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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53화)
Part 2. 새로운 파티원 케브라(1)
“이봐, 주인장. 당신 지금 뭐하는 거요?”
“아, 네. 바퀴벌레 싹쓰하고 바퀴벌레 트랩이라는 이름의 바퀴벌레 구충제를 놓고 있습니다만. 어째 여관 안에 자꾸 바퀴벌레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말입죠.”
“뭐가 어째! 바퀴벌레 구충제? 당신 돌았어? 지금 어디서 그런 천인공노할 물건들을 설치하고 있단 거요!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소!”
“아니, 왜 그렇게 흥분하십니까?”
세영이의 보고가 끝나자 우리 파티는 1층의 식당으로 내려왔다.
근데 여관 주인과 손님 한 사람이 옥신각신 싸우고 있군그래.
바퀴벌레 약 때문에 싸우는 것 같은데…….
근데 주인장과 싸우는 사람의 행색이 좀 묘하다.
바바리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있는데 워낙 깊이 눌러써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추운 날씨도 아닌데 실내에서 장갑까지 끼고 있다.
겉으로는 맨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입고 있다 그 말이지.
체구는 공처럼 두툼한 것 같은데 어째 팔과 다리는 무척 가느다란 느낌이 드네?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게 어째 막대기 움직이는 거 비슷하게 보이니까 말이다.
좌우간 바바리코트는 주인장에게 덤벼 들며 마구 핏대를 올리고 있었다.
그 막대기 같은 팔을 마구 흔들며 말이지.
“난 절대 허락 못 해. 뭐, 바퀴벌레 싹쓰하고 바퀴벌레 트랩이라고? 어디서 그런 몹쓸 물건들을 설치하고 있단 거야. 그거 설치하면 이 식당 다 뒤집어 놓을 테니까 알아서 해! 오늘부로 장사 완전히 끝나는 줄 알라고!”
펄펄 뛰면서 난리를 치는 그 모습에 식당 주인도 황당한지 벙 찐 표정이었다.
내가 봐도 이상하네. 바퀴벌레 싹쓰면 바퀴벌레 구충제고 바퀴벌레 트랩이면 바퀴벌레들을 잡는 끈적이 아냐?
근데 그거 설치한다는 데 왜 저 난리를 치면서 광분하는 걸까?
그 물건들 만드는 회사 사장하고 원수라도 졌기에 저러는 게 아닌가 싶군.
어쨌거나 저 바바리코트가 펄펄 뛰는 바람에 식당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으니 문제다.
더 흥분하면 식당을 다 뒤엎을 기세니까.
이 인근에 여관이라곤 여기뿐인데 여기서 식사를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지.
난 슬쩍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기 쥔장. 그 바퀴벌레 구충제하고 트랩을 설치하는 거 중지하시죠.”
“네에?”
“손님은 왕이고 왕께서 싫다 하시는데 굳이 설치하실 건 없지 않습니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손님을 편하게 해 줘야 한다는 개념은 당연히 갖고 계시겠죠?”
“근데 요즘 바퀴벌레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럽니다. 갑자기 요 며칠간에 꽤 늘었거든요. 비위생적으로 보여서 말이죠.”
“허어 거참! 바퀴벌레도 우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보이는 족족 잡아 죽여야겠다는 사고방식을 조금만 고치면 되잖습니까. 그러면 쥔장은 그거 설치 안 해서 편하고 여기 이분도 흥분할 일이 없으니 마음 편하고 우리는 아무 탈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잖습니까.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데 쥔장께서 꼭 거기에 초를 쳐야겠습니까? 도대체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삐딱한 겁니까? 남 잘되고 모두가 편해지는 걸 보지 못하겠다는 식입니까? 그렇게 부정적인 마인드로 도대체 어떻게 여관을 운영하겠으며 돈을 벌 수 있겠냔 말입니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설치 중지하죠 뭐. 설치 안 한다니깐요. 근데 식사 중에 발밑으로 바퀴벌레들 지나다니는 거 보여도 저더러 뭐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럼…….”
