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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60화)
Part 4.전나세를 죽여라!(4)
- 전나세를 죽여라! -
엘카니아 왕국의 셀라인 공주가 자신이 받은 모욕을 갚기 위해 전나세를 죽여줄 것을 요청했다.
기한 : 6개월
보상1 : 상금 1만 골드
보상2 : 셀라인 공주의 수호기사 지위 부여.
보상3 : 셀라인 공주에게 구혼할 자격 부여.
보상4 : 셀라인 공주가 지닌 물품 중 무엇이든 한 가지를 요구할 수 있다.
퀘스트 등급 : 1급
으음, 날더러 재경이를 죽이라고?
근데 이거 어째 로그아웃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를 없애란 소리 같군.
뭐 가상현실 게임 이케루스에서 재경이의 캐릭을 소멸시키면 현실 세계로 완전히 돌아오게 되니 나로서는 바라던 바다.
근데 이거 보상이 다소 애매한 것 같은데…….
상금 1만 골드야 일국의 공주니까 그쯤은 줄 수 있는 걸 테지만 그 외의 보상은…….
“저, 공주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무엇이든 대답해 드리죠.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으니까요.”
“공주님의 수호기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위입니까?”
“백작의 작위가 자동적으로 주어지고 우리 왕국 내의 영지를 가질 수가 있답니다. 많진 않지만 영지민들과 사병들도 거느릴 수가 있죠.”
“그렇군요…….”
나는 말을 흐렸다.
보상2, 3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묻기 좀 그렇군. 어쩐지 노골적인 질문이 될 거 같아서 말이지.
보상 2, 3에 관해서는 슬슬 시간을 두고 알아 봐야겠군.
나는 셀라인 공주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공주님께 이야기는 다 들었겠지? 부탁받은 일을 잘 해낼 거라고 믿겠네. 사실 사드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제법 솜씨 있는 파티가 나타났구나 생각해서 자네들을 공주님께 소개시킨 거라네.”
“…….”
왕궁에서 나온 우리를 여관까지 데려다 준 크레이브 공작이 당부하는 말이었다.
내가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크레이브 공작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아네. 하지만 평민들에겐 사소한 거라도 공주님께는 절대로 사소한 일이 될 수 없는 일이 있네. 왕족이나 귀족들은 사소한 자존심이라도 상처받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모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만 알아 두게.”
“조카인 셀라인 공주님을 무척 아끼시는군요. 감동했습니다.”
“언젠가 여왕이 되실지도 모르는 분이니까…….”
크레이브 공작은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셀라인 공주에게 충성하는 이유가 언젠가 그녀가 이 나라의 주인이 될 때 얻게 될 권력 때문이기도 하다는 말이군.
솔직해서 좋다.
크레이브 공작이 돌아가자 이제 한숨 좀 돌리겠다. 식당에서 대판 싸운 뒤부터 왕궁에 다녀오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거든.
자, 그럼 이제 좀 쉬어 볼까…….
엉? 근데 저게 뭐야?
“야! 다쓰!”
“왜 그러십니까, 우영 형님.”
“너 어째 주머니가 불룩한 것 같다. 왕궁에 갔다 오기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그, 그게……. 무, 무슨 말씀입니까? 원래 이런 상태였습니다.”
자식이 수상쩍게 말까지 더듬네. 저건 다쓰 이 녀석이 거짓말할 때의 습관이다.
“두말하지 않겠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라. 내 메이스에 두들겨 맞고 주머니 속의 걸 꺼낼지 아니면 그냥 꺼낼지.”
“그냥 꺼내면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다쓰가 엄청 간절하게 물었다.
저 표정으로 보아하니 주머니 속에 있는 게 엄청 중요한 물건인 거로군.
뭔지 짐작하고도 남겠다.
“훗…….”
내가 슬쩍 메이스를 들어 보이며 위협하자 다쓰는 한숨을 쉬더니 주머니 속의 걸 꺼냈다.
역시나 셀라인 공주의 속옷이었다.
브래지어에 슬립, 팬티스타킹…….
나는 화가 나서 다쓰한테 한 발 다가서자 녀석은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우영, 형님! 제발 이건!”
“짜식아 너 죽을래? 이거 훔치다가 들켰으면 어쩔 뻔했냐? 그럼 왕족 모독죄라고! 그리고 왕족 모독죄는 웬만한 국가에선 모조리 교수형이란 사실도 모르냐! 그리고 너만 죽으면 다행이지. 우리 파티 전원이 네놈 때문에 피 보면 니가 책임질 거냐고!”
울화통이 터진 나는 다쓰의 손에 들린 셀라인 공주의 팬티를 와락 움켜쥐었다.
끼익!
헉, 하필 이럴 때 누가 들어오다니, 안 되겠다. 손에 잡은 이 팬티를 숨겨야…….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서 팬티를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세영이와 조핀이 들어섰다.
“허걱!”
아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게다가 내가 손에 쥔 걸 그토록 뚫어지게 보면 어쩌냐고!
“…….”
“아니……. 저, 이건 말이지.”
“훗, 우영 님께서도 드디어 다쓰 님하고 취미를 공유하실 생각인가 보죠? 지금 바지 주머니 속에 넣으시려는 그건 아마 오늘 방문한 셀라인 공주의 속옷이죠? 후후후훗! 정말이지 손이 빠르시네요.”
“조핀 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취미 공유라니……. 세영아, 오해하면 안 된다. 이 속옷은 절대 내가 다쓰한테서 빼앗고 있는 게 아니거든. 내가 셀라인 공주의 팬티를 탐을 내는 게 절대 아니라고!”
“변태!”
세영이는 얼음장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는 자기 방으로 쪼르르 들어가더니 문을 찰칵 닫아 버렸다.
