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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1권(16화)
Part 7.막가는 파티원들(2)


“우영, 이 인간은 밥에 잠 안 자고 어디서 처놀고 있길래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안 나타나는 거야!”
끼이익!
“후훗! 밤에 잠 안 자고 처놀고 돌아다녀서 미안하군 그래.”
“허걱!”
여관 침대에 걸터앉아 뒷담화를 하고 있던 다쓰는 내가 나타나자 화들짝 놀랐다.
괘씸한 녀석. 내가 로그아웃하고 나간 사이에 내 욕이나 하고 있었다니.
“처놀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영 형님은 참 이상한 말씀도 잘하시는군요.”
“그거 방금 니 입에서 나온 단어인데? 내가 밤에 잠 안 자고 처놀며 돌아다닌다고 말이야.”
“허허허헛! 형님도 참. 아직 연세도 어린 분이 벌써 귀가 어두워지는가 보군요. 남들이 알면 장가길이 영구히 막히는 수가 있으니 그쯤 하시죠. 여자들은 말귀 못 알아듣는 남자보다는 차라리 얼굴 못생긴 남자들을 택하는 법입니다.”
어쭈, 이 자식 봐라?
분명히 내가 들었구만 얼굴에 태권V 만들 때 사용한 초합금이라도 깔았는지 눈썹 하나 까닥 안 하고 구라를 치네?
“야! 란슬링. 너도 들었지? 다쓰가 내가 처돌아 다닌다고 뒷담화하는 거 말이야.”
“…….”
대답이 없자 나는 란슬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야! 란슬링. 너 지금 뭐하는 거냐?”
“흑! 토벨…….”
란슬링 이놈의 자식은 품에 악어가죽 핸드백, 아니 리자드맨 가죽 핸드백을 껴안고 훌쩍거리며 쓰다듬고 있었다.
그 핸드백은 딥 나잇 마켓의 오우거 상인한테서 공갈 협박으로 내가 빼앗아서 준 거였고 핸드백이 되기 전에는 란슬링의 사촌 동생 토벨이라는 리자드맨이었다.
젠장, 저 핸드백을 빼앗느라고 협박 공갈 스킬이 10점이 더 늘어 버렸다.
어쨌건 란슬링은 핸드백을 손에 넣은 다음부터는 갓난아기 젖 먹이는 엄마처럼 품에 안고서 애틋해하고 있었다.
쩝!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리는구먼. 번들거리는 초록색 핸드백에 란슬링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야! 란슬링 너 그쯤 해라. 니가 아무리 사촌 동생을 좋아했어도 그렇지. 핸드백 가지고 계속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보잖냐!”
“흑! 우영 니가 내 입장 되어 봐라. 쉬익! 사촌 동생이 핸드백이 된 내 심정이 되어 보란 말이다! 너 같으면 어떨 거 같냐. 쉬익!”
“어쩌긴 뭘 어째! 당장 롱 소드 들고 달려가서 그 핸드백 만든 놈 멱을 따 버리든가 이 메이스로 머리통을 뽀개 버려……. 음,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래, 니 심정 이해된다. 그 핸드백을 붙잡고 울어도 좋고 제사 지내도 좋은데,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그러지 마라. 나까지 함께 이상한 놈이 되잖냐. 알아들었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고려해 보겠다. 쉬익!”
“…….”
젠장, 파티장인 내가 이렇게 길게 설명했으면 알겠다고 할 거지, 고려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고려해 보겠다야! 파티원이라고는 달랑 둘뿐인 놈들이 갈수록 내 말을 오크 똥 정도로 알아들으니 기분 참 더럽네.
“근데 우영 형님. 해 뜬 지 오래되었는데 밥은 언제 먹습니까? 형님이 오면 같이 먹으려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저는 밥을 안 먹으면 힘이 없어서 여행 같은 건 전혀 못하는 체질이라서요.”
내가 심란한 기분을 달래고 있는데 다쓰가 배를 쓸면서 태연히 말했다.
