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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67화)
Part 7.망혼의 기사(4)


“다쓰, 너 좀 이리 와 볼래?”
“헉! 우영 형님, 왜 그러십니까?”
“잠깐 이리 와 보라는 데 왜 그러냐니?”
“무서워서 그렇습니다.”
“뭐가 무섭냐?”
나는 다쓰 녀석의 황당한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다쓰는 계속,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표정이군.
“우영 형님께서 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시다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 한 짓을 왜 하시는 겁니까? 우영 형님이 얼마 안 있어 급사할 징조인 것 같아 너무도 두렵습니다.”
“…….”
근데 이 자식이 꼭 매를 벌려고 하는구먼.
“너 죽을래? 사람이 좋게 대해 줄려고 하는데 급사가 무슨 망언이냐. 잔말 말고 이 칼 니가 좀 보관해라.”
“이게 무슨 칼인데요?”
“니가 알 거 없다. 그냥 아주 소중한 거고 비싼 칼이거든. 지금 내 인벤토리가 꽉 차서 그러니까 니가 좀 가지고 있어라.”
“…….”
다쓰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내가 메이스를 흔들며 위협하자 칼을 받았다.
이걸로 일단 안심이군. 다쓰 녀석이야 원래 왕따니까 파티원들한테 좀 더 미움 받아도 별 상관없겠지.
자, 그럼 이제 반지 하나만 남았군. 어디 보실까?
오옷! 이거 대박이다!

- 망혼의 반지 -
분 류 : 보석 등 급 : 40
내구력 : 150/400
가 격 : 1,000골드
설명 : 이곳에서 언데드들과 싸우다 죽어 간 기사들의 영혼이 만든 반지. 언데드를 퇴치하려는 그들의 강한 투지가 뭉쳐져서 망혼의 반지로 완성되었다. 이 반지를 착용하면 언데드에 대한 공격력을 크게 상승시켜 준다.
옵션 1 : 언데드 용 신성 마법 ‘이르하임의 광휘’를 시전해서 5분간 언데드들의 방어력을 30% 저하시킬 수 있다.
옵션 2 : 아군의 언데드에 대한 공격력을 15% 상승시킨다.
옵션 3 : 언데드들의 시간을 2분간 정지시키고 아군은 그 사이에 공격할 수 있는 마법 ‘언데드의 겨울’을 시전할 수 있다.
제한 1 : 성직자나 팔라딘이 직업인 자는 사용할 수 없다.

이거 정말 빵빵하군. 이거야말로 언데드를 상대로 싸울 때는 최고의 아티팩트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망혼의 반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나의 레벨과 상태를 보기 위해 창을 열었다.

이름 : 우영
직업 : 광란의 스토커
레벨 : 100 악명 : 30
명성 : 60 지식 : 30
힘 : 130 체력 : 90
민첨 : 50 행운 : 55
지혜 : 55 매력 : 80
HP : 170 MP : 130

후훗! 대부분의 스탯이 상승했고 레벨이 드디어 100대에 진입했다.
역시 이런 빵빵한 던전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번 뛰어들 가치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드가 쬐끔 고맙기는 하군.
하지만 이곳을 나가서 만나면, 우리한테 한 짓은 엄중히 추궁하고 대가를 받아 내야겠다.
고마운 건 어디까지나 마음으로만 표현하고 말이지. 흐흐흣!



Part 8.교황청으로!(1)


