬링은 쇠창살 속의 감방 안에 있었고 밖에는 늘씬한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의자에 앉아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좌우에는 키가 190cm는 됨직한 떡대 좋은 체격에 깍두기 머리를 한 놈들이 살벌한 흉기로 무장한 채 우리를 향해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틀림없는 그녀를 마주 쏘아보면서 당당하게 소리쳤다.
“뭐, 뭐얏! 당신은 누구야? 설마 즐기고 있었던 거야? 란슬링이 나한테 키스하는 광경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냐? 하긴 요즘 호모들이 플레이하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변태 같은 여자, 일명 변녀들이 한둘이 아니란 말은 들었지만. 생긴 건 멀쩡해 가지고서는 그 나이에 벌써 변태의 길로 들어선 거냐?”
“시끄럿! 뭐, 날더러 변태라고? 지금 너희들 때문에 생긴 손해가 얼만지 알기나 해! 당신들 때문에 우리 미라쥬 길드에서 운영하는 곳 중 가장 매상 좋은 주점 하나가 적어도 한 달간은 영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단 말이야! 적어도 한 달에 5백 골드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그녀는 열 받았는지 앙칼지게 소리쳤다.
잘룩한 허리에 나올 데는 확실히 나온 몸매인데다, 허벅지가 온통 다 드러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는데, 화내는 모습까지도 꽤 매력적인 여자였다.
가만 매력적인 건 매력적인 거고…….
뭐? 그 주점이 무려 한 달간 영업 중지하게 되었다고! 그럼 폭싹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소린가?
“무슨 소리야? 그 주점이 어떻게 되었길래? 난 그저 날 다굴하려 달려드는 놈들을 정당방위 차원에서 막은 것밖에는 없는데?”
“훗? 그걸 말이라고 해? 가게를 완전히 날려 놓고서는 말이지. 3서클 마법사가 발휘하는 파이어볼 마법이라고 해도 그 정도로 폭발하지는 않았을 거야. 믿기지 않으면 직접 그 가게 꼴을 한번 보여 줄까?”
눈으로는 차가운 비웃음을 던지고 있었지만 이빨을 아드득 물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에 있던 깍두기들도 일제히 나를 째려보았다.
“휴우……. 이것 참.”
한숨 나오네. 뭐 대충 어찌 된 건지 알 만하군.
그 오우거 거시기 할퀴긴지 주무르긴지 하는 필살기가 그런 무지막지한 폭발을 일으킨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도 그 폭발 덕에 화상을 입고 기절했던 거고 말이지.
젠장, 왜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해설이 달려 있었는지 이젠 알겠네. 적들만 날려 보내는 필살기가 아니고 구사하는 사람까지 함께 날려 보내는 필살기니…….
다굴하려 드는 놈들뿐만 아니라 주인까지도 함께 저세상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면 이건 필살기가 아니라 동반자살기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은가?
조 부장인지 뭔지 어디 나중에 단단히 따져야겠다.
어디 줄 게 없어서 그런 물건을 좋은 병기라면서 덥썩 나한테 던져 준 건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그녀는 나를 쏘아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에는 무슨 볼일로 온 거지? 술집 주인의 말로는 우리 미라쥬 길드를 찾았다면서?”
“응? 사실은 말이야. 사람을 하나 찾고 있는데, 미라쥬 길드에 의뢰하는 게 가장 믿을 만할 거라는 이야길 들었거든.”
“뭐, 뭐야? 고작 그런 이유로 찾아와서는 주점을 날려 버렸던 거야?”
황당했던지 가죽 미니스커트 여자는 예쁜 두 눈을 땡그랗게 떴다.
난 그 모습을 감상하면서 피식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