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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79화)
Part 2.벌채꾼 제거 작전(2)


그 뒤로 여섯 번째가 되어 가지고서야 간신히 목적지인 주방에 도달할 수가 있다.
“음, 이곳이 주방이로군.”
“이 커다란 나무통에 든 게 식수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솥에 든 게 오늘 저녁이 분명하다, 쉬익!”
“좋았어! 이제 저 속에다가 독만 집어넣으면 작전은 성공하는 거다. 자, 세영아 조핀 님한테 독을 받아서 저 안에 집어넣으렴!”
“네. 조핀 님, 독 이리 주세요.”
“헉! 만지면 안 되는데…….”
“어머……. 왜 갑자기 어지럽지?”
쿠당탕!
조핀의 허리에 찬 독주머니에 손을 대려던 세영이는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조핀은 난감한 표정이다.
“이 독은 녹피 장갑을 끼고 만져야 되거든요. 독성이 강해서 그냥 맨손으로 다루려고 하면 세영 님처럼 됩니다.”
난 기가 막혀서 조핀을 흘겨보았다.
“참 빨리도 말씀해 주시네요. 해독제 가진 거 있으시면 세영이를 빨랑 해독시키세요. 그리고 조핀 님이 녹피 장갑 끼고 빨리 저 안에 좀 넣어 주세요. 설마 그 장갑이 없단 말씀은 안 하실 거죠?”
내 말에 조핀은 서둘러 세영이를 해독시켰다.
그리고 서둘러 품속에서 녹피 장갑을 끼더니 주머니를 빼 들고 식수가 든 나무통과 솥에 듬뿍듬뿍 집어넣었다.
아니, 식수통과 솥도 모자라서 주방에 보이는 음식이란 음식들에 모조리 다 뿌려 댔다.
가루 한 알갱이도 남기지 않고 몽땅 다.
이 작전을 성공시켜야 암흑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일까?
이 아저씨 유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군.
탈탈 다 털어 넣은 조핀은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후후후후후훗! 됐습니다, 됐어요! 끝났다구요! 대성공입니다! 이걸로 이 작업장의 채벌꾼들은 이 시간부로 모조리 끝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저, 조핀 님…….”
“예?”
“지금까진 몰랐는데 그렇게 웃으시는 거 보니 정말로 사악하신 거 같습니다.”
“맘에 안 드시면 독 뿌린 거 도로 씻어 낼까요?”
“그 무슨 큰일 날 말씀을. 자, 그럼 이제 작전 성공했으니 철수하죠. 자, 모두 서둘러 땅굴 속으로 들어들 가자고!”
내 말에 란슬링과 케브라, 조핀이 잽싸게 움직였지만 세영이는 머뭇거렸다.
“아니, 오빠…….”
“아, 빨랑 안 들어가고 뭐하냐?”
“다쓰 님은 어쩌고 우리만 빠져나가요? 구하러 안 가요?”
아, 이 자식이 근데…….
동료애를 발휘할 때 발휘해야지. 지금 이 상황에서 다쓰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게 됐냐고.
“세영아…….”
“네?”
“다쓰가 지금 어떤 상황일 거 같냐?”
“이곳 채벌꾼들한테 잡혀서 죽도록 맞고 있지 않을까요?”
“잘 아는구나. 그런 상황에서 다쓰를 구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거 같냐?”
“잘은 몰라도 아마 목숨 걸어야겠죠?”
“아는 놈이 다쓰를 구하자고 헛소리하고 자빠졌냐? 아까 내가 뭐랬니? 다쓰의 숭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린 작전을 기필코 성공시켜서 무사히 귀환해야 한다고 그랬지?”
“그……그건 그랬지만……. 하지만 아직 죽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숭고한 죽음이라고 말하면 어떡해요?”
“그러냐? 그럼 너 혼자 나가서 다쓰 구해 봐라. 싫거든 관두든가.”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영이도 한숨을 쉬더니 내 뒤를 따랐다.


케브라의 맹렬 삽질 땅굴 파기로 단번에 엘프 마을로 돌아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가 못했다.
한 여섯 번쯤 엉뚱한 곳을 파서 나오고 헤매다가 간신히 엘프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땅거미가 질 때에야 마을로 돌아온 우리들을 보고 코란이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 멀쩡히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런 뜻밖의 일이 일어나다니!”
“…….”
뭐, 이런 인간……. 아니, 이런 엘프가 다 있어.
말하는 꼴을 보니 우리가 무사히 돌아온 게 불만인가 보다.
특히 나를 야리면서 놀라는 걸 보니, 내가 죽든가 아니면 어디 한군데라도 부러져서 돌아오길 기대한 것 모양이군.
그때 코란의 뒤에서 슬쩍 촌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무 관심도 없다는 투로 슬쩍 물었다.
“어디 산책이라도 갔다 왔나?”
“산책? 네, 산책이라고 해 두죠. 채벌꾼들의 작업장에 침투해서 그들이 두 번 다시 내일 해를 보지 못하게 하는 의미 있는 산책이었다는 건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잘 안 들려서 말이지. 갈수록 귀가 어두워지니 나도 죽을 때가 가까워 오는 것 같긴 하단 말야. 어쨌거나 우리 집에 와서 차나 한잔들 하시게.”
내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면서도 촌장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그러니까 뭐 어떻게 된 건진 잘 몰라도 좌우간 벌채꾼들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말이군.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말이지.”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 촌장님께선 약속한 것만 지키시면 됩니다.”
촌장은 우리들을 집에 초대해 놓고서는 만족스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를 해결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좌우간 난 약속 이행을 요구했으나 촌장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이었다.
“약속이라니? 뭔 말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내일 아침 벌채 작업장 쪽으로 산보를 가려고 하니 그때 같이 가면서 이야기해 보세.”
쩝, 벌채꾼들이 다 궤멸되었는지 직접 지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약속한 걸 들어주겠단 말이군.
뭐 하루 정도 더 기다려 주지 못할 건 없지.