나더러 밥 사 달라 그 말이군. 지 돈으로 사 먹을 것 같았으면 내가 오든 말든 상관 안 하고 벌써 사 먹었을 테지. 게다가 밥 안 먹으면 힘이 없어 여행을 못한다는 소리는 반쯤은 협박이구만.
젠장할…….
성질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쫓아 버리고 싶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쓴다고 이 자식도 쓸모가 분명히 있으니 이젠 그러지도 못하겠다. 다쓰, 이 자식도 그걸 눈치를 채고서 이렇게 개개고 있는 거고. 함께 여행하면서 내 능력이 아직 약한 걸 보인 게 실수였던 것 같다.
그게 뭔소리냐고?
그러니까 이틀 전의 일이었는데, 숲을 통과하다가 행인들을 털어먹는 고블린 무리들과 마주쳤던 거다. 엉겁결에 메이스를 휘둘러 그놈들을 때려잡으려 했는데 아직 맛이 간 숯덩이 상태의 메이스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그놈들한테 죽을 뻔했던 거지.
다쓰가 투핸디드 소드를 휘둘러 고블린 스무 마리를 두 동강 낸 덕분에 위기는 면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이 자식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마 그전까지는 스토커의 메이스를 가지고 있으니까 나를 나름대로 강한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뜻밖에 허약한 걸 알고서는 그때부터 은근히 날 우습게 보는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지.
하긴 내 실수다. 아직 초보 상태의 저레벨인데 뭘 믿고 대뜸 몬스터(하급 몬스터라고는 해도) 수십 마리를 때려잡겠다고 나섰던 건지…….
고블린들이 떼 지어 나타났을 때 뒷짐지고 물러서서 이렇게 말하는 거였는데.
“훗! 고작 고블린 수십 마리가 앞을 막아? 다쓰 니 선에서 해결해라. 그럴 능력 안 되면 우리 파티에서 나가 버려. 내 손가락 하나로 할 일을 니가 온몸을 던져서도 처리 못한다면 내 부하 자격은 없다!”
그렇게 말했다면 나의 연기에 속은 다쓰 이 자식을 계속 충성스런 부하로 부려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어쨌거나 그때부터 다쓰의 개김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열 받아서 자꾸 그러면 쫓아내서, 니 아버지의 맹세를 못 지키게 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소용없었다.
녀석이 비웃는 표정으로 이러더라고.
“훗! 나를 쫓아내요? 지금 우영 형님의 실력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젠장…….
어쨌거나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밥 사 달라는 소리가 잘도 튀어나오는구먼.
“넌 돈이 없냐. 내가 올 때까지 굶고 있게? 딥 나잇 마켓에서 사표 쓰고 나올 때 퇴직금 안 받았냐?”
“거기서 일하면서 가불한 게 많아서 한 푼도 받을 돈이 없더라구요. 그냥 몸만 나왔습니다.”
못 믿겠다, 절대로 못 믿겠다!
저게 어떤 놈인데 도둑 물건들만 파는 직장에서 한 푼도 안 건지고 몸만 나왔겠어? 모르긴 해도 스리슬쩍한 물건들이 만만찮게 수중에 있을걸?
하지만 지금 그런 거 들춰서 따져 봐야 입만 아프다. 일단은 그냥 밥 사 주는 게 낫겠다. 그 돈은 나중에 토해내게 하고 말이지.
“오늘은 일단 내가 밥을 사 주는데 내가 안 보인다고 뒷담화를 마구 했다가는 개밥을 사서 먹여 줄 테니 명심해라.”
“허허허허. 아니, 우영 형님, 사람하고도 팰러딘씩이나 되는 내게 개밥을 먹이겠다니 무슨 그런 개 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형님도 참 망령이시네요?”
“망령? 망령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리고 지금처럼 칠십 노인이 애들한테 하는 말투로 주절거려도 개밥을 먹여 줄 테니 명심해라. 고작 스물한 살 먹은 놈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개수작인 거냐고!”
