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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46화)
Part 9.길드전(2)


“구체적으로 누구 짓인지 확증을 잡은 건 없어. 어떤 놈들인진 몰라도 워낙 빠르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일을 벌였거든. 내 짐작으론 아무래도 미라쥬 길드의 잔당들이 아닌가 싶어.”
“미라쥬 길드란 말이지. 내 이것들을…….”
“나중은 몰라도 이렇게 빨리 우리에게 대들 줄은 몰랐는데…….”
그때 문이 열리더니 간부2가 들어왔다.
그를 보는 당통과 데이쓰의 눈이 빛났다.
“마침 잘 오셨군. 당신, 미라쥬 길드의 비밀 거점을 알고 있다고 했지?”
“왜? 거길 끝장낼 마음이라도 생긴 거요? 내가 그렇게 졸라도 천천히 하자는 말만 하더니만. 무슨 바람이 분 거요?”
간부2가 퉁명스럽게 말했으나 당통과 데이쓰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건 알 거 없고……. 그것들 숨통을 끊어야겠으니 안내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아니, 뭐요? 설마 지금 당장 치겠다는 소립니까?”
“길드원들 소집하고 전투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니 오늘 저녁이 적당하겠지. 준비하고 있도록 하쇼.”
눈에 핏발을 세운 당통의 기세에 주눅이 든 간부2는 고개를 끄덕였고 데이쓰는 길드원들을 모으려고 밖으로 나갔다.

* * *

“에, 또 그러니까……. 와인을 처리한 대금이 7천 5백 골드, 도박장 판돈 털어온 건 1만 4천 골드에다가……. 인신매매 업소에서 뜯은 돈은 4천 골드로군요. 도합 2만 5천 5백 골드입니다. 단 하루 동안에 벌어들인 수입이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로저가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서는 하는 말이었다.
하긴 나도 강탈한 액수가 커서 좀 놀랐다.
우리 파티와 블루 울프 기사단이 손을 잡고 하루 동안 카오스 길드의 구역을 쓸고 다닌 결과였다. 덕분에 아쉽던 군자금은 완전 해결에다가 각종 스탯도 빠방하게 올랐다. 몇 가지 스킬까지 추가로 생겼다. 후훗!
무엇보다 기분 좋은 건 이사도라와 로저, 그리고 미라쥬 길드 간부들이 날 경외의 시선으로 보는 거로군.
후후후훗!
내가 희희낙락하는 순간 로저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근데 그러시면 곤란합니다만…….”
잉? 사람이 기분 좋은데 웃지도 못하나, 웬 시비람?
“다쓰 님,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엉? 내가 아니고 다쓰였어? 근데 다쓰가 뭘 어쨌길래 이러는 거지.
좌중의 시선이 모두 자신한테로 향하자 다쓰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로저 님, 왜 그러시는지요? 제가 뭘 어쨌게요?”
아주 당당하게 하는 말에 로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저……. 아무리 우영 님 파티가 털어 오신 돈이래도 일단은 우리 미라쥬 길드에 들어온 돈은 다 제가 관리를 합니다. 그러니 다 내놓으시죠. 몸속에 숨기신 거 말입니다.”
“…….”
헉! 이 황당한 자식이 삥땅을 쳤나 보다. 내 체면에 먹칠을 하다니.
내가 잡아먹을 듯 째려보았지만 다쓰는 당당했다.
“아니, 우영 형님까지 왜 눈을 부라리고 그러십니까? 제가 어디로 봐서 삥땅을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이봐, 란슬링 안 그러냐?”
“응. 넌 삥땅할 녀석이다. 쉬익!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안 그런대도,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너만은 혼자서 꿋꿋이 삥땅 해 처먹고도 남올 놈이다. 쉬익!”
“무엇! 이 도마뱀 대가리! 어디 감히 신의 종을 비웃는 거냐!”
“야, 다쓰!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물구나무 한 번 서 봐라.”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공갈 협박 스킬을 발휘하며 말하자 다쓰는 진땀을 흘렸다.
“에이, 형님. 갑자기 물구나무는 무슨…….”
“못 서겠냐? 그럼 오랜만에 파엘분 한번 맞아 볼래?”
메이스를 슬며시 들면서 말하자 다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 알겠습니다. 서겠습니다. 물구나무 서면 되잖냐구요.”
다쓰는 주눅 든 표정으로 입을 삐죽삐죽 내밀면서도 마지못해 물구나무를 섰다.
후두두두두둑!
쨍끄렁!
땡!
스르르륵!
이게 뭔소리냐고?
다쓰가 물구나무를 서자 몸에 감춰 두었던 것들이 마구 떨어지는 소리다.
현찰 다발에 금화, 대충 잡아도 한 1천 골드는 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숨긴 와인이 세 병이로군.
스르륵은 무슨 소리냐고?
그건 여자 속옷이었다. 팬티 스타킹하고 브래지어로군.
인신매매 업소 습격할 때에 상품으로 팔리는 여자들 걸 슬쩍한 게 틀림없다.
젠장, 이사도라나 로저는 그렇다고 치고 조핀과 랑케도 있는데 이런 개망신을 당하다니.
존경의 시선이 순식간에 경멸과 혐오의 시선으로 바뀌어서 우리 파티에게 쏟아졌다.
나는 속으로 이를 아드득 물면서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훗! 다쓰. 우리 오랜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산보나 할까?”
“헉! 우영 형님, 제발……. 그 파엘분만은 참아 주세요!”
“훗, 산보하자는데 파엘분이 왜 나오니? 너도 참 이상한 녀석이구나. 여러분, 그럼 잠깐 뒤에 뵙겠습니다. 금방 돌아올 테니 이대로 대기해 주세요.”
“…….”

