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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65화)
Part 7.망혼의 기사(2)


에닉은 파이어 볼과 라이트닝 볼트로 뒤쪽에서 몰려오는 뱀파이어와 와이번들에게 불과 전기 세례를 날렸다.
란슬링과 카린은 힐링과 원기 회복을 계속 우리들에게 시전해 주었다.
쉴드린은 레인저답게 능숙하게 화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전면에서 나와 케브라, 다쓰, 그리고 루한이 싸우고, 후방의 카린과 란슬링이 버프를 원활하게 걸어 주니 비교적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세영이가 문제였다. 채찍을 쓰다가 욕먹을까 겁나는지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서 화살을 신들린 듯 날려대는 쉴드린을 보고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짜식, 불쌍하네.
나는 재빨리 세영이에게 다가가 어비스 백에서 랑기스의 숏보우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세영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빠, 이건…….”
“그래, 아까 3층에서 주운 랑기스의 숏보우다. 채찍 대신에 이걸 써라. 그리고 이건 아까 주워 모은 화살이다.”
“이걸 왜 나한테…….”
“여기서 나가면 수리해서 완벽해진 다음에 너한테 선물하려고 했거든. 우리 사귀기 시작한 기념으로. 그런데 지금 당장 이런 판국이니 미리 주는 거다. 니가 놀고 있으면 안 되잖냐.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니까 말이지. 뭐하냐 임마. 빨리 받아.”
오빠…….”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세영이에게 랑기스의 숏보우를 안긴 나는 다시 앞으로 나서서 메이스를 휘둘러 댔다.
세영이는 신바람이 나서 화살을 마구 뿌려 대기 시작했다.
세영이는 직업이 씨프라서 활에 대한 무기 숙련도가 떨어진다.
그 때문에 명중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대신에 연사 속도가 빨라서 와이번과 뱀파이어들에게 제법 화살이 적중하고 있다.
근데 쉴드린이 시기와 탐욕이 뒤섞인 시선으로 세영이를 보는군. 웬 듣보잡이 어디서 저런 좋은 화살을 사용하는가 싶은 표정이군.
하긴 연사 속도가 쉴드린의 화살보다 거의 두 배나 되니까 그럴 만도 하다.

퍽! 퍼억!
깨액! 크악!
나와 케브라, 루한의 공격에 와이번과 뱀파이어들의 신체 일부가 터져 나가면서 비명을 질러 댔다.
꽤 많이 쓰러뜨렸다.
그런데 우리 사정도 좋은 건 아니다. 루한이 뱀파이어한테 물려서 현혹 상태에 빠져 우리를 향해 공격하기도 했다.
다쓰가 부랴부랴 정화 마법을 걸어서 회복시켜 주었지만 란슬링과 내가 바스타드 소드에 베일 뻔했다.
한 번 더 물려서 현혹되면 그냥 날려 버릴 테니 알아서 하라고 욕을 퍼부어 주고는 몰려드는 뱀파이어와 와이번을 향해서 메이스 공격을 재개했다.
에잇! 귀찮은 것들!
끝도 없이 몰려드는군. 다가드는 뱀파이어의 면상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격을 먹이는 순간, 음향과 함께 창이 떴다.

메이스 스킬 익스트림 스턴이 생성되었다.
사용 시 반경 10m 내의 적들을 10초간 스턴시킬 수 있다.
제한 : 한 번 사용 후 10분 내로는 다시 사용할 수 없음
마나 소모 : 50

