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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2권(47화)
Part 9.길드전(3)


훗!
놈들이 몰려오고 있다.
역시 내 예상대로다.
카오스 길마 녀석은 독선적인데다가 돈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게 강한 수전노 타입이라고 들었거든.
영업하는 걸 덮쳐서 돈을 마구 강탈하면 이성을 잃고 꼬리에 불 붙은 멧돼지처럼 날뛰며 쳐들어오리라는 건 뻔하지.
물론 그러기 위해서 이쪽에서도 수를 부렸고 말이지.
난 옆에 있는 간부2에게 싱긋 웃음을 지었다.
“수고 많았소. 당신이 저렇게 멋지게 카오스 길드 길마를 속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내가 이사도라 길마한테 참수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치를 떠는 시늉을 하니까 끔벅 속아 넘어갑디다.”
그 말에 우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간부2가 계속 미라쥬 길드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나도 생각 못했다. 가상현실 게임이라지만 중인환시리에 참수를 당했으니 원한을 가지고 딴 길드에 붙으려니 했는데 부활하자마자 다시 이사도라를 찾아왔던 거였다.
“당신, 여자지만 맘에 들어. 화끈하고 과단성이 넘치는 걸 보니 길마할 만하다 그 말이지.”
그렇게 너스레를 떨더니, 지금껏 지가 받아 온 대우만 보장해 주겠다면 계속 조직에 충성하겠다고 해서 나하고 이사도라가 OK한 거다.
그리고 이왕이면 간부2에게 적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맡기려고 카오스 길드로 보냈다. 복수심에 불타는 척하면서 이곳 위치를 알려 주고 카오스 길드가 공격을 해 오게 부추긴 거다.
물론 우리는 함정을 준비하고 카오스 길드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그 함정이 뭐냐고?
저쪽 입구에서 이 5층 건물까지 오는 길은 폭이 10m에 길이는 100m인데 양쪽으론 폐허가 된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다.
즉 공격로 자체가 회랑이라서 공격해 오는 측에 아주 불리하고 수비하는 우리로선 엄청 좋은 지형이라 그 말이다. 흐흐흐.
물론 우리가 정말 원래의 길드원들 1백50 명뿐이라면 저렇게 단순무식하게 들이닥쳐서 짓밟아도 충분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지. 이미 저들은 병력이 나뉘어진 상태이기도 하고.
두두두두!
“우와아아아!”
폭싹!
“컥!”
“으악!”
“이게 뭐야!”
“이 미끄러운 액체는 뭐야!”
기세 좋게 돌진해 오던 카오스 길드원들은 땅이 폭싹 꺼지자 피하지도 못하고 함정 속으로 굴러떨어져 처박혔다.
물론 내가 미리 파두도록 지시해 둔 함정이다. 밑바닥에는 쇠꼬챙이와 죽창 등 날카로운 것들을 좀 박아 놨다. 일단 떨어지면 전투력 다 잃고 로그아웃당하도록 말이지.
함정 안에서 처절한 비명이 계속 울려 퍼졌고 그걸 느긋하게 바라보던 나는 미라쥬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들 하는 거냐! 놈들 정신 차리기 전에 다음 2단계 공격을 빨리 시작해!”
“예!”
“알겠습니다!”
휙! 휘휘힉!
순식간에 양쪽 건물의 옥상에서 대기하던 아군들이 불화살을 마구 날렸다.
퍽! 퍼퍼퍽! 화르르르!
“으아악! 불이다!”
“이거 뭐야? 기름이잖아!”
“후퇴, 후퇴해라!”
효과 그만이구만.
함정 속에 있는 게 날카로운 위험물뿐만은 아니었다. 기름도 제법 뿌려 두었거던.
불화살이 적중하자 삽시간에 카오스 길드원들에게 달라붙어 마구 타기 시작했다.
함정에 떨어져서 불타는 녀석들, 그 뒤에서 떨어지려는 녀석들, 함정을 돌파하지도 못하고 후퇴하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녀석들은 불 세례에 허둥거리며 당황했다.
그러자 뒤에서 큰 고함이 울려 퍼졌다. 아마 카오스 길드의 길마쯤 되는 녀석이겠지.
