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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33화)
Part 3.무적의 시종장!(3)


“우후훗! 이것들이 제법 깡 있는 척하네? 우영 형님,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나한테 묻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해라. 좌우간 자백만 받아 내면 된다.”
“뭐라고? 우영, 그러면 평소에 하던 그 잔인한 고문을 하겠다는 소리냐? 산 채로 배를 가르고 순대를 끄집어내서 거기에다 소금을 뿌려 가지고 까마귀들이 먹어 치우게 하는 그 잔인한 고민을. 쉬익! 저번에 볼 때는 그거 너무 끔찍했다. 쉬익! 산 채로 순대를 쪼아 먹히는 녀석들이 질러 대는 그 처절한 비명이라니!”
란슬링이 그 공포스런 초록색 타액을 사방팔방으로 마구 튀기며 구라를 쳐 대자 묶여 있던 복면 괴한들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란슬링이 노랗게 번들거리는 두 눈을 희번덕거리는 모습도 그렇고, 염산 같은 타액이 마구 사방에 뿌려져서 치칙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것도 공포감 조성으론 아주 충분했다.
근데 란슬링 저놈, 복면 괴한들을 겁주려고 뻥치는 건 좋은데, 가만 듣고 있자니 내가 진짜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러자 다쓰가 다시 거기에 한발 더 나갔다.
“자, 그러면 슬슬 시작해 볼까? 거기 맨왼쪽 녀석부터 배 째는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자. 란슬링, 칼은 다 갈아 놨겠지? 빨랑 가져와라!”
“아악! 안 돼! 불겠습니다. 다 말할 테니 제발!”
“그래? 그럼 어디 털어놔 봐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뭐야? 그냥 우리 돈을 노린 거라고?”
“네……. 저, 물론 다른 값나가는 물건들도…….”
쭈뼛거리며 두 녀석이 말하는데 암만 봐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제대로 다 털어놓지 않는 것 같은데 그냥 배 째서 순대 꺼내 놓은 상태에서 물어보는 게 낫겠군. 야, 다쓰!”
“예! 칼도 다 갈아 놨고 소금도 준비되었습니다!”
“아악! 아닙니다. 불겠습니다. 다 불겠습니다!”
내가 으름장을 놓고 다쓰가 투핸디드 소드를 들어 보이자 녀석들은 기겁하며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뭐? 우리가 지닌 무기를 다 빼앗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네, 착수금으로 1백 골드 받았거든요. 성공하면 2백 골드 더 받기로 하고요. 물론 여러분들한테서 턴 돈이나 귀금속은 우리가 가지는 걸로 하고 말이죠. 그냥 여러분의 무기만 빼앗아서 가져다주면 된다고 해서…….”
으음……. 그렇단 말이지.
우리 무기라…….
사실 란슬링이나 다쓰의 무기는 별반 특별한 건 아니다. 근데 내 메이스는 차원이 다르지. 그렇다면 이것들한테 의뢰한 자는 분명 내 메이스를 노렸다는 거로군.
굳이 내가 가진 젤라즈니의 메이스를 빼앗아 달라고 무기 이름을 말하지 않은 건 자기 정체를 숨기려는 속셈이겠지.
그러나 누구 소행인지 뻔히 짐작이 간다. 어디 두고 보자!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이것들 처리부터 해야겠다.
“내놔!”
“네? 내놓으라니 뭘 말입니까?”
“니들이 의뢰인한테 받은 그 1백 골드 내놓으라고! 아울러 니들이 그밖에 지닌 돈과 숏 소드 다 내놓고 입고 있는 갑옷도 모두 벗어라. 감히 우릴 털려고 한 대가다. 그리고 그 다음은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거다. 알겠냐?”
“…….”
‘말 안 들으면 그냥 배만 째 주면 되지’라는 투로 협박하자 강도 떼들은 지니고 있던 돈과 무기, 갑옷과 부츠까지 다 벗어 놓고 거시기만 가린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주해 버렸다.
강도 떼가 도리어 강도를 당한 셈인 거지. 가만……. 그러면 내가 강도가 된 건가?
뭔가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띠링하고 음향이 울리며 창이 떴다.

