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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27화)
Part 1. 더블 퀘스트 완수(2)
나의 메이스에서 화염 덩어리가 폭죽처럼 터져 나가 메피스트 왼쪽의 벽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젤라즈니 메이스의 옵션 스킬 2 파이어 엘레멘탈의 분노, 줄여서 파엘분이다.
과연 대단하구만. 괜히 스토커의 메이스가 아니다.
폭격 맞은 곳처럼 방 한쪽 공간이 형체도 없이 다 날아가 버렸으니까.
하지만 겨냥이 좀 빗나갔네.
그러나 가공할 메이스의 화염 공격에 메피스트는 놀라서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사도라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뭐해! 빨리 잡아! 저게 성을 빠져나가 부하 몬스터들을 떼로 몰고 오면 그때는 우린 정말로 끝장이야. 빨리 죽여 버리란 말이야!”
하이고, 알았다 알았어. 뭐 저 자식들 부하들까지 통돼지 구이로 만들어 이 영지 주민들 전체를 배불리 먹이고 싶은 생각은 나도 없다고. 저 한 놈만으로 끝내 버렸으면 나도 좋겠단 말이다.
나는 벼락같이 메피스트를 쫓아가며 젤라즈니의 메이스의 옵션 스킬 파엘분을 마구 쏘아 댔다.
푸슝! 푸슝! 펑! 화르르! 꽈꽝! 우르르!
“크억! 인간, 제발 꺼져라. 이제 이곳엔 다시는 안 나타날 테니까 살려 다오. 흐흐.”
메피스트는 발바닥에 불이 나게 도망치면서 애원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화염 세례를 쏘아 댔다.
몬스터가 하는 말 따위를 어떻게 믿냐고.
좌우간 나의 무차별적인 난사에 성안의 곳곳에 불이 붙으며 엉망이 되어 갔다. 이사도라의 방, 고급스런 골동품이 가득한 서재, 우아한 식당, 그리고 운치 있는 테라스도 폭격 맞은 꼴로 무너져 갔다.
백작은 그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일단 지금은 이 돼지 몬스터를 해치우고 봐야 하니까.
“서라, 메피스트! 지금 서면 제대로 잘 익혀 줄 수 있다! 꼴사납게 새까만 통돼지 구이가 되기 싫거든 서란 말이다!”
“웃기지 마라. 흐흐.”
헥헥, 아이고 힘들다.
우린 결국 성안을 한 바퀴 돌아서 생각지도 않은 성안 관광을 했다. 결국 이 돼지 녀석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달려서 원래 출발지였던 이사도라의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가만 저 방에는 지금 누가 있더라? 이사도라는 나왔고, 란슬링도 아까 피하는 것 봤고……. 그러면?
아니, 저건!
내가 방 안에 뛰어들자 메피스트 녀석이 다쓰의 목을 조르며 트라이던트로 찌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대로 있어라. 아니면 니 부하를 죽여 버릴 테다. 흐흐.”
나는 움찔했다.
다쓰는 아까 란슬링의 힐링 덕분인지 피는 더 안 흘렸지만 메피스트의 손에서 빠져나올 엄두는 내지 못했다.
“우영 형님, 구해 주세요. 어서!”
그러나 나는 씨익 미소 지으며 메이스를 그들을 향해 쭈욱 뻗었다.
“헉! 지금 뭐하는 거냐? 설마 니 부하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흐흐.”
“우, 우영 형님. 설마 진심 아니죠? 내가 형님한테 좀 개겼다고 이 기회를 틈타서 복수하려는 거 아니죠?”
훗! 물론 그렇고말고. 다쓰, 넌 내가 그렇게 속 좁고 옹졸한 놈 같아 보이냐?
아무렴, 나는 어디까지나 임무 완수를 위해서 저 돼지 몬스터 녀석을 처단하려는 것뿐이다.
뭐, 넌 그저 거기에 덤터기로 희생되는 것뿐이지. 이 기회를 이용해서 나한테 마구 개긴 너를 손봐 주려는 마음은 눈곱 만큼도 없……지 않고 사실은 아주 가득 있다는 것은 결코 말할 수 없지. 움화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메이스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파이어 엘레멘탈의 분노다! 다쓰, 너의 고귀한 희생은 길이길이 기억해 주마. 우하하하하하핫!”
슈아아악!
“악, 안 돼! 흐흐.”
“이 악당!”
퍼엉! 꽈꽈꽝!
엄청난 폭음이 방 안을 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폭격 맞은 폐허로 변한 방 안에는 노릇노릇한 돼지고기 익은 냄새가 진동했다.
그리고 다쓰는 당연히 죽었……을 리는 없지.
내가 마나를 섬세하게 조종해서 메피스트에게 파이어 엘레멘탈의 분노가 집중되게 했거든…… 이라고 해도 그 큰 화염 공격의 여파에서 피해가 없을 순 없지만.
난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란슬링에게 말했다.
