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토킹 마스터 2권(50화)
Part 10.승리와 그 뒷일들(2)
“당신……. 우영! 우영이 맞죠? 살아 돌아온 건가요! 그렇죠?”
“아니, 저 그게…….”
내가 엉거주춤 돌아서서 얼굴을 보이자 이사도라가 와락 달려들어 나를 덮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살아 있었군요. 살아 있었어! 흐흐흐흑! 이 나쁜 놈! 살아 있었으면서 어째서 지금 나타난 거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엉엉!”
“아니, 저 그게……. 그럴 이유가 있어서 말이지.”
이사도라는 날 안고 대성통곡했고 그 서슬에 빈소 안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로저와 랑케, 조핀, 세영 등도 모두 날 발견해 버렸다.
그들은 날 보고서 놀라 석상처럼 굳었다가 곧 입을 벌려서 마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우영!”
“훗! 영웅의 귀환이군요. 이 랑케, 블루 울프 기사단을 대표해서 살아 돌아온 그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헉! 우영 죽지 않고 살아 있었냐? 쉬익! 이러면 상당히 곤란한……. 쉬익! 아, 아니다, 살아 돌아와서 반갑다. 쉬익!”
“음, 죽었던 우영 형님이 살아 돌아오다니 이런 끔찍하고 있어선 안 될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정말 신이 원망스럽……. 허억! 아니, 아닙니다. 잠시 말이 헛 나왔으니 잊어 주십쇼.”
“저……. 우영 님 살아 돌아오신 건 정말 기쁩니다만 지금 안고 계신 분은 바로 저의 부인이라는 걸 좀 자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영 오빠, 살아 계실 줄 알았어요. 근데 그딴 여자나 껴안고 있을 거면 차라리 다시 죽어 버리세요!”
맨 마지막 대사는 나를 발견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이사도라와 껴안고 있는 걸 보고선 열 받은 세영이의 대사였다.
나는 환호하고 박수치는 사람들을 헤집고 세영이를 뒤쫓아 갔다.
예의 없는 것들을 손봐 주려던 당초의 생각은 일단 뒤로 미뤄 놓고.
“이봐! 세영아, 세영아!”
“흥! 꼴도 보기 싫으니까 부르지 말아요! 바람둥이 같으니!”
“아, 녀석 참. 내가 이사도라를 안고 있었던 게 아니라니깐! 이사도라가 날 발견하고 먼저 껴안은 건데 그럼 어쩌냐고!”
“그래도 그 여자가 좋으니까 오빠가 가만히 있었던 거잖아요!”
“아, 그게 아니래두!”
쩝, 이 녀석 과민 반응이로군.
이사도라가 단단히 마음에 안 드는 게 틀림없다. 나하고 이사도라의 관계를 은근히 의심하는 게 확실하다 그 말이지.
하긴 처음에 수정 구슬로 이사도라를 볼 때부터 그러긴 했지만.
어쨌거나 세영이를 삐진 상태로 둬선 곤란하다. 있는 수 없는 수 다 부려서 잘 구슬러야만 한다.
“훗! 우리 세영이는 내가 무사한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지? 이렇게 딱따거리는 걸 보면 말이지. 그런 줄 몰라고 세영이의 따뜻한 인사를 기대했던 이 오빠는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프구나.”
“무, 무슨 소리예요. 내가 오빠가 무사한 게 마음에 안 들다니! 난 그저…….”
“그저?”
“그저…….”
“그저 뭔데?”
“뭘 그리 꼬치꼬치 따져 묻고 그래요! 지금 바빠 죽겠으니 나중에 얘기해욧!”
세영은 내가 능글맞게 캐어묻자 두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화를 내고 사라졌다.
후후후훗, 귀여운 녀석. 나한테 은근히 호감이 있는 게 틀림없구만.
“그럼, 우영 님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날 우리가 쓰러뜨린 카오스 길드 사상자는 총 650명입니다. 블루 울프 기사단과 우리 길드원들의 손에 2백 명, 빛나리 길드와 피그몽들이 해치운 숫자가 150명입니다. 우영 님이 혼자 쓰러뜨린 숫자는…… 3백 명입니다!”
로저의 보고에 좌중은 일제히 존경 어린 시선을 나에게 던졌다.
최대의 전과를 나 혼자 세웠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겠지.
근데 문득 궁금한 게 떠올랐다.
“우리 쪽 사상자는 얼마나 됩니까?”
“우리 미라쥬 길드원들은 90명이 당했습니다. 적의 손에 50명이고 나머지 40명은…….”
“40명은요?”
로저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내가 재차 물었다.
그러자 로저가 민망한 투로 말했다.
“그게…… 우영 님의 그 메이스 스킬의 여파로 그만…….”
음, 내가 발휘한 레달입(레드 드래곤의 달콤한 입맞춤)이 적들 3백 명을 쓸어버리면서 우리 편도 30명을 같이 쓸어버렸다는 거군.
