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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58화)
Part 4.전나세를 죽여라!(2)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녀석 하나가 굽신거리는 사람들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아주 거만한 자세로 말이지.
꼴을 보니 행세깨나 하는 벼슬아치나 권력자 같다만 저 나이에 한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겠고, 지 애비가 고위 귀족이라도 되나?
고위 귀족이든 왕족이든 내 알 바 아니긴 하다만.
우리들은 다시 눈길을 식탁으로 돌려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근데 들어올 때부터 떠들썩하던 소리가 잠시 멎는가 싶더니 일단의 발걸음이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왔다.
“호오, 이거 리자드맨이군. 그런데 노란색 눈에 피부는 검은색이 섞인 초록색 리자드맨은 희귀 품종인데…….”
“그러네요. 사드 님. 저도 이런 리자드맨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팻치고는 매우 드물고 진귀한 팻이라고 할 만하군요.”
“…….”
란슬링을 보고 하는 소리였다.
목줄에 매인 채로 식사를 하던 란슬링은 자신을 보고 하는 그 말에 분통이 터지는 눈치였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내가 단단히 일러뒀거든.
이 나라에 있는 한, 남들 볼 때는 철저하게 팻으로 행동하라고 말이지.
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수틀린다고 막 나가서 우리 파티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파엘분은 기본이고 레달입을 옵션으로 맛보게 될 거라고 말이다.
내 으름장을 명심해서 그런지 아직까진 잘 참고 있는 것 같다.
헉! 아니, 근데 저 인간이 뭐하는 거야?
사드란 인간이 우리 자리로 다가와서는 대뜸 란슬링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밥 먹다 말고 황당한 꼴을 당한 란슬링은 흥분을 참지 못해 쉬쉭거리면서 침을 주위에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사드란 녀석은 아랑곳없이 란슬링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주절거렸다.
“호오……. 이거 아주 특이한 침까지 뿌리는군. 치칙하고 타는 걸 보니 염산 성분의 침인가? 이 정도면 인체에 손상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관상용뿐만 아니라 집을 지키는 용도로도 유용한 팻이로군. 맘에 들어.”
거기까지 듣던 나는 벌떡 일어섰다. 더 놔뒀다간 란슬링이 뚜껑 열려서 날뛰는 사태가 벌어질 거 같아서 말이지.
“거 듣자하니 좀 심하시군요. 뉘신진 모르지만 지금 도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남의 팻을 주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만지다니!”
내가 째려보며 딱딱거리자 사드란 이름의 젊은 녀석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절씨구.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도 이 세상에 존재했구나 하는 표정이네?
“그대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인가?”
“그렇습니다만.”
“아, 그럼 모를 법도 하군. 난 대륙 유일의 팻 경매장인 나바트리아를 운영하는 사드라고 한다. 진귀한 팻의 수집은 내 일생일대의 사업이기도 하지.”
말과 함께 사드는 푸른빛을 발하는 비취로 된 명함을 나에게 주었다.
음……. 남에게 뿌리고 다니는 명함을 보석으로 만들다니. 이거 돈이 넘쳐 나서 주체를 못하는 종류의 인간이로군. 어쩐지 생긴 게 영 밥맛이다. 새파란 놈이 반말을 찍찍 내뱉는 꼴도 그렇고 말이야.
“사든지 팔든지 오든지 가든지는 모르겠는데 뭐 할 말이라도 있는 겁니까?”
“푸훗!”
“크흐흐흐!”
“오호호호홋!”
이름을 빗댄 내 비아냥에 파티원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사드란 자는 얼굴이 붉어졌다.
“음……. 무례한 사람이로군. 이 엘카니아에서는 나를 우러러 보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이곳 사람들이 우러러 보건 굽어 보건 그건 내 알 바 아니니 용건이나 빨리 말하시죠. 지금 당신 때문에 먹던 밥을 못 먹고 있으니 말입니다!”
“음……. 호의로 하는 말에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올 건 없을 텐데. 좋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 팻은 리자드맨 중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 품종이다. 내 소유의 경매장에 내놓으면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릴 수 있을 거다.”
비싼 가격이라고? 난 약간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요? 대충 얼마나…….”
“글쎄……. 기본은 5백 골드……. 그리고 희귀 팻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귀족이나 왕족 눈에 띄면 5천 골드 이상의 가격을 받는 것도 기대할 수 있지. 그 정도라면 그대 같은 가난뱅이한테는 큰 횡재일 테지.”
“…….”
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란슬링을 바라보았다.
이 민폐 제조기 같은 란슬링이 5천 골드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이거 놀랄 노 자로세.
근데 내 표정을 본 란슬링이 안절부절 못하는군.
내가 정말로 자신을 경매장에 넘길까 봐 불안한가 보다.
안심하거라. 돈이 탐나지 않는 건 아닌데 프리스트는 더 필요하니까.
나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사드를 바라보았다.
“훗! 나는 팻을 내 친구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의향도 없고 팔 생각은 더더욱 없소. 그러니 딴 데 가서 알아보시죠.”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 감히 내가 하는 제안을 거절하는 건가!”
어절씨구. 내가 단번에 거절하자 이 인간이 얼굴을 붉히고 인상까지 쓰네? 게다가 반말까지 계속 찍찍거려 대면서 말이다.
고작해야 경매장 쥔장인 주제에 퍽이나 위대한 인간인 척하는군.
기분이 나빠진 나는 언성을 높였다.
“훗,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민폐를 끼치는 주제에 어디서 시끄럽게 딱딱거리는 거요. 당장 입 닥치고 꺼지지 않으면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 버릴 테니 냉큼 사라지시오!”
“뭐, 뭣이라고! 지금 감히 내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 버린다고 했느냐!”
