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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40화)
Part 6.당근과 채찍(3)


“네, 이게 모두 다 조핀 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후후훗!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
“에이∼ 농담인데 뭘 그리 노려보고 그러세요?”
“하하, 노려보는 거 아닌데요. 그리고 농담이라니 그 무슨 말씀. 오늘 성공은 조핀 님 덕분인 거 맞습니다. 조핀 님이 블루 울프 기사단을 대기시켜 주시지 않았다면 빛나리 길마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걸요.”
블루 울프 기사단!
그렇다. 이 서른 명의 기사들은 블루 울프 기사단이었다.
마토스 왕국 최강 기사단인 이들이 어디서 솟아났느냐고?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조핀의 행동이 좀 이상하더라고. 뭔가 이상한 표식을 슬쩍 남겨 놓는다던가 은밀하게 마주치는 사람과 접촉하는 기색도 보이고 말이지.
알고 보니 각지에 흩어진 블루 울프 기사단을 소집한다는 신호를 남기는 거였다.
모르는 척하면서 보고 있자니 차츰 조핀의 근처에서 어른거리는 블루 울프 기사단의 숫자가 늘어 가더라고. 그리고 몇 명은 사라지기도 하고.
마토스의 투르펜 국왕 일행에게로 보내거나 다른 임무를 주는 거였겠지.
좌우간 조핀의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명령을 기다리는 블루 울프 기사단의 숫자는 대략 30명 정도라는 걸 알아냈다. 전체 기사단의 숫자는 분명히 더 많겠지만.
그래서 난 조핀에게 블루 울프 기사단을 좀 써먹자는 부탁을 했고, 조핀은 흔쾌히 응해 준 거다.
마토스 왕국 소속인 블루 울프 기사단인 걸 안 들키게 하려고 청색 망토를 검은색으로 바꾸는 등, 갑옷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수고를 해야 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그리고 조핀이 내 부탁을 들어준 건, 공짜가 아닌 요구 조건이 있긴 했지만…….
“후후후후훗! 우영 님?”
“네? 왜 그렇게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듯이 웃으십니까, 조핀 님?”
“약속한 거 지키실 거죠?”
“약속이라뇨?”
“아이잉! 블루 울프 기사단을 빌려 드리면 저랑 같이 한 침대에서 자겠다고 하셨잖아요!”
“…….”
“…….”
조핀은 마치 투정 부리는 어린애처럼, 앙증맞게 몸을 뒤틀면서 불평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란슬링과 다쓰의 표정이 싸악 바뀌었다.
“헉! 우영 형님. 우영 형님이 조핀 님과 동침을 한다니, 전 정말 몰랐습니다. 설마……. 설마 형님이 그런 끔찍한 변태였을 줄이야!”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쉬익! 여자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남자를, 그것도 어른도 아니고 조핀 같은 어린애까지 건드리냐. 쉬익! 우영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나가서 바위에 머리 처박고 죽어 버려라! 아니면 접시 물에 코 처박고 죽든가. 쉬익!”
아니, 근데 이것들이 듣자 듣자 하니까!
미라쥬 길드에 돌아온 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잠시 내버려 뒀더니, 다시 군기가 빠져 가지고 지랄들을 떨고 자빠졌네.
“이것들아, 니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앉았길래 그런 불순하고 저질스런 상상력만 발달했냐. 귀 닦고 잘 들어라. 내가 조핀 님하고 같이 잔다는 건, 독방을 쓰는 조핀 님이 밤에 귀신이 나올까 봐 무서워서 내 방에 와서 침대만 같이 쓴다 그 말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 뜻도 없는 거야! 그렇죠, 조핀 님?”
그렇게 두 녀석에게 쏘아붙인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조핀에게 물었다.
눈은 웃음지었지만 이는 악물면서, 다른 이상한 대답을 하면 나도 안 참는다는 표시를 하면서 말이지.
“아……. 네? 네,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밤에 혼자 있으면 귀신 나올까 봐 무서우니까요. 헤헤헤헤.”
조핀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동의를 표했으나 다쓰와 란슬링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마흔다섯이나 먹은 중년 아저씨가 그렇다고 하면 그냥 믿으란 말이다, 이 변태 속옷 마니아하고 도마뱀 대가리 짜식들아!
뭐, 사실은 나도 전혀 안 믿는다만……. 어째 오늘 밤은 무척 심란할 것 같다…….

