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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1권(17화)
Part 7.막가는 파티원들(3)
이런 젠장할! 공갈 협박, 잔머리 스킬에 이어 무전취식 스킬이라고?
아니, 이놈의 스토커란 직업은 뭐 이런 개 같은 스킬만 있어! 그리고 점수가 크게 늘면 거지로 전직이 가능해?
어휴, 폼 나는 스킬은 안 생기고 점수 늘어 봐야 괴상한 꼴이 되는 스킬만 생기는구먼. 이게 전부 다 이 두 녀석들 때문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이것들한테 똑바로 하라고 분명히 말해 줘야지.
“아니, 우영 형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그러게 말이다. 쉬익! 우영 너 밥 안 먹고 왜 인상 쓰고 눈 부라리냐. 쉬익!”
쫓겨 나듯 식당에서 나온 나는 한적한 공터로 두 녀석을 데려왔다. 이대로 놔두면 내가 더 피곤해질 테니 군기 좀 잡으려고 말이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냐? 니들 내가 분명히 그러지 말랬지. 근데 란슬링 넌 왜 그 핸드백인지 사촌 동생 시첸지를 껴안고 질질 짰냐. 다쓰, 너는 사람들 보는 데서 주물럭거리고 침 흘릴 만큼 그 브래지어가 좋더냐? 니들 변태냐? 변태라도 상관은 없는데 나하고 같이 다닐 때는 최소한 티는 내지 말아야 할 거 아냐! 이 오크 발바닥에 난 무좀보다 못한 자식들아!”
나는 있는 힘껏 빽 소리를 질렀다.
근데 내가 이러면 쫄 줄 알았건만 이것들이 의외로 태연하네?
“허허. 거참 듣기 거북하군요. 나같이 잘나가는 팰러딘에게 오크 발바닥의 무좀이 뭡니까? 우영 형님의 성격이 아무리 더러워도 그렇지, 그런 험악한 표현을 함부로 쓰시면 곤란한데요?”
“그렇다. 그것은 모욕이다. 쉬익! 그리고 말을 할 때는 침 좀 튀기지 말고 해라. 넌 위생 관념도 없냐. 쉬익!”
허억! 이것들이 내 말을 대 놓고 깔아뭉개네.
난 너무나도 울화가 터져서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옆구리에 찬 메이스에(변함없이 숯덩이 상태였지만) 손을 얹었다.
“이 자식들이 정말! 니들 정말 한번 해 보자는 거냐! 오늘 내 손에 한번 죽어 볼래!”
“훗! 지금 저하고 맞짱 떠 보자는 겁니까? 정말로 한판 해 보시겠습니까? 근데 우영 형님의 솜씨로 제 상대가 될 수나 있을까요?”
“흥, 상대가 되기는 개뿔이 되냐. 쉬익! 그 숯덩이 들고 재롱떨 생각이면 관둬라. 쉬익! 저번 주점에서도 그 메이스가 폭발하지 않았으면 아마 다굴당해서 죽었을 거다. 쉬익!”
내가 위협을 했으나 두 녀석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란슬링은 비웃기만 했으나 다쓰 이 자식은 투핸디드 소드를 슬쩍 들어 보이며 위협을 하네?
하긴 저 투핸디드 소드에 정통으로 맞으면 오우거라 해도 두 쪽 날 것 같긴 하다.
고블린들이 저 칼에 종잇장처럼 마구 썰려 나갔거든.
딥 나잇 마켓의 가드장을 아무나 하는 건 아닐 테고 아직 저레벨의 내가 다쓰의 상대가 아닌 건 뻔했다.
나는 분해서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하. 한판은 무슨! 앞으로 잘해 보자는 의미에서 한번 해 본 소린데 왜 오바들을 하고 그러냐? 니들한테는 농담도 못하겠구나.”
“훗, 농담이었습니까? 재미도 없는 농담을 그렇게 진담스럽게 하는 습관은 곤란하죠? 아직 나이가 어려서 철이 없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후후후훗!”
“농담하는 건 좋은데 더럽게 침 좀 튀기지 말고 해라. 쉬익! 넌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칠칠맞냐. 쉬익!”
다쓰는 노골적으로 날 비웃었고 란슬링은 제 녀석의 침 뿌리기 만행은 안중에도 없이 내가 침 튀긴 걸 물고 늘어졌다.
이런 굴욕이 있나. 크으……. 분하다. 정말 분하다.