10분 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란슬링에게 말했다.
“나가서 빨랑 다쓰 힐링해라. 언제 한바탕 전투를 할지 모르니까 최대한 서둘러 힐링해 줘. 파엘분이 아니고 오거할을 썼으니 힐링하는 게 힘들진 않을 거다.”
“알았다. 쉬익!”
“언제 한바탕할지 모른다는 게 무슨 소리야? 아직은 아무 일 없잖아?”
이사도라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쯧, 너도 명색이 길마대행이면 짱구를 좀 굴리려고 애써 봐라. 니가 카오스 길드 길마인데 자기 구역에서 이렇게 많은 돈이 털렸다고 생각해 보라구. 어떻게 하겠냐?”
“어쩌긴 뭘 어째? 누가 그랬는지 있는 수 없는 수 다 써서 알아낸 다음에 당장 뜨거운 맛을 보여 줘야지.”
“맞았어. 이번 일이 우리 미라쥬 길드 소행이란 걸 짐작하는 건 아마 금방일 거야. 그렇다면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찾아서 치려고 할 거고 말이지. 그것도 아주 뿌릴 뽑으려 덤벼들 거야.”
그 말에 로저는 잔뜩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그럼 당분간 카오스 길드 구역 건드리는 건 관두고 여기 웅크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훗! 왜 웅크리고 있는단 말입니까? 언제 붙어도 한판 붙어야 할 거면 우리가 먼저 행동을 취할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야…….”
“지금 상태가 뭐가 어때서 그러세요. 블루 울프 기사단도 가세했고 피그몽들도 끌어들였고……. 물론 병력 수는 아직도 많이 열세지만 못 해 볼 것도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우리 뒤통수를 치는 일만 없으면 말이죠.”
내가 딱하다는 투로 말하자 조핀과 랑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영 님의 말이 옳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역습을 해야 합니다. 움츠러들면 더 수세에 몰릴 뿐이죠.”
“음……. 우영 님의 말씀은, 소규모 전투가 아니고 미라쥬 길드의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단 거군요. 그럼 우리 블루 울프 기사단도 풀 플레이트 메일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대기하라고 지시해 놓겠습니다.”

“바로 저기에 미라쥬 길드 놈들이 있단 말이지?”
“폐허가 된 공장 지대라……. 하긴 저런 곳이면 비밀 아지트로 적당하긴 하겠군.”
당통이 눈에 살기를 띠며 말하자 데이쓰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기닝 시티의 외곽 변두리 지역에 온 그들의 전방에는 가동되지 않은 지 오래된 공장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미라쥬 길드의 비밀 아지트를 기습하려고 천 명에 달하는 길드원들을 무장시키고 이리 달려온 것이다.
그때 길드원 한 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길마님, 경계 서고 있는 녀석들 세 명을 해치웠습니다. 알람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마법사들을 시켜서 모조리 해제했구요. 다른 경보 장치나 경비조는 없는 게 확실합니다.”
“외곽의 경계는 모조리 무력화시킨 건가? 그럼 놈들의 숨통을 끊을 일만 남았군. 저기 저쪽의 가운데 건물이랬나? 저기 5층 건물 말이야.”
당통이 공장 지대 가운데 있는 녹슬고 우중충한 건물을 가리키자 데이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통 형. 미라쥬 길드의 간부2가 말한 대로면 저곳이 틀림없어.”
“모두 다 해서 백오십 명 정도라고 했지?”
“그렇게 들었어.”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오늘 모조리 끝장을 내주마! 근데 간부2는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아까까지도 있었잖아?”
“글세, 좀 이상하긴 하네. 갑자기 사라진 모양인데…….”
“뭐, 이곳 위치만 알려 주면 그 인간이 할 일은 다한 거긴 한데. 쩝, 아쉽네. 선두에 세워서 맨 먼저 죽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그래야 보상 안 해 줘도 될 건데 말이지. 어쨌거나 슬슬 시작해 보자. 데이쓰야, 길드원들한테 돌격 명령을 내려라!”
“형, 그래도 혹시 다른 함정 같은 게 있을지 모르니까 조금 더 신중하게…….”
“신중은 무슨! 이백 명도 안 되는 놈들 쓸어버리려고 천 명이나 되는 길드원들을 끌고 왔는데 함정 같은 걸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어! 넌 매사가 너무 조심스러워서 탈이다!”
당통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데이쓰는 그래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니, 묘하게 정적이 감도는 게 어쩐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서 그래.”
“흥, 별 쓸데없는 걱정은. 이런 들판에 방치된 공장 지대에서 유쾌한 공기가 감돌 턱이 있냐? 모두 돌격해! 미라쥬 길드원은 한 놈도 남겨 두지 말고 쓸어버려! 미라쥬 길드의 새 길마란 년을 해치우는 길드원한테는 현상금 1천 골드를 걸겠다!”
우와아아!
당통이 크게 소리 지르자 길드원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공장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데이쓰는 길드원들을 향해서 외쳤다.
“마법사와 검사 절반은 여기 남아서 대기해! 궁수들도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마라!”
“쯧…….”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데이쓰를 당통은 못마땅한 듯 바라보다가 자신 역시 길드원들과 함께 공장 안쪽으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