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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42화)
Part 7.간계(3)


“훗! 정말 어이가 없어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군.”
길드원의 안내로 당통, 데이쓰와 마주앉은 인물. 즉 미라쥬 길드의 간부2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부르르 치를 떨었다. 자신이 당한 일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듯.
“미라쥬 길드의 간부셨다고요? 근데 어째서 우릴 찾아온 거죠? 미라쥬 길드는 더 볼 것도 없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까?”
데이쓰가 퉁명스레 말하자 미라쥬 길드의 간부2는 노골적으로 비웃는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데이쓰가 발끈했다.
“아니, 뭡니까? 그 표정은! 지금 여기가 당신이 놀던 미라쥬 길드인 줄 알아? 여긴 카오스 길드란 말이야!”
“이거 정말 어이가 없네. 난 당신들한테 도움을 주려고 온 사람인데 이렇게 마구 을러대도 되는 거야? 씨발, 뭐가 이래!”
“뭐가 어째! 어디서 욕지거리야!”
“아아, 둘 다 그만해요!”
간부2와 데이쓰의 언성이 높아지자 당통이 끼어들어 말렸다.
“좋소. 우리한테 줄 그 정보가 뭔지 들어 봅시다. 만약 시원찮은 거라면 우리도 대접을 해 드릴 순 없소.”
“흥, 당신들은 정말 미라쥬 길드가 완전히 끝장난 줄 아시오? 정말 그런 줄 알고 있다면 큰 착각이야! 지금 걔들이 모처에 숨어서 잔뜩 칼을 갈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간부2는 길드 연합에 공격당하고 도주한 미라쥬 길드의 잔당들이 임시 비밀 거점에 모여 있고 길마 로저가 사퇴했다는 것, 그리고 이사도라가 길마 권한대행으로 미라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살벌한 무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목을 한칼에 베어 버리는 짓을 했다는 것도.
“나 정말 치가 떨려서. 나도 게임 생활 오 년짼데 그런 수모를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그거요. 욕 한마디 했다고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내가 두 눈 퍼렇게 뜨고 있는데 번개같이 탁자 위를 뛰어와서 파리 잡듯 내 목을 베어 축구공처럼 굴러다니게 만들어? 아, 씨발! NPC라지만 뭐 그런 년이 다 있는지……. 내 언제 그년한테 뜨거운 맛을 보여 주고 말 거야!”
분에 못 이겨 펄펄 뛰는 간부2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으음……. 당신 말대로라면 지리멸렬한 미라쥬 길드는 그 이사도라라는 여자의 카리스마로 똘똘 뭉쳐서 다시 우리한테 칼을 갈고 있다는 이야기군. 당신은 그 여자한테 당한 수모를 복수하려고 우릴 찾아온 거고 말이지.”
“흥! 당신들 단단히 조심해야 할 거야. 어디서 굴러먹었는진 몰라도 어린 게 보통이 아니니까. 미라쥬 길드를 몰아냈다고 마음 푹 놓고 있다간 크게 뒤통수 맞을지 모른다고!”
“…….”
“…….”
간부2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은 비로소 심각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미라쥬 길드를 무너뜨린 승리감과 그로 인해 생긴 큰 이익에 도취되어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 좋습니다. 당신은 그냥 그 정보만 우리한테 알려 주려고 오신 겁니까?”
데이쓰의 말에 간부2는 쭈빗거렸다.
“그년한테 복수를 하려면 당신들한테 밀고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돈을 원하는 거요?”
피식 웃으며 데이쓰가 말하자 간부2는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이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 봐, 당연하잖아? 사실, 목적은 신임 미라쥬 길마한테 복수하는 거지만, 돈도 좀 주면 좋겠고……. 그리고 카오스 길드의 간부 자리 하나 주면 더 고맙겠고.”
그 말에 당통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으니 일단 나가 있으시죠. 우리들이 의논하고 결정을 할 테니까.”
“잘 좀 봐주슈. 내가 입은 좀 험해도 조직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놈이거든. 카오스 길드로서도 분명히 쓸모가 있을 거요.”
간부2가 나가자 데이쓰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흥, 조직을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놈이 밀고질이나 하고 돌아다니다니, 아주 웃기는 녀석이네. 아무리 신임 길마한테 칼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어도 그렇지.”
“니 말도 맞다만 그렇다고 그냥 내치는 것도 조금 그렇지?”
“무슨 소리야, 당통 형. 그럼 정말 저 녀석한테 간부 자리라도 하나 주잔 거야, 뭐야?”
데이쓰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언성을 높였으나 당통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쓰야. 너는 순진해서 탈이다. 내가 언제 저 녀석을 진지하게 대우해 주쟀냐? 적당히 이용해 먹고서 스스로 망가지게 하잔 거다. 우리가 지금까지 카오스 길드를 이끌면서 해 온 것처럼.”
“어떻게 이용할 건데?”
“저 녀석을 이용해서 미라쥬 길드 잔당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리자. 뭐, 급하게 서두를 건 없겠지만 언제 한번 손볼 필요는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
“그럴까? 설마 얼마 안 되는 인원 가지고 최강 길드가 된 우리한테 덤비기야 하려고?”
“아냐. 뿔뿔이 흩어진 게 아니고 아직 잔당들이 남아서 재기할 기회를 엿보나 본데 어림도 없지. 비밀 아지트를 덮쳐서 완전히 뿌리를 뽑아 버리자고. 급한 일을 처리한 다음에 언제 날을 잡아서 처리하자.”
“하긴……. 저 인간이 미라쥬 길드의 비밀 거점의 위치를 알고 있을 테니까 덮치는 건 어렵진 않겠네. 그럼 미라쥬 길드를 완전히 끝장낸 다음에 저 녀석을 제거해 버리면 되겠군.”
“아니면 기습할 때 제일 앞에 세워서 첫 번째로 죽게 해 줘도 되고.”
“근데 저런 바퀴벌레 같은 놈은 죽어도 다시 접속해서 우릴 찾아와 징징거릴 텐데?”
“계속 찾아오라고 해. 얼마든지 짓밟아서 뭉개 주지 뭐.”
둘은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 * *

