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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36화)
Part 4.뜻밖의 상황(4)
짝짝짝짝짝!
내가 앞으로 나서며 요란스레 박수를 치자 그걸 신호로 다쓰, 란슬링, 조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물론 사전에 짠 각본대로의 연출이었다.
그러자 이어서 간부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염이라도 된 듯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사도라의 무력시위에 압도당한 거다. 저 정도로 박력 있는 여자가 길마라면 길드전에서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그들의 표정에 어른거렸다.
크흐흐흐흣!
이사도라가 멋모르고 길마하겠다고 나섰을 때, 내가 적절히 코치해 준 게 모두 맞아떨어졌다.
역시 사람은 강하게 나갈 찬스에선 머뭇거려선 안 되는 거다.
실내는 간부들의 박수와 함성, 상대 길드를 모두 타도하고 반드시 길드전의 승자가 되자는 열기로 들끓었다.
방금 전의 공포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이지.
이게 다 나의 치밀한 사전 각본과 이사도라가 거기에 잘 따라 준 결과다.
띠링!
설명 창이 떠올랐다.
잔머리 스킬이 50점 올랐다.
이사도라를 부추겨 미라쥬 길드의 전권을 장악하게 한 당신의 계획이 성공해서 잔머리 스킬 점수가 50점으로 올랐다. 직접 움직이지 않고 남을 움직여 목적을 달성하면 잔머리 스킬은 늘어난다.
Part 5.광란의 스토커로 전직하다(1)
“이제부터 본격적인 길드전이로군요.”
“그, 그렇죠. 길드전입니다.”
이사도라가 카타나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짚은 채,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표정으로 말하자 로저도 떨떠름하게 맞장구를 쳤다.
임시 피난처의 건물 안에서는 우리 파티와 로저, 이사도라, 그리고 미라쥬 길드의 간부 몇 명이 모여 작전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피비린내 나는 칼부림과 우리의 박수 선동에 의해서 이사도라가 미라쥬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의 자리에 오른 지 하루가 지났다.
왜 길마가 아니고 길마 권한대행이냐고? 단번에 길드 마스터로 밀어붙이려니 아무래도 간부들의 저항이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일단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으로 미라쥬 길드를 움직이고 길드전에서 승리하면 그때 만장일치로 길드 마스터로 추대하자’는 것이었다.
그 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사실 그만한 공을 세우면 길마 자격을 줘야 한다는 건 누가 생각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니까.
그건 그렇고 간이고 쓸개고 길마 자리고 간에 이사도라에게 다 내주고 간부들에게 욕을 들입다 먹은 로저는 조금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사도라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입이 벙실거렸다. 아마 이사도라와의 결혼에 비하면 미라쥬 길드 마스터 자리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쩝……. 니가 아무리 몬스터화된 인간이라고 해도 그렇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더냐?
뭐, 어쨌거나 좋다. 기필코 길드전을 승리로 이끌어 이사도라가 이 몬스터……는 아니고 몬스터하고 막상막하인 로저하고 결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받아서 재경이 놈을 찾지.
가만있어라. 근데 내가 얘네들 길드전에 끼어들겠다고 자청해서 나서긴 좀 근데…….
그러면 퀘스트 생성이 안 되잖냐고.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이사도라는 슬쩍 나를 보더니 물었다.
“당신들도 도와줄 거지?”
“응?”
“안 도와줄 거야?”
“무슨 말이냐, 이사도라? 길드전에 우리 파티가 함께 싸워 주기를 바라는 건가? 그건 미라쥬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으로서의 정식 요청인가?”
내가 무게를 잡으며 진지하게 묻자 이사도라도 그제야 감 잡았는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미라쥬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으로서 요청하겠어. 우영의 파티가 우리를 도와 길드전을 승리로 이끌어 주었으면 해.”
띠링!
이사도라의 말이 끝나자, 음향과 함께 퀘스트 생성을 알리는 창이 떴다.
- 미라쥬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 이사도라를 도와 길드전을 승리로 이끌어라!-
이사도라는 니가 길드전에 참여해서 미라쥬 길드를 최종 승자가 되게 해 주길 바라고 있다. 어차피 미라쥬 길드가 패망하면 앞선 결혼 퀘스트도 실패다. 밑져야 본전이니 박 터지게 한번 싸워 보든가.
보상 1 : 미라쥬 길드의 매달 영업 순이익의 5%를 영구적으로 상납받는다. 단 길드 마스터 자리를 이사도라가 계속 차지하고 있을 경우에만 지급될 거다.
보상 2 : 미라쥬 길드의 보물 창고에 있는 것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걸로 2개를 골라 가질 수 있다.
보상 3 : 도움이 필요할 때 미라쥬 길마 이사도라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80%로 높아진다.
제한사항 : 미라쥬 길드 마스터가 이사도라일 경우에 한해서만 이 보상은 이행된다.
우웃!
이거 보상이 빵빵한 걸?
어차피 내 입장에선 싫어도 안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다.
설명 창의 해설대로 미라쥬 길드가 길드전에서 패하면 결혼 퀘스트가 실패하고 재경이의 행적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지니까.
근데 이사도라가 먼저 요청해서 퀘스트가 생성되게 하니까 이런 빵빵한 보상까지 만들어지는군.
후후후후훗!
미라쥬 길드의 영업 순이익의 5%라…….
“저. 로저 님?”