“자, 이상이 던전 망혼의 미로에서 우리 파티가 겪은 일입니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 보시겠습니까?”
“글쎄요. 그곳에 왜 다른 파티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우영 님들을 해치려고 했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솔직히 말해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엘카니아에 돌아온 우리 파티는 곧장 경매장 나바트리아의 사드 집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사드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드는 자신이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 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뭐 순순히 인정할 거라곤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만.
“이거 왜 이러십니까? 우리가 만난 파티장이 고백을 했어요. 함께 언데드 몬스터들과 싸우다가 우릴 모두 죽이라는 지시를 당신한테서 받았다고 말입니다.”
“아, 글쎄 난 모르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시치미 떼지 마라. 쉬익! 우릴 담가 버리려고 머리를 굴린 거잖냐. 쉬익!”
“우영 형님, 더 볼 거 없습니다. 우리한테 감정 있으면 결투 신청을 할 거지, 잔머리를 굴려서 의뢰를 하는 척 뒤통수를 치다니! 이렇게 치사한 자식은 주신 이르하임의 이름으로 잘근잘근 토막내 버려야 합니다!”
“…….”
다쓰와 란슬링이 투핸디드 소드와 대거를 휘두르며 펄펄 뛰고 세영이와 케브라는 내 등 뒤에서 차갑게 노려보자 사드의 이마에선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드의 부하들도 무기를 꺼내 들고 집무실 밖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공포 분위기 조성은 제법 된 것 같다. 그럼 카드를 제시해야겠군.
공갈 협박 스킬을 본격적으로 발휘하자 내 몸에서는 공포의 오라가 피어올랐고 사드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나는 내심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여기 오기 전에 크레이브 공작님과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뭐라고요!”
사드의 안색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
놀랄 건 없겠지.
크레이브 공작의 후광이 없으면 이 녀석은 한낱 망나니 귀족에 불과하다. 이 경매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사드란 녀석에게 있어 크레이브 공작은 신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대단히 진노하시더군요. 셀라인 공주 저하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사람들을 간교한 술수를 써서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고 말이죠. 이건 왕실에 대한 명백한 불충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당장 감옥에 처넣어야겠다며 펄펄 뛰시는 걸 제가 만류했죠. 그래도 친척이니 한 번은 봐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
“그랬더니 특별히 내 얼굴을 봐서 그리하겠노라 하시더군요. 대신에……. 사드 님께 톡톡히 양보를 받아 내란 말씀이 계셨습니다.”
“…….”
사드는 시체처럼 창백해진 낯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약속을 어기고 우리 뒤통수를 치려 했으니 위약금을 지불해 주셔야겠습니다. 이 서류에 서명하시죠. 우리한테 의뢰한 걸 자동 취소하고 우리가 망혼의 미로에서 손에 넣은 아이템들이 100% 우리 소유이고 처분도 우리 마음대로라는 걸 인정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나바트리아 경매장에서 우리가 입찰할 때는 다른 고객이 치르는 수수료의 1/10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내용이죠. 분명히 말하지만 협상은 없습니다. 절대로!”
사드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들고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위약금은 얼마나 드려야겠소?”
“5만 골드!”
“뭐, 뭐요! 5만 골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나를 파산이라도 시킬 작정인 거요!”
“내놓기 싫다면 못 주겠다고 딱 잘라서 거부하셔도 됩니다. 나야 크레이브 공작께 가서 그대로 말씀드리면 되니까.”
“…….”
사드 녀석은 부르르 치를 떨면서 나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원하는 걸 모두 받아 낸 우리 파티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것 참 웃음이 멈추지 않는구먼.
“후후후훗! 망혼의 미로에서 손에 넣은 아이템만 해도 빵빵한데 이렇게 가욋돈까지 굳을 줄이야! 후후후후후후!”
“쉬익! 우영, 어째 좀 이상하다. 쉬익!”
“뭐? 란슬링 너 그게 무슨 소리냐?”
이 도마뱀 녀석이 갑자기 무슨 말이지? 내가 이상하다니?
“갑자기 돈을 밝히는 거 같으니 그런다. 쉬익! 예전에는 안 그랬잖냐. 쉬익!”
“그건 저도 란슬링 생각에 동감입니다. 확실히 이전에는 돈에 관해서는 비교적 초연하셨습니다. 우영 형님께서 좀 사람이 달라진 것 같긴 하군요.”
“으음, 다쓰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케브라 네 생각은 어떠냐?”
“저는 우영 님이 어떤 분이든 변함없이 충성할 뿐입니다. 돈을 밝히시든 아니든 그건 관계없습니다.”
쩝, 너한테 물은 내가 바보지.
세영이를 슬쩍 보니 말해 무엇하냐는 표정을 짓는군.
아마 내가 돈 밝히는 걸 가장 민감하게 느낀 파티원이 세영이일 테니까 당연할지도…….
하지만 사실 내가 가상현실 게임 이케루스에서 돈에 집착하는 이유의 일부는 세영이 때문이다.
그걸 이제 실천에 옮겨야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미리 준비해 둔 종이 말은 것 다섯 개를 꺼내 들었다.
“좋다, 너희들 말에 따르면 내가 갑자기 돈독이 올랐다는 소리로군.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겠다!”
“어떻게 증명할 거냐. 쉬익!”
란슬링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고, 다쓰와 세영이도 궁금한 얼굴이었다.
케브라만 변함없이 무덤덤하군.
“간단하다. 내가 번 돈의 일부를 우리 파티원에게 환원해서 그걸 증명해 보이겠다. 근데 똑같이 분배하는 것보다 제비뽑기로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 더 스릴 있고 당첨된 사람도 목돈을 가지니까 기분 좋지 않겠냐. 어떻게 생각하냐?”
“재미있겠다 찬성한다. 쉬익!”
“그냥 주는 것보단 낫겠군요. 좋습니다.”
란슬링과 다쓰는 선뜻 동의했다.
사실 NPC인 파티원들은 물자 지원만 충분히 해 주면 돈을 달라는 요구는 별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저인 파티원은 돈에 무척 까다롭다.
유저야 현실 세계에서 게임 머니를 진짜 돈으로 바꾸어 쓸 수가 있으니까.
나는 미리 준비한, 가늘게 돌돌 말은 종이 네 개를 주먹에 쥐고 파티원들에게 내밀었다.
“자, 한 개씩 골라라. 당첨이라고 씌어 있는 걸 잡은 사람한테는 이번에 망혼의 미로 던전에서 벌어들인 돈의 일부인 5천 골드를 주겠다.”
제비뽑기를 처음 해 보는지 다쓰와 란슬링, 케브라는 신기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세영이는 몹시 상기된 표정이군. 하긴 경제적 문제가 대충 해결되게 되어 있는 게임 속의 NPC들과는 달리 동생들 때문에라도 돈이 절실히 필요할 테니…….
한 명당 하나씩 내가 내민 주먹에 꽂은 종이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