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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37화)
Part 5.광란의 스토커로 전직하다(2)
인상적으로 생긴 여자 엘프란 말에 언제 저 인간이 미모의 엘프씩이나 사귀고 다녔을까 하는 시선이군.
특히 이사도라가 날 보는 시선이 샐쭉한 게 질투를 하는 눈치다.
이것아, 아무리 신랑감이 오우거하고 막상막하인 몬스터형 인간이라고 해도 그렇지, 결혼식을 앞둔 주제에 나한테 연애 감정이라도 품고 있었던 거냐? 아무리 니가 날라리라고 해도 그럼 못쓰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휴우……. 만나 봐야겠군.”
왜 한숨을 쉬냐고? 그 여자 엘프가 누군지 짐작이 되어서 그런다. 이 게임을 시작하면서 안면 있는 엘프는 딱 하나뿐이니깐.
문지기 녀석이 아주 인상적인 여자 엘프라고 말할 때,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간 걸 봐도 뻔하고.
“오, 우영 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반갑습니다. 하하하핫!”
“…….”
“걱정했는데 의외로 게임을 잘하시더라고요?”
“…….”
“제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라서 감탄했습니다. 하하하하.”
“…….”
“아니, 저 근데 어디 불편하십니까? 왜 한마디도 안 하세요?”
“저, 황 과장님, 여자 엘프 말고 다른 종족을 택해서 다니면 안 됩니까?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서…….”
“하하하하. 그것 때문에 그러셨군요. 아, 그래도 이 모습이 엄청 인상적이라서 꿈에 나오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두근해지기까지 한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도 외모 가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라서 은근히 자부심도 느끼고 있어서요. 하하하하.”
날 찾아온 사람은 예상했던 대로 이 게임 시작할 때 내 도우미 역할을 해 준 황태성 과장이었다. 엽기 엘프녀 코스프레는 여전한 상태였고 말이지.
어쨌거나 황 과장의 자화자찬에 나는 그냥 벙찌고 말았다.
뭐, 사람들이 꿈에 나오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칭찬을 한다고? 이 양반아, 당신 귀에는 그게 칭찬으로 들리냐? 꿈에 볼까 겁난단 소리구만.
쩝,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 어쩐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예, 다른 게 아니고 알려 드릴 사항이 있어서요.”
“뭔데요?”
“레벨이 올라서 전직을 하실 수 있는 상태인데 안 하셨더라고요? 아마 자세히 몰라서 선택을 망설이시는 것 같아서 도움을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음……. 전직이라. 아마 여관에서 조핀한테 시달려서 이 방 저 방 뛰어들며 맛이 갔을 때 설명 창이 떴었나 보다. 뭔가 뜨긴 떴던 것 같은데 졸리고 짜증나고 피곤해서 뭔 창이 떴는지 전혀 눈에 안 들어왔으니깐.
나는 설명 창을 불러보았다.
띠리링!
음향과 함께 설명 창이 떴다.
스토커 클래스 1단계, 광란의 스토커로 전직 하겠냐? (Y/N)
순간의 선택이 다년간의 므훗한 인생……. 아니, 게임 생을 보장할지 모른다. 앞으로 개고생하기 싫으면 잘 생각해서 선택해라.
제길, 간단하긴 하네. 이래서야 전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판단하란 거냐고!
내가 어리벙벙해하는 걸 본 황 과장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판단이 힘드시죠? 그래서 제가 설명을 해 드리려고 온 겁니다. 사실 운영진이 전직에 대한 설명을 유저에게 하는 건 금지 사항이지만 우영 님은 아무래도 특별 대우를 해 드려야 할 유저시라서…….”
그러니까 생색을 내려고 일부러 이렇게 왔다 그거구만. 어쨌거나 일단 들어 보긴 해야겠다.
설명 창에 나온 말 그대로 전직을 잘못하면 게임 생활이 개고생이 되는 건 순식간일 테니까.