내가 언성을 높이면서 죄인 다그치듯 말하자 기가 질린 쥔장은 눈을 내리깔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발밑에 바퀴벌레 기어 다니면 좀 찝찝하긴 하다만 오늘 안으로 떠날 여관인데 무슨 상관이겠냐.
당장 지금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우리 떠난 다음에 이 여관이 바퀴벌레로 뒤덮이든 바퀴벌레들이 인수해서 경영하든 전혀 알 바 아니란 말씀이다.
근데 내가 쥔장을 다그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던 바바리코트가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존경합니다!”
“네에?”
“존경합니다. 조금 전에 하신 말씀. 바퀴벌레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고귀한 생물이라는 것. 보이는 족족 잡아 죽여야 한다는 삐뚤어진 사고방식은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 바퀴벌레를 멸종시키려는 인간들이야말로 깡그리 잡아 죽여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씨를 말려야 한다는 그 말씀 말입니다.”
허걱! 이 사람이 이게 무슨 소리래?
바퀴벌레를 멸종시키는 인간들을 잡아 죽여 씨를 말려야 한다니? 내가 언제 그렇게 과격한 말까지 했단 거냐? 황당하구먼.
내 뒤에 서 있는 다쓰, 란슬링, 세영과 조핀도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다.
근데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 설마 바퀴벌레 보호 단체라도 이끌고 있는 사람인가?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난 파티원들하고 식사만 빨리하고 떠나면 그만……인데 이 인간이 왜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거냐!!
“결심했습니다. 저를 파티원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네, 뭐라고요?”
이 바바리코트 아저씨 지금 뭐래는 거냐? 뜬금없이 파티원으로 삼아 달라니?
“보아하니 뒤의 분들이 다 파티원인이신 것 같은데 저도 마침 몸담을 파티를 찾던 중입니다. 저를 파티원으로 받아 주시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해서 파티장이신 그대를 모시겠습니다.”
으음…….
내가 파티장인 줄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눈썰미도 좋군.
그리고 충성을 다해서 모시겠다는 그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다쓰와 란슬링 같은 싹수 없는 짜식들이 하는 꼴만 대하다가 이런 사람을 보니 너무도 신선하구먼.
그래서 나도 신중하게 질문했다.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시는지?”
“어쌔신입니다!”
어쌔신?
호오, 그러고 보니 어째 수상쩍게 바바리코트에 중절모 쓰고 있는 게 이해가 되는군.
겉모습만 놓고 보면 제법 어쌔신으로서의 포스가 있어 보인다.
순간 띠리링 하는 음향과 함께 창이 떴다.
어쌔신 케브라가 당신과 파티를 맺을 것을 요청해 왔다. 받아들일 경우 잠입과 암습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파티원이 생기게 될 거다.
근데 여러모로 상당히 심란하고 착잡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만, 니가 참을 수만 있다면야 굳이 다른 파티원들이 불평하는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흠, 케브라라는 이름의 어쌔신이로군. 설명 창의 설명이 꽤 찝찝하긴 하다만 굳이 신경 쓸 건 없겠지.
다쓰와 란슬링은 더 찝찝했으니까.
파티원 한번 잘못 고르면 파티장의 속이 얼마나 썩어 나갈 수 있는지를 이 두 녀석이 너무도 잘 보여 주고 있잖냐고.
그래서 나는 흔쾌히 말했다.
“좋습니다. 사실 우리 파티가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파티는 아니지만 열의가 대단하니 파티장인 내 권한으로 특별히 우리 파티원으로 받아 주겠습니다.”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등 뒤에서 불만 섞인 두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영, 아무리 니가 파티장이지만 그걸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냐. 쉬익! 기존 파티원들인 우리한테 동의를 구하고 재가를 받아서 새 파티원을 영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쉬익!”
“우영, 형님은 은근히 독재를 하시는 경향이 짙군요. 밤길 가다가 뒤통수 조심하실 일을 굳이 만들고 싶으신지……. 그것참 이해가 안 됩니다.”