공갈 협박 스킬이 50으로 늘었다.
평범한 백성도 아니고 강도들을 공갈 협박해서 금품과 의복, 무기까지 갈취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 보상으로 40점을 단번에 획득했다.
충고 : 점수가 200점을 돌파하면 말없이 인상만 써도 웬만한 상대는 당신의 공갈 협박에 굴복하게 될 거다.

젠장…….
그냥 날 털려던 놈들을 정당방위 차원에서 막고 정신적 충격의 피해 배상 차원에서 돈과 옷, 무기를 넘겨받은 것뿐이구만. 공갈 협박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니.
어쨌거나 애초에 직업을 잘못 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내가 갈취한……이 아니고 배상으로 건네받은 갑옷과 부츠, 무기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확인이나 해 봐야겠다.
어디 보자……. 돈은 1백 골드 외에도 이것저것 다 합해서 23골드 50실버로군. 당분간 여행 경비로 쓰기엔 충분할 것 같다. 아니지 당분간은 조핀한테 빈대 붙고 이건 저금해 두는 게 좋겠다.
그리고 20점에 달하는 갑옷과 롱 소드, 그리고 부츠인가?

- 스터디드 레더 아머 -
분류 : 갑옷 등급 : 2
방어력 : 10/20 내구력 : 30/40
가격 : 2골드 50실버
설명 : 레더 아머에 리벳을 덧대어서 방어력을 강화한 갑옷이다. 이 갑옷에 붙어 있는 많은 리벳 덕분에 방어력이 레더 아머에 비해서 한층 향상된 갑옷이다. 단 매직 아이템 이상의 무기에 대한 방어력은 장담할 수 없다.

- 롱 소드 -
분류 : 무기 등급 : 3
공격력 : 15 내구력 : 20/60
가격 : 5골드
설명 : 돈이 있으면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다. 최소한 돈값 만큼은 하는 무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낡은 부츠 -
분 류 : 부츠 등급 : 1
방어력 : 3/5 내구력 : 5/30
가격 : 10실버
설명 : 안 신고 맨발로 다니는 것보다는 아주 약간 나은 정도로 낡고 더러운 부츠. 신고 다닌 인간들이 하도 관리를 허술하게 해서 악취가 진동한다. 오래 신고 다니면 무좀에 걸릴지도 모른다.

어디 보자. 100실버가 1골드니까, 다 합쳐서 얼마냐?
스터디드 레더 아머가 모두 50골드, 롱 소드가 모두 100골드, 부츠가 모두 2골드인가?
이놈의 부츠부터 빨리 팔아 치워야겠군. 꾀죄죄하고 냄새가 나는 게 인벤토리에 집어넣기도 찝찝하니까.
짜식들 강도 떼답게 부츠까지 꾀죄죄한 걸 신고 다니냐.
어쨌거나 강도 떼들에게 강탈한……이 아니고 보상으로 받은 돈까지 합치니 모두 다 합쳐서 대략 173골드의 돈이 생긴 거다.
그러고 보니 강도 짓도 성실 근면하게 하면 제법 짭짤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수 없게 우리 같은 파티를 만나는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크흐흐흐흐흣!



Part 4.뜻밖의 상황(1)


