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토킹 마스터 1권(10화)
Part 5.딥 나잇 마켓(1)


“아니, 뭐야? 왜 또 온 거야? 뭐! 딥 나잇 마켓이 서는 장소와 날짜를 알려 달라고?”
미라쥬의 부길마 쥬리아는 미라쥬 길드를 다시 방문한 나를 보고 어이없어 했다.
내가 어떻게 딥 나잇 마켓을 알았는가 궁금한 모양이군.
그건 간단하지 고든을 붙들고 늘어졌거든.
일해야 하니까 어서 나가 달라는 고든의 말을 씹으면서, 케파추아라의 눈물을 어떻게 구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하는 척을 여섯 시간 동안을 한 거야. 고든의 작업장에서 말이지.
결국 고든은 울화통을 터뜨리면서 말해 주더군.
“지극히 위험하거나 진귀하거나, 공개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아이템들을 매매하는 곳이 있다네. 딥 나잇 마켓이라고 불리는 야시장이지. 그곳에서 찾아봐! 어쩌면 구할 수 있을지 몰라!”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 아니면 고소하라고. 자, 이제 알려 줬으니 좀 나가 주게. 일 좀 하게 휑하니 여기서 꺼져 달라고!”
왕짜증을 터뜨리는 고든을 뒤로 하고 난 그곳을 나섰지. 고든에게는 조금도 안 미안해하면서 말이지.
나더러 케파추아라의 눈물을 구해 달라고 하고서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그렇게 힘들게 알려 주면 어쩌자는 거냐고.
어쨌거나 그 용액을 100% 구할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니라 해도 이건 귀중한 정보였다. 그러나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정작 그 야시장이 열리는 장소와 날짜, 그리고 정확한 시간은 고든도 전혀 몰랐던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암거래가 많고 장물들도 꽤 등장하기 때문에 딥 나잇 마켓이 열리는 장소와 날짜는 공개될 수 없다는 거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걸 공개했다가는 그 시장을 덮칠 이유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아주 많을 테니.
그래서 딥 나잇 마켓이 열리기 대략 보름 전에 극소수의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통보된다더군. 그러면 그 관계자들은 신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 줘서 시장에 오도록 하는 거지.
그래서 그 정보를 얻는 방법은 성격상 암거래와 장물 취급에 익숙한 도둑 길드에 알아보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고 곧장 미라쥬 길드를 찾아온 거지.
“기가 막혀서……. 그러니까 다른 도둑 길드에 물으면 정보비를 줘야 하니까 여기로 다시 왔다는 거야?”
“이왕이면 안면 있는 곳에서 묻는 게 더 낫기도 하고. 그리고 그 정보를 알아야 케파추아라의 눈물을 구하고 그걸 구해야 내 메이스가 제대로 수리되고 그래야 당신의 길마 결혼시켜 주기 퀘스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아 두라고.”
내 말에 쥬리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러니까 행여 나한테 딥 나잇 마켓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이거야?”
쥬리아가 째려보았지만 난 태연하게 응수했다.
“뭐 꼭 정보비를 받아야겠다면 일주일이든 10개월이든 노가다라도 해서 돈을 마련해서 주지 뭐. 너희 길드 마스터의 결혼이 성사될 날짜는 그만큼 늦어지겠지만.”
“…….”
내가 배 째라는 듯 유들유들하게 말하자 쥬리아는 인상을 쓰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쩔 수 없지. 우리 길마의 결혼은 한시가 급하니까. 그렇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무료로 협조해 주는 건 더 이상 없을 테니 그리 알아. 알았지?”
“당연하지. 그리고…….”
“왜, 또 뭐 할 말 있어?”
쥬리아가 무슨 잔말이 많냐는 듯, 눈을 가늘게 하며 물었다.
나는 란슬링에게 눈짓을 해서 밖에 나가 있도록 했다.
방에 둘이 남겨지자 나는 슬며시 인상을 쓰면서 눈을 부라렸다.
“너 말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반말에다가 영 태도가 삐딱한데, 네가 NPC라면 전혀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유저라는 걸 안 이상은 그렇겐 못하지. 너 몇 살이냐?”
“뭣?”
“가만 보니 고딩이 분명한데 삼촌뻘 되는 사람한테 찍찍 반말 내뱉고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데, 그럼 쓰겠냐?”
“뭐, 뭐라고?”