미스 코리아 뺨치는 미인이 백주 대낮에 남정네들 수백 명 보는데서 코흘리개 꼬마한테 아이스케키 당하는 것보다 더 모멸감이 드네.
하지만 아직은 힘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레벨을 올려 실력을 쌓은 다음에 이것들에게 위아래를 가르쳐 주는 수밖에.
힘이 없으면 현실이나 게임 세계에서나 기를 못 펴는 건 마찬가지니까.
크으……. 정말 눈물난다.
Part 8.스토커의 메이스를 수리하다(1)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장간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뜨거운 화로의 불기운이 얼굴에 와 닿았고 풀무질과 담금질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를 울렸다.
“헛! 아니, 우영 아닌가?”
“네, 고든 영감님.”
“오랫만이군. 근데 얼굴이 반쪽인 거 보니 여행 중에 흉포한 몬스터라도 만났나 보군. 케파추아라의 눈물을 구하는 일도 실패한 건가?”
드워프 고든은 나를 측은해하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구해 온 용액으로 메이스를 수리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었나 보군.
나는 여행의 피로와 다쓰, 란슬링 두 녀석한테 받은 스트레스의 피로를 참으며 유리병을 품에서 꺼냈다.
“아니, 그건?”
“영감님이 원하시던 케파추아라의 눈물입니다.”
“정말로 구해 왔군! 자네가 성공할 거라고는 기대 안 했는데 말이지! 근데 여기 이 연로하신 팰러딘은 누구신가.”
“허허허헛! 대장장이 영감, 반갑소이다. 내 이름은 다쓰팜스칼로프마이엘에트스트라프라고 하오. 정확히 그 이름으로 불러 주시오. 한 글자라도 빼먹고 부르면 모욕이라 생각하고 이 투핸디드 소드를 휘두를지도 모르니 말이오, 허허허허허허!”
“야, 다쓰! 새파랗게 어린놈이 건방지게 영감님하고 맞먹으려 하지 마라. 듣기 거북하니까.”
“이보게 우영, 할아버지뻘 되는 팰러딘께 말투가 왜 그 모양인가?”
내가 고든에게 핀잔을 던지자 고든은 도리어 혀를 차며 나를 나무랐다.
이 순진한 드워프 할배야, 그저 외모만 보고 사람의 나이를 판단하면 어떡합니까.
“영감님, 이 자식은 나이가 저보다 세 살이나 어린놈이라구요. 이 케파추아라의 눈물을 구하는 데 공을 세우기는 했지만요.”
“그래? 육십은 거뜬히 넘겼고 칠십은 좀 안 된 걸로 보이는데……. 그것 참. 뭐 어쨌거나 그럼 이제부터 자네 메이스를 수리해 보세. 내 모든 실력을 동원해서 완벽하게 고쳐 주지.”
“네, 애 좀 써 주세요. 저는 숙소에 가서 쉬고 있을 테니 다 끝나면 불러 주세요. 그럼 이만…….”
“뭣! 숙소에 가서 쉬겠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뭐 잘못된 거 있습니까? 원하시던 케파추아라의 눈물도 구해 드렸겠다. 저는 여행의 여독도 풀 겸 가서 쉬어야죠.”
난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이 드워프 영감님이 왜 갑자기 정색을 하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
“이 메이스를 수리하려면 조수가 필요한데 자네가 쉬면 어쩌자는 건가. 나를 도와서 풀무질하고 담금질을 해 줘야지!”
“네에? 저더러 메이스 수리하는데 조수 노릇까지 하라구요? 그런 말은 전혀 안 하셨잖습니까!”
기가 막혀서 언성을 높였지만 고든은 별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는 듯 퉁명스레 말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말을 안 한 거지. 생각 좀 해 보게. 이곳엔 나 혼자뿐이고, 작업할 일이 생기면 조수를 구해서 일하는 건 자네도 알 거 아닌가? 지금 다른 조수가 없으니 내가 말 안 해도 자네가 먼저 나를 돕겠노라고 해야 예의가 아닌가? 허참, 요새 젊은 친구들은 왜 이리도 눈치가 없는 건지 원!”
“…….”
고든의 장광설에 나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덴장할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군.
끝까지 모른 체하고 숙소로 가서 쉬긴 어렵다. 만약 내가 끝내 안면 몰수하면 이 드워프 영감쟁이는 메이스 수리하는데 몇 달이 걸릴지 모르니 알아서 하라고 할지도 모르니까. 은근히 심술이 많아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영감이다.
“휴……. 알겠습니다. 지금 많이 피곤하지만 메이스를 수리하는 일을 돕겠습니다.”
