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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63화)
Part 6.던전, 망혼의 미로(2)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어째 머리와 몸의 연결 부분이 투명하네?
어쩌면 저 부분이 취약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나는 지체 없이 녀석의 목 부분을 야구 배트 휘두르듯 메이스로 휘둘러 쳤다.
그러자 데몬 나이트는 기를 쓰고 투핸디드 소드로 목을 방어했다.
으음……. 목 부분이 이 녀석의 약점인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방어가 견고하니 목 부분을 건드린다는 게 어렵다.
케브라가 최대한 깔짝거리면서 데몬 나이트의 신경을 분산시켜 주고 있었지만 말이지.
순간 나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가속의 부츠의 한계 시간인 5분이 지난 거다.
내 움직임이 둔해지자 데몬 나이트는 지금까지 괴롭힌 걸 보복해 주겠다는 듯 투핸디드 소드를 마구 휘둘러 댔다.
공기 가르는 소리에 머리털까지 쭈뼛 서는군.
저걸 제대로 맞았다간 단 한 방으로 로그아웃이다. 케브라가 도와주기 때문에 그나마 위태하게라도 버텨 내고 있지만.
게다가 곁눈으로 보니 란슬링, 다쓰, 세영이도 이제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
젠장할! 이걸 어쩐다.
데몬 나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스켈레톤도 반 수밖에 해치우지 못했는데.
이거 자칫하면 이곳에서 전멸하게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낭랑한 부르짖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홀리 나이트 크랙!”
갑자기 환한 빛이 허공으로 치솟더니 폭죽처럼 터져서 실내를 가득 채웠다.
그 빛을 받은 스켈레톤 병사들은 일제히 비틀거렸고 데몬 나이트도 충격을 받은 듯 움직임이 느려졌다.
뭔지 몰라도 언데드들에게 엄청 약빨 있는 빛인 게 틀림없다.
“이때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메이스를 데몬 나이트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파앗!
“끼야아아아악!”
데몬 나이트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희뿌연 연기를 남긴 채, 검은 갑옷과 망토가 허물어지듯 바닥에 떨어졌다.
데몬 나이트의 실체가 나의 공격에 완전히 소멸해 버리고 만 거다.
3층의 보스 몬스터를 내가 해치운 거다!
뿌듯한 희열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찼다.
그렇지만 아직 스켈레톤 병사들이 꽤 남아 있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빛 때문에 움직임이 현저히 둔화되기는 했지만.
나와 파티원들은 다소 여유를 되찾으면서 스켈레톤들과 싸워 한 명씩 깨부숴 나갔고 결국 모든 스켈레톤들을 뼛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파직!
마지막 스켈레톤이 쓰러지자 지칠 대로 지친 파티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두 자빠져서 한참을 쉰 우리들은 가지고 온 식량과 물을 먹으며 원기를 회복했다.
“근데 다쓰 그 빛은 니가 터뜨린 거냐?”
“그렇습니다. 홀리 나이트 크랙, 성스런 빛의 강림입니다. 고위급 팔라딘이 가진 언데드 전용 스킬이죠.”
“언데드 상대에게 직방인 신성 마법이란 거냐? 이를테면 필살기라고 할 수 있겠구먼. 하긴 넌 팔라딘이니까 신성 마법을 쓰는 게 놀랄 일은 아니군. 근데 그걸 왜 진작에 사용하지 않은 건데?”
내 물음에 다른 파티원들도 모두 다쓰를 바라보았다.
진작에 그걸 썼더라면 이렇게 땀 안 빼도 되었겠구먼. 그런 스킬이 있다고 귀띔조차 하지 않다니 이해가 안 되잖냔 말야.
그걸 조금만 늦게 썼었더라도 내가 데몬 나이트한테 당했을지도 모르고, 그럼 파티원들도 스켈레톤하고 데몬 나이트한테 전멸당하고 말았을 거다.
그런데 모두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다쓰 본인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기색이 아니다.
“후후후훗! 필살기라는 건 원래 절체절명의 순간에 써야 멋있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빼도 박도 못하고 이제 완전히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의 상황 그때 한 방에 터뜨려서 형세를 일거에 바꿔 주는 거죠. 시도 때도 없이 마구 난사하면 그게 무슨 필살기고 무슨 폼이 나겠습니까.”
‘…….’
“…….”
“…….”
모두가 험악하게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자 다쓰는 움찔하는 기색이었다.
“헉! 왜들 그러십니까?”
“짜샤! 그걸 말이라고 주절거리고 자빠졌냐? 너 멋있으라고 파티원들이 모두 몰살당했으면 어쩔 뻔했냐?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굴어 봐라! 몬스터들한테 당하기 전에 우리 손으로 너를 저세상으로 보내 버릴 거니깐!”
“이것 참 심하군요. 나 때문에 죽다 살아났으면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 자식이 그래도!”
내가 메이스를 들고 쥐어 팰 자세를 갖추자 그제야 다쓰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히 말해 두지만 앞으론 모두가 위험에 빠지기 전에 신성 마법을 빨랑빨랑 사용해라. 이건 파티장으로서의 신성한 명령이다. 알겠냐!!”
내가 그렇게 다쓰를 을러대고 있는데 세영이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 오빠 그런데 아이템들이 제법 떨어졌는데 주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그건 내가 할 테니 넌 쉬고 있으렴. 채찍 휘두르느라고 힘 다 빠졌을 텐데.”
“…….”
내 말에 세영이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짜식, 내가 아이템들을 독식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날 그렇게 쪼잔한 놈으로 봤다니 슬프구먼.
난 바닥에 널려 있는 아이템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게 스켈레톤 검사들의 숏소드와 방패, 그리고 숏보우였다.