“야, 란슬링. 뭘 멀거니 보고만 있냐. 다쓰 녀석 빨리 힐링해 줘라.”
“알겠다. 근데 저 정도면 한 사흘은 내 혀로 칭칭 감고 힐링해 줘야 할 거다. 쉬익!”
“그래서 못하겠다는 거냐?”
“모, 못하기는. 그저 그렇다는 거지. 쉬익!”
흐흐흐, 나의 무지막지한 행동에 란슬링도 좀 쫄은 거 같군. 이제 내가 어떤 인간인지 확실히 알겠지.
어쨌거나 이걸로 스트라스포드 백작에게서 의뢰받은 퀘스트는 완수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우하하하하핫!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죽을 위험까지 무릅쓰고 우리들이 몸 바친 덕분에 성공적으로 백작님이 부여하신 사명을 완수했다고요. 스트라스포드 백작님 지금 엄청 기쁘시죠, 그렇죠?”
“그, 그렇군. 기쁘네, 기뻐. 암 기쁘고말고…….”
내가 두 손을 잡고 흔들며 ‘기쁘지 않으면 당신은 인간도 아니다’라는 압력을 마구 넣자 백작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애써 웃음 지으려 했다.
사실 백작의 입장에선 지금 기쁠 수가 없지. 내가 그 돼지 몬스터 메피스트를 때려잡느라고 젤라즈니의 메이스 옵션 스킬 ‘파이어 엘레멘탈의 분노’를 사방팔방으로 난사하면서 성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그 덕분에 지금 글래스 캐슬의 모습은 아주 볼만하다. 성의 내부 중 절반 정도는 내가 다 날려 버렸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다.
하지만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놈의 돼지 몬스터를 해치울 방법이라고는 그 필살기뿐이었으니까.
게다가 파엘분은 2분간만 사용 가능하고 재충전 되려면 하루가 지나야 한다.
그러니 2분 동안은 뭔 수를 써서라도 마구 퍼부어서 놈을 확실히 보내야만 했던 거다. 그 안에 처리 못하면 그때부터는 완전히 형세가 역전되어서 내가 그 돼지한테 당하고 말았을 테니까.
좌우간 돼지 몬스터 메피스트가 설치고 다닐 때에도 멀쩡하니 아름답기만 하던 글래스 캐슬은 내 탓으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해야 할 판이 된 거다.
그것 참……. 이러고 보니 꼭 내가 악당 몬스터가 된 거 같네.
사실 백작한테 좀 미안하기도 하다. 하나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어떻게 퀘스트를 완수하겠으며 재경이를 구해내겠냐고.
거듭 말하지만 내가 인간이 워낙 무대포고 단순 과격 무식해서가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유들유들하게 백작을 향해 말했다.
“백작님, 임무 완수했으니 이제 약속한 거 이행하셔야죠?”
“엉? 그, 그러지. 근데 이거 성을 보수하려면 우리 영지 반년 예산은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이건 자네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네.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뭐.”
백작은 한숨을 쉬면서 푸념을 늘어놓다가 내가 메이스를 한 손으로 툭툭 치자 기겁을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거참, 이상하네. 내가 백작을 위협하려던 게 절대 아니고 그냥 필살기를 마구 발휘한 메이스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동작이었는데 말이지.
“자, 받게. 약속한 오백 골드네.”
“웃! 감사합니다!”
백작이 금화가 가득한 가죽 주머니를 건네주자 나는 두 손으로 받으며 가벼운 희열에 몸을 떨었다.
흐흐, 이 묵직한 중량감. 이 딸랑거리는 듣기 좋은 금화 소리.
이제 당분간 돈에 쪼들리면서 게임 생활을 할 이유는 없는 거다.
그러나 이걸로 다가 아니지.
“자, 그러면 이제는 두 번째 보상인 제 요구 사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그렇게 하게.”
백작은 무척이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보니 이렇게 얼굴에 써져 있구만
― 내 성을 반쯤 날려 버린 저 불한당에, 깡패에, 웬만한 몬스터 뺨치게 폭력적이고 막가는 녀석이 나한테 어떤 요구를 할지 불안해 미치겠다.
제기, 이 양반아. 내가 일부러 망가뜨리려고 성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게 아니라니깐.
“백작님, 제가 요구할 건 아주아주 간단하고 백작님의 능력으론 무지 쉽게 들어주실 수 있는 겁니다.”
“그, 그런가?”
내가 안심을 시켜 주었지만 백작은 전혀 안심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게 뭔가 하면요. 사실 따님이신 이사도라 양을 무지무지 좋게 본 제 지인이 하나 있는데 이사도라 양을 꼭 신부로 삼고 싶다고 하지 뭡니까? 그러니 그 청혼 요청을 수락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런가?”
어라? 이 양반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네?
하지만 신랑이 도둑 길드 대빵이란 거 알면 엄청 실망하겠지?
“신랑이 될 사람이 누군지 안 물어보십니까?”