“이곳이 비기닝 시티야? 평민들이 사는 동네치곤 제법 근사하네?”
목적지인 비기닝 시티에 도착하자, 이사도라가 분수대가 있는 중앙 광장을 지나치면서 하는 소리였다.
명색이 귀족이면 뭐하냐. 촌구석에서 처박혀 살다가 도시로 나왔으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훗! 이사도라. 너 여기 놀러 온 거 아니다. 결혼하러 온 거니까 그거 잊으면 안 된단 말이지.”
“흥, 누가 그걸 모른대?”
내가 이 여행의 목적을 새삼 각인시켜 주자 이사도라는 샐쭉한 표정이 되었다. 결혼보다도 여기서 마음껏 활개치며 날라리 행각을 펼치고 싶은 니 속마음을 내가 모를 줄 아냐. 행여 중간으로 새기 전에 이 비행 소녀를 빨리 미라쥬 길마 로저한테 넘겨야겠다. 인계하고 난 다음에야 뭘 하고 다니든 전혀 내 책임이 아니니까.
근데 어째 좀 꺼림칙하네. 친밀도 창이 떠오른 걸 봐선 이사도라가 꽤 비중 있는 NPC라는 건데 그렇다면 쉽사리 인연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단 말이니까.
미라쥬 길드에 넘겨줘서 더 볼일이 안 생기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관계가 더 소원해지지 않게 잘해 줘야 할지도 모르겠군.
쩝, 현실도 그렇지만 이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도 역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캐릭이라도 무시할 수만도 없으니 말이지.
“쉬익! 우영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거리 분위기가 저번과 좀 다른 것 같은데…….”
란슬링의 말에 나는 그제야 거리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행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 같고 어딘가 불안한 기색들이다.
그리고 레더 아머나 스터디드 레더 아머를 입고 검은 후드를 쓴 채로 크로스 보우나 숏 소드로 무장한 녀석들이 몇 명씩 무리지어 거리를 재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게 간혹 눈에 띄었다.
뒷골목 쪽에서는 간혹 칼 부딪치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에다가 욕설 퍼붓는 소리와 비명도 들리고 말이지.
조핀은 그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도둑 길드 소속의 도둑들 같은데요? 우영 님, 이 비기닝 시티에는 도둑 길드가 모두 몇 개나 있습니까?”
“네 개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강 길드가 바로 미라쥬 길드지.
조핀은 천진난만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자면 저런 모습들은 길드 간에 무력 충돌이 있을 때의 상황 같습니다만.”
응? 이게 무슨 소리야? 길드 간에 무력 충돌이 있다고?
그럼 길드전이란 말인가?
설마…….
만약 그렇다면 그럼 미라쥬 길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영 형님, 서둘러 미라쥬 길드로 가 봐야 되지 않을까요? 길드전이 벌어졌는데 최강 길드만 조용할 리는 없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다쓰가 내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는군.
“네 말이 맞다. 어서 가 보자.”
근데 우리들이 걸음을 서두려는 순간 한 인영이 불현듯 앞을 막아섰다.
“잠깐만요!”
“아니, 당신은?”
이거 미라쥬 길드의 정문을 지키던 경비병 아냐?
“휴, 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길이 어긋나면 어쩌나 걱정하던 중이었습니다. 오, 이분이 우리 길마님과 결혼하실 이사도라 님이신가요?”
“그건 맞는데 좌우간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당신은 왜 길드 정문을 안 지키고 여기서 우리를 맞고 있는 겁니까? 미라쥬 길드는 너무 막강해서 길드전이 벌어져도 지킬 필요도 없어서 그런 건가?”
“그렇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내 말에 경비병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을 섰다.
우리들은 그 뒤를 따라 쫄랑쫄랑 비기닝 시티의 뒷골목을 배회한 끝에 어두침침한 뒷골목의 한 건물로 들어갔다.
이중문을 두 번을 더 들어가서야 널따란 실내가 나타났다.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누가 벼락같이 나를 덮쳤다.
“암습이다. 쉬익!”
“우영 님, 피하세요!”
“허억!”
“흑흑! 우영 니∼임!”
제기……. 파티원들은 어떤 어쌔신이 나를 기습한 줄 안 모양이었다.
모두 놀라서 무기를 하나씩 꺼내 든 꼴이 말이지. 하지만 난 짐작하고 있던 터라 별로 크게 놀라진 않았다. 이미 한번 당해 본 일이니까.
성성이를 닮은 로저는 나를 와락 껴안은 채 참새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째서 몬스터가 달려들어 우영 님을 껴안고 우는 거죠? 우영 님이 조교한 몬스터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