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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3권(72화)
Part 10.불륜의 씨앗?(2)
“이사도라!”
“어머! 우영!”
우리가 들어서자 이사도라는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근데 이 비행 소녀가 헤어질 때와는 사뭇 인상이 다르다.
그동안 도둑 길드의 마스터로 관록이 제법 붙었는지 포스가 넘쳐흐른다.
쩝, 이거 아무래도 하늘이 물려준 자기의 천직을 찾은 모양이군.
“그동안 잘 지냈어?”
“응. 길드원 숫자도 꽤 불었고 상납금도 쏠쏠히 들어오고 있고, 우리 미라쥬 길드의 영역도 확장 일로에 있어. 모든 게 아주 순조로워.”
흠, 그렇군.
그 말은 미라쥬 길드가 로저가 길마로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낫단 소리군.
그래서 로저가 저렇게 축 처져 있는 건가?
아무리 부부라지만 자기 능력이 와이프보다 못하다는 게 증명되는 건 남자로서는 고통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사도라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내 애기는 봤어?”
“애기라니? 그럼 설마……. 저 계단에서 간부2가 어르고 있던 게…….”
“맞아. 귀엽지?”
그럼 간부2의 아이가 아니고 이사도라의 아이였단 말야?
아니, 근데 로저와 이사도라가 결혼한 게 언젠데 그 사이에 벌써 애기를 낳았단 말이야?
아무리 게임 속의 이야기라지만 이건 좀 무리 아닌가?
그때 간부2가 애기를 안고 들어와서 이사도라에게 건네자 이사도라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아기를 받았다.
“근데 이사도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로저가 어째서 저러고 있냐? 결혼식 올린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흥! 한심한 남자! 우리 애기가 태어난 다음부터 저러고 있어. 애기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나! 흥! 웃기지도 않아, 정말!”
“…….”
그 말에 방 안에 야릇한 공기가 흘렀고 나를 제외한 파티원들은 다시 한 번 나와 아기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젠장! 이거 미치겠네.
도대체 왜 자꾸 이런 분위가 되는 거냔 말이다.
“우영, 나 잠깐 일이 있어 나가 봐야 되는데, 우리 애기 좀 안고 있어 줄래?”
“엉? 으응…….”
‘우리 애기’라는 표현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린 나는 마지못해 애기를 받았고 이사도라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애기가 귀엽긴 귀엽군.
엇! 근데 이 녀석 입을 오물거리면서 뭔가 말하려 하잖아?
“암……빠, 앗……빠. 아빠, 아빠!!!”
“허걱!”
“음……. 지금 분명히 애기가 우영 님더러 아빠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쉬익! 똑똑히 들었다. 분명히 아빠라고 했다. 쉬익!”
아니, 근데 이것들이…….
애기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웅얼거린 소리 갖고 사람을 바보로 만들다니.
“나 이거야 원. 그렇게도 장난들이 하고 싶냐? 그렇다면 좋다. 어디 한번 제대로 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확인 좀 해 보자. 야, 다쓰 너의 그 허접한 감정 스킬을 발휘해 봐라.”
화가 나서 다쓰에게 말하자 녀석은 빙긋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허접한 감정 스킬이라고요? 훗, 나더러 감정이 엉터리라고 해서 그 뒤 감정 스킬북을 사서 감정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걸 모르시나 보군요. 좋습니다. 그럼 확인해 드리죠.”
다쓰는 아기의 머리 위에 슬쩍 손을 갖다 대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덴티파이!”
그러자 성냥 켜는 듯한 음향과 함께 아기가 오렌지색으로 환하게 빛나며 창이 떴다.
- 이사도라의 아기 -
두 남녀가 친밀하게 지내는 시간이 증가하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이벤트에 의해서 생성된 아기.
분류 : 사람
공격력 : 1/4
내구력 : 50/80
귀여움 : 300/100
어머니 : 이사도라
아버지 : 이사도라와 결혼한 로저일 확률 40%, 이사도라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로저보다 더 많고, 이사도라의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던 전력이 있는 우영일 확률 60%.
음, 내가 다쓰한테 한 말은 농담이었는데 사람도 감정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가만있어라. 아기인데도 불구하고 공격력도 있군.
그리고 귀여움은 100이 한계인데 300이란 수치가 어떻게 나올 수가 있는 거지?
아, 알겠다. 아기 때는 귀여움이 비정상적으로 크니까 저렇게 되는 거다.
나이 먹어 가면서 저 수치는 줄어서 결국 100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거겠지.