“스토커 클래스는 4단계까지 전직이 가능합니다. 마지막 4단계가 스토커 클래스의 최종 진화형 스토킹 마스터입니다. 특정인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는 아무래도 스토커 클래스가 유리하죠. 그러니 최종 진화형인 스토킹 마스터가 되면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겁니다.”
“음……. 4단계가 스토킹 마스터라……. 1단계 전직이 광란의 스토커면 2단계 3단계 전직은 어떤 이름이죠?”
“그건 나중에 한번 직접 레벨업하셔서 알아보세요. 지금 미리 알면 재미가 덜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전직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간단하죠. 아예 스토커 클래스를 떠나서 다른 직업을 선택하실 수밖에요.”
“…….”
음……. 그거 곤란하군. 이 스토커란 직업이 엄청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직업으로 바꾸자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내가 이 게임을 하는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재경이 찾아내기! 그렇다면 스토커라는 직업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충 결심을 굳힌 나는 슬쩍 물었다.
“광란의 스토커로 전직하면 새로 생기는 스킬도 있겠죠?”
“흐흐, 그거 사실은 미리 알려 드리면 안 되는 건데…….”
잔뜩 생색을 낸 다음에 황 과장은 말을 이었다.
“스텔스, 함정 탐지, 자물쇠 따기 등이 있습니다.”
“거 어째 이름만 들어도 양지를 지양하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선호할 스킬들이란 느낌이 팍팍 드네요?”
“그래서 전직 안 하실려구요?”
“아뇨, 천만에요. 할 겁니다, 하구 말구요! 아, 재경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음지 아니라 어두컴컴한 우주 공간에라도 뛰어들고, 스토커 아니라 스토커 할아버지라도 할 겁니다!”
고개를 갸웃하며 황 과장이 묻자 나는 서슴없이 Y를 눌러 ‘광란의 스토커’로의 전직을 선택했다.
띠링!
음향과 함께 창이 열렸다.
이름 : 우영
직업 : 광란의 스토커
레벨 : 50
명성 : 10 지식 : 15
힘 : 80 체력 : 40
민첩 : 35 행운 : 20
지혜 : 40 매력 : 80
HP : 135 MP : 70
스텔스 : 20
자물쇠 따기 : 30
함정 탐지 : 25
공갈 협박 : 10
잔머리 : 10
무전취식 : 10
무기 수리 : 50
메이스 사용 : 160
직업이 스토커에서 광란의 스토커로 바뀌었다.
좀 심란하긴 하군. 그냥 스토커라고 해도 범죄스러운 이미지인데 광란의 스토커라니……. 어쩐지 단순한 범죄자에서 구제 불능의 범죄자로 격상된 느낌이구만.
어쨌거나 전직하니까 좋긴 하군. 각 스탯들이 제법 상승했으니까. 그리고 스킬 창에는 새로운 스킬 스텔스, 자물쇠 따기, 함정 탐지가 생성되어 있었다.
나는 하나씩 눌러서 스킬의 설명을 보았다.
스토커 클래스 2단계 광란의 스토커 전용 스킬인 스텔스 스킬이 생성되었다.
스텔스 스킬은 몸을 투명화해서 인간이나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는 스킬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투명화의 정도와 지속 시간은 짧고 높을수록 그 반대로 늘어난다.
좋다고 이상한 짓을 하는데 남용하면 악명과 공적치가 늘어나는 건 순식간이니까 작작 사용하는 게 좋을 거다.
아, 거참 좋은 스킬이구만. 아직은 20점으로 스킬 점수가 낮아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다음으로 자물쇠 따기 스킬의 설명이었다.
스토커 클래스 2단계 광란의 스토커 전용 스킬, 자물쇠 따기가 생성되었다.
자물쇠 따기는 남의 집 대문, 금고, 보물 상자 등등 가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자물쇠도 따게 해 줄 거다. 단 마법으로 봉인된 문이나 상자는 스킬 점수가 높아야 열어 볼 엄두를 낼 수 있을 거다.
