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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31화)
Part 2.배우냐, 국왕이냐(4)


가만?
기한이 3개월이면 제법 넉넉하네? 물론 난이도가 높으니 절대적으로 3개월이란 시간이 많은 걸지는 장담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넉넉한 것 같긴 하다.
“음.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상당히 바쁜 몸이긴 하지만 국왕 전하께서 이리도 간곡히 엎드려 청하시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특별히 도와 드리도록 하죠.”
내가 수락 의사를 표시하자 궁정 마법사와 기사단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흐흐흐, 내 말이 좀 건방졌나 보다. 그래도 국왕은 벙긋 웃으며 좋아하는군.
“오오, 고맙소 우영. 내 그대만 믿겠소.”
“근데, 전하. 이 임무를 성공할 시 주어지는 보상에 관해 궁금한데 마토스 왕국의 수호기사가 어떤 직위입니까?”
그 말에 대한 대답은 기사단장이 대신했다.
“마토스 왕국의 수호기사는 모두 다섯 명이며 그들에게는 블루 울프라 불리우는 마토스 왕국의 최강 기사단을 일 년 중 한 달간에 한해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요? 근데 가뎀 왕국에게 간단히 점령된 거 봐서는 그 블루 울프라 불리는 기사단이 별로 안 강한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소이다. 블루 울프들은 평소에는 대륙을 누비고 다니면서 기사 수업을 쌓습니다. 매우 강한 몬스터나 전장터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목숨을 건 실전 수업을 쌓는 거죠. 근데 가뎀 왕국이 선전포고도 없이 기사도 정신에 어긋난 기습 침공을 하는 바람에 블루 울프를 소집해서 대항하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한 거요.”
음, 그렇군. 그렇다면 그 블루 울프가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말이로구만. 어쨌거나 괜찮은 보상 같긴 하군. 일개 국가의 최강 기사단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한 달간이라고 해도 나에게 굉장한 무력이 생긴다는 것이니까.
“근데 말씀 안 해 주신 또 한 가지 보상은 뭔가요? 지금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그것은 우영 그대가 임무를 완수한 다음에 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구려. 자신도 모르는 선물을 뜯어보고 그 내용물을 알 때의 희열이 큰 법이 아니겠소?”
왕이 또 의젓하게 개폼…… 아니, 왕폼을 잡으면서 말했다.
쩝,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궁금하잖냐구요.
뭐 어쨌거나 어쩌면 보상 1, 2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큰 보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는 하는군.
“알겠습니다. 국왕 전하. 미력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시종장 조핀과 함께 방을 나섰다.



Part 3.무적의 시종장!(1)


“지금까지 내 이야기 잘 들었냐? 고로 조핀 님은 당분간 우리 파티의 일원이 되실 거다. 이제부터 함께 지내게 될 텐데 이의 없지? 자, 조핀 님 인사하시죠. 왼쪽부터 추접 프리스트 란슬링, 변태 팔라딘 다쓰, 왕싸가지 성주 딸내미 이사도라입니다.”
“…….”
“…….”
“…….”
내 소개에 세 녀석이 일제히 인상을 쓰며 나를 째려보았다.
짜식들아,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냐?
“뭐, 난 좋아. 왕실의 시종장이라면 적어도 평민은 아니니까.”
이사도라가 맨 먼저 찬성하는군. 뭐 너야 어차피 미라쥬 길드에 넘겨주면 우리 파티완 인연 끝이니 싫다고 해도 관계없다만.
“훗! 아름다운 분이라면 난 누구든 환영합니다.”
다쓰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었다.
근데 다쓰 너…… 조핀의 미모에 뻑 간 거냐? 쬐끔 곤란한데. 내 눈에는 어디까지나 아직 풋내가 안 가신 열서너 살 정도의 어린애로 보이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결정적인 건 소녀가 아니고 소년인데…….
가만……. 그러고 보니 혹시 이 자식이 설마 조핀의 속옷을 노리고 있는 건?
에이, 그건 아니겠지. 변태 속옷 마니아도 모자라서 남색에다가 쇼타콘이라니……. 설마 아무리 제 놈이 변태라고는 해도 그런 초특급 변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환영한다. 쉬익! 소녀든 소년이든 한미모하는 사람들은 힐링해 주는 보람이 더 있으니까. 쉬익! 미인은 남녀 불문하고 우리 파티에 많을수록 좋다. 쉬익!”
초록빛 타액이 번들거리는 혀를 춤추듯 휘저으며 란슬링이 말하자 이사도라의 표정이 싸악 변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저 시종장은 몰라도 나는 당신 힐링을 받느니 혀 깨물고 죽겠어!”
“그게 마음대로 될 거 같냐? 쉬익! 내 힐링을 받아야 할 정도면 의식을 잃고 기절한 상태란 걸 알아야지. 그럼 나는 그 사이에 이 혀를 이용해서 마음껏 힐링을 해 줄 거니까 기대해라. 쉬익!”