“왜 내가 못 할 것 같은가? 좋게 말할 때 꺼져라! 식사 방해하지 말고! 네놈 때문에 우리가 밥을 굶어야겠냐?”
내가 턱을 치켜들며 비웃자 사드의 뒤에 있던 떨거지들이 일제히 흥분해서 목청을 높였다.
“저런 무례한 새끼를 봤나!”
“감히 사드 님께!”
“사드 님, 이런 싸가지 없는 것들은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합니다!”
“명령만 내리십쇼. 아주 확실하게 담가 버리겠습니다!”
말뿐이 아니고 일제히 흉기를 꺼내 드는 구먼.
난 사드란 자식을 째려보았다.
니 졸개들 안 말리냔 뜻으로 본 거였지만 도리어 기세당당하다.
“아무리 이곳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감히 나를 모욕해? 무릎 꿇고 빌고 그 팻을 순순히 넘겨라. 그러면 나를 무시한 네놈의 죄를 모두 용서해 주겠다.”
이거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깡패처럼 덤벼 들려는 졸개들을 말릴 생각은 안 하고 도리어 그 기세를 타고 공갈을 쳐?
나는 다쓰와 란슬링을 향해 턱짓을 했다.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절대로 안 말릴 테니까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한판 벌여도 좋다!”
“약속하신 겁니다.”
“우영, 그 말을 기다렸다. 쉬익!”
란슬링이 놈들을 향해 대거를 휘두르고, 다쓰는 투핸디드 소드를 휘둘러 댔다.
“우악!”
“이놈들이!”
“이런 무도한 놈들이 있나! 죽여 버려라! 모두 다 죽여도 좋다! 내가 다 책임질 테니 죽여 버려!”
다쓰와 란슬링이 자기 부하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하자 사드란 놈은 모두 죽여 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나 녀석들은 독기를 품은 다쓰와 란슬링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거기에다가 식탁 밑에서 튀어나온 케브라까지 가세했다. 네 개의 손에 들린 무기가 춤을 추자 삽시간에 녀석들은 한 대씩 맞고 쓰러지고 피를 흘렸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식당 주인은 경비병들을 부르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대략 10분쯤 지나자 사드의 졸개 녀석들 중에 서 있는 녀석은 없었다.
근데 바닥에 뻗어 있는 녀석들 중에서 사드란 녀석은 없네?
자기편이 불리해지기 시작하니 진작에 튀었나 보군. 큰소리를 뻥뻥 치더니 아주 얍삽한 녀석이다.
어쨌거나 식당 안은 우리들의 싸움으로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코끼리 떼가 흩고 지나간 뒤의 모습 같구먼.
조핀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곤란한데요. 여긴 엘카니아에서도 가장 중심지인데 이 정도로 일을 벌였으니……. 후환이 없어야 할 텐데.”
“후환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없죠.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을 어쩌겠습니까?”
“우영 님다운 말씀이긴 합니다만 일단 이곳을 떠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린 재빠르게 여관으로 돌아와서 불을 껐다. 더 이상 시끄러워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음, 이게 무슨 소리지?”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파티원들이 들어왔다.
“우영, 큰일 났다. 쉬익!”
“무슨 큰일?”
“오빠, 창밖을 좀 보세요!”
세영이의 말에 난 커튼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허억! 아니, 저게 뭐야? 한 1개 중대쯤 되는 병력이 여관을 완전 포위하고 있잖아?
게다가 모두가 은빛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정예 기사단 병력이다. 햇볕이 갑옷에 부딪혀 번쩍이는 모습에 눈이 부셔서 뜨지를 못 할 지경이로군.
보고 있기만 해도 기가 질린다.
“헉! 이게 어쩐 일이지?”
“쉬익! 어쩐 일이긴 어쩐 일이겠냐? 우영 니가 어저께 식당에서 저지른 일 때문일 테지. 쉬익!”
“란슬링, 이 자식아! 내가 저지르긴 뭘 저질러! 너하고 다쓰가 난동 부려 놓고선 그 책임을 누구한테 돌리는 거냐!”
란슬링이 태연하게 하는 말에 열 받은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다쓰와 란슬링은 태연했다.
“형님이 한판 벌려도 좋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리고 설사 우리 탓이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파티원의 잘못은 전적으로 파티장이 책임지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길, 틀린 말이야 아니다만 그런 소리가 니 입에서 나오니 왜 이렇게도 인정하기 싫어지는 거냐.
툭하면 나한테 개겨 댄 놈이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무조건 파티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우기고 자빠졌냐.
그때 케브라가 네 손에 무기를 잡은 전투 모드를 취한 채 결연하게 말했다.
“제가 다쓰, 란슬링을 이끌고 나가서 저들과 싸우겠습니다. 우영 님과 다른 분들은 그 틈에 뒷문으로 달아나시기 바랍니다.”
“저……. 케브라. 보시는 대로 지금 이 여관의 앞 뿐 아니고 전후좌우 모조리 다 포위되어 있거든요.”
세영이의 말에 케브라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제길, 설령 앞만 지키고 있다고 해도 너 혼자 나가 싸워서 얼마나 버티겠냐. 넌 어디까지나 암습과 기습을 위주로 하는 어쌔신이니 저런 정예 기사들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무리다.
뭔가 생각하던 조핀이 입을 열었다.
“일단 내려가서 상황을 자세하게 알아보죠. 어저께 일의 보복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로 여관을 포위하고 있는 건지는 알아야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할 거 아닙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일단 함께 내려가 보십시다.”
그래서 나는 별로 내켜 하지 않는 조핀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저께 식당에서 우릴 열 받게 한 사드란 놈이 있었다.
역시 저 새끼가 보복하려고 병력을 이끌고 온 거였군. 밥맛에 왕싸가지같으니.
근데 사드 옆의 저 노신사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