“…….”
이 자식들이 듣자 듣자 하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파티장인 내가 파티원인 니들한테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밤길 다닐 때 뒤통수 조심해야 할 거라고?
“니들 죽을래? 그동안 잠깐 풀어 줬더니 금방 또 이 지랄들이냐? 길드전할 때 니들이 날 보내려고 했던 거, 다쓰 너는 일부러 엉터리 아이템을 골라서 날 물 먹인 거, 너희 두 녀석이 내가 마리사하고 연애하려는 거 훼방 놓으려 한 것 등등, 그걸 모두 다 용서해 줬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다시 개수작을 떨면 도대체 어쩌자는…….”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세영이가 뾰족하게 목소릴 높였다.
“잠깐만요. 우영 오빠 지금 뭐랬죠? 누구하고 연애를 해요? 그 마리사라는 여자는 도대체 누구죠?”
허걱! 제길. 흥분하는 바람에 세영이의 존재를 잊고 불필요한 말까지 해 버렸군.
“음, 세영아 그거 별거 아냐. 사실은 날 스토킹하고 다니는 이상한 여자가 있었는데 이제는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아마 지금은 어느 냄새나는 몬스터들 득시글거리는 동네에서 망부석이 되어 버렸을 거야.”
“정말인가요? 확실한 거죠? 지금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죠?”
마치 내 마누라라도 되는 듯 세영이는 두 눈을 치켜뜨고 내 대답을 재촉했다.
그것참 은근히 짜증나네. 내 와이프는커녕 여자 친구도 아니면서 이렇게 강짜를 부리면 어쩌자는 거냐고.
그래서 내 대답도 퉁명스러웠다.
“믿기 싫으면 말든지.”
“오빳!”
“그래, 믿어라 믿어. 믿어도 된다. 다쓰, 란슬링 이 두 자식이 속 썩이는 것만도 짜증나는데 세영이 너까지 그렇게 까칠하게 굴래? 어쨌거나 후딱 밥 먹고 방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파티원이 들어왔으니 상견례를 해야겠으니까!”
대충 식사를 마친 우리는 모두 2층의 방으로 모두 올라왔다.
새로운 파티원 케브라와 본격적인 상견례를 하기 위해서 말이지.
엇! 근데 조핀도 같이 들어와서 호기심 어린 눈길을 케브라에게 던지고 있군그래.
나가 있어 달라고 할까 하다가 관뒀다.
뭐, 사실 이 정도로 함께 여행했으면 같은 파티라고 해도 될 정도이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케브라는 우리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멀뚱히 서 있더니 결심한 듯 명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저를 파티원으로 받아들여 주신 우영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저의 모든 것을 여러분들께 공개하겠습니다.”
음, 다쓰, 란슬링과는 다르게 확실히 말을 예의 바르게 할 줄 안다니깐.
응? 아니, 이보세요, 아저씨. 근데 갑자기 바바리코트 단추는 왜 푸는 거지?
모든 걸 공개한다는 의미가 설마 그런 쪽이었나. 아니, 이 인간 이거 설마 바바리맨이었단 말야?
그래서 알몸에 바바리 하나 걸치고 다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짠하고 코트를 열고 속을 다 보여 주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모두 다 잔뜩 긴장한 채 케브라를 주시했다.
젠장! 진짜로 알몸을 드러내기만 해 봐라. 파엘분으로 노릇노릇 구워 줄 테니까.
황 과장의 미니스커트에 분홍빛 팬티를 본 것만으로도 사흘 밤을 악몽에 시달렸구먼.
휘릭!
“허거거걱!”
“욱!”
“케애액! 쉬익∼!”
“꺄아아아아악!”
“음…….”
케브라가 바바리코트의 단추를 모두 풀고 벗어던지자 방 안엔 비명과 신음 소리로 가득 찼다.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하지만 충격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칙칙한 남자의 알몸보다 더 도가 심한 광경을 보게 된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