“엇! 이사도라, 너 표정이 왜 그리 심란하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냐? 로저가 결혼도 하기 전에 바람피울 기미라도 보여서 그러냐?”
이사도라가 날 부른다는 말에 길마의 방으로 왔다. 근데 이사도라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구만.
그녀는 말없이 한 통의 편지를 나한테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 이사도라야. 니 신랑을 끌어내리고 니가 도둑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소식은 잘 들었다. 창피한 일인지 자랑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좌우간 꿋꿋이 살아가고 있으니 다행이구나. 근데 아비 영지의 군대를 빌려 달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걸 알려 주려고 이 편지를 보낸다. 길드전인지 뭔진 모르겠다만 그런 싸움에 내 군대를 보내서 피해를 입히고 싶진 않다.
그동안 네가 영지민들의 딸내미들을 꼬드겨서 집단 패싸움을 하고 다닌 것, 그래서 뒤치다꺼리 하느라 고생한 것만 생각해도 이가 갈리는데, 이제는 아예 정식 군대를 가지고 패싸움을 해 보겠다는 이야기냐?
얌전히 시집을 가겠다기에 이제는 사람이 되는가 했더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아서 이 애빈 무척 슬프구나. 좌우간 애비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엔 니 부탁 들어줄 수 없으니 그리 알고 잘 지내거라.

― 너를 무진장 사랑하는 아비로부터.

으음……. 그러고 보니 이사도라는 백작한테 군대를 빌려 달라는 편지를 보냈던 게로군. 그래도 길드 마스터 대행이라고 나름대로 뭔가 해 보려고 애를 썼단 소리다. 쬐끔 기특해 보이는군.
“근데 이사도라, 니 아버지한테 군대가 있었냐?”
“당연히 있지. 그래 뵈도 영지를 가진 백작이니까.”
“그럼 저번에 메피스트가 날뛸 때는 왜 진작에 군대를 사용하지 않은 건데?”
“농번기였으니까. 평소에는 농사를 짓는 영지민들이고 농사가 끝나면 영주를 위해서 복무하는 거야. 그때는 영지민들이 한창 농사에 바쁜 때였으니까. 지금은 농사가 끝난 시기니까 아무 문제없이 징발할 수 있어.”
“음……. 영지민들로 구성된 군대라. 숫자가 얼만데?”
“대략 오백 정도…….”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정도라면 전력에 엄청난 보탬이 된다.
영지민들로 구성된 군대라면 개개인의 레벨이 그다지 높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5백의 쪽수가 있고 없고는 전력에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근데 스트라스포드 백작이 일거에 거절을 했다니 아무 소용없잖냐고!
이것아, 그러게 글래스 캐슬에 있을 때 잘하지. 허구한 날 패싸움질을 해서 니 애비가 학을 떼게 만들었냐. 내가 니 아버지라도 부탁을 순순히 들어준다는 소린 안 나올 것 같긴 하다.
“아니, 우영. 지금 그 눈초린 뭐야? 왜 날 노려보는 거지?”
헛! 나도 모르게 짜증이 치솟아서 이 날라리를 째려봤나 보다. 길마 되기 전과 달라서 지금은 이 비행 소녀의 비위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
난 황급히 너스레를 떨었다.
“훗!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이사도라, 내가 널 노려보다니?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의 눈부시고 꽃다운 미모는 여전히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감탄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지그시 바라본 것뿐이다.”
“정말이야?”
“훗! 넌 지금까지 내가 거짓말하는 것만 봤냐?”
“흥, 웃기고 있네! 시시껄렁한 평민 주제에 눈만 높아 가지고.”
이사도라는 새침한 척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젠장할!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를 했더니 느끼해서 속이 다 뒤집어질 것 같구만.
“근데 니 아버지 스트라스포드 백작은 한번 마음먹은 걸 굽히는 일은 없었냐?”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한번 마음먹은 건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대로 밀고 가는 사람이야.”
“이번 길드전에서 패하면 니 목숨이 달아난다고 하면 어떨까? 그래도 군대를 안 빌려 줄까?”
“나도 유감스럽지만 내 목이 아니라 자기 목이 달아나도 결심을 안 바꿀 사람이라니깐. 우리 아버지는 말이지.”
으음……. 그 정도란 말인가. 존경스럽다고 해야 할지 고집불통이라서 속이 터진다고 해야 할지.
가만있어라. 그건 그렇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떠올라서 이사도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사도라, 근데 그 메피스트는 어떻게 되었냐? 내가 반쯤 바비큐를 만들어 버린 다음에 말이지. 니 아버지가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설마 그냥 죽여 버린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