내가 슬며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자 쥬리아는 당황스러워했다.
앞서 설명했었지만 이 게임은 게임 속에서 나이나 외모로 사기 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외모를 거의 그대로 구현하는 게 특징이었다.
비록 몸매는 성숙하지만 애티가 완연한 그녀의 얼굴로 미루어 볼 때 쥬리아는 여고생이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처음엔 화를 낼 것처럼 하더니 곧 움츠러든 태도로 목소리를 낮추어서 쫑알거렸다.
“칫! 괜히 트집이야. 난 고딩이 아니고 재수생인데. 그리고 어차피 게임인데 뭐가 어때…….”
“뭐? 어때라고? 너, 말 까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아직도 반말을 하고 자빠졌냐?”
“……요!”
“이런 덴장. 요즘 어린 것들은 영 싸가지가 없다니까. 아무리 게임 속이라도 어른한테는 당연히 존대를 해야 할 거 아냐, 임마!”
“칫! 뭐 그쪽도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는걸……요.”
“임마 그쪽이 뭐냐? 오빠라고 불러! 내 이름은 우영이니까 우영 오빠라고 불러라.”
“흥, 어른이면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해야 할 거 아냐. 어른이라면서 오빠 소리를 듣겠다니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 아, 알았어요. 오빠라고 부를게요. 부르면 되잖아요. 그러니 그렇게 잡아먹을 듯 노려보지 말아요. 쳇! 그래 봐야 나하고 열 살 차이 이상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열 살 차이도 안 나는 삼촌뻘이 어디 있담.”
쥬리아는 못마땅한 듯 투덜거렸지만 내가 으름장을 몇 번 더 놓자 딥 나잇 마켓에 관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쥬리아의 본명이 세영이라는 것도 알았다.
짜식, 여자애치고는 좀 터프한 걸 보니 현실 생활에서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군. 그래서 가상현실에서 그걸 모두 풀어 버리려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내 으름장에 한풀 꺾인 쥬리아, 아니 세영이는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앞으로도 최대한 제공해 주겠노라고 했다.
돈 안 받고 무료로 해 줄 테니 가급적 빠르게 퀘스트를 성사시켜 달라고 앞서 한 말을 바꾸었다.
그것도 목소리까지 낮춰서 싹싹하게 말이지.
이것 보라고.
경로사상이 부족하다고 을러대면 금방 이렇게 태도가 사근사근해지는 게 우리 한국인들의 좋은 점이라니깐.
귀여운 녀석,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은근슬쩍 마구마구 갈궈 주마. 흐흐흐흐흐흐.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음흉하게 웃는 거죠. 징그럽게!”
“짜식이 또 눈 부라리네. 뭐 하나만 더 물어보자. 사실은 내가 전직을 할까 생각 중이거든.”
“지금 직업이 뭔데요?”
“스토커.”
“스토커요? 그거 못 들어 본 직업인데?”
“그러냐? 도둑 길드 부길마도 모를 정도면 정말 생소한 직업인가 보네.”
내가 뜻밖이라는 투로 말하자 세영이는 조금 생각하더니 반문했다.
“근데 전직은 왜 하려구요?”
“어쩐지 수상쩍은 직업 같아서. 웬만하면 게임을 해 나가는데 유리하고 폼 나는 직업으로 바꾸고 싶어.”
“음……. 그래도 어떤 직업인지나 알아보고 바꾸세요. 의외로 멋지고 고귀한 직업인지도 모르잖아요. 이 지역의 제일가는 현자 아리우스를 찾아가 보세요. 이케루스에 관해서는 무엇이든 안다는 인물이니 스토커가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바꿔야 한다면 어떤 직업이 좋을지 다 말해 줄 거예요.”
“현자 아리우스라고? 근데 그 사람한테 가면 궁금한 거 공짜로 가르쳐 주냐?”
“공짜냐 아니냐는 둘째 문제고 만나는 거 자체가 어려운데…….”

미라쥬 길드에서 나와서 현자 아리우스의 저택으로 온 지 두 시간이 지났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근데 현자의 집이 어째 꼭 유명한 점쟁이 집 같구만. 현자의 비서가 주는 번호표를 받고 자기번호가 불리면 들어가게 되어 있으니까.
한 가지 황당한 건 어떤 사람들은 이유 없이 돌려보내기도 한다는 거다.