“꺄아아아아아악! 이 변태 도마뱀! 만약 진짜로 그랬다간 나한테 도마뱀 구이가 될 줄 알아! 우영, 당신 들었어? 난 내가 아무리 다쳐도 그런 꼴 절대 못 당해. 만약 그럴 일이 생겨서 저 도마뱀이 저 혀를 내 몸에 대려고 해도 당신이 책임지고 막아 줘야 돼, 알았지? 알았냐구! 아, 왜 말을 안 해!”
아이구……. 이 날라리 아가씨야. 귀청 떨어지겠다.
아니, 근데, 미라쥬 길드에 인계만 해 주면 그걸로 더 볼일도 없는 주제에 시끄럽긴 제일 시끄럽네. 누가 보면 평생 함께 할 사이인 줄 알까 봐 겁난다.
“후후훗! 참 재미있는 분들이군요.”
“그렇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암흑제국 황제에게 안내하는 동안만이지만 조핀 님 같은 분을 파티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어서 기쁘군요. 우리 파티에 비교적 정상인에 가까운 분이 들어온 거라서요.”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영 님과 여러분들이시라면 반드시 저를 암흑제국의 황제와 만나게 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조핀은 싱긋 웃으며 말하자 나도 그에게 당부했다.
“근데 우리 파티의 주목적은 재경이라는 이름의 실종된 제 조카를 찾는 거거든요. 그러니 그 점을 알아두세요. 조핀 님을 암흑제국에 보내는 일을 수행하면서 제 조카 찾기도 함께 한다는 것을요.”
“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한 언제나 유념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뭔가 위화감을 느낀 듯 이사도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조핀 너 나이가 어떻게 되는 거니?”
“…….”
반말 투인 이사도라의 질문에 조핀은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생긋 미소 지었다.
“후후훗! 그게 궁금하셨나 보군요. 올해로 마흔다섯이랍니다!”
“…….”
“…….”
“…….”
소년처럼 앳된 조핀의 태연한 고백에 세 녀석은……. 아니, 두 녀석과 한 마리는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어쩔 수 없군. 내가 부연 설명을 해 주는 수밖에.
“사실 조핀 님은 흑마법사의 어려지는 저주 마법에 걸리셔서 지금 이런 상태가 되신 거야. 사실은 니들 삼촌뻘 되는 분이니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들 해라. 알아듣겠냐?”
내 말에 세 명은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근데 다쓰 넌 왜 그리 김새는 표정을 짓냐? 사실은 마흔다섯 먹은 중년 아저씨라니 속옷을 훔칠 마음이 싹 사라져서 그러냐? 어이구, 이 인간아.
어쨌거나 말 나온 김에 나도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야겠다.
“근데 마토스의 국왕 전하를 노리는 흑마법사를 막다니 조핀 님은 단순한 시종장이 아닌가 보군요.”
“후후후훗! 네 사실 겉으론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평소엔 시종장이고 국왕 전하를 지킬 때는 강력한 전사랍니다. 아무도 눈치 못 채는 비밀 경호원인 셈이죠.”
웃! 전사! 전사라고? 이렇게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는 청초한 미소년이?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당장 저 다쓰나 이사도라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거지. 누가 저 인간들을 겉모습만 보고 변태 속옷 마니아나 초특급 왕싸가지 불량 여고딩으로 생각이나 하겠냐고.
“엇! 우영 형님, 어째 그런 이상한 눈으로 저를 보십니까?”
“나도 기분이 마구마구 나빠지려고 하네. 평민 주제에 굉장히 날 한심하게 보는 듯한 그런 눈초리는 짓지 말아 줄래?”
“알겠다, 알겠어. 어쨌거나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조핀 님은 사실은 마흔다섯 되신 중년 아저씨니까 니들이 알아서 모셔라. 버릇없게 구는 놈들은 내가 가만 안 둘 거다.”
내 말에 세 녀석은 일단 고개를 끄덕여서 그렇게 하겠노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근데 조핀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싸늘한 눈빛이 되었다.
“저……. 어린애 취급 받아도 괜찮은데요. 굳이 중년 아저씨 소린 별로 듣고 싶지 않거든요? 저 사실 그런 거에 무지 민감하답니다!”
우웃……. 이 엄청난 살기는 무어란 말인가.
“하하! 네, 잘 알겠습니다, 조핀 님. 앞으로는 제가 주의하죠. 사실은 중년 아저씨지만 중년 아저씨라고 부르면 중년 아저씨 기분이 나빠지니 절대로 중년 아저씨라고 불러서 중년 아저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이, 우리 모두 중년 아저씨와 잘 지낼 수 있게 하자고 이 녀석들한테 주의시켜 두겠습니다.”
“후후후후. 우영 님은 아예 한술 더 뜨시는군요. 뭐 그런 점이 우영 님의 재미있는 점이긴 합니다만.”
“헤헤헤헤헤…….”
조핀이 은근 슬쩍 노려보면서 웃자 나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근데 왜 노려보는 저 눈이 스리슬쩍 나에게 눈웃음을 치고 있는 거지? 추파라도 던지는 것처럼 말이지. 어째 요상하고 기분이 찝찝해지는구먼.
“휴, 피곤하군.”
밤이 되자 나는 여관의 방 침대에 벌렁 몸을 뉘였다. 파티원들의 방을 배정하는 문제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때문에 좀 지쳤다.