“허허허허, 잘 생각했네.”
“근데 제가 직접 몸 바쳐 봉사하는 대신 여기 다쓰와 란슬링 두 사람이 영감님을 도울 겁니다.”
“엉? 자네가 아니고 말인가? 뭐, 노동력만 제대로 제공한다면야 누구든 상관은 없지만.”
“…….”
“…….”
내 말에 다쓰와 란슬링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후훗! 니들이 놀고 있는 동안에 내가 총 맞았다고 혼자 중노동을 해야겠냐?
고생 좀 해 봐라, 요것들아!
엇! 근데 다쓰 이 자식 왜 앞으로 나오는 거야.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깔면서 말이지.
“후훗, 우영 형님은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저같이 고귀한 팰러딘에게 험하디 험한 대장간 일을 시키겠다니 말이죠. 형님 멋대로 저를 중노동에 혹사시키는 건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니까요. 저는 여관에게 가서 잠 좀 잘 테니 형님은 여기서 삽질이나 실컷…… 아니, 망치질이나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다쓰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에게 썩소를 날리며 나가 버렸다.
젠장할, 저 싸가지 없는 녀석이 이렇게 나올 것 같긴 하더라만 그래도 란슬링이 있으니……. 엉? 이 도마뱀 자식은 왜 혀를 위아래로 수직 운동을 마구 하는 거지? 저거 저 녀석이 나한테 개길 때의 버릇인데…….
“우영, 모르고 있나 본데 리자드맨은 대장간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쉬익! 내가 조수를 하면 메이스를 고치기는커녕 완전히 망가뜨릴지도 모르는데 난 그런 불상사를 일으키기 싫다. 쉬익! 너를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말이다. 쉬익! 그러니 나도 여관에 가서 쉬어야겠다. 너 혼자서 열심히 해 봐라. 쉬익!”
“…….”
“흠……. 결국 자네 혼자서 날 도와야겠구만.”
“…….”
“표정이 왜 그런가? 싫은가?”
“아닙니다. 제가 해야죠. 하구 말구요, 암요. 제가 한다니까요. 움화하하하하!”
난 별수 없이 팔을 걷고 망치를 집어 들었다. 뒤집어질 것 같은 속마음을 웃음으로 감추면서 말이지.
근데 눈에서 눈물이 찔끔 떨어지려고 한다.
덴장……. 이 망할 자식들, 어디 두고 보자!
탕탕탕탕탕!
마지막 마무리하는 망치질을 내가 끝내자 고든은 헝겊으로 정성스레 메이스를 닦았다.
철야로 수리한 지 사흘 째, 스토커의 메이스는 숯덩이 상태를 벗어나서 은빛으로 장엄하게 번쩍거렸다.
쩝! 이걸 보니 그동안의 중노동으로 인한 피로가 말끔히 날아가는 것 같네.
고든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에 이리저리 메이스를 살펴보았다. 마무리가 제대로 되었나 흠집은 없는가를 검사하는 거지.
예리한 눈으로 한참을 살펴본 고든은 이윽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무기를 수리했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메이스는 처음 보는 것 같군. 자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무기를 구했나?”
“훗! 글쎄요. 아마 하늘이 제게 엄청난 사명을 내릴 시대적 소명과 필요성 때문에 이걸 제게 준 것 같습니다.”
내가 잔뜩 폼 잡으며 말하자 옆에 서 있던 다쓰와 란슬링은 코웃음을 치면서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 짜식들이!
네놈들은 내가 하늘이 부여한 엄청난 사명씩이나 완수할 인물로는 전혀 안 보인다 그거냐!
이것들아, 사경에 빠진 조카를 구하는 게 얼마나 숭고하고 장엄한 사명인지 니들은 정녕 모르겠다는 거냐?
하긴 변태인 네놈들이 그런 걸 아는 게 더 이상할지도…….
어쨌거나 대륙 최고의 미인을 보는 눈으로 메이스를 훑어보던 고든은 한숨을 쉬며 내게 메이스를 넘겨주었다.
“수리가 쉽진 않았지만 대장장이의 입장에서 이렇게 훌륭한 물건을 고치는 건 정말 큰 즐거움이었네.”
“저도 영감님처럼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만나 제 메이스를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든에게 치하의 말을 한 나는 메이스를 잡고 높이 들어 보았다.
은색으로 빛나는 메이스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자신감을 나에게 불어넣어 주었다.
순간 경쾌한 음향과 함께 설명 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