“468번 손님?”
“네, 접니다. 아이고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럼 어서 현자님을 뵈어야…….”
“손님은 현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려 다섯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냥 가라니?”
“468번 손님의 오늘 일진상 현자님을 만나면 앞으로 최소 5년간은 재수가 없을 거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최악의 경우, 오늘 보는 태양이 이 세상의 마지막 빛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고요.”
“그, 그래요? 현자님이 직접 그러셨단 거죠? 알겠습니다, 그냥 가겠습니다.”
현자의 예언력이 어느 정돈지 몰라도 불길한 예언을 들은 당사자들은 그냥 발길을 돌렸다.
근데 이런 경우도 있었다.
“752번 손님?”
“네!”
“현자님께 드릴 물건은 가져오셨죠?”
“무슨 물건요? 꿈에 현자님께서 나타나서 그 물건이 어떤 건지 말씀하신 것도 아닌데 그걸 어찌 알고 가져옵니까?”
“그렇습니까? 그게 없으면 돌려보내라는 현자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 억지로 만나셨다가는 한 달 안으로 사업이 쫄딱 망하거나 급살을 맞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3분의 2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재수 없는 이유를 붙여 가면서 말이지.
쩝, 왜 만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세영이가 그랬는지 알 것 같구만.
어쨌거나 반나절이 걸려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1298번 손님?”
“넵!”
“들어오시죠!”
“저, 저는 오늘 아리우스님을 못 만날 운수거나 급살을 맞거나 전치 6개월이 될 운명 아닌가요?”
내가 조심스레 묻자 비서는 짜증난다는 듯 째려보았다.
“그렇게 되길 원하십니까?”
“아뇨.”
“그럼 입 닥치고 조용히 들어오세요.”
쫄래쫄래 현자 아리우스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다.
허억! 이게 웬 비얌?
푸르딩딩한 마름모 꼴의 뱀 대가리에 달린 빨간 눈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란슬링보다 훨씬 더 가늘고 긴 혀를 날름거리면서 말이지.
그 비얌은 사람처럼 옷을 걸치고 있었고 팔다리도 달려 있었다. 징그러운 비늘이 잔뜩 돋아나있긴 했지만.
아니, 현자 아리우스가 설마 인간이 아니고 뱀족이었다는 건가?
“저……. 현자 아리우스님이신가요?”
“아니라고 하면 어쩔 건데?”
“…….”
이런 젠장할! 초장부터 시비조라니. 하지만 아쉬워서 찾아온 건 나니까 어쩔 수 없지.
“헤헤, 반갑습니다. 우영이라고 합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좀 여쭤 보려고요.”
그러나 뱀 대가리, 아니 아리우스는 내 말은 아랑곳 않고 손을 척 내밀었다.
“일단 줄 것부터 주고 물어봐야 할 거 아닌가?”
“줄 거라뇨?”
“어제밤 꿈에서 신께서 말씀하시길 자네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걸 가지고 찾아올 거라더군. 그래서 자넬 만나 준 건데 모른 척하겠다는 건가!”
음, 나는 다른 방문객들이 당하는 꼴을 면하는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군.
그나저나 황당하네. 내가 이 징글맞은 비얌이 좋아할 걸 가지고 올 거랬다니.
“분명히 자넨 그걸 가져왔어. 근데 지금 나한테 오리발을 내밀겠다는 건가!”
내가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자 비얌의 눈에서 붉은 빛이 더 진해졌다. 혀를 날름거리는 속도도 두 배는 빨라진 거 같다.
저거 잔뜩 열 받았단 소리가 분명한데…….
내 등에서는 삐질삐질 땀이 흘러내렸다.
이러다가 저게 날 한입에 삼켜 버린다면.
간혹 해외 토픽을 보면 뱀이 자기 몸의 열 배도 넘는 동물을 삼키고, 그대로 위에서 녹여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소화해 버리는 걸 본 기억이 났다.
생각하자, 생각하자. 필사적으로 생각해 내자.
지금 나한테 있는 것 중에서 이 비얌이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인지.
비얌 아리우스, 아니 현자 아리우스가 내뿜는 소름 끼치는 살기 속에서 머리를 굴리던 중에 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가 떠올랐다.
제기, 이걸 내놓았다가 진짜로 한입에 삼켜지지 않을까 모르겠다만 다른 거라곤 없으니…….