촌장 집에서 하룻밤을 잔 우리들은 아침이 되자 촌장, 코란, 그리고 촌장의 딸 에이프릴과 함께 벌채 작업장으로 향했다.
근데 세 엘프가 표정이 다 제각각이다. 촌장은 느긋하면서도 속으로는 우리가 정말 제대로 처리했는지가 궁금한 표정이다.
그리고 코란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다. 눈치를 보아하니 우리가 일을 제대로 처리했을까 봐 저러는 모양이군.
그리고 에이프릴은 계속 나한테 미소를 지으면서 호의를 표시하고 있다.
나도 물론 마주 미소를 지어 화답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에이프릴을 보는 코란은 은근히 열 받는 표정이고, 세영이도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

드디어 작업장에 도착했다.
엉? 저건 다쓰 아냐?
다쓰 녀석은 작업장 구석진 곳의 나무에 꽁꽁 묶여 있더니 우릴 보자 냅다 소리쳤다.
“뭐하고 이제야 나타나는 겁니까! 당장 이거 못 풀어요!”
짜식이 큰소리는……. 그냥 그대로 놔두고 갈까 보다.
하지만 엄청 쥐어 터졌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라서 봐주겠다.
“란슬링, 다쓰 풀어 주고 힐링 좀 해 줘라.”
“알았다, 쉬익!”
촌장은 휘휘 작업장을 둘러보더니 꽤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채벌꾼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아마 저녁을 먹고 서서히 퍼진 독기 때문에 일하다가 모조리 쓰러진 모양이다.
행여 내가 실패하기를 빌었던 코란은 크게 실망한 표정이 되었고 촌장은 감탄스런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대단하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싹쓸이를 한 겐가?”
“후후훗! 그걸 말씀드리긴 좀 곤란하군요. 뭐 우리 파티만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 때문이라고만 알아 두시면 되겠습니다!”
“하긴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알 필요는 없겠지. 애초에 내가 시킨 일도 아니고 말이지.”
“…….”
제기,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끝까지 지가 시킨 일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미는군.
뭐, 좋다.
좌우간 난 퀘스트 보상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전 누가 줄 건지 몰라도 이 일에 대한 보상만 받으면 그만인 거죠. 안 그렇습니까? 후후후후.”
“그런가? 허허허허.”
내가 먼저 웃자 촌장도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딸을 바라보았다.
“에이프릴아?”
“네, 아버지.”
“그럼 이후의 일은 너한테 맡기겠다.”
“…….”
촌장의 말에 에이프릴은 볼을 발그레 붉히며 나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으응?
뭐지, 이 이상야릇한 분위기는?
나는 영문을 몰라 촌장과 에이프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촌장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나의 등을 툭 쳤다.
“허허허, 자네는 참 운이 좋군그래. 내 딸이라서가 아니고 사실 우리 에이프릴만 한 아가씨도 드물다네. 그럼 앞으로 잘해 보게나.”
“어어…….”
당황하는 나를 남겨 두고 촌장은 휘적휘적 엘프 마을 쪽으로 사라졌다.
근데 코란 이 자식은 촌장을 따라서 가지를 않고 엄청나게 아쉬운 눈으로 에이프릴을 바라보고 있군.
“에이프릴……. 정말 이 인간들을 따라서 가 버릴 거야?”
“아빠 말씀 못 들으셨어요? 제가 암흑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드리라고 하신 말씀.”
“듣긴 했지만 그래도…….”
“흥!”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끝날 수는 없잖아…….”
“우리 사이는 그날 파티에서 내가 망신당할 때 당신이 폭소를 터뜨리면서 비웃는 순간 끝났잖아욧!”
“그, 그건 비웃은 게 아니었는데…….”
에이프릴의 매몰찬 말에 코란이 쩔쩔매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군.
재경이가 에이프릴을 아이스케키할 때 코란이 폭소를 터뜨리면서 마구 웃어 댔구먼.
자신이 개망신당하는데 약혼자라는 게 윗옷이라도 벗어 감싸 주지 않고 도리어 다른 사내들과 함께 웃어 댔으니 에이프릴에게 앙심이 생겼겠지.
쯧, 정말 눈치깨나 없는 엘프다.
에이프릴이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자 코란은 한숨을 쉬며 작별 인사를 던졌다.
“어쩔 수 없군. 그럼 무사히 이 사람들을 안내해 주고 돌아와.”
“글쎄요? 어쩌면 두 번 다시 이곳에 안 돌아오게 될 지도 모르겠는걸요? 당신이 이곳에 있는 한은.”
“…….”
그 말에 코란은 다시 충격받은 표정을 짓더니 날 노려보고 씩씩거리다가 엘프 마을로 가 버렸다.
코란이 사라지자 에이프릴은 날 보더니 빙긋 미소를 지었다.