“아, 그렇군. 그래, 신랑이 될 사람이 누군가?”
“미라쥬 길드라고 좀 이상야릇한 길드가 있는데 그 길드의 마스터인데요…….”
“오, 그 도둑 길드……. 도둑 길드 중에서는 굉장히 규모가 크다고 들었는데.”
“하하, 아시는군요.”
나는 민망한 생각이 들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리 안면이 특수 합금이 무색하게 두꺼운 나지만 도둑 길드 대빵을 신랑감으로 내세우는 게 사실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게 하게. 내 딸을 주지. 결혼식을 올리라고 하게.”
엉? 아니, 이게 뭐야? 뭐가 이리 쉬워?
이건 내 예상과 완전히 딴판이네.
“저…….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어요? 상대가 도둑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데…….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괜찮고말고. 또 안 괜찮으면 어쩔 건가? 거절하면 자네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겠냐며 그 메이스를 가지고 한바탕 난리라도 떨면 우리 성은 아예 완전히 가루가 되고 원점에서부터 재건축해야 할 거 아닌가 말이네.”
아, 이 양반아. 무슨 그런 말을. 물론 내가 그런 마음을 안 먹은 건 아니지만서두……. 흠흠, 거참 민망하네.
“하하하! 네, 잘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흔쾌히 승낙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허허허, 감사하긴 뭘. 대신 내가 결혼식에 참석하긴 좀 곤란할 것 같군. 사위될 사람의 직업 때문에 말이야. 그건 이해하리라 믿네.”
“헤헤. 그거야 뭐. 결혼을 허락해 주신 것만으로 감지덕지죠.”
“그럼 만사 다 잘 해결되었군 그래.”
순간 경쾌한 음향이 울리면서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창이 떴다.
‘글래스 캐슬 성주의 딸 이사도라를 몬스터의 마수에서 지켜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당신은 글래스 캐슬 성주의 딸 이사도라를 몬스터 메피스트의 마수에서 지키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거기에 따르는 두 가지 보상을 모두 받았다.
후후후훗! 이 뿌듯함.
바로 이 맛에 게임을 하는 거겠지.
나는 캐릭터 창과 스킬창도 열어 보았다.
이름 : 우영
직업 : 스토커
레벨 : 40
명성 : 10 지식 : 15
힘 : 70 체력 : 30
민첩 : 20 행운 : 8
지혜 : 35 매력 : 75
HP : 120 MP : 65
공갈 협박 : 10
잔머리 : 5
무전취식 : 5
무기 수리 : 40
메이스 사용 : 150
레벨이 40점대로 올라섰으며 메이스 스킬도 꽤 늘었다.
하긴 이번 퀘스트는 메이스를 이용한 기술 덕분에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자, 그럼 백작님의 따님이신 이사도라 양은 절 따라서 구혼자에게로 가야 하니 작별의 인사라도 하시죠.”
“그렇군. 이사도라야, 너를 시집보내게 되니 이 애비의 심정이 참으로 감개무량하구나.”
“네, 아빠…….”
이사도라는 우리의 긴 대화에 하품을 하려다가 간신히 참고서 조신한 척 대꾸했다.
“내가 너한테 말하지만, 여자는 시집가면 가급적 그 집 귀신이 되는 게 친정을 도와주는 거란다. 이걸 명심하고 가급적이면 애비한테 찾아오는 횟수를 줄이려무나. 알겠느냐?”
“네…….”
“자, 그럼 어서 가 보게나. 난 성 보수 공사 건으로 이제부터 바쁘게 뛰어야 하니까 인사는 이 정도로 하겠네.”
백작은 말을 마치고 홱 돌아서 자신의 집무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근데 사라지는 백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좀 의아했지만 알 것도 같구만.
백작도 자기 딸내미가 얼마나 날라리에 왕싸가지인지 알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대 놓고 성질머리를 고치기에는 이미 대가리가 커진 딸이니 포기했던 거겠지.
이사도라도 지 아버지를 대할 때는 조신한 척했다.
부녀가 서로 겉으로는 정상적인 척했던 거다. 피차 알면서 연기를 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 그런 골칫덩어리를 치우게 되었으니 저 백작님께서는 속으로 룰루랄라하면서, 사위될 인간이 도둑 길드 대빵이라고 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거다. 적어도 메피스트 같은 흉측한 초특급 변태 몬스터는 아니니까.
최소한 귀족 체면에 치명적인 금이 가지는 않을 테고 또 여차하면 사위의 도움으로 정적 제거라든가 어두운 쪽 일을 부탁할 수도 있을 거란 계산도 있겠지.
에그……. 이 초불량 날라리야. 생각하면 너도 쬐끔은 불쌍하구만. 아버지란 사람이 사실은 널 일찌감치 포기한 셈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조금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이사도라는 피식 웃으며 가소롭단 표정을 지었다. 평민 주제에 감히 누구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비웃는 게로군.
젠장할……. 널 동정한 내가 바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