“제 성의입니다.”
“…….”
내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내미는 것을 본 비얌의 눈이 흉포하게 번쩍 빛났다.
허억! 글렀다. 역시 저걸 주는 게 아니었는데.
날 덮쳐서 한입에 삼키기 전에 어서 튀어야…….
엉?
“후훗!”
아리우스는 내가 내놓은 레드 랫의 꼬리를 한 손으로 번개같이 잡아챘다. 그리고 그 가늘고 긴 혀로 철썩 휘감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한입에 삼켜 버렸다. 전혀 씹지 않고 말이지.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후훗! 오랜만에 먹어 보는 레드 랫이군. 덕분에 기호품을 즐겼네.”
혹시나 마법사의 포션 재료로 팔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레드 랫을 가지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비얌이니까 혹시나 설치류를 먹지 않을까 해서 넘겨짚어 본 거였는데 운 좋게 맞았군.
어쨌거나 이것으로 비얌의 위장 속에 들어갈 위기는 넘겼군.
“그래, 진미를 맛봤으니 대가를 주어야지. 궁금한 것이 무언가?”
“네, 스토커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알고 싶습니다.”
“훗, 직업이 궁금하다? 전직하고 싶은 게로군.”
“부디 가르침을…….”
나는 공손하게 비얌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직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잘못 선택한 직업은 처참하고 실패한 인생, 아니지 게임 생을 보내게 되는 지름길이다.
그런 잘못된 선택을 막기 위해서라면 비얌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쯤이야 별거 아니다.
“후훗. 후후후후후후후훗!”
“아니,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나를 유심히 살펴보던 아리우스가 두 눈을 번들거리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재수 없게 실실 쪼개고 있었다.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서 그래.”
“제가 재미있습니까, 아니면 제 직업이 재미있습니까?”
“둘 다야. 스토커란 직업의 특징은 한마디로 치사하고 음침하고 기분 나쁜 거란 점이네. 근데 자넨 그걸 모두 다 가지고 있군. 겉보기는 허여멀건한 귀공자지만 속은 아주 시커먼 인간이라 그 말이지. 그러니 재미있지.”
“그 말씀은…….”
“직업을 아주 제대로 골랐던 거지. 정말 자네한테 딱 맞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직업을 골랐어.”
“…….”
나는 온몸에 스멀스멀 밀려드는 재수 없음에 부르르 치를 떨었다.
뭐? 치사하고 음침하고 기분 나쁜 직업인데, 속이 시커먼 인간인 나한테는 최고로 맞는 훌륭한 직업이라고? 이게 도대체 욕이야 칭찬이야?
“저……. 웬만하면 직업을 딴 걸로 바꾸고 싶거든요?”
“마음대로 해. 전직하면 고생문이 훤하게 열릴 테니까. 안 할 수도 있는 개고생을 사서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나?”
“스토커란 직업이 그 정도로 저한테 잘 어울린다는 말씀입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지. 여러 직업들 가운데 기분 나쁘고 손가락질받는 장점들만 골고루 갖춘 직업이 스토커라네. 이런 직업을 얻는 기회는 아무나 가지는 게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기분 나쁘고 손가락질받는 장점이라고? 젠장, 들으면 들을수록 재수 없음이 증가하는 것 같군.
“여러 직업들의 기분 나쁜 장점이라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심 안 됩니까?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스킬들을 얻게 되는 건데요?”
“거절이네. 그걸 다 말해 주면 천기누설이 되거든. 난 그 날로 주신께서 내리시는 벼락을 맞고 급사할 수도 있으니 절대로 안 되지. 그리고 서두르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될 테니 궁금해할 거 없어.”
쩝, 계속 게임을 하면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니.
찝찝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기분이었지만 일단 게임을 해 나가기 유리하다니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전직의 꿈을 접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더 해 주실 말씀이 없으시면 가 보겠습니다.”
“잘 가게. 그리고 혹시 레드 랫을 구하면 또 찾아오게. 혹시 아나, 내가 벼락 맞을 각오하고 천기누설을 해 줄지도 모르니까. 흐흐흐흐흣!”
아리우스가 입맛을 다시면서 징그럽게 웃어 댔다.
붉은 생쥐 한 마리 주면 알려 주는 게 퍽이나 천기누설이냐고 속으로 욕을 들입다 퍼부어 주면서 나는 그곳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