“네, 왜 그러십니까, 우영 님.”
“실례인진 알겠는데……. 미라쥬 길드의 한 달 영업 순이익이 얼마쯤 됩니까?”
“갑자기 그건 왜요?”
“네? 아니, 저 그게……. 그냥 좀 궁금해서요. 최강 길드라는 미라쥬 길드의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가 해서 말이죠.”
내 말에 뭔가 미심쩍은 표정이던 로저는 마지못한 듯 답해 주었다.
“영업 순이익이면 우리 길드 활동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전부 제하고, 조직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모든 간부와 길드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제외한 돈이거든요. 대략 평균 잡아 한 달에 사천 골드쯤 됩니다.”
“음……. 그렇군요.”
4천 골드의 5%면 2백 골드로군.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한 달 동안 쓸 경비로는 짭짤하구만.
중요한 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매달 내 지갑 속으로 들어온다는 거지.
물론 그전에 재경이를 구해 내면 큰 의미는 없게 되겠지만 말이다. 내가 재경이를 구해 낸 다음에도 회사에 안 나가고 이 게임만 할 순 없는 거니까.
어쨌건 우리 파티의 참여가 결정되자 이윽고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다 아시는 대로 랭킹 2위 카오스, 3위 빛나리, 4위 불사조 길드가 모두 손을 잡고 우리 미라쥬 길드를 다굴해서 숨통을 끊기 전의 상황이라 이거요. 우리가 자릿세 상납받는 도박장과 가게들, 유흥가, 주점에 술을 공급하는 양조장 등이 있는 구역을 저것들이 모두 접수해 버렸소. 어떻게든 우리는 이 상황을 반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린 모두 막장에 몰리게 된다니까. 아니, 벌써 막장에 반쯤 몸을 들이민 상태라고 해도 할 말 없지 뭐.”
“…….”
간부1이 투덜거리며 브리핑을 끝내자 실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간부1의 브리핑하는 태도가 예의는 없었지만 아무도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사실 지금 미라쥬 길드의 상황이 천 길 낭떠러지 끝까지 몰린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깐.
이사도라는 슬쩍 로저를 바라봤다. 좋은 수가 없냐고 묻는 거였다.
황홀한 표정으로 이사도라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로저는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더니 먼 산을 쳐다보았다.
저 인간은 이사도라가 여기 온 다음부터 계속 저러네. 니 약혼자 얼굴에 빵꾸날까 봐 겁난다 인간아.
그리고 저 인간에게 물어본 이사도라 너도 한심하구만. 남자는 모름지기…….
엇! 아니, 근데 이번엔 왜 날 보냐?
“우영, 뭐 좋은 수가 없을까? 지금 이대로는 우리 미라쥬 길드원의 수가 너무 적어. 길드가 존망의 위기에 처하니까 몸을 뺀 길드원도 많고 말이지. 이대로 빛나리, 카오스, 불사조 길드 연합세력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갑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유저들이야 죽어도 다시 부활하면 되지만) 맞짱 뜨려고 해도 전력의 차이가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엄두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미라쥬 길드와 길드 연합 세력의 전력 차는 6 대 1 정도로 너무 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원래 여명의 빛이 찾아오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 머리를 굴리고 굴려 묘안을 찾노라면 다 방법이 있기 마련이지.
“확실히 이 상태로 적들과 맞짱 뜨는 건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 들이미는 거지. 우리가 약하고 적이 강하면 문제는 간단해. 적을 약하게 만들면 되는 거야. 그럼 서로의 조건이 비슷해지겠지.”
“적을 약하게 한다고?”
“훗! 놈들은 연합 세력이고 이익에 눈이 먼 도둑 길드 아닌가? 그럼 분열시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군대도 아니고 말이지.”
“근데요, 이익에 눈 먼 도둑 길드인 건 우리도 마찬가집니다만.”
“…….”
아무 생각 없이 이사도라 얼굴만 감상하던 주제에 로저가 한마디 던지자 모두가 눈총을 주었다. 로저는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고 딴전을 피웠다.
그러게 입 닥치고 이사도라 얼굴에 눈으로 빵꾸 내기 작업이나 계속하고 있을 거지 말이야!
“어쨌거나 그럼 우영한테 좋은 묘안이 있다는 얘기지?”
이사도라가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후후후훗!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아주 멋지게 이 불리한 판세를 뒤엎을 계획이 있으니까 나만 믿으라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자 모두들 나를 존경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쩝! 이거 부답스럽구만. 사기 진작 차원에서 큰소리 한번 쳐 본 거였는데.
물론 묘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히든 카드도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러나 다분히 운이 따라와 줘야 하는 거라서 무조건 성공을 장담하긴 무리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문지기 녀석이 들어와서 말했다.
“저……. 어떤 방문객이 우영 님을 찾아오셨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뭣! 아니,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다는 거요? 혹시 길드 연합 측에서 보낸 스파이 아냐?”
다쓰가 투핸디드 소드에 손을 얹으며 말하자 수문장은 웬일인지 실실 쪼개며 말을 이었다.
“우영 님을 아주 잘 아는 분이라고 하시던데요? 사실은 길거리에서 우영 님의 위치를 수소문하는 걸 우리 길드원들이 보고 은밀하게 데려온 겁니다. 아주 인상적으로 생긴 여자 엘프던데요?”
“여자 엘프?”
좌중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