“후퇴하지 마라! 후퇴는 절대 안 된다! 무조건 돌파해! 마법사 뭐해? 빨리 물 계열 마법으로 불을 진화해라! 나머지는 정면 돌파해! 아군의 시체를 밟고서 전진하란 말이다! 어서!”
그러자 마법사들이 황급히 물 계열 마법을 동원해 안간힘을 다해 불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다소 화염의 기세가 약해지자 카오스 길드원들은 이를 악물고 꾸역꾸역 밀고 돌진해 들어왔다.
날아오는 화살 세례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말이지.
길마란 녀석이 지시한 것처럼, 부상당해서 쓰러진 자신들의 동료들을 마구 밟고서 전진하고 있구만.
제법 근성은 있군. 상당히 강한 길드라는 게 허명만은 아닌 것 같긴 하다.
쩝, 아쉽네. 이쪽에 바람 계열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있었으면 바람의 힘으로 불의 힘을 몇 배는 더 크게 만들어서 모조리 바비큐를 만들어 줬을 텐데.
그러나 이쪽엔 성직자들뿐이고 마법사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판이다. 길드 연합에게 기습당할 때 마법사들이 대부분 다 희생되었다고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이사도라가 이를 질끈 깨물었다.
“우영, 어쩌면 좋지? 이 건물의 코앞까지 왔잖아?”
“어쩌면 좋으냐고? 훗! 이봐, 지금의 미라쥬 길드 마스터는 너 아니냐?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냐?”
“뭐! 그런 말이 어딨어! 작전을 우영이 모두 짜고서는 나 몰라라 하겠단 거야? 무슨 남자가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어! 당장 책임져!”
뭣? 책임지라고?
아니, 이보세요 날라리 아가씨. 그런 말하면 내가 너한테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한 것 같잖냐.
“농담이었다. 걱정마. 2단계, 3단계 심지어 4단계까지 다 준비되어 있으니까. 랑케 님! 블루 울프 기사단 차례입니다.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블루 울프 기사단이 랑케를 선두로 앞으로 나섰다.
은빛 풀 플레이트 메일이 햇볕에 반사되어 빛을 발했고 그들이 든 투핸디드 소드에서는 시퍼런 섬광이 빛났다.
음, 때마침 부는 바람에 기사들이 맨 은빛 망토까지 멋지게 휘날리는구먼. 정말 폼 난다.
갑자기 나타난 블루 울프 기사단에 카오스 길드 녀석들 크게 당황한 눈치로군.
크흐흐흣!
엉? 근데 저 카오스 길마 녀석이 또 방방 뜨네?
“뭣들하는 거냐! 기사단인진 뭔진 모르겠지만 수가 삼십 명밖에 안 된다. 쪽수로 밀어붙이면 된단 말이다! 짓뭉개 버리고 저 건물을 접수해라!”
“맞다, 모두 쓸어버리자!”
“괜히 쫄 거 없다!”
“돌격!”
“우와아아아아!”
카오스 길마 녀석의 선동으로 주춤했던 카오스 길드원들이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거기에 맞서는 블루 울프 기사단은 그 기세에 놀라서 주춤……할 리가 없지.
미동도 않고 투핸디드 소드를 세운 채로 버티고 있군.
그런대 쟤들 어쩌려고 저러냐? 저렇게 폼 잡다가 보기 좋게 아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리고 저 기사 아저씨들이 돌파당하면 바로 이 건물은 점령, 나도 이사도라도 로저도 끝장인데 말이지.
내가 그렇게 간을 졸이는 순간이었다.
파파파팟!
한 발짝! 단 한 발짝이었다.
선두에 선 랑케가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을 신호로 블루 울프 기사단이 전원 한 발 앞으로 내딛는가 싶더니 그들의 손에 들린 투핸디드 소드가 일제히 춤울 추었다.
가가가가가각!
“크악!”
“우악!”
선불 맞은 멧돼지 떼처럼 달려들던 카오스 길드원 이십 명이 순식간에 칼에 맞고 쓰러져서 로그아웃당했다.