- 스켈레톤 검사의 숏소드 -
분류 : 무기 등급 : 5
공격력 : 30 내구력 : 10/80
가격 : 10골드
설명 : 스켈레톤 검사의 기본 무기, 공격력은 나쁘지 않으나 언데드의 무기답게 내구력은 매우 안 좋은 상태다.

- 스켈레톤 검사의 방패 -
분류 : 방어구 등급 : 6
방어력 : 30 내구력 : 20/150
가격 : 20골드
설명 : 스켈레톤 검사의 방패, 방어력은 좋으나 내구력이 극히 불량하니 제대로 사용하려면 솜씨 좋은 대장장이에게 수리하는 건 필수다.

- 스켈레톤 아처의 숏보우 -
분류 : 무기 등급 : 7
공격력 : 10 내구력 : 15/80
가격 : 15골드
설명 : 스켈레톤 아처의 숏보우. 가볍고 쏘는 속도가 빠른 무기지만 역시 상태는 좋지 않다.

숏소드가 80개, 방패는 50개, 숏보우가 40개로구먼. 대략 2천 골드 좀 넘겠군.
나는 어비스 백을 꺼내서 거기에다가 스켈레톤들의 무기와 방패들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어비스 백이 뭐냐고?
말 그대로 밑바닥이 없는 가방, 즉 내부가 다른 차원의 공간이라서 어떤 물건이든지 무한정 집어넣을 수 있는 가방이다.
사드한테 부탁해서 빌려 온 거다. 희귀 몬스터들을 잡을 경우 운반할 수단이 있어야 하니까 사드도 흔쾌히 빌려 준 거였고 말이지.
자, 그밖에 좀 값나가는 건 어떤 게 있는가 볼까?

-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 -
분류 : 무기 등급 : 15
공격력 : 95 내구력 : 50/100
가격 : 500골드
설명 : 스켈레톤들의 보스 몬스터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 데몬 나이트의 죽음의 기운이 깃든 투핸디드 소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옵션 1 : 15%의 확률로 상대를 부시독에 중독시킬 수 있다.
옵션 2 : 지니고 있을 시 생명력이 50 저하된다.

음, 500골드에 독 공격까지 가할 수 있군. 부시독이면 시체가 썩을 때 나오는 독이니까 위력도 상당히 강할 것 같다.
지니고 있으면 생명력 50이 저하되는 건 페널티지만 어차피 레벨이 높은 유저한테야 50정도 저하되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투핸디드 소드를 어비스 백에 집어넣은 나는 다음 아이템들도 점검했다.

- 랑기스의 숏보우 -
분류 : 무기 등급 : 20
공격력 : 70 내구력 : 40/150
가격 : 1,200골드
설명 : 숏보우로 니녹스 산맥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명성을 획득한 랑기스의 숏보우. 이 숏보우를 사용하면 평범한 화살이라도 최고의 위력을 지닌 화살과 동일한 힘을 발휘하며 연사 속도는 여타 평범한 숏보우보다 월등히 빠르다.
옵션 : 상대에게 적중시 15%의 전기 데미지를 추가로 입힌다.

우웃, 이거 대단하군.
70이면 원거리 무기인 숏보우치고는 상당히 높은 공격력이다.
게다가 싼 화살을 사용해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데다 빠르게 쏘아 댈 수 있다는 건 이 숏보우의 성능이 굉장하다는 소리다.
근데 이 랑기스라는 사냥꾼의 화살이 어째 여기 있는 거지?
아마 이 산맥 근처에서 사냥하다 죽어서 떨군 걸 언데드들이 챙긴 모양이군.
어쨌거나 좋다. 이건 내가 따로 챙겨 둬야지.
아니, 고든에게 부탁해서 말끔히 수리를 시켜 달라고 해야겠군.
나는 랑기스의 숏보우를 어비스 백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영이에게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세영이는 아이템을 열심히 챙기는 내가 못마땅한지 고개를 팩 돌렸다.
“흥!”

잡템부터 시작해서 유니크 아이템까지 모두 챙긴 나는 파티원들을 이끌고 4층의 문 앞에 이르렀다.
근데 문 앞에 서 있는 일단의 사람들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당신들은 누굽니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들 역시 우릴 보고 놀랐는지 무기에 손을 얹으며 질문을 던져 왔다.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입니다만.”
“음……. 보아하니 이 던전을 탐험하려고 들어온 파티시로군.”
그럼 그쪽도?”
내 질문에 상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는 모두 네 명으로, 남자 둘에 여자 둘이었다.
떡대 좋은 30대 아저씨, 그리고 10대 소년, 20대로 추정되는 여자 둘이었다.
“…….”
두 파티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던전이나 사냥터에 들어온 파티들이 충돌하는 경우는 흔했다. 한쪽이 알아서 물러나 주면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맞짱을 뜰 수밖에 없는 거지.
그나저나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네. 사드 녀석, 분명히 이 망혼의 미로는 자기네 경매장만 알고 있는 곳이라고 큰소리쳐 놓고서는.
파티의 리더인 듯한 바스타드 소드를 든 아저씨는 우리들의 전력을 가늠하는 듯하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내 아이디는 루한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우영입니다.”
그러자 10대 소년과 20대 여자 둘도 자기소개를 했다.
“에닉이라고 해요. 직업은 마법사고요.”
“카린입니다. 클레릭이에요.”
“레인저, 쉴드린이에요.”
자기소개를 마친 그들은 우리 파티를 빤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