‘귀족이고 여자인 나를 평민 남자 나부랭이인 당신들하고 같은 방에 재우진 않겠지?’라고 말하는 이사도라는 당연히 독방을 줘야 했다.
근데 다쓰와 란슬링을 한방에 넣으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
“훗! 란슬링의 저 살인적인 침 세례를 받으면서 자라니 우영 형님은 절 저세상으로 보내는 게 그토록 소원이십니까? 전 그렇게 못합니다.”
“흥, 웃기고 자빠졌구나. 쉬익! 나도 내 팬티 도둑맞을까 겁나서 다쓰 너하곤 같이 못 잔다. 쉬익!”
“그러냐? 그럼 다쓰는 나하고 한방 쓰자.”
“그건 더더욱 안 되죠. 우영 형님이 자는 저를 덮치면 어쩝니까? 절대로 싫습니다!”
“…….”
아니, 근데 이 자식이!
내가 게이인 줄 아냐? 그리고 설령 게이라고 해도 그렇지, 세상에 덮칠 놈이 없어서 너 같은 변태를 덮치냐?
한소리 해 주려는데 다쓰가 조핀에게 슬쩍 야릇한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뭐, 조핀 님하고 함께라면야 얼마든지 한방을 쓸 용의가 있습니다만…….”
“하하,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그건 제가 사양하고 싶어지는군요.”
“이거 어쩐담. 돈이 모자라서 우리 모두가 독방을 쓸 순 없거든요.”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조핀은 그게 뭐가 걱정이냐는 듯 쾌활하게 말했다.
“제가 국왕 전하께 받은 돈이 좀 있으니까 파티원 모두 독방을 쓰기로 하죠.”
뭐 그렇다면야…….
난 못 이기는 척 조핀이 건네는 돈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파티원들은 모두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던 거다. 왕실의 시종장이니 아무래도 꿍쳐놓은 돈이 많겠지. 앞으론 조핀하고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던 순간이었다.
삐이걱!
방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섰다.
“아니, 조핀 님 아니세요? 안 주무시고 저한텐 왜 오신 겁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근데 왜 잠옷 차림에 베개를 안고 계세요? 그러니 꼭 한밤중에 이불에 쉬해 놓고 엄마 찾는 어린 소년 같습니다만.”
“…….”
내 말에 조핀은 말없이 지그시 나를 응시했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으응, 이게 뭐지? 어째 이렇게 끈적끈적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되냐?
“저기……. 혼자 자려니 외롭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데……. 우영 님하고 함께 자도 괜찮죠?”
초롱초롱 천진하게 별빛처럼 빛나는 눈망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핀……. 저 모습은 어느모로 보나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의 모습……이라는 건 겉으로 봐서는 근데, 어찌 이다지도 끈적거리고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지는지 모르겠군.
나는 ‘네, 그럼요. 되고말고요. 어서 제 이불 속으로 들어오세요!’하려다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저 천진난만한 척 빛을 발하는 두 눈동자 속에서 마흔댓 살 먹은 엉큼한 중년인의 흑심이 번들거리고 있는 걸 간파했던 거다.
나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누구하고 같이 자 본 일이 없어서 말이죠.”
“아니, 어머니 뱃속에 혼자 있었던 거야 쌍둥이들 빼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좌우간 피곤해서 자야겠으니 조핀 님도 후딱 방에 돌아가서 발 닦고 주무세요. 착한 어린이는 밤중에 잠 안 자고 싸돌아다니는 게 아니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어…….”
안 나가려는 조핀을 마구 등 떠밀어 쫓아낸 다음 나는 비로소 불을 끄고 잠에 들었다. 비교적 정상적인 일행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나 생각하면서.
“으음……. 악몽을 꾼 건가…….”
나는 자다 말고 깨서 두 눈을 비볐다. 웬 말랑말랑하고 따끈한, 망아지 볼기짝에 깔려서 낑낑대며 고생하는 꿈을 꾸던 중에 잠에서 깬 것이다.
물컹!
허억, 이게 뭐야?
내 가슴을 더듬고 있는 이건 도대체 뭐지? 그리고 무심코 내뻗은 손에 닿는 이 감촉은…….
나는 기겁을 하면서 덮고 있던 이불을 홀라당 뒤집었다.
“허억! 아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이불을 들어내고 보니 어느새 들어왔는지 조핀이 내 품 안에서 자고 있었다. 내 가슴에 척 손바닥을 올려놓은 채 말이지.
내가 무심결에 잡은 건 조핀의 볼이었다.
젠장! 말랑말랑하기가 마시멜로보다 더하다 싶더니만 미소년의 볼따구니였던 거냐.
“후후훗! 잠이 안 와서요…….”
조핀은 교태를 부리는지 응석을 부리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귀여운 척하면서 말했다. 그러고선 기습적으로 다시 내 품을 파고들려고 했다.
난 소름 끼치는 오한을 느끼며 버럭 소리쳤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난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못 잔다고 했잖습니까! 당장 조핀 님 방으로 돌아가서 주무세욧!”
“이잉……. 혼자 자면 무서워서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