“이 빌어먹을! 뭐가 이리 강해! 그래도 물러서지 마라! 아무리 강해야 고작 서른 명이다. 서른 명이라고! 야, 성직자들! 빨리 부상한 길드원들 힐링해 주고 포션 빨리 지급해라! 계속 밀어붙여! 저 건물만 접수해서 미라쥬 길드 길마 년만 해치우면 끝이란 말이다!”
다시 카오스 길마 녀석이 방방 뜨네.
글쎄다, 카오스 길드 길마 나리. 니 말대로 고작 30명이긴 한데 그 30명의 벽을 뚫을 수 있을까?
쪽수의 우세는 넓은 공간에서는 몰라도 이렇게 좁은 공간의 싸움에서는 그 이점을 살리기가 어렵다는 걸 알아야지.
블루 울프 기사단은 밀리지 않았다.
압도적인 병력의 우위를 믿고 바득바득 달려드는 카오스 길드를 상대로 묵묵히, 그러나 소름 끼치도록 위력적인 검을 휘두르면서 전열을 지켰다.
그리고 그 벽에 달려드는 카오스 길드원들은 마치 선풍기에 돌진하는 파리 떼처럼 산산조각나서 로그아웃당했다.
정말 대단하다. 블루 울프 기사단이 흩어지지 않고 다 모여 있기만 했어도 가뎀 왕국에게 무너지지 않았을 거라는 조핀의 말이 실감이 난다.
앗! 근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거람. 지금 블루 울프 기사단만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야! 뭣들 하는 거야! 블루 울프 기사단 싸우는 것만 구경하고 처자빠져 있을 거야! 기름하고 짱돌 계속 퍼부어! 그리고 궁수들은 불화살 쉬지 말고 날리란 말이야! 당신들 고따위로 농땡이 부리고 있어 봐! 전투 끝나고 논공행상에서 국물도 없을 테니, 알아서 하라고!”
양쪽 건물 위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내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자 비로소 그들도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돌과 기름을 퍼붓고 화살을 비 오듯 날려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오스 길드원들은 우왕좌왕하며 블루 울프 기사단을 향한 공격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물론 선두에서 기사단과 싸우는 병력 이외의 카오스 길드원들이 화살을 쏘고 마법으로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공격을 날리긴 했다.
그러나 건물에서 길 쪽으로 퍼붓는 공격에 비해, 길에서 건물로 쏘아 올리는 공격은 아무래도 힘이 떨어졌다.
난 계속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미라쥬 길드원들의 공격을 독려했다.
쩝, 이거 길마는커녕 길드원도 아닌 내가 꼭 미라쥬 길드 길마가 된 모양새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자길 제치고 설친다고 이사도라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해서 흘깃 돌아보니 배시시 웃는군.
내가 무척 믿음직스런 모양이다. 정들까 겁난다, 이 날라리 소녀야.
“훗! 우영은 정말 대단해.”
“내가 대단한 거 이제 알았냐?”
“사실 평민치고는 제법이라고 생각은 했었어. 근데 우영, 저쪽은 괜찮을까?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고개를 들어 이사도라가 가리키는 공장 바깥 쪽을 보았다.
카오스 길마 녀석이 병력을 데리고 돌격해 올 때 가세하지 않고 남아 있던 놈들이다.
약 3백 명이로군.
근데 저 녀석들 슬슬 움직일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예상해 뒀다.
“걱정 마. 다 손 써 뒀으니까. 저 녀석들은 이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끝날 거다.”
“그래? 어떻게 그걸 미리 알고?”
“훗, 내가 누구냐? 카오스 길마와 부길마가 성격이 아주 대조적이라고 하더라고. 길마는 다혈질에 손해 보면 못 참고 펄펄 뛰는 성격이고, 부길마는 신중한 성격이라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타입이란 말이지. 그러면 길마란 놈이 무작정 쳐들어오면 부길마가 병력을 얼마쯤 데리고 만약의 사태를 예상해서 뒤에서 대기할 거라는 건 뻔한 거지.”
“어쩜……. 우영은 이제 보니 천재네?”

“참……. 그래서 내가 좀 신중하게 하자고 그랬는데…….”
데이쓰는 한숨을 쉬면서 당통과 카오스 길드가 고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