이것도 역시나 범죄 성향이 짙은 스킬이다. 마법의 언락 주문과 비슷하지만 내가 손대는 즉시 따지니까 훨씬 신속하고 편하구만.
마지막으로 함정 탐지 스킬이었다.
스토커 클래스 2단계 광란의 스토커 전용 스킬, 함정 탐지 스킬이 생성되었다.
실내나 던전 그 어떤 곳이든 몰래 설치된 트랩을 이 스킬을 이용해서 탐지할 수 있다. 단 탐지만 하는 거지 함정을 해체까지 해 주는 건 아니니까 알아서 해라.
이것도 꽤 유용하겠군. 재수 없게 트랩을 건드려서 사망하는 불상사를 막아 주는 좋은 스킬 같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경쾌한 음향과 함께 창이 열렸다.
황 과장이 싱긋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광란의 스토커 전직에 따른 보너스 창입니다. 한번 보세요.”
음, 보너스도 있단 말이지.
- 광란의 스토커 보너스 창 -
1. 어두운 실내나 어두운 밤에 활동할 시에는 민첩성과 행운 스탯에 15점이 추가된다. 물론 햇볕 들고 밝은 곳에서는 해당 사항 없고.
2. 스토커 클래스가 이용 가능한 모든 아이템의 능력치를 8% 더 상승시켜서 사용할 수 있다.
3. 도둑, 어쌔신, 거지, 깡패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친밀도가 지금보다 10% 늘어날 거다. 귀족이나 성직자, 왕족 등의 사람들과 접촉할 땐 그 반대가 된다는 것도 잊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제기, 다 좋은데 맨 마지막은 보너스가 아니라 페널티잖아?
좀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지. 좋은 것만 모두 다 선택해서 할 수 있다면야 게임 세계의 밸런스가 유지될 턱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그런대로 나쁘진 않은 것 같군.
“어떻습니까? 괜찮으시죠?”
황 과장의 질문에 난 삐딱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황 과장님, 사실은 황 과장님을 만나면 따지려고 하던 일이 있거든요?”
“따지다뇨? 아니, 제가 우영 님께 무슨 잘못한 일이라도 있는지요?”
나의 질문에 황 과장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는 차가운 음성으로 쏘아붙였다.
“훗! 이거 왜 이러세요. 강도들을 시켜서……. 사실 강도라고 하기에는 꽤 허접한 녀석들이긴 했지만 좌우간 그놈들을 시켜서 우리 파티를 기습했잖습니까. 내 메이스를 빼앗으려고요.”
내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 황 과장은 입을 떡 벌리더니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도를 시켜서 메이스를 빼앗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아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아, 그런 무리수를 써서 우영 님 메이스를 빼앗을 바에야 차라리 우영 님 계정을 중지시켜 버리는 게 더 간단하죠!”
그의 말에 나는 ‘그러면 내가 재경이 일을 언론에 까발릴 테니까 그걸 못하고 강도들을 보낸 거 아뇨!’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황 과장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그 강도들을 사주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쩝, 그럼 누구지? 황 과장의 윗선에 있는 왁슨의 누구던가, 아니면 게임 속에서 내 메이스를 탐내고 있는 유저나 NPC일 수도 있다는 건데…….
“알겠습니다. 그냥 한번 해 본 소립니다. 나한테 이 메이스가 얼마나 소중한진 잘 아시죠? 근데 이걸 노리는 놈들이 나타나 제 신경이 예민해져서 쓸데없는 소리를 해 버렸네요. 미안합니다.”
“아, 네 이해합니다. 조카분을 찾으려고 직장까지도 잠시 그만두시고 게임에 뛰어드셨으니 그럴 법도 하죠.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밖까지 배웅하진 않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여긴 비밀 거점이라 조심스러워서요.”
황 과장은 인사를 하고 예의 그 분홍빛 팬티를 나폴거리는 짧은 치마를 선보이면서 사라졌다.
음, 또 트라우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