자, 그리고 어머니는 이사도라에 아버지는…… 로저일 확률이 40%, 우영일 확률이 60…….
허거걱! 이게 뭔 소리야? 내가 이 아이 아버지일 확률이 로저보다 더 크다고!
이놈의 메인 컴퓨터가 돌았나! 이게 도대체 뭔 소리래!!!
내가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고 벙 쪄 있자 파티원들은 다시 찧고 까불며 날 놀리기에 광분하기 시작했다.
“훗! 이걸로 모든 게 분명해진 거군요. 이 아기는 로저와 이사도라가 아니고 이사도라와 우영 형님의 아이라는 사실이! 후후! 우영 형님, 이제는 부인 못 하시겠죠?”
“우영 님도 우영 님이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이사도라 님은 더 놀랍군요. 뭐, 그런 강심장이니 미라쥬 길드의 길마씩이나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저질! 변태! 불륜남!”
아기가 나더러 아빠라고 했다는 그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사실을 가지고 케브라, 란슬링, 다쓰, 조핀, 세영이까지 충격적인 코멘트를 마구 날렸다.
이거 정말 미치겠다.
그리고 딴 인간들은, 반은 농담으로 그런다고 해도 세영이 이 자식의 코멘트는 전혀 농담조가 아닌데?
나는 속으로 열이 마구 뻗치려는 걸 참고 이를 아드득 물었다.
“모두들 적당히 해라. 농담이 너무 지나친 거 같지 않냐? 도대체 왜 멀쩡한 나를 불륜남으로 만들지 못 해 안달인 건데? 니들 눈에는 내가 그토록 심하게 부도덕하고 나쁜 놈으로 보인단 말이냐?”
“응, 그렇다. 쉬익! 그렇게 보인다. 같이 다닌 시간이 얼만데 그게 안 보이면 눈 수술 받아야 한다. 쉬익!”
“다 필요 없어요! 바른대로 말해요! 도대체 언제 이사도라하고 사고 친 거죠? 어서 바른대로 말 못 해욧!”
와, 이거 정말 울고 싶어진다.
마구 웃고 떠들며 날 불륜남이라고 놀려 대는 파티원들에게 더블 퍽큐를 날려 준 나는 제일 흥분해서 날뛰는 세영이를 데리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너 적당히 안 할래?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일 가지고 불륜을 했다느니 애를 만들었다니 하면서 나를 범죄자 취급하다니. 니가 아무리 게임 폐인이라도 이건 좀 심하지 않냐?”
난 엄숙한 척 인상을 쓰면서 말했지만 세영이는 전혀 수긍하는 기색이 아니다.
“게임 생활은 그 사람의 현실 생활의 거울이라는 말도 못 들어 봤어욧! 오빠가 이사도라한테 이상한 맘 먹고 추근거리는 시늉을 하니까 진짜로 애가 생기는 이벤트가 만들어진 거잖아요! 오빠는 내가 다른 남자 NPC하고 짝짜꿍해서 다니다가 애가 뚝딱 만들어지는 이벤트가 생겨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겠어요?”
“훗! 돌았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보게. 아무리 게임 속의 일이라도 그렇지, 그런 찝찝한 일을 어떻게 가만히 놔두냐! 그 NPC란 녀석을 당장에 케브라 시켜서 처치해 버릴 거다.”
“것 봐요! 그러면 오빠도 아무 여자나 추근거리고 다니지 말아야 할 거 아녜욧!”
제기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난 억울하단 말이다.
“세영아 분명히 말하는데 난 이사도라한테 추근거린 적 없거든.”
“오빠,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면 뭐해요! 남들이 볼 땐 안 그런데! 그리고 다쓰가 그러는데 여행하다가 이사도라 방 침대 밑에 숨어들려고도 했다면서요!”
“아, 글쎄. 그건 조핀 님 장난치는 걸 피하려다 그런 거라니깐!”
“어쨌거나 자꾸 이사도라하고 얽히는 행동을 하니까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왜 그걸 몰라요!”
젠장! 그럼 그동안의 이사도라와의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이케루스를 관장하는 메인 컴퓨터가 이런 요상한 이벤트를 생성한 거란 말인가?
제길, 그래도 그렇지.
가상현실 게임일 뿐인데 이토록 심하게 요상스런 사태를 마구 만들어내면 어쩌자는 거냐.
“알겠다, 알겠어. 내가 잘못했다. 앞으론 행동 조심하마.”
“앞으론 나 없이는 절대로 이사도라하고 단 둘이만 있는 거 피하도록 해요, 알았죠!”
제길, 이거 완전히 남편 불륜 감시하는 와이프 모드로군.