* * *

끼이익!
미라쥬 길드 비밀 거점에 돌아와 자정이 가까운 시각, 내 방문이 열리더니 조핀이 모습을 나타냈다.
뽀송뽀송하고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한 볼에 홍조를 가득 띠운 채, 잠옷 차림으로 베개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남들이 보면 귀여워서, 단 하루만이라도 내 아들이나 동생하자고 달려들어 볼따구니에 뽀뽀 세례를 퍼부을 만큼 앙증맞구만.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 모습에 안 속는다, 이 엉큼한 변태 중년 같으니!
“헤헤헤! 우영 님, 저 왔어요∼”
“후후후, 조핀 님 오셨습니까? 그럼 어서 침대로 올라오시지 왜 그러고 계십니까?”
내가 유들유들 웃으며 침대를 가리키자 조핀은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이렇게 흔쾌히 침대로 올라오라고 권할 줄은 몰랐나 보다.
그러나 이윽고 결심한 듯 조핀은 성큼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어린애가 응석 부리듯 내 품으로 파고들려고 하는 순간.
“잠깐!”
“아니, 우영 님. 왜 그러세요?”
“후후후후, 조핀 님. 저하고 약속할 때 제가 말씀 드렸죠? 내 방 침대에서 같이 자되, 침대 위에서는 전적으로 제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고요. 그랬더니 조핀 님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셨죠?”
“그럼요. 물론 기억하죠. 침대 위에서는 우영 님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요∼”
“그럼 눈 감고 얌전히 누워 보시겠습니까?”
내 말에 조핀은 마치 첫날밤의 새색시처럼 두 볼을 발그레 붉히더니 두 눈을 감고 얌전히 누웠다.
얼굴에 손을 휘휘 저어서 두 눈을 확실히 감은 걸 확인한 나는 침대 밑에서 준비해 둔 걸 꺼내서 조핀에게로 가져갔다.
잠시 뒤 조핀의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음……. 하악! 우영 님, 그건 좀……. 아니, 너무 세요! 하악! 하악! 하아아악!”
“…….”
남들이 들었다간 상당히 요상한 오해를 할 소리들이 조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는 간간이 들리는 조핀의 비명과 신음 소리를 무시하며 묵묵히 예정된 작업을 수행했다.
한 이십 분쯤 지나자 작업이 다 끝났다.
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우! 모두 다 끝났습니다, 조핀 님. 이제부터 잠잘 준비는 다 끝났거든요. 안녕히 주무세요. 저도 자겠습니다.”
“허억! 아니, 이게 뭐야! 우영 님, 지금 제 몸에 뭘 하신 겁니까아∼ 이게 뭐냐구요옷! 이러시면 약속이 다르잖냐구욧!”
조핀은 온몸을 뒤틀고 바동거리면서 야속하다는 듯 마구 소리쳤다.
이 양반아, 내가 당신 몸에 하긴 뭘 했겠냐. 준비해 둔 밧줄로 군대에서 배운 포로 포박술을 당신한테 쓴 것뿐이구먼. 그냥 대충 묶는 게 아니고 목과 양손, 그리고 발목을 연결해서 완벽히 묶는 포박술이다. 한쪽을 움직이면 다른 쪽에 연결한 줄이 졸려서 몸의 운신을 완벽히 제한하는 포박술이지.
이 상태로는 잠자는 나한테 어떤 이상한 행동도 못할 거다.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할 거라 그 말이지.
이제야 마음 놓고 잘 수 있겠구만.
나는 바동거리며 항의하는 조핀을 향해 씨익 썩소를 날려 주었다.
“후후훗! 조핀 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애초의 약속에서 틀린 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잠을 한방 한 침대에서 자는 거 틀림없잖습니까? 조핀 님은 제가 침대에서 하자는 대로 순순히 협조를 잘 해 주셨고 말이죠. 우리 약속은 모두 완벽히 지켜졌습니다! 자,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이잉! 이러면 안 되는데! 이게 아닌데에∼∼! 아이이잉! 우영 님, 너무해요오오오오오!”
조핀의 앙증맞은 부르짖음을 자장가 삼아 나는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Part 7.간계(1)


“빛나리 길드를 끌어들였지만 우리와 적의 전력 차는 여전히 심합니다. 카오스 길드 총 천백 명, 불사조 길드 이백오십 명, 해서 길드 연합의 총병력은 천삼백오십 명입니다. 반면에 우리 미라쥬 길드는 백오십 명, 빛나리 길드는 삼백 명, 해서 길드 동맹의 총병력은 사백오십 명이구요. 빌어먹을…….”
간부1이 시무룩하니 보고를 마쳤다.
근데 저 인간은 기껏 애써 보고하고선 끝에 왜 ‘빌어먹을’이란 소릴 붙이는지 모르겠네. 누군 뭐 적보다 병력이 반에도 못 미치는 이 암담한 현실이 즐거워서 조용히 있는 줄 아나?
언제 날 한번 잡아서 손 좀 봐줘야겠구만. 물론 길마인 이사도라한테 미리 말한 다음에 해야겠지.
본격적인 길드전을 앞둔 작전 회의에서 우리 파티와 이사도라, 로저, 그밖에 주요 간부들은 어떻게 하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를 숙고하는 중이다. 참고로 말하면 카오스, 불사조는 길드 연합, 우리 미라쥬와 빛나리는 길드 동맹으로 부르기로 했다.
즉 길드 연합과 길드 동맹의 싸움인 셈이지.
좌우간 간부1의 말대로 전력 차가 너무 심하니 사기가 안 오르긴 한다. 그나마 납치에 공갈 협박 스킬까지 써 가며 빛나리 길드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는데도 이 지경이다.
나는 슬쩍 로저를 째려보았다.
이게 다 저 인간 때문이다. 미라쥬 길드가 잘 나갈 때 살림을 잘 꾸렸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사도라한테 빠져 가지고 길드 운영을 제대로 안 한 게 이런 사태를 부른 거다. 길드 연합이 공격해 오자 충성도가 떨어진 길드원들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지리멸렬하며 도주해 버리고 아지트까지 순식간에 빼앗겨 버렸으니까.
알고 보니 부길마인 세영이 혼자 어떻게든 길드 연합의 공세를 막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사로잡혀 버렸더라고.
띨띨한 인간 같으니!
“엇! 아니, 우영 님. 왜 저를 그렇게 빤히 보십니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닙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부인될 분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 태평함이 너무 부러워서 그럽니다.”
내 말에 좌중에선 킥킥 웃음소리가 나왔고 로저는 얼굴을 붉혔다.
나는 다시 간부1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블루 울프 기사단은 왜 우리 길드 동맹의 병력 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거요?”
“그건…….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만…….”
간부1은 쭈빗거리며 조핀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