“…….”

“흑흑! 우걱 우걱! 쉬익! 흑흑흑 우걱 우걱! 쉬익!”
“흐흐흐흐흐! 쩝쩝! 흐흐흐흐흐흐흐흣! 쩝쩝쩝!”
“흑흑! 우걱! 우걱! 우걱! 쉬익! 우걱 우거거거걱! 쉭쉭!”
“흐흐흐! 쩝쩝! 쩝! 흐흐흐흐흐흐흐흐흣! 쩝! 쩝쩝! 흐흐흐흐흐!”
“…….”
여관의 1층으로 내려와 식사를 시작했지만 식사가 전혀 즐겁지가 않군.
왜냐고?
식사를 하는 우리 세 사람, 아니 두 명하고 한 마리한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니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근데 이 두 녀석은 잘도 처먹네. 정상에서 한참을 벗어난 놈들이니 별로 놀랍진 않다만.
지금 이 두 녀석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겠다.
란슬링은 아직도 그 사촌 동생, 아니 핸드백을 품에 끼고 소중하게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밥그릇에 뚝뚝 떨어뜨리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번 울면서 핸드백 쓰다듬고 한 번 흐느끼면서 핸드백 어루만지고.
다쓰란 자식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셀라인 공주의 브래지어를 스리슬쩍 만지면서, 미친놈처럼 실실 쪼개며 밥을 먹고 있었다. 두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밥 한술 뜨고 브래지어 한 번 어루만지면서 실성한 놈처럼 웃고.
젠장!
핑크 빛 브래지어를 주머니에서 반쯤 꺼내 놓고 만지작거리면 그게 여인네 속옷인 줄 사람들이 다 알잖냐, 이 변태 팰러딘 자식아!
그러지 말라고 내가 신신당부했는데, 이것들이 도대체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순간 식당 한쪽에서 어린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저 아저씨들 왜 저래? 밥 먹으면서 왜 저런대? 머리가 돈 사람들이야?”
“쉬잇! 들을지 모르니 조용하거라. 변태거나 미친 사람들인가 보다. 저런 사람들 곁에는 절대 가면 안 된단다. 저런 사람들은 호환, 마마, 전쟁, 역병보다 더 무서운 존재고, 특히 어린애들한테는 음란 동영상을 보거나, 돈 주고 봐야 할 소설을 불법 다운로드해서 보는 것보다 천 배는 더 해롭단다, 알겠니?”
그 말에 사색이 된 꼬마는 식사를 끝내지도 않고 지 엄마 손을 잡고 식당을 나가 버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재수 없다는 시선으로 우릴 힐끔거리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창피해서 식탁을 뒤엎고 이 두 녀석을 죽도록 패 줬으면 좋겠네.
그때 식당 주인이 다가와서 물을 따라 주는 척하면서 종이 하나를 슬쩍 내 음식 접시 밑에 넣고 가 버렸다.
뭔가 해서 슬쩍 집어서 읽어 보니 이렇게 써져 있었다.

― 식사 값은 안 받겠으니 지금 당장 궁뎅이 들고 여기서 꺼져 주시오!

젠장할…….
뭐, 그래도 돈은 굳었네. 이 자식들을 칭찬해 줘야 하려나, 욕을 해야 하나.
띠리링!
순간 경쾌한 음향과 함께 설명 창이 떴다.
갑자기 뭐지? 특별히 설명 창이 뜰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스토커의 새로운 전용 스킬이 생성되었다.
무전취식 스킬 생성. 점수 1.
공짜로 먹거나 자면 무전취식 스킬이 생긴다. 점수가 높아지면 숙박비와 식사비가 크게 절약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점수가 높아지면 잘나가는 사람들이나 예쁜 여자들한테 능력 없는 놈이라고 왕따를 당하게 되니까 작작 올리는 게 좋을 거다. 점수가 크게 높아지면 거지로 전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