“알았으니까 도끼눈 그만하고 딱딱거리는 것도 그쯤 하렴.”
“젠장할……. 오랜만에 비기닝 시티로 돌아와서는 왜 이런 심한 일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나는 투덜대면서 고든의 대장간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세영이한테는 애기는 절대로 나와 이사도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고 로저를 설득하라고 시켜 놨다.
어차피 컴퓨터가 제멋대로 이벤트로 뚝딱 만들어낸 애기니까 친자 확인할 방법도 없을 거고, 그냥 믿으면 되겠는데 말이지.
제길, 세영이도 그렇고 로저도 그렇고 이 가상현실 게임 이케루스에 너무 심각하게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어느 정도는 현실과 게임 생활을 구분할 줄 알면 좋겠는데 .
삐걱!
“아니, 자네는 우영 아닌가? 이것 참 오랜만이군.”
“고든 영감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대장간의 열기와 쇠를 담금질하는 소리 속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던 고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반겨 주었다.
“그동안 안 보여서 궁금했네. 그래 그동안 뭘 하고 지냈던 건가?”
“여러 가지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영감님께서는 여전하시네요.”
“혹시 나한테 뭐 부탁할 일이 있어서 온 건가?”
이 드워프 영감, 눈치 하난 빠르네.
난 어비스 백을 열어서 망혼의 미로에서 손에 넣은 아이템 몇 가지를 꺼내보였다.
“음, 이건…….”
“네, 언데드가 쓰던 무기들입니다. 스켈레톤 검사의 숏소드와 방패, 스켈레톤 아처의 숏보우입니다. 제가 볼 때 괜찮은 무기들 같은데, 영감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든은 내가 내놓은 언데드의 무기들을 이리저리 만지고 쓰다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은 무기들이네. 다만 오랜 세월을 던전 속에서 견딘 무기들이라 내구력이 많이 닳아 있군그래.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오래 사용하면 모두 망가지겠어.”
“하지만 영감님 같은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수리하시면 아마 새것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내구력이 빵빵한 무기들이 되겠죠?”
“허허허, 그건 그렇네만……. 어디 보자, 갯수가……. 숏소드가 80개, 방패는 50개, 숏보우가 40개로군. 이걸 모두 수리해서 쓰게? 차라리 새 무기를 구입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이 무기들로 누구를 무장시키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네.”
“새 무기들을 구입하면 좋은 거야 저도 알죠. 하지만 이왕이면 돈을 아끼고 싶어서 그럽니다. 영감님께서 수리해 주시면 절반 가격으로 새 무기와 동일한 성능의 무기들을 가질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정확히는 절반 가격의 3분의 1이면 충분하네만. 그래 나한테 부탁할 건 이게 전부인가?”
고든은 두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그 눈 속에서는 뭔가 새롭고 신기한 아이템을 가져온 건 없는 건가 하는 호기심이 번득였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몇 가지 아이템을 어비스 백에서 더 꺼냈다.
“왜 없겠습니까. 이 정도면 영감님의 눈도 웬만큼 즐거우실 겁니다.”
“흐음……. 어디…….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와 랑기스의 숏보우, 그리고 다크 와이번의 껍질과 뱀파이어의 이빨, 그리고 만티코어의 꼬리구먼. 호오, 자네 어딜 갔다 온 건지 몰라도 손에 넣기 매우 어려운 아이템들을 잘도 가져왔구먼.”
매우 진귀한 아이템들을 만질 때의 희열을 느끼는 듯 고든은 황홀한 표정으로 내가 꺼낸 아이템들을 어루만졌다.
“이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는 내구력을 왕창 올려 주시면 고맙겠고요. 그리고 이 랑기스의 숏보우는 특별히 신경 써서 내구력은 물론이고 모양도 예쁘게 단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물할 거라서요.”
“여자한테 주는 선물인 게로군.”
고든이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나도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랑기스의 숏보우는 던전에서 나올 때 다시 세영이한테서 회수했다. 아무래도 선물을 할려면 새것처럼 완벽하게 단장한 다음에 주고 싶었던 때문이다.
“그 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좋은 무기를 받게 되다니 부럽구먼. 그리고 다크 와이번의 껍질과 뱀파이어의 이빨, 만티코어의 꼬리라……. 상당히 성능 좋고 가벼운 갑옷에, 가공할 능력을 자랑하는 화살촉에다가 독 공격을 할 수 있는 위력적인 채찍이 만들어 지겠군. 이런 무기들로 도대체 누굴 무장시키려고 그러나?”
“죄송합니다만 그건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