젠장! 이게 다 이 변태 속옷 마니아 녀석 때문이다.
빌어먹을…….
Part 5.소녀 가장(1)
“흥! 변태!”
에고, 기운 빠져라.
햄버거 가게에서 마주 앉은 세영이는 날 노려보았다.
이 녀석 게임 속에서 그러던 걸 현실에서까지 계속 연장하는군.
여기는 세영이 집 근처의 햄버거 가게다.
가상현실 게임 이케루스에서 일단 로그아웃한 나는 세영이와 연락해서 여기서 만난 거다.
언제 한번 세영이를 현실에서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이제야 실천에 옮긴 거지.
짜식, 게임 속처럼 현실에서도 제법 스마트하게 생겼네.
다쓰 말대로 가슴이 절벽인 게 좀 흠이긴 하다만.
근데 내 시선을 눈치챈 세영이는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리고 뾰족하게 목청을 높였다.
“뭐예요! 지금 어딜 보는 거죠? 또 내 가슴 보고 있었죠, 이 변태!!”
“응? 아, 아니다. 아니, 넌 왜 도대체 애가 왜 그러니? 그렇게 날 자꾸 변태로 몰면 기분 좋냐?”
“무슨 소리예요! 내가 오빠를 변태로 몰다니!”
“그렇지? 역시 난 변태가 아니지? 이제야 나를 제대로 알아주는구나.”
“내가 오빠를 변태로 모는 게 아니라 오빠가 원래 변태라서 그렇게 취급 받는 것뿐이잖아요!”
“…….”
젠장! 이 자식이!
재경이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것도 그렇고 그동안 나를 위해 애써 준 거에 대한 보답을 하려고 만나자 한 건데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가다니!
“훗! 그러면 세영이 너는 금쪽같은 일요일 오후 시간을 왜 나 같은 변태하고 마주 앉아서 허비하고 있는 거냐?”
“그, 그건…….”
세영이는 볼이 빨개져서 말을 더듬는다.
흐흐, 짜식 나한테 관심이 있으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이지 말이야.
“후훗! 아무래도 내가 세영이 너의 취향인가 보구먼. 너, 나한테 관심 있는 거지, 그렇지?”
“뭐, 뭐예욧! 누가 오빠 같은 변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죳! 흥, 정말이지 꿈도 야무져! 오빠야말로 나한테 관심 있으면 그렇다고 해요!”
“그러냐? 그럼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다 이거냐?”
“다, 다, 다……당연하죠!”
세영이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말까지 마구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속이 다 보이는군. 거짓말을 하려면 좀 그럴 듯하게 하든가.
“그럼 지금까지의 네 행동은 뭐였냐? 나한테 관심 없으면 내가 게임 속에서 딴 여자하고 사귀든 속옷을 수집하든 니가 간섭할 이유가 없을 텐데?”
“그, 그, 그건……. 그렇지! 오빠의 그런 행동이 우리 파티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결속력에 균열을 초래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게임 속에서 다른 여자하고 연애를 하거나 속옷을 모으는 등의 변태스러운 행동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 주세요!”
“그럼 게임 속 말고 현실에서 내가 여자 사귀면 그건 아무 상관없지? 나 곧 애인 생길 것 같거든? 그때 뭐라고 시비 걸면 그때는 정말 안 참는다?”
“…….”
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세영이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원망에 서운함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말이지.
이거 어째 내가 말실수라도 한 모양새군. 쩝…….
“알았다, 알았어. 사실은 애인 같은 거 생길 가능성은 바퀴벌레 똥만큼도 없다. 게임 속은 물론 현실에서도 여자 안 사귈 테니까 안심해라. 자, 빨랑빨랑 햄버거나 먹어라.”
“…….”
웃! 아니, 이 자식이 왜 이래.
내가 좀 놀렸다고 눈물을 흘리면 어쩌란 거냐! 내가 너한테 무슨 나쁜 행동이라도 한 것처럼 되었잖냐고.
세영이 녀식이 분한지 눈물을 흘리는 통에 나는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고 사과를 하면서 달래기에 급급해야 했다.
젠장……. 왜 내가 이 녀석한테 이렇게 굽신거려야 하는 신세가 된 건가 모르겠다.
“햄버거를 이렇게 많이 사 주셨으니 오늘 오빠가 못되게 나 약올린 건 특별히 용서해 드릴게요!”
“그래, 고맙고 황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구나.”
“어, 표정이 왜 그래요? 설마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죠? 이케루스 하면서 게임 머니 많이 벌었으니 좀 써도 되잖아요!”
“짜식이, 내가 어디 돈이 아까워서 그렇대? 그저 니 뱃속에 얼마나 돼지가 많이 들었으면 이 많은 햄버거를 다 먹겠다고 사 달라고 한 건지 놀라서 그렇다.”
“뭐가 어째욧!”
“앗 따거라!”
세영이는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고 후다다닥 골목 쪽으로 들어가서는 나한테 외쳤다.
내가 햄버거 가게에서 사 준 햄버거 봉지를 들어 보이며 말이지.
“사 주신 이 햄버거 고맙게 잘 먹을게요! 그리고 오빠!”
“응?”
“나 오빠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데 오빠가 나한테 관심이 엄청 많은 거 같아서요. 그래서 오빠가 불쌍해서 특별히 사귀어 드릴게요! 알았죠?”
“…….”
세영이는 그 말을 하더니 창피한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쏜살같이 골목 저 안쪽으로 사라졌다.
가만있어라. 어째 좀 미심쩍은 생각이 드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세영이가 사라진 쪽으로 움직였다.
뭔가 세영이에 대해서 내가 더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