새로운 메이스 스킬이 생겼군, 익스트림 스턴이라…….
음, 이거 쓸 만할 것 같다.
쓰라고 생긴 스킬이니 사용해 봐야지.
“익스트림 스턴!”
고함과 함께 힘차게 메이스로 땅을 쳤다.
파직!
소리와 함께 나에게 덤벼들던 뱀파이어와 와이번들이 동작을 멈췄다.
“움화하하하하! 바로 이때다!”
나는 광소를 터뜨리며 꼼짝 않고 있는 뱀파이어와 와이번들의 머리통을 신나게 메이스로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
퍽! 파직! 퍽! 퍼석!
헉헉! 힘들다.
근데 이제 깨부술 만큼 깨부쉈으니 우리가 이긴…….
어라라! 아니, 저게 뭐야?
갑자기 스테인드글라스 밑에 늘어서 있던 조각상들이 꿈틀거리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미노타우로스, 만티코어, 하피, 나가 등 몬스터 도감에서 빠지면 섭섭한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의 조각이 금방 살아 움직이는 실체가 되어 우리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이럴 수가 있나!
죽도록 싸워서 이제 간신히 승기를 잡았다 싶은데 조각이던 것들이 살아서 뛰쳐나오다니!
“이럴 수가…….”
“이건 너무 심한데. 저것들은 레벨도 최소한 150이상씩은 되는 강한 몬스터들인데.”
“끝장인 건가…….”
“우영 오빠, 어쩌면 좋아요!”
루한들이 탄식을 터뜨렸고 세영도 울상을 지었다.
글렀군. 레벨이 150에서 200을 상회하는 저런 몬스터들을, 더구나 한두 마리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숫자를 상대로 승산은 전혀 없다.
더구나 우린 와이번과 뱀파이어들과의 싸움으로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고.
젠장……. 결국 마지막 관문인 4층에서 전멸인가?
아니, 그건 싫다. 이대로 죽어 주진 못하겠다.
그리고 어차피 로그아웃될 거라면 그 전에 할 건 다 해 봐야 되잖겠냐고.
결심을 굳힌 나는 메이스를 빼 들었다.
“모두들 내 등 뒤로 피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파티는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루한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뒤로 물러섰다.
“란슬링은 원기 충전 버프를 부탁한다. 그리고 세영이는 마나 포션을 다오!”
내 말에 란슬링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버프를 걸어 주었고 세영이는 마나 포션들을 한 아름 가져와서 마구 먹여 주었다.
마나 포션을 들이킨 나는 이쪽으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메이스를 쭈욱 뻗었다.
젤라즈니 메이스 최강의 스킬인 레드 드래곤의 달콤한 입맞춤, 줄여서 레달입을 쓰려는 거였다.
저번에 길드전할 때 처음 쓰고 이번이 두 번째로군.
저번에 사용했을 때는 엄청난 위력의 여파로 나도 로그아웃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안심이 된다.
왜냐면 저번에는 사용한 곳이 회랑이라 그 엄청난 화염이 나에게 역류해 버렸지만 이곳은 넓게 트인 홀이니까 최소한 그런 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만한 마나가 내 몸을 가득 휘돌아서 메이스로 전달되었다.
나는 극도로 충전했다가 일시에 그 힘을 메이스로 분출했다.
쿠콰콰콰콰!
엄청난 폭음에 홀이 뒤흔들렸다. 화끈한 화염의 열기가 피부를 온통 뒤덮었다.
드레곤의 브레스와 맞먹는 위력의 레달입이 발휘된 거다.
역시 끝내주는 스킬이라니깐.
레달입을 길드전에서 사용할 때처럼 뒤로 날려가진 않았지만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 탈진되는 것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았다.
등 뒤에서 세영이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오빠, 괜찮아요? 다쓰, 란슬링 뭐해요. 빨리 버프 걸고 그 마나 포션과 라이프 포션 이리 줘요!”
“알았다. 쉬익!”
“우영 형님, 암만 생각해도 이건 사기 스킬입니다. 뭐, 형님의 실력이 아니고 젤라즈니의 메이스가 그만큼 좋은 거겠지만요.”
어쩌구 하면서 두 녀석은 나에게 버프를 걸어 주었고 세영이가 마구 입에 퍼 넣어 주는 포션 때문에 나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정말 가공할 위력이로군요. 그게 젤라즈니의 메이스입니까?”
루한이 다가와서 물었다.
근데 저 눈동자도 어쩐지 아까 쉴드린이 세영이의 랑기스의 숏보우를 볼 때와 흡사한 탐욕이 강하게 어른거렸다.
쯧, 가능하면 날 죽이고서라도 빼앗고 싶다고 얼굴에 씌어 있군.
“그렇습니다. 나한테는 소중한 물건이라 구경하시라고 건네 드릴 수 없어서 미안하군요.”
메이스를 좀 보자고 할까 봐서 선수를 치자 루한은 말없이 입맛을 다셨다.
“…….”
근데 세영이가 울상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빠, 어떡하죠. 몬스터들이 거진 다 재가 되어 버린 모양인데…….”
“그러냐? 할 수 없지. 레달입은 사실상 드래곤의 브레스인데 그거 맞고 재 안 될 놈은 없으니…….”
“그럼 어쩔 수 없이 아이템만 챙겨야겠네요.”
세영이가 한숨을 쉬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설마…….
나는 뭔가 상당히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 안 좋은 예감의 실체는 홀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쉬익! 저게 뭐냐. 쉬익!”
“이럴 수가 있나! 끝난 줄 알았는데…….”
“에닉아, 보스 몬스터가 안 나타났는데 어떻게 끝날 수가 있겠니?”
그렇다 루한의 말처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이 망혼의 미로의 최종 보스 몬스터, 망혼의 기사였다.
근데 언데드치고는 엄청 크군. 저 정도면 20m는 넘는 초대형인데……. 게다가 양손에 다 무기를 들고 있다.
한 손에는 플레일, 한 손에는 반달 모양의 도끼를 들고 있군.
젠장! 저 걸로 한방 맞기만 해도……. 아니, 맞기는커녕 스치기만 해도 뼛조각도 못 챙기고 끝장나 버릴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닌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입을 쩍 벌리고 넋을 잃은 표정들이다.
“아, 뭣들 하고 있는 겁니까! 멀쩡히 서서 죽여주십사 하고 있을 겁니까? 싸워 보지도 않고 포기할 거냐고요!”
“…….”
내 말에 비로소 파티원들과 로한들은 허둥지둥 자세를 잡고 무기를 곧추세웠다.
뭐 그래 봐야 승산이 있을 리는 없다.
당장 나만 해도 레달입을 쓴 직후라 힘이라곤 거의 없다. 간신히 서 있는 것만도 벅차다.
중형 몬스터 한 마리 상대할 힘도 없는데 저런 엄청난 몬스터를 상대로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죽어 줄 수도 없다. 저 엄청난 초대형 보스 몬스터 망혼의 기사를 상대로 용이라도 써 보고 로그아웃당해야 할 말이라도 있을 거 아니냐고.
우리가 그렇게 무기를 빼 들고 엉거주춤 서 있는 걸 투구의 휑하니 빈 눈 부분으로 주시하던 망혼의 기사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누……구……인가…….”
“…….”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지?
가만 보니 우릴 당장에 요절을 낼 기세는 아닌데, 언데드를 상대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이야길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 세영이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는 이곳 망혼의 미로에 계신 망혼의 기사님을 흠모하여 흔적이라도 찾아보려고 방문한 사람들이랍니다.”
“나……를…… 흠……모……해?”
“네, 기사도를 지키기 위해, 사악한 자들의 기만적인 술책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함정에 빠져서 죽음을 택한 고결한 분이시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