별로 놀랍지는 않다. 그 정도로 무식하고 공포스런 스킬을 쓰면 아군의 희생이 안 따르기를 바란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니까.
“그리고 전리품은 얼마나 챙겼습니까?”
“…….”
내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묻자 로저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이 짠돌이가 또 전리품을 독식하고 싶은 게로군. 내가 전리품을 나눠 달라고 할까 봐 싫은 눈치다.
이사도라도 눈치를 채고 가시 돋힌 눈으로 로저를 바라보았다.
“숨김없이 말씀 드리세요. 우영 님은 우리 미라쥬 길드의 구세주나 다름없잖아요! 적어도 전리품의 반은 우영 님 몫으로 드려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후후후훗, 귀여운 것. 초특급 비행 소녀에 날라리가 어째 갈수록 이쁜 짓만 하는구먼.
근데 내가 흐뭇한 눈으로 이사도라를 바라보자 세영이가 눈에 쌍심지를 돋우면서 말했다.
“흥, 너무 당연한 걸 무슨 생색이라도 내는 것처럼 말하고 있네. 웃기지도 않아 정말.”
그러자 한성격하는 이사도라가 세영이를 노려보았다.
“뭣?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생색을 낸다고? 당신 직책이 부길마랬지? 부길마가 상관인 길마가 하는 말에 그런 식으로 태클 걸어도 되는 거야?”
“흥, 누가 상관이야? 내가 없을 때 길마가 된…….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길마도 아니고 길마대행이잖아? 이제 전투 체제도 벗어났으니 다시 로저 오빠가 길마를 맡아야 되는 거 아냐?”
세영의 말에 방 안은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이사도라는 세영을 째려보다가 시선을 로저에게로 돌렸다. 그 눈빛의 의미는 한 가지였다.
‘이 여자 앞에서 내 편 안 들어 줬다가는 어찌 되는지 알고 있겠지? 결혼 생활이 평생토록 암울해지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행동해야 한단 거 알지?’
당황하던 로저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니, 세영아. 그게 무슨 소리냐? 사실은 대행이 아니고 정식 길마였어.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 당연히 길마가 되는 걸로 말이지. 누가 뭐래도 우리 미라쥬 길드의 정식 길마는 이사도라니까 너도 그렇게 예의 없이 굴면 안 된다.”
점잖게 하는 말이었으나 세영이는 분한지 이를 아드득 물었다.
반면에 득의양양해진 이사도라는 피식 썩소를 세영에게 날렸다.
“흥! 잘 들었겠지? 오늘은 처음이니까 봐주겠는데 다음부턴 조심해 주기 바래. 위계질서가 무너진 조직은 조직이랄 수가 없으니까 말이지.”
“…….”
무안을 당한 세영의 얼굴은 두 배로 더 붉어지고 이를 악무는 소리는 더 커졌다.
쯧, 여자들 간의 싸움은 참 살벌하다.
근데 어째 싸움의 원인 제공자가 내가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찝찝하네.
난 분위기를 돌릴 생각으로 로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싸움에서 건진 전리품의 총 액수가 어떻게 되죠?”
“예, 카오스 길드원들이 떨구고 간 풀 플레이트 메일과 기타의 각종 갑옷, 무구, 마법 아이템들과 방패, 투구와 각종 스크롤, 마법 포션과 마나, 힐링 포션 등 모조리 다 합쳐서 5만 6천 골드는 될 걸로 보입니다…….”
“대단하군요.”
“그래서 말인데……. 솔직히 반을 드리면 좋긴 하겠는데 그건 저희 입장에선 조금 무립니다. 전투의 피해도 메워야 하고 길드도 재건해야 하고 한지라.”
“알겠습니다. 그럼 4분의 1만 받기로 하죠. 1만 4천 골드쯤 되겠죠?”
“…….”
그 말에 로저는 그것도 주기 아깝다는 눈치였으나 이사도라가 다시 눈총을 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미라쥬 길드의 현재 사정도 생각해 줘야 하니 그럴 순 없군.
그리고 앞으로도 미라쥬 길드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더 떼를 쓰는 것도 좀 그렇다.
“그럼 창고로 가 볼까? 약속했던 보상을 받아야 하잖아?”
이사도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는 그 뒤를 따랐다.
퀘스트 보상을 말하는 거였다.
매달 미라쥬 길드의 영업이익의 5%, 그리고 내가 부탁하는 약속의 적극적인 지원은 장기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라쥬 길드가 보유한 보물 창고에서 아이템 두 개를 고르는 건 지금 당장 받는 보상이지.
“근데 보물 창고에 다쓰를 데리고 들어가도 되지?”
“응. 원래는 우영 혼자만 들어가야 되는데 특별히 허락해 줄게.”
이사도라의 말에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런고 하니 아직 내 감정 스킬이 별로 높지 않아서 보물 창고에서 좋은 아이템을 고를 확률이 높지 않아서 그런 거였다.
다쓰는 나보다 월등히 높은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데리고 가서 고르게 할 작정이었다.
“훗! 여기가 미라쥬 길드의 보물 창고로군. 도둑 길드답게 많이도 훔쳐서 보관해 놨군.”
다쓰와 함께 창고에 들어간 나는 눈앞에 가득 쌓인 아이템들을 보고 감탄을 터뜨렸다.
길드 연합의 기습 공격에도 이곳은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길드와 부길마 딱 두 사람만이 아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는군.
나는 다쓰의 목에 팔을 걸고 정다운 척 말했다.
“훗! 다쓰. 카오스 길드와 싸울 때, 니가 나한테 한 일은 잘 알고 있을 테지?”
“그, 글쎄요. 우영 형님.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끄럽다. 나도 쪼잔하게 지난 일 갖고 안 따질 테니 지금 여기서 최고로 좋은 아이템 딱 두 개만 골라라. 제대로 고르면 니 죄는 잊어 주고 너한테 파엘분 쓰려던 건 하지 않겠다. 알겠냐?”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다쓰는 겁먹은 표정으로 아이템들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말이지.
긴장된 표정으로 아이템들을 감정하느라 열 올리는 거 보니 파엘분에 맞는 게 겁나긴 겁나나 보다.
“야, 다쓰. 이 안에 우리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다. 난 한잠 잘 테니 그 안에 두 개 골라서 시간되거든 깨워라.”
그렇게 말하고 난 잠에 곯아떨어졌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무데서나 잠이 잘 오는구먼.
“우영 형님. 일어나시죠. 다 골랐습니다.”
“으응……. 벌써 30분 지났냐?”
다쓰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깨우자 나는 눈을 비비며 그가 고른 아이템에 시선을 던졌다.
거창하게 생긴 지팡이하고 립스틱 모양으로 생긴 것, 두 가지였다.
근데 뭔가 좀 찝찝하군…….
“너 감정 스킬 최대한 발휘해서 이 창고 안에서 제일 좋은 걸로 고른 거 확실하지?”
“아, 그럼요. 제일 좋다마다요. 제가 누굽니까?”
뭐 그렇게까지 자신 있게 말한다면 믿어도 좋겠지.
근데 보물 창고에서 고른 두 아이템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나를 보는 로저와 이사도라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이사도라는 아주 황당하단 표정이었다.
아니 황당하다 못해 ‘너 돌았니? 하고많은 물건 중에 하필 그런 걸 고르고 자빠졌니?’라고까지 말하고 싶은 표정이구만.
반면 로저는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게 흐뭇해서 입이 벌어져 있었다.
젠장……. 이다지도 기분이 찝찝할 수가 있나.
로저가 좋아하고 이사도라가 어이없어 하면 이건 최고급 아이템이 아니고 아주 황당한 물건들일 가능성이 높단 말인데…….
그냥 감정 스킬이 시원찮아도 내가 무작위로 아무거나 고르는 게 나았으려나.
나는 슬쩍 다쓰를 째려보았다.
근데 다쓰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눈치다.
젠장! 다쓰가 정말로 좋은 걸 골랐는데 이사도라와 로저가 괜히 저러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는구먼.
순간 익숙한 음향과 함께 설명 창이 떴다.
‘미라쥬 길드 마스터 권한대행 이사도라를 도와 길드전을 승리로 이끌어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당신은 길드전에 참가해서 미라쥬 길드를 최종 승자가 되게 하는데 성공했고 보상 3도 받았다.
보상 1과 2는 앞으로 이사도라가 미라쥬 길드 마스터 자리에 있다는 전제하에서 계속 주어지게 될 거다.
휴, 이 퀘스트가 끝났으니 이제 이사도라와 로저의 결혼식만 남았군.
그 퀘스트가 성공해야 비로소 재경이의 행적에 대한 정보가 내게 주어진다.
나는 슬그머니 이사도라에게 물었다.
“근데 두 사람의 결혼식은 언제 올릴 거지?”
“무슨 소리야? 벌써 올렸는데.”
“벌써 했다고!”
“아, 그럼요. 우영 님 장례식 치르기 전에 후딱 해치웠습니다. 약식으로 반지 교환만 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지만 신관을 모시고 정식 결혼식을 치른 건 분명합니다. 뭐 어차피 지금은 길드 재건이 바쁘니까 신혼여행 같은 건 나중에 가도 된다고 서로 합의를 한 거죠.”
반지를 내보이며 로저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하는 말이었고 이사도라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그럼 말이나 좀 빨리 해 주지.
순간 띠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창이 떴다.
미라쥬 길드의 길드 마스터를 결혼시켜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당신은 미라쥬 도둑 길드의 길드 마스터 로저를 글래스 캐슬 성주의 딸 이사도라와 결혼시켜 주는데 성공했다.
그 보상으로 당신이 미라쥬 길드에 끼친 손해배상은 사라졌고 조카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아, 드디어 그토록 갈망하던 목적! 내가 이케루스를 시작한 목적에 첫발을 들이밀게 되었구만.
나는 세영이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내 조카 재경이에 대해서 미라쥬 길